대륙지존기 47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218회 작성일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47화
제4장 함정(陷穽) (5)
‘도대체 저자는 끝이 어디란 말인가!’
끝을 알 수 없는 능력이다. 과연 삼재진을 형성한다 해서 막아낼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도 절박했다. 반드시 무진을 이겨야만 했다. 지금까지 쌓아 놓은 것들을 하루아침에 잃을 수는 없었다.
공오대사는 무상대능력을, 육진풍은 자하신공을, 팽관혁은 혼원벽력신공의 모든 능력을 끌어 올렸다. 생(生)의 마지막 불꽃을 불태우려는 듯한 비장한 결의가 느껴졌다.
우우우웅!
평범한 삼재진에 불과하지만 절대고수가 펼치니 천고의 검진과 비견되었다.
강기를 넘어서는 호신강기와 비슷한 기운이 무진의 앞을 가로막아 섰다. 초극 고수라도 이러한 기운에 부딪치면 가루가 되어 부서질 수 있는 무시무시한 기운이었다.
반면에 무진은 정면으로 파고들어 갔다. 물러설 생각이 전혀 없는 듯했다.
‘이런…미친!’
아무리 강해도 3명의 절대고수가 뿜어낸 진력을 정면으로 부딪치려고 하다니!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일이다.
투명한 강기막을 향해 무진이 주먹을 뻗었다.
쿠아아아아아앙!
무형권강과 삼재진을 통한 호신강막(護身剛膜)이 부딪쳤다. 그러자 반경 10장이 소멸되어 버렸다. 부서져 가루로 날리지도 않았다. 폭음과 동시에 사라져 버리는 진기한 광경이 벌어졌다.
부들! 부들!
손바닥을 시작으로 전신이 떨렸다.
공오대사, 육진풍, 팽관혁은 부딪침과 동시에 튕겨 나가고 말았다. 8장이나 밀려나갔다.
무상대능력을 극성으로 사용하여 펼친 대력금강장과 매화삼절검형의 마지막 절초인 매화만검(梅花萬劍), 혼원벽력도법의 최후초식인 극뢰신기(極雷神氣)를 펼친 결과가 바로 이와 같았다. 처참한 패배가 아닐 수 없었다.
강기막을 뚫고 들어온 무진의 기운이 내부를 진탕시켰다. 기혈이 들끓고, 호흡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대로는 승산이 없다고 해도 틀리지 않았다.
저벅! 저벅!
폭풍이 사라지고 무진이 걸어왔다.
공오대사와 팽관혁, 육진풍은 다급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내기를 안정시켜야 한다.
하지만 내기를 안정시키려고 하면 할수록 무진이 발현한 기운이 내부를 진탕시켰다. 수라탄강기에 적중이 된 현상이다. 만약 작심하고 수라탄강기를 펼쳤다면 내부에 스며든 침투경이 혈맥을 모조리 다 녹여 버렸을 것이다.
그들 모두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전신의 근육이 뒤틀리고, 힘줄이 터질 것처럼 팽창했다.
무진은 그들을 관찰하듯이 보고 있었다. 몸을 움직이기 힘든 그들은 무진을 죽일 듯이 노려보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나는 너희들의 단전을 부술 것이다.”
무인의 생명을 거두는데, 담담히 말을 한다.
울컥!
내기를 진정시키려던 공오대사, 육진풍, 팽관혁은 무진의 말에 응혈(凝血)을 토해내었다. 심신을 안정시키기 어려웠다. 그동안 쌓아온 모든 것들이 허물어지기 직전인데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네…놈은 강호공적이 될 것이다!”
정천맹에서 강호공적으로 발표하면 그날로 끝이다. 그 어떤 무인도 정천맹의 천라지망에 벗어날 수 없다. 밤낮을 쉬지 않고 추격하는 정천맹의 무인들에게 추살되거나 사로잡히게 되어 있었다.
육진풍의 위협에도 무진은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같잖다는 표정이다.
“나를 공적으로 만들 수 있다 보는 건가.”
“여…기서 빠져나간다고 해도 넌 편히 살 수 없다!”
발악하듯 외치는 육진풍과 팽관혁이었다. 반면에 공오대사는 부질없는 짓이란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이자를 상대로 천라지망을 편다한들, 소용이 있을까!’
천라지망을 피는 즉시 무진의 무력에 전부 죽어 나갈 것이다. 아무리 무공이 강해도 수에는 장사 없다는 말이 있지만 무진은 예외였다. 저자는 끝을 알 수 없는 무력을 지녔다.
씨익!
조소를 가득 담은 미소를 띤 무진이 말했다.
“그렇다면 나야 좋지.”
“뭐…뭐라고!”
“다 죽여 버리면 되니.”
무진은 애당초 중원놈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주제도 모르고 덤빈다면 오히려 환영이었다. 다 죽이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버리면 그만이다.
공오대사, 육진풍, 팽관혁은 느낄 수 있었다.
‘이…놈은 그러고…도 남는다!’
무진의 이어진 한마디에 그들은 흔들리는 심경을 주체하기 힘들었다.
“그전에 네놈들의 문파부터 쓰러버려 볼까.”
