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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지존기 39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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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39화

제3장 연전연승(連戰連勝) (1)

 

권패 혁련천후의 참담한 패배.

전 무림을 진동시키는 충격적인 일이다. 권패는 천하무림서열 50위 내의 고수다. 천하를 뒤져보아도 권패에 비견되는 고수는 대문파의 문주 정도뿐이다.

무진의 무력을 지켜본 이들 모두 무신(武神)이라고 지칭했다. 중원의 무인을 무참히 패배시키고 얻은 별호라고 하기에는 너무 광오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계속 중원무인은 패배를 해왔다. 또 다른 무인이 나선다고 해도 이긴다는 보장이 없을 정도의 명성을 얻게 되었다.

소식은 정천맹에도 전달이 되었다. 맹 내에서도 권패가 패한 일로 인해 시끄럽다. 권패를 조금이나 아는 사람일수록 놀람은 컸다. 권패의 실질적인 무력이 천하16대고수에 비해서 부족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정천맹의 군사, 제갈수혁도 권패의 패배를 들었다. 그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권패는 정천맹에서도 끌어들이려던 인물이다. 정사대전 당시 권패는 정천맹에 힘을 보태주고 있었다.

당시에도 그의 권은 무적에 가까웠다. 제갈수혁도 혁련천후의 능력을 인정하고 있었다. 그런 권패가 이제 막 무림에 발을 들인 무진에게 처참하게 패했다.

“집법전과 호법전의 원로들이라고 해도 승부를 장담하기 어렵겠어!”

원로들을 보내기 위해서 적당히 명성을 쌓기 바랐는데 무진의 명성이 너무 커져 버렸다. 정천맹의 원로라고 해도 권패를 능가한다 장담하기 힘들었다.

만약 원로들이 권패와 같이 처참하게 패하기라도 하는 날에는 정천맹으로서는 지대한 타격을 받게 된다. 그렇다고 이대로 방관만 할 수도 없다. 천무상회에서 준다고 한 자금이 천문학적이기는 하나 자금은 얼마든지 따로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중원무림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정천맹이 변방의 무인을 두려워해서 나서지 않는다는 인상을 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곤란하게 만드는군.”

사파무림, 절대사천의 등장으로 가뜩이나 무림의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황이다. 그 가운데 뜻하지 않는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었다.

제갈수혁은 짜증이 치밀고 있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무진은 미친놈이었다. 놈은 진정으로 중원무림 전체를 농락하려 하고 있었다. 자신을 숨기고, 자제하며 기다려도 부족한 판국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계속 벌이다니!

“이대로는 안 되겠어.”

제갈수현은 무진을 가만히 두지 않을 생각이다. 무력으로 상대하기에는 껄끄럽고 의외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럴 때는 최대한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제갈수혁이 머리를 굴릴 때 맹주의 호출이 왔다. 그는 생각을 마무리하고 곧장 맹주전으로 달려갔다.

맹주는 정원에 나와 있었다. 정원에 마련된 탁자 위에서 한가롭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 불자의 신분이지만 적절한 절제만을 하며 생활했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았다. 물론 중의 신분으로는 대단한 호사를 누린다 할 수 있다.

제갈수혁이 정원을 감상하고 있는 공오대사에게 다가왔다.

“부르셨습니까?”

“앉게.”

“감사합니다.”

공오대사가 제갈수혁의 찻잔에 차를 따라주었다. 차의 향기가 제법 중후하고, 깔끔한 맛을 풍겼다.

“자네도 권패의 소식을 들었겠지.”

“그렇습니다.”

정천맹의 군사가 시중에 떠도는 소문도 듣지 못했다면 말이 되지 않는다. 그저 다시 한 번 물어보는 것에 불과했다.

“어찌할 생각이지?”

“솔직히 권패까지 이길 줄은 몰랐습니다.”

“그랬겠지.”

