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지존기 4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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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044회 작성일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42화
제3장 연전연승(連戰連勝) (4)
파파파팟!
기파가 충돌하고, 기세가 불을 뿜었다. 시작도 하기 전에 치열한 대결이 펼쳐지고 있었다.
팽관혁은 압력이 가해질수록 위기감이 다가온다는 것을 파악했다. 그의 내부에 숨 쉬고 있는 벽력(霹靂)의 기운이 살아서 꿈틀대듯이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팽관혁의 전신에 뇌성벽력이 치고 있었다. 혼원벽력신공(混元霹靂神功)이 극에 달하게 되면 뇌력지신(雷力之身)이 되어 그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는 무상의 신체가 된다.
치지지직!
팽관혁이 밟고 있는 바닥이 뇌력의 기운에 닿자 검게 타 들어갔다. 극강에 달하는 기운이었다.
살을 베는 기세가 뻗어오는 상황에서도 무진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만년빙벽의 얼음같이 차가운 한기가 느껴졌다.
팽관혁은 무진에게 선수를 양보하지 않았다. 맞수라고 여긴 이상 상대를 깔보지 않는다. 벽력신도(霹靂神刀)의 푸르스름한 도신이 빛을 뿜어내었다. 청광(靑光)이 번쩍하자 10개의 공간이 뻥 뚫렸다. 공간을 잡아먹는 무시무시한 도파(刀波)였다.
슈슈슈슈슝!
퍼퍼퍼퍼퍼펑!
무진의 신형을 뚫어버렸다. 비무대의 사분지 일이 박살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그 주변까지 가루로 만들어 버렸다. 무시무시한 위력이 아닐 수 없었다.
구경하는 이들은 또다시 뒤로 물러섰다. 사방을 초토화시켜버리는 장소에 있다가는 생사를 장담하기 어려웠다.
“피…해!”
“여기 있다간 우리가 먼저 죽겠다!”
후다다닥!
굉장한 것은 굉장한 거고, 목숨부터 구해야 했다.
사람들이 피하든 말든 대결은 계속되었다.
팽관혁의 수법은 혼원벽력도(混元霹靂刀)의 제1초식에 불과한 혼원벽력풍(混元霹靂風)이었다.
초극에 달하면 초식에도 혼(魂)을 불어넣는다. 기력과 더불어 혼은 무(武)의 생명과 같다. 적과의 간격, 기세, 역량을 한순간에 파악하여 조합한 후 펼치는 살아 숨 쉬는 무공이었다. 그저 배운 대로 형(形)에 의지해서 펼쳐지는 죽은 무공과는 질적으로 다른 위력을 선보인다.
광(光)을 넘어선 움직임. 무진의 신형은 빛을 능가했다. 팽관혁의 혼원벽력풍이 출수되기 전에 무진은 팽관혁의 내부로 파고들고 있었다.
무진의 권에서 빛의 고리가 형성되어 맴돌았다. 구슬 형태로 변화를 일으킨 빛의 고리는 찬란한 광채를 빛냈다. 권강을 넘어선 권환(拳丸)이었다.
퍼퍼퍼퍼퍼펑! 쿠꽈꽈과과꽝!
1개도 형성하기 힘든 권환을 6번이나 연속적으로 사용했다. 권환은 지축을 흔들어 버리는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지녔다. 수십 개의 벽력탄이 일시에 터진 것 같았다.
비무장이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적을 압살하는 권환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주르르륵!
무진의 권환을 막아내야 했던 팽관혁의 신형이 뒤로 밀려나 있는 상태였다. 그의 주변에서는 푸르스름한 기운과 뇌기가 뒤섞여 막을 형성하고 있었다. 한 호흡에 240번의 도를 휘둘러야 형성할 수 있는 도막(刀膜)이었다.
혼원벽력신공에서 뿜어져 나오는 뇌기가 섞인 도막을 펼치지 않았다면 몸이 산산이 부서져 버렸을 것이다.
“굉장하구나!”
“그 정도에 놀라면 실망이지.”
팽관혁과 무진은 내력과 속도를 지속적으로 높였다. 서로의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상대를 만난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위력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져만 갔다.
파파팟! 쿠쿠쿵!
도강(刀剛)과 권강(拳剛)이 뒤섞이고, 권환(拳丸)과 도환(刀丸)이 하늘을 수놓았다. 일격 일격이 태산을 가루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위력이었다.
극에 달한 기운의 파장은 반경 50장에 미쳤다. 도신(刀神)과 권신(拳神)의 대결이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는 치열한 사투였다.
팽관혁은 혼원벽력신공을 극성으로 끌어 올렸다. 극에 달한 뇌력지기(雷力之氣)를 바탕으로 혼원벽력도의 최후초식을 연거푸 펼쳤다.
-뇌전구룡천격(雷電九龍天擊).
-혼원벽력쇄천(混元霹靂碎天).
-극뢰신기(極雷神氣).
뇌전을 머금은 아홉 마리의 용이 무진을 주변을 포위하며 나아갔다. 뇌를 품은 용은 흉폭했다. 적의 피를 마시지 않고서는 사라지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무진은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섰다. 물러서는 것은 그의 성미에 맞지 않았다.
