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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지존기 43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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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43화

제4장 함정(陷穽) (1)

 

천하16대고수의 패배.

일파만파로 소문이 번져나갔다. 변방의 오랑캐라고 무시했던 자가 중원무림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었다.

벽력도제 팽관혁조차 무진과의 공방에서 겨우 목숨만을 건졌다. 더군다나 무진은 상처 하나 입지 않았다.

무진의 압도적인 무력 앞에 중원무림은 놀림거리가 되고 말았다. 이제는 무진에게 함부로 덤벼들지도 못했다. 무진이 경고했다.

 

-두렵다면 덤비지 않아도 된다. 허나 도제를 능가하지 않는 쓰레기는 죽이겠다.

 

명백한 무시와 조롱이다.

무림 역사상 이처럼 오만하고, 거만한 무인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무시하지 못했다. 무진의 무력이 천하제일이라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퍼져 나갔기 때문이다.

중원인들은 은거기인이 나와서 무진의 오만함을 단죄해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무진의 위용이 중원을 강타할 때 사파무림이 중원무림에 활보하기 시작했다. 잠잠했던 사파인들이 기습적으로 정천맹 내의 소속문파를 공격하고 사라지기를 반복한 것이다. 더구나 드러난 사파인들의 무공이 전보다 훨씬 강해져 있었다.

절대사천의 준동을 막기 위해서 무력부대를 파견했던 정천맹이었다. 맹 내에 남아 있는 무력부대까지도 사파무림을 막기 위해서 출동시켜야 했다.

중원의 안팎으로 혼란스러운 사태를 막고 있었다. 혼란은 그것뿐이 아니었다. 그동안 잠잠했던 원이 중원을 넘본다는 소문까지 암중으로 흐르고 있는 상태다. 원의 간세가 중원 곳곳을 지배하며 세력을 넓힌다는 것이었다.

이중삼중으로 문제가 쌓이고 있는 현실이다. 무림과 황실의 이목이 여러 곳으로 분산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로 인해 중원무림은 무진의 일을 마무리할 여유를 갖지 못했다.

무림이 시끄러운 가운데서도 무진은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다. 흑도를 지배하는 사흑련(死黑聯)의 수장 사혈도(死血刀) 맹탁의 목을 좌우로 꺾어 버리고 나자 반항은 사라졌다. 어둠의 세력까지 통합하여 무진이 지휘를 하게 된 것이다.

물론 외부적으로 알려지지는 않은 사실이다. 절대사천과 사파무림의 일로 혼란한 세상이니 빈틈이 너무 많았다.

무진은 태호 근처의 기루인 백화루(白花樓)에서 술을 마시며, 기녀들의 춤을 감상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음주가무를 즐기고 싶었던 무진은 수하들까지 물리고, 홀로 움직였다. 천하제일고수라는 소리를 듣는 무진을 위협할 존재는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 혼자인들 두려울 것이 없었다.

한 떨기 수줍은 백합을 보는 듯한 청초한 아름다움을 지닌 기녀가 무진의 술잔에 술을 따랐다. 투명할 정도로 맑은 피부와 가느다란 봉목, 잘록한 허리를 지니고 있었다. 기녀라고 하기에는 너무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소녀가 술을 한잔 따르겠어요.”

무진이 잔을 들었다.

또르르륵!

기녀가 술을 따랐다. 시냇물소리처럼 청아한 소리가 입맛을 다시게 만드는 죽순주(竹筍酒)였다. 죽순을 1년 동안 담가서 만든 술이라 제법 향이 깊고, 대나무의 맑은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무진은 술잔에 찬 술을 단숨에 털어 넣었다.

“이름이 뭐지?”

“예린이라 하옵니다.”

“이름은 예쁘군.”

“감사합니다.”

“하지만.”

무진의 손이 귀신처럼 움직였다. 언제 뻗었는지 모를 정도로 빨랐다. 예린의 목이 무진의 손에 잡혔다. 갑작스런 상황에 주변에 있던 기녀들 모두 놀라는 표정들이었다. 놀란 기녀들이 방을 벗어났다.

“난 장난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무…슨 소리…신지?”

예린의 목소리가 청초하게 떨려왔다. 무진이 왜 그러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얼굴이다. 하지만 무진은 그녀의 애처로운 표정에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난 별로 알고 싶지도 않다. 그러니 이만 죽어라.”

“왜…이러…세요?”

무진의 신형이 갑자기 휘청거렸다. 잠시 현기증이 난 것처럼 보였다. 그 틈에 울음을 터뜨리려던 예린이 무진의 팔을 치더니 뒤로 물러섰다. 그녀는 좀 전까지의 청초한 기녀가 아니었다. 독이 잔뜩 오른 여우처럼 독랄한 기운을 내뿜었다.