공오대사도 인정했다. 새파란 애송이가 권패를 이기다니 무서운 일이었다. 장차 천하제일고수가 된다 한들 부족하지 않은 실력이다. 중원의 무인, 그것도 구파일방의 무인, 특히 소림의 무인이라면 칭찬을 마다하지 않을 일이다.

공오대사는 제갈수혁의 결정에 나무라지는 않았다. 기다린 것이 오히려 다행이었다. 정천맹의 원로 중에 한 명을 보냈다가는 패했을 것이다.

권패가 지기 전까지는 그저 흥미로운 일에 불과하지만 지금부터는 달랐다. 변방의 무인에게 중원 무인이 조롱당하는 것을 끝까지 두고 볼 수는 없는 일이다.

“어차피 그는 중원인이 아닙니다. 적당한 구실을 붙어 제거해 버린다면 누구도 뭐라 하지 않을 것입니다.”

가장 간단하고 쉬운 방법이다. 구실이야 만들면 그만이다. 덤으로 천무상회의 재력까지 정천맹으로 흡수한다면 일거양득의 계책이 아닐 수 없다. 중원을 농락한 오랑캐에 대한 처벌이니 반발도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 보았다.

“자네는 역시 현실적이야.”

“그렇습니까.”

“하지만 때론 힘으로 눌러야 할 때가 있지.”

“무슨 말씀이신지?”

공오대사의 말뜻을 잠시 이해하지 못한 제갈수혁이었다.

“혼란한 시기네. 적당한 구실도 좋겠지만 확실한 승리가 필요한 때야. 변방의 무인 하나를 당해내지 못한다는 소문이 돌게 되면 무림이 정천맹을 어찌 보겠는가.”

“하지만 위험한 일입니다. 맹 내의 고수들을 믿지 못하는 바는 아니나 확실한 승부를 내기도 힘들 겁니다.”

“걱정 말게. 도제에게 말해 놓았네.”

“아!”

제갈수혁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도제(刀帝)가 과연 누구인가! 하북팽가의 전대 가주이며, 맹주인 불성 공오대사와 같은 천하16대고수다. 천하에 산재한 내로라하는 고수 중에서도 16명 안에 든다는 뜻이다.

비록 권패가 16대고수에 비견된다 한들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실 16대고수는 무인들의 비교대상에서 논외다. 그들의 무력은 일반적인 상상을 넘어선다. 감히 잣대로 잴 수 없는 능력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눈앞에 있는 공오대사가 흑룡성의 성주와 대결한 장면을 떠올린 제갈수혁은 오싹한 소름이 돋았다. 당시에 보여준 공오대사의 무력은 인간이 아닌 것 같았다. 그런 공오대사와 비슷한 역량을 지닌 벽력도제(霹靂刀帝) 팽관혁이었다. 천무상회주가 날고 긴다 하여 이길 수 있는 존재들이 아니다.

“맹주님의 뜻이 그렇다면 따르겠습니다.”

“자네의 뜻도 나쁘지는 않으니 실망하지 말게.”

“아닙니다.”

제갈수혁은 기분 나쁘지 않았다. 무력으로 꺾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해주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갈수혁은 계략을 늦추지 않았다.

‘만일이라는 것이 있으니.’

도제가 지지는 않겠지만 준비를 잊지는 않았다. 만일의 사태까지도 완벽하게 대응을 해야 한다. 그것이 정천맹의 군사로서 할 일이었다.

* * *

 

권패는 팔과 다리가 하나씩 부러지고, 얼굴은 길게 그어진 좌상으로 흉한 상처가 남았다. 참혹하게 패배를 당했다. 지켜본 이들 모두 심장이 오그라드는 것 같았다.

권패의 무참한 패배로 인해 패권문에서 항의를 하고, 사과를 요구했었다. 패권문의 문도들이 천무상회를 상대로 무력시위를 한 것이다. 당연히 천무상회는 항의를 받아주지 않았다.