퍼퍼퍼펑!
무진의 권에서 뻗어나간 권환이 뇌전구룡천격을 막아내자 혼원벽력쇄천이 쇄도했다. 일시간에 두 가지 초식을 한꺼번에 뿌린 것이다.
일반 초식이 아닌 절기였다. 호흡과 호흡 사이에 간격이 존재하기 마련이지만 팽관혁은 간격을 상쇄할만한 경지에 다다라 있었다.
무진의 손바닥이 환상처럼 흔들렸다. 사방을 모두 막아 버리는 천수관음보살의 손바닥이 과연 이러할까!
팽관혁의 최후절초가 뚫고 들어오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 않았다. 단단한 방벽은 금성철벽을 능가했다.
무진이 근접거리까지 접근했다. 권이 닿을 수 있는 거리였다. 절기가 부딪친 후, 간격을 무형보로 좁힌 것이다.
다가오는 것을 느낀 팽관혁이 도를 찌르고 들어왔다. 단순히 베고, 찌르는 것이지만 위력 자체가 판이하게 달랐다. 그 어떤 절기보다 빠르고 매서웠다.
형을 넘어서 무초식에 가까워진 팽관혁이었다. 그에게 초식은 도를 휘두르기 위한 방법에 지나지 않았다.
투우웅!
수없는 정련을 거쳐 담금질을 한 쇳소리가 대기를 타고 번져나갔다. 퉁기는 기파가 발생하고 난 후 팽관혁의 벽력신도가 오른쪽으로 벗어나며 길을 헤맸다.
팽관혁과 도의 간격이 벌어졌다. 그 틈은 짧지만 절대고수에게는 결코 짧다 할 수 없는 거리다. 고작 한 자의 거리를 전광석화와 같이 돌진하여 권을 뻗었다.
권은 느린 것 같지만 피할 수 없는 압력을 발생시켰다. 팽관혁은 피하기에는 늦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정면으로 받아내야 한다는 것을 알자 몸이 스스로 반응하였다.
쿠우우우웅!
뇌성벽력이 울렸다. 수천 근의 바위가 지상에 떨어지는 듯한 충격이다.
“크윽!”
뒷걸음치며 밀려난 팽관혁의 눈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그의 몸을 보호하는 호신강기가 흔들리며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팽가의 권각술인 파갑추(破甲錘)의 묘용을 살려 혼력벽력신공을 뭉쳐 내외부를 보호했다. 강기막을 뚫고 들어올 수 없도록 만든 것이다.
하지만 무진의 권격은 팽관혁의 예상을 뒤엎었다. 느린 붕권(鵬拳)이 태산을 담은 위력을 지녔다.
비틀거리며 물러선 팽관혁은 마음을 놓을 상황이 아니다. 무진의 권격은 시작에 불과했다. 말아 쥔 무진의 주먹에 와류가 형성되었다.
응축된 기운이 투명한 빛을 내며 팽관혁의 전신요혈을 노렸다.
‘초식의 연계가 자유로우며, 한계가 없다! 이럴 수가 있는 것인가!’
완벽한 형태의 무초식이 아닐 수 없다. 무공의 본질을 꿰뚫고 극에 달하면 시전자의 의지대로 발현된다. 이는 바로 심(心)의 극강 경지라고 할 수 있는 무공의 극의였다.
팽관혁조차 이제 막 발을 들인 신화경의 초석이었다. 그런데 고작 약관을 넘어 보이는 무진이 심의 경지를 선보이고 있었다.
퍼퍼퍼펑!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권로를 추적하여 막아보려고 했지만 무진의 권격은 궤도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듯했다. 곡선으로 뻗어 나온 듯한 권격이 직선으로 뻗어 나와 팽관혁의 가슴을 요격해 버렸다.
퍼어억!
팽관혁의 몸이 바람에 흔들리는 가랑잎처럼 휘청거렸다. 단전을 돌고 있던 혼원벽력신공이 나아갈 방향을 찾지 못했다.
이리 저리 흔들리는 풍랑 속의 돛단배와 같았다.
한 방을 맞고, 두 방을 맞고, 세 방을 맞았다. 충격이 내부와 외부를 흔들었다. 이대로는 승산이 전혀 없다는 것을 팽관혁은 직감했다.
“괴…물이구나!”
팽관혁은 입가에 흐르는 핏물을 닦지도 못했다. 이 이상 무진의 권격을 허용하면 몸이 버티지 못하고 무너질 것이다.
숨 막히는 광경을 지켜본 이들은 황당한 표정이었다. 세찬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비무대는 흔적도 없이 날아갔다. 근처에 가까이 접근하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실력을 과신한 무인들 중 일부가 기파에 갈가리 찢기는 장면을 본 순간부터 그럴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들 대부분이 상당한 거리를 벗어나 있었다.
하지만 볼 수 있었다. 팽관혁이 밀리고 있다는 것을.
천하16대고수가 밀리다니! 인정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건 꿈이야!”
“저…자가 과연 인간이란 말인가!”