“제법이군.”

“흥! 네놈이 아직도 주제를 모르는구나! 네가 마신 술에는 칠보단장산이 들어 있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네놈은 죽는다!”

무림 7대극독 중에 하나로 꼽히는 칠보단장산(七步斷腸散)이다. 일단 몸 안에 들어가면 내가기공의 고수라고 해도 중독되어 칠보만에 죽는 무서운 독이다. 고수를 죽이기 위한 맹독(猛毒)이었다.

독에 중독이 된 상황에서도 무진은 침착했다. 오히려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한 표정이다.

“천예린.”

움찔!

그녀는 성을 밝히지 않았다. 단지 예린이라는 이름을 말했을 뿐이다. 그런데 무진은 예린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천예린은 비영(秘影)이라고 불리는 여자살수다. 또한 살인술에 있어서는 중원에서도 인정하는 5대 살수 중에 한 명이다. 하지만 그녀의 진실된 얼굴을 아는 자는 극히 적었다.

“어떻게 알았지?”

“모를 거라 생각했나.”

“하지만 네놈은 죽는다!”

“그전에 네가 죽겠지.”

무진이 신형을 움직이자 천예린은 깜짝 놀랐다. 독에 중독된 상태에서는 내공의 운기조차 할 수 없다. 독은 칠보단장산뿐만 아니라 공공산(空空散)이라는 산공독까지 들어 있었다.

공공산은 보통 산공독이 아니다. 산공독의 경우 내력을 분산시켜 모으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지만 공공산은 내력뿐만 아니라 기력까지도 비어버리게 만드는 능력을 가졌다.

일단 마시게 되면 내력과 기력을 모두 잃게 된다. 무인으로서의 힘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무진은 독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듯이 천예린의 신형을 잡아챘다.

“어…떻게!”

“독 따위에 당할 것 같으면 시작도 안 했다.”

쿠다다당!

한 손으로 천예린을 바닥에 패대기치고 난 후 발로 그녀의 목을 우그러뜨렸다. 발버둥을 칠 사이도 없이 천예린은 목이 으스러지며 저세상으로 향했다. 비영이자, 비봉(秘鳳)으로 불리는 절색의 미녀, 천예린의 어처구니없는 죽음이다. 아름다움은 무진의 취향이 아니었다.

그녀가 죽자 백화루의 사방에서 정체불명의 무인들이 뛰쳐나왔다. 무진은 그들 중에 몇을 단숨에 쳐 죽여 버리고 백화루의 지붕을 타고 밖으로 도주했다.

삐이익! 삐이익!

몇 놈이 무진을 보고 신호를 울렸다.

무진은 굉장한 속도로 백화루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독에 중독된 듯 숨을 헐떡이는 모습을 간간이 보이는 무진이었다.

그가 빠져나가기가 무섭게 그 뒤를 기다렸다는 듯이 포위를 하며 움직이는 수많은 인원이 있었다. 그들은 당당하게 행동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보든 말든 신경을 쓰지 않았다.

무진을 급습한 이들은 주변을 포위하며 한곳으로 몰고 있었다. 백화루의 외곽으로 5리 정도 가게 되면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산이 있다. 그곳으로 포위진을 형성하며 몰았다.

무진은 방향을 틀 때마다 반격을 받게 되면서 그들이 원하는 장소로 도망쳐야 했다.

산까지 유인을 당하게 된 무진은 덤벼드는 무인들을 권격을 날려 죽여 버렸다. 덤비는 족족 죽어나가고 있었다. 독에 중독이 됐다고는 하나 천하제일고수라는 명성이 거짓이 아니었다.

퍼퍼퍼퍼펑!

“크아아앗!”

무진의 권격에 검을 뻗던 무인의 전신이 박살났다. 그 주변을 지키고 있던 무인들은 무진의 능력에 새삼 전율이 일었다. 덤비는 족족 저세상으로 향하니 무서울 지경이다.

“독에 중독되고도 저 정도라니!”

“지…독하다!”

칠보단장산과 공공산까지 중독이 된 상태에서 보일 수 없는 움직임이다. 하지만 그들이 알기로 무진의 무력은 이 정도가 아니다.

만약 신위를 회복하면 덤벼든 이들 모두 저세상으로 향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할 일은 무진을 일정한 장소로 유인하는 것뿐이다. 실질적으로 상대를 할 자는 따로 있었다.

무진은 비지땀을 흘리면서 산의 중턱을 지나 깊숙이 들어갔다. 밤이 깊어지고 어둠이 내리깔렸다. 무진은 지친 신형을 회복하기 위해서 잠시 쉬었다.