패권문의 100명이나 되는 무인들이 청풍장원으로 쳐들어갔다. 결과는 처참함 그 자체였다. 천무상회의 회주는 패권문의 문도들을 사정 봐주지 않고 부숴버렸다. 살아남은 수가 고작 30명을 넘지 않았다. 그마저도 단전이 뭉개져서 다시 내공을 펼칠 수 없게 되었다.

중원의 무인들은 분개했다. 이유가 어찌 되었던 패권문의 문도들은 중원인이고, 천무상회주는 변방의 무인이다. 무진의 냉혈한 같은 잔인한 손속을 지탄했다. 무공으로는 어찌해볼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무진을 험담하고, 깔아뭉갰다.

냉혈무신(冷血武神)이 무진에게 새로 붙여진 별호였다. 무신의 별호가 붙는 동시에 그의 차가운 성향을 뚜렷이 나타낼 수 있었다.

무림의 지탄을 받게 되면서도 무진은 태연했다. 뒤에서 시끄럽게 나불대봤자 앞에 나와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것들이다. 하등 신경 쓸 이유를 느끼지 못했다.

강호를 진동시키는 비난 속에서도 비무대회는 지속되었다. 그러나 상대는 쉬이 나오지 않았다. 무진을 상대로 험담은 해도 직접 나와서 대적할 자가 없었다. 무인들 대부분이 잘못 나서면 죽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무진은 하수라고 해서 봐주지 않았다. 무참히, 그리고 다시 회복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주었다.

4일째 비무가 벌어지지 않을 때 누군가가 비무대 위로 올라섰다. 초라한 행색에 등이 굽어 있는 모습이었다. 두꺼비처럼 생긴 자가 비무대 위로 올라와 무진을 상대로 큰소리를 쳤다.

“네놈이 무진이냐?”

“그렇다.”

“곱게 자란 애송이가 무림을 우습게 보는 것은 참을 수 없지.”

그는 꼽추지만 덩치가 제법 컸다. 그의 외형만 보면 끔찍한 모습이나 누구도 그를 향해 그따위 말을 하지 못했다. 그가 바로 광투귀(狂鬪鬼) 홍불기였다.

그는 평민의 집안에서 꼽추로 태어나 온갖 천대를 받았다. 강해지기 위해서 여러 문파를 찾아다녔지만 꼽추에게 무공을 가르쳐 주는 곳은 없었다. 목숨을 위협받은 상황 속에서 우연하게 기연을 얻었다. 전격류(戰擊流)라고 불리는 무공으로 전투를 펼칠수록 강해진다.

홍불기는 미친 듯이 전투에 매진했다. 그에게 전투는 삶의 전부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에게 전투에 미친 마귀라는 별호가 붙었다. 이제 웬만한 자는 상대조차 되지 않는다. 한번 붙어본 자는 이기더라도 치를 떨 정도다.

“광투귀다!”

“그 무공에 미친놈!”

“아니, 전투에 미친놈이지!”

홍불기는 깨끗한 피부와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무진의 경우 잘생겼다 할 수는 없으나 매력이 있는 얼굴이었다. 피부 또한 거칠지 않고 매끄러웠다. 약관의 나이에 명성도 얻었다. 홍불기가 가지지 못한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이 신경을 거슬렸다.

“네놈의 얼굴을 짓이겨 주마!”

“병신이 사람처럼 말을 하니 짜증이 나는군.”

“뭐…야?”

무진의 말에 살기를 풀풀 풍기는 홍불기였다.

“죽여주마!”

“같잖은 실력으로 덤비지 말라 경고했다.”

무진의 음성은 고저가 없다. 그저 경고를 할 뿐이다.

권패를 이겼다는 것은 홍불기도 들었다. 강호서열상 권패의 아래지만 홍불기도 권패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이었다.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홍불기뿐이다.

“전격류의 무서움을 보여주마.”

슈우우웅!

홍불기가 감각 전투술을 발휘했다. 감각을 극도로 단련하여 적의 움직임에 맞추어 자유자재로 변화가 가능하다. 화려하지는 않아도 상당히 실전적인 전투술이다. 내공의 고수조차 광투귀에게 어처구니없이 패한 적이 있는 것으로 봐서는 위험하지 않다 할 수 없다.