움찔!
육진풍과 팽관혁의 입이 거짓말처럼 닫혔다.
무진이 그리 한다면 그렇게 될 것 같았다. 구파일방의 한 축이며 무당파와 더불어 검의 이대명문으로 꼽히는 화산파나 오대세가의 한축이며 도의 종주세가인 하북팽가라고 할지라도 무진을 막을 수 있다 장담할 수 없다.
“악…마 같은……!”
“듣기 좋군.”
무진은 악마라 여긴다하여 개의치 않았다.
세상은 반대편에 선자를 용서하지 않는다. 대치되고, 대비되는 세상 속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끝까지 살아남은 자에 의해서 정해질 뿐이다. 악마, 마신, 마황, 마제라고 불린다 하여 어떻단 말인가!
대륙을 지배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다면 그만이다. 세상을 원하는 대로 조종한다. 그것이 무진이 바라는 바다.
“그 전에 네놈들 걱정부터 하는 게 좋을 거다.”
퍽! 퍽! 퍽!
무진의 권에서 뻗어나간 권력이 공오대사, 팽관혁, 육진풍의 단전을 격타했다.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내공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들의 낯빛이 창백하게 질려갔다. 허무함과 허탈함이 느껴지고, 비참한 좌절감이 물밀 듯이 밀려왔다.
“죽…인…다!”
“반…드시… 죽인다!”
육진풍과 팽관혁이 전신을 심하게 떨면서 비통하게 소리 질렀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억울해서 죽지도 못할 것 같았다.
마음 같아서는 무진을 갈가리 찢어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마음은 마음일 뿐, 지금 당장 그 어떤 것도 이룰 수 없는 무력한 상태다.
공오대사는 허망하게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무진을 만나기 전까지 그는 무림의 정점에 선 무인이다. 권력과 명예의 최정상에 군림했던 것이 하루아침에 무너져 버리고 말았다. 이제는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는 초로의 노인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꿈을 꾼 것 같구나!’
이제야 득도한 고승과 같은 초탈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짊어지고 있던 욕심이 사라져 가는 것을 느꼈다. 잃고 나서 후회한다 한들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제야 고개를 들고 무진을 보았다. 무진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지막지한 패도를 느꼈다. 세상을 집어삼키려는 마수와 같았다.
마치 모든 것이 그가 의도한 대로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갑자기 스쳐 지나가는 불안감이 공오대사의 뇌리를 강타했다.
“설마… 이 모든 것이 시주의 의도였던 것이오!”
“아니라고는 못하겠군.”
쿵!
머리에 뇌성벽력이 울린다. 장기판에 놓인 장기처럼 무진의 손바닥 안에서 놀았다는 뜻이 되었다. 도대체 어디부터 잘못되었는지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
팽관혁과 육진풍은 쉬이 인정하기 힘들었다. 내공을 잃은 것도 모자라서 무진에게 농락까지 당했다는 것을 어떻게 인정하란 말인가!
“그…럴 리 없다!”
“네…놈이 어떻게?”
말을 꺼낸 공오대사조차 수염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정말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여기서 끝이 날 것 같지 않았다.
“도대체 시주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오?”
“모든 것.”
짧지만 많은 것이 함축되어 있다. 무진은 세상 모든 것을 원하고 있었다. 무진은 숨기지 않고 사실을 답해 주었다. 저항할 수 없이 망가진 놈들에게도 자비는 없다.
공오대사는 의문이 들었다. 죽일 수도 있는데, 왜 아직도 죽이지 않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제 한 수면 끝장이다. 그런데도 무진은 죽이기는커녕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도대체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가 없다. 무진을 보면 볼수록 두려움이 생겨났다. 미지의 존재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아닌 실제적인 공포였다.
무진이 팽관혁의 도(刀)와 육진풍의 검(劍), 남궁훈의 검(劍), 당사혁의 금편(金鞭)을 접인지력(接引之力)으로 끌어왔다.
무진은 그들의 병장기를 허리춤에 고정시켰다. 무진이 하는 행동을 지켜본 공오대사가 마음을 진정시키고 물었다.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 것이오?”
“재밌는 것을 보여주지.”
무진이 팽관혁의 벽력신도를 뽑아 휘둘렀다. 그러자 섬광을 방불케 하는 뇌전이 뻗어나가 수목을 일거에 쪼개버리고, 그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가볍게 휘두른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위력이다.
지켜본 이들 모두 놀라는 기색이 완연했다. 특히 벽력도제 팽관혁의 놀람은 다른 이들보다 훨씬 컸다.
“그…것은…설마!”
“어때, 처음 펼쳐보는 것이라 어색한데 괜찮은가.”
무진이 펼친 도법은 바로 팽관혁의 절기라고 불리는 혼원벽력도였다. 그것도 팽관혁보다 완벽한 형태의 이상적인 도법이 아닐 수 없었다.
무진은 벽력신도를 허리에 다시 끼운 후 육진풍의 검을 꺼냈다. 무진의 몸에서 자색의 기류가 번져 나오고 있었다. 거세진 와류가 팔을 타고 검신으로 전달되었다. 와류의 정점에 다다르자 검이 뻗어나갔다.