“허억! 허억!”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내공을 운용했다. 그가 심호흡을 하며 잠시간 안정을 취하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할 때 가로막는 존재들이 있었다. 풍기는 기세가 추격하는 자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힘겹게 숨을 몰아쉬던 무진이 그들을 보았다. 그들 중에 눈에 익은 자가 있었다.

“네…놈들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내비친 자들은 모두 6명이다. 그 중에 1명은 무진과 대결을 펼쳤던 벽력도제 팽관혁이었다. 뜻하지 않은 장소에서의 반갑지 않은 조우였다.

그보다 놀라운 것은 팽관혁이 그들의 수장이 아니라는 것에 있었다. 더욱이 5명 전부 팽관혁에 비해 아래라고 할 수 없는 자들이었다.

씨익!

팽관혁은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 달빛에 반사된 그의 모습은 차가운 살기를 풍기고 있었다.

무진을 본 순간 그날의 비참한 패배가 떠올랐다. 그날 이후 한시도 잊어본 적이 없다. 무진을 죽일 수만 있다면 악마에게라도 영혼을 팔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무진을 죽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겠지.”

“비…겁하구나!”

“비천한 오랑캐 따위가 중원에서 너무 설쳤다. 오늘 그 대가를 받게 된 날이다!”

“너 따위가 나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중독된 상태에서도 자존심은 여전하구나!”

뿌드득!

무진이 이를 악물었다.

분노하는 무진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팽관혁은 통쾌했다. 비천한 오랑캐는 저렇게 되어야 한다. 중원을 향해 무릎 꿇고 사죄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당연하고, 응당 그렇게 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했다.

“도제, 그만 하게.”

“놈은 그냥 죽일 수 없소이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오이다.”

도제의 의견에 찬성하며 나선 인물이 있었다. 그는 천하16대고수 중에 3제에 속하는 매화검제 육진풍이었다.

말년에 깨달음을 얻어 폐관에 들어간 후 나왔다. 소득이 있어 성취에 만족해하는 때 날벼락 같은 소식을 전해 들었다. 손자인 육영기의 단전이 망가지고, 사지가 부러졌다는 것이었다.

평소 육영기의 재질을 아껴, 손수 무공의 정수를 닦아주었던 육진풍이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손자가 무인으로서의 생명이 끝났다. 화가 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었다. 육진풍의 눈에는 뵈는 게 없을 지경이다.

“네 이놈! 너는 영기보다 더한 처절한 고통을 받으며 죽어갈 것이다!”

육진풍이 무진을 향해 지독한 살기를 내뿜었다. 갈아 마셔도 시원찮을 놈이 무진이었다. 살기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바로 이와 같았다.

놀라운 일이다. 3제의 2인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하지만 놀라기에는 아직 멀었다. 검제의 주변에 있는 이들도 무시할 수 없는 위인들이었다.

특히 그 중심에 서 있는 자는 범상치 않았다. 달빛에 반사될 정도로 미끈하게 밀은 머리에 검게 찍힌 계인(契印), 허리까지 내려오는 길게 뻗은 순백의 허연 수염과 불광(不光)이 긷든 눈빛은 광명정대한 고승을 보는 듯했다.

고승은 천하16대고수의 불성(佛聖)이며, 정천맹의 맹주인 공오대사였다. 정도무림천하를 이끈 무림의 절대고수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공오대사의 옆에 자리한 이들도 만만치 않았다.

의천검세(義天劍世). 협의의 세가이자 5대세가의 수장인 검의 종주세가, 창천의협검문세가(蒼天義俠劍門世家) 남궁세가의 가주인 창천검왕(蒼天劍王) 남궁훈.

독황재래(毒皇齎來). 사천무림의 양대산맥이자, 운남의 독천문(毒天門)과 더불어 독의 절대종주세가인 사천당가의 전대가주 금편독왕(金鞭毒王) 당사혁.

그들 모두 천하16대고수 중 5왕에 속하는 자들이었다.

천하16대고수에 속하는 5명이 모여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뒤에 서 있는 자는 제갈세가가 낳은 희대의 천재이며, 정천맹의 군사 신기수사(神技修士) 제갈수혁이 자리하고 있었다.

한 사람을 상대하기 위해서 나왔다고 하기에는 엄청난 거물들이 한꺼번에 등장했다.

시위를 압도하는 기운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죽일 듯이 노려보는 매화검제와 벽력도제의 눈빛은 상처 입은 맹수와 같았다.

비릿한 땀을 흘리는 무진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투는 여전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쓰레기 같은 놈들답구나!”

“시끄럽다! 네놈은 죽어서도 편히 눈을 감지 못할 것이다!”

무진의 비아냥거림에 팽관혁이 짙은 살기를 뿌리며 노성을 터뜨렸다. 무너진 명예를 회복하고, 무진을 죽여 버리기 위해서 나선 일이지만 부끄러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감정이 격해지는 것도 수치심이 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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