빠아악!

휘둘러진 청룡곤이 홍불기의 주둥아리를 가격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사각에서 날아온 공격이었다. 홍불기는 한 대를 맞더니 비무장의 가장자리까지 굴러갔다. 징그러운 얼굴의 옆면이 벌써 푸르스름하게 변했다. 그나마 얼굴이 박살나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아니?”

전격류는 감각전투술이다. 상대의 공격을 본능적인 감각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피하기는커녕 반응도 하지 못했다. 전격류를 익히고 8성이 넘어가면서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던 홍불기는 당황했다.

짧은 시간 수많은 생각이 지나갔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불가였다. 무진의 반격을 우연으로 치부했다. 세상 천지에 전격류의 기감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자부하기 때문이다.

“제법 한 수가 있구나!”

“정신을 못 차리는군.”

홍불기가 두 팔을 바닥에 대고, 두꺼비처럼 웅크렸다. 그의 돌진력은 두 다리에 있었다. 마치 두꺼비가 위로 비상하는 것처럼 솟아오르는 특징이 있다. 그 속도가 너무 빨라 알고서도 쉬이 막지 못하는 초섬보(超蟾步)라는 보법이다. 초섬보는 홍불기가 신체적 결함을 극복하기 위해서 만들은 자신만의 보법이었다.

‘팍!’하는 소리와 함께 홍불기가 다시 한 번 무진을 향해 돌진했다. 두꺼비가 허공으로 곡선을 그리는 것과 다르게 홍불기는 일직선으로 공간을 뛰어넘어 왔다. 직선의 빠르기가 굉장했다. 창으로 찌르고 들어오는 것 같았다.

슈유융! 쿠아아앙!

무진이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물러섰다.

잔상을 남기며 사라진 무진의 신형을 홍불기가 꿰뚫었다. 홍불기의 손톱은 강철도 뚫을 수가 있었다. 손톱에 닿은 바닥이 두부처럼 부서지며 폭발을 일으켰다.

홍불기의 공격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직선적이고, 유연하지 못한 공격일 것이라 여겼는데, 예상외로 공격의 다변(多變)이 가능했다.

보법은 다리의 힘으로 움직인다. 그에 반해 홍불기는 다리와 팔의 능력이 같았다. 팔로 바닥을 치자 초섬보가 또다시 발휘되었다. 홍불기는 신발을 신지 않았다. 날카롭게 벼린 발톱이 무진의 얼굴로 날아왔다.

타앙!

무진이 청룡곤을 들어 홍불기의 각법을 막아내었다. 막아서 쳐내자 반동을 탄 홍불기가 아래서 위로 역으로 솟구쳐 오르는 것이 아닌가!

참으로 변화무쌍하고 변칙적인 공격이 아닐 수 없었다. 작은 공간을 활용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보기에는 그다지 화려하지 않지만 맞부딪치는 상대는 결코 만만하다 여길 수 없는 공격이었다.

홍불기의 손과 발이 현란하게 움직여 무진의 시야를 어지럽혔다. 감각에 의존하는 감각전투술다웠다. 감각이라는 영역을 만들고 그 안에서 공격을 강행하기에 상대는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반면에 무진은 달랐다. 홍불기가 감각전투술을 사용한 것은 재앙이었다. 잴 수 없는 능력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야 했다.

홍불기는 기세를 탔다고 여겼다. 전신의 공력을 모두 쏟아 부었다. 여기서 이긴다면 무진의 명성을 전부 빼앗을 수 있었다. 새로이 무신의 반열에 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무진의 치명적인 사혈을 향해 오른손을 뻗었다. 수백만 번 이상 벼린 손톱이다. 강철도 손톱에 걸리면 그대로 뚫려 버린다. 무진의 가슴이 뚫리고 쓰러질 것이라 기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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