쿠꽈과광!
검력이 폭발한 주변의 거대한 바위가 산산이 부서져 가루가 되었다. 그와 동시에 매화의 짙은 향기가 사방에 흩날렸다. 매화이십사수검법의 마지막 초식인 매화만리향(梅花萬里香)의 완벽한 구현이었다.
육진풍의 안면이 사색이 되었다. 그조차도 저처럼 완벽한 형태의 매화이십사수검법을 펼칠 수는 없다. 더군다나 좀전에 보인 그 기운은 무엇이란 말인가! 자하신공이 극성에 달해야 발할 수 있는 자하기류가 아닌가!
“어…떻게?”
다음에 이어지는 무진의 장력에 그들은 얼어버렸다. 반경 20장을 소멸시켜버렸다. 장력이 닿은 곳에 끝을 알 수 없는 웅덩이가 생겨났다. 소림의 칠십이절기인 대력금강장의 무시무시한 위력이었다.
공오대사, 팽관혁, 육진풍은 말을 잇지 못했다. 눈앞에서 벌어진 일을 인정하기 힘든 상황이다.
무진이 펼친 무공은 소림, 화산, 하북팽가의 진산절기 중에서도 최고로 손꼽히는 것들이다. 하나를 대성하기도 힘든 무공을 한 번 보고 시전할 수 있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는 일인가!
놀람은 시작에 불과했다. 무진은 남궁훈의 제왕검법과 당사혁의 금사편법까지 완벽하게 재현해 내었다.
무진의 무서운 능력이 이것이다. 통천심(通天心)의 경지에 이르면서 한번 본 무공은 그 무공의 요체진결까지 모조리 다 파악할 수 있다. 무공의 흐름자체를 읽어낼 수 있기에 그 어떤 무공도 사용이 가능하다.
또한 수라혼원심공은 우주의 심공을 담은 무한의 심법이다. 삼라만상의 기운을 포용하는 수라혼원심공의 그릇은 모든 내공심법을 다룰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무진의 신체는 혈의 막힘 자체가 없다. 모든 혈을 자유자재로 바꾸어 버릴 수 있는 단계에 들어섰다. 내공의 운용요결에 따른 진기의 유동이 얼마든지 가능했다.
“도…대…체가?”
그들은 넋을 잃었다. 꿈을 꾸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한밤중에 꾸는 지독한 악몽과 같았다.
무진이 그들을 돌아보았다. 아직 시작에 불과한데 벌써부터 놀라고 있었다. 무진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끝을 낼 수 있다. 이들과 손속을 겨루어 본 것은 무공의 본질을 확실하게 파악하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이다.
“그렇게 넋 놓고 있을 수만은 없을 텐데.”
“무…슨 뜻이냐?”
“이제부터 네놈들의 절기로 밖의 놈들을 청소할 거다.”
“뭐…라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무진이 무슨 짓을 하려는지 깨달은 것이다. 각 문파의 장문인과 가주만이 익힐 수 있는 절기를 휘둘러 정천맹의 무인들을 처리하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결과는 뻔했다.
정천맹의 3개 당이 만만한 무력은 아니지만 무진과 맞서기에는 부족하다. 아니 아예 상대조차 되지 않을 것이다.
정천맹의 무력부대를 수뇌부들의 절기를 사용하여 죽인 후 죄를 뒤집어씌우려 한다는 것은 서너 살 먹은 애도 알 수 있었다. 아니라고 항변한다고 해도 증거는 명백하다.
“비…열한!”
“네놈들은 되고, 나는 안 된다, 이 말인가.”
“그…….”
반박할 수 없다.
권패를 독살하고, 그 죄를 무진에게 뒤집어씌우려고 한 것은 그들이었다. 이제 와서 무진의 행동을 비열하다 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시…주… 제발 멈…추시오! 우리…가 잘못…했소이다!”
“잘못했으면 벌을 받아야지.”
애초부터 무진을 건드린 게 잘못이다. 물론 도발하도록 유도한 것은 무진이었지만 말이다. 그들이 가만히 있었다고 해도 무진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안…돼!”
“그…렇게는 안 된다!”
팽관혁과 육진풍이 무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팔, 다리를 움직이기도 힘든 상황이지만 무진의 뜻대로 놔둘 수만은 없다. 그렇게 되면 자신들은 정말 끝장이었다.
그러나 멀쩡한 상태에서도 상대가 되지 않는 무진을 단전이 망가진 상태에서 막아선다는 것은 계란으로 금강석을 치는 것과 같았다.
“꺼져.”
파팟!
철퍼더덕!
무진의 주먹이 팽관혁과 육진풍의 얼굴을 직격했다. 그 충격으로 3장이나 날아가서 흙바닥을 뒹굴었다. 다시 일어서려는 기색이 없다. 바로 혼절해 버린 것이다.
공오대사도 마지막 기력을 짜서 달려들었지만 소용없었다. 무진의 발이 공오대사의 턱을 차버렸다. 위로 솟구쳤다 바닥에 떨어져서 다시 일어서지 못했다. 목이 꺾이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