“무…신이 아니라 마신이다!”
사람들은 오싹한 기분을 느꼈다.
팽관혁은 사람들이 놀라는 것과 별개로 눈앞의 현실을 인정하기 힘들었다. 수초식을 펼치고서도 무진은 지치기는커녕 숨소리 하나 거칠어지지 않았다. 사람이라고 할 수 없는 괴물 같은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다.
‘무섭구나! 과연 누가 있어 이런 자를 탄생시켰다는 말인가!’
팽관혁은 자신을 넘어서는 무진의 극강함에 절망감을 맛보아야 했다. 어느 누가 무진을 막을 수 있단 말인가!
이제는 방법이 없었다. 미완의 도법이지만 사용을 해야 한다. 최후의 절초를 사용하여 무진을 이겨야 한다. 이대로 패배를 한다면 중원무림은 고개를 들 수 없다.
팽관혁은 최대한 집중했다. 기회는 단 한 번뿐이다. 보지 않고 감각으로 느껴야 했다.
팽관혁은 흐릿하지만 무진의 신형을 느낄 수가 있었다.
슈우우욱! 터어엉!
도를 휘둘러 무진의 일격을 간신히 막았다.
반동을 이용한 팽관혁은 혼원벽력도의 마지막초식이자 미환성의 구결인 혼원만상심뢰(混元萬象心雷)를 펼쳤다. 그의 평생 심력을 동원하여 완성을 시키려던 미완의 도법이다.
심도(心刀)의 경지를 어느 정도는 맛을 보았다고 해도 부족하지 않았다.
팽관혁의 벽력신도에서 하늘을 덮는 뇌의 줄기가 사방으로 뻗어 나왔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벼락의 줄기였다. 줄기 하나하나에 팽관혁의 의지가 담겨 있었다.
무진은 쏟아지는 벼락줄기를 보면서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하늘을 향해 권을 내질렀다.
“그래봤자 소용없다.”
무진의 권에서 형성된 무형의 권이 위에서 쏟아지는 벼락줄기와 부딪쳤다.
권은 일권(一拳)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거대했다. 벼락마저 무진의 권에 우그러지며 소멸되었다. 권은 멈추지 않고 팽관혁의 신형마저 잡아내었다.
퍼어어어어엉!
전심전력을 쏟은 직후라 팽관혁은 피할 여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 무형권강(無形拳剛)에 적중된 팽관혁의 몸이 대포알처럼 위로 솟구쳐 올랐다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쿨럭!”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버렸다.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성한 곳이 없어 보이기까지 했다.
만신창이가 된 팽관혁은 두 눈을 부릅뜬 채 무진을 보고 있었다. 패배를 인정하기 힘들었다. 그가 쥐고 있던 벽력신도의 도면에 금이 가 있었다. 평생을 함께한 도가 무진의 권력을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저벅! 저벅!
압도적인 역량의 차이를 보여준 무진이 팽관혁 앞으로 걸어왔다. 패자를 내려다보는 무진의 표정은 당연해 보였다.
“도제라고 하더니 별거 없군.”
부르르르!
패자는 짓밟는 잔인한 말이었다.
팽관혁은 화가 났지만 반박하지 못했다. 무진의 옷깃조차 건드리지 못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분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가 살아오면서 이처럼 무기력한 패배는 처음이다. 어느 누가 도제를 이렇게 무참하게 패배시킬 수 있단 말인가!
“실력도 없으면서 잘난 체하는 네놈들의 수준이 바로 이거다. 가당치도 않은 것들이 나대는 것은 짜증이 치밀거든.”
“나…를 이겼다고 해서 중원을 깔보지 마라!”
“물론 송사리 하나를 이겼다고 해서 자랑거리는 못 되겠지.”
“뭐…이놈!”
무진에게 팽관혁은 단숨에 숨통을 끊어버릴 수 있는 하루살이에 불과했다. 반면에 팽관혁은 무진의 오만함에 분노를 할 뿐이다. 몸은 이미 전의를 상실해 있었다.
“송사리들 몇이 모인다 한들 나를 이길 수 있다 보는가? 그렇다면 어디 한번 해봐라.”
“크으윽! 기…필코 갚아주겠다!”
모욕 중에 모욕이다.
수십 년 동안 무던히 수련했던 수양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지금 도제는 분노 이외는 느낄 수 없는 상태다. 무진을 향한 지독한 살의가 치솟았다.
“언제든지, 대신 어쭙잖은 짓을 하면 대가가 있다는 것을 알아둬라.”
무릎 꿇려진 팽관혁을 뒤로하고 무진은 돌아섰다. 더 이상 대화를 나눌 가치를 느끼지 못한 것이다.
남겨진 팽관혁은 수치와 분노로 일그러졌다. 무력한 패배로 인해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다. 상처 입은 무인은 맹수보다도 악랄하며 치졸하다.
뿌드득!
“나를 무시한…대가를 치러주마!”
무슨 수를 쓰든지 자존심을 회복해야 했다. 중원무림을 우습게 보는 변방의 오랑캐에서 무서움을 알려주어야 한다. 그것이 사명감처럼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