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지존기 3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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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964회 작성일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37화
제2장 무신(武神)의 등장 (5)
사도진은 10년 전 돌연 강호무림에서 사라졌었다. 그는 처음 강호를 내딛고 난 후부터 10년간 도산검림(刀山劍林) 속에서 지독하게 살아왔다. 삼류낭인부터 시작해서 기연을 얻어 무림에서도 알아주는 명성을 얻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몸 안에 배인 피가 그의 마음을 차갑게 식혀 버렸다. 강호를 주유했던 모든 것들이 허망하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래서 잊고 있던 세월을 따라 고향으로 돌아왔다.
고향에 버리고 온 아내가 아직도 기다리는지 알고 싶었다. 그런데 그가 본 것은 세월의 무상함과 참혹함이었다. 사도진을 그리워한 부인이 기다리다가 병에 걸려 죽고, 아들은 홀로 고되게 살다 한기(寒氣)가 뼛속까지 스며들어 죽을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도진은 삶의 회한이 들었다. 이대로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죽는 것을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내공으로 추궁과혈을 하여 기운을 살피고, 의원을 데려왔다.
하지만 역시나 가망이 없다 했다. 스며든 한기가 골격을 타고 흘러 빼내지도 못한다고 한다. 이대로 내부부터 얼어서 죽을 것이라 했다.
방법이 있다면 만년열왕지력을 흡수한 열화과뿐이라고 했다. 만년삼왕(萬年蔘王)이나 만년하수오(萬年何首烏)도 구하기 힘든 영초다. 반면에 열화과는 인세에 한번 전해진 것이 전부였다.
도저히 구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사도진은 포기하지 않았다.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했다.
열양지력의 속성을 지닌 영과와 영단을 구해 아들에게 복용시켰다. 하지만 아들의 생명을 간신히 연명하는 것이 전부였다. 어떻게 해서든 열화과를 복용시켜야 했다. 천하를 다 뒤져서라도 찾아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꼈다.
그러나 세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홀로 천하를 다 뒤질 수는 없었다. 그래서 사도진은 비무대회에 참가했다. 무진을 이겨 그 돈으로 천무상회와 거래를 할 생각이었다.
“열화과를 준다면 뭐든지 하겠소이다!”
“그럼 이걸 복용해라.”
무진은 붉은색을 띠고 있는 단(丹)을 내밀었다. 요사스런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붉은색의 기운은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능력을 지녔다.
“이게 무엇이오?”
“혈독고다.”
무진은 혈독고의 효용을 설명해 주었다. 일단 복용하고 나면 무진이 주는 해독제를 먹지 않고서는 벗어날 수 없는 지독한 벌레였다. 사도진의 창백한 얼굴이 시퍼렇게 변해갔다. 분노로 인해 살기마저 형성되고 있었다.
“지금 나보고 고를 복용하라 이 말이오!”
“네가 나를 믿지 않듯이 나도 너를 믿을 수 없다.”
“나를 어떻게 보고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이오!”
“싫다면 꺼져라.”
무진은 아쉬울 것 없다는 듯한 태도였다. 사도진은 분노했지만 쉬이 나가지 못했다. 이대로 방문을 나가게 되면 아들은 죽는다. 여덟 살 때부터 앓아누워 온 녀석이 세상을 알지 못한 채 죽어간다. 그렇게 놔둘 수많은 없었다.
“복용하겠소. 대신 아들에게 먼저 열화과를 복용시켜주시오!”
“그러지.”
“데려오겠소.”
사도진은 객잔으로 돌아가서 사도욱을 데려왔다. 병색이 완연한 사도욱은 20세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작고, 메말랐다. 살가죽이 뼈에 달라붙어 있는 미라를 보는 듯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측은지심을 일으키겠지만 무진은 담담했다.
무진은 사도욱의 전신을 허공을 띄운 후 격공의 수법으로 추궁과혈을 시켰다. 그와 동시에 열화과의 열기를 정련하여 화정(火精)을 만들었다. 화정의 기운을 사도욱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조절한 후 복용시켰다.
타는 듯한 열기가 사도욱의 전신을 휘감았다. 몸 안에 형성되었던 천한지력(天寒之力)이 열화과의 화정과 교합을 하기 시작했다.
극양(極陽), 극한(極寒)의 기운이 사도욱의 몸 안에 감돌았다. 폭사하는 기운의 여파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우우우웅!
허공으로 떠오른 사도욱의 몸에 반은 서리가 반은 열기가 번지고 있었다.
“제법 반항이 심하군.”
무진이 사도진의 사정을 파악한 것은 사도욱 때문이다. 사도욱이 지닌 기운은 보통의 한기가 아니다. 땅에 스며 있는 음의 지력을 받고 태어난 존재였다.
흔하지 않은 기운으로 인해 양기가 떨어지고, 서서히 몸 안에서부터 얼어갔을 것이다. 간신히 목숨을 연명하고 있었던 것은 사도진의 내력과 영약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는 절정에 달해 있었다. 작용과 반작용에 의해서 한기가 점점 극에 달해 있는 있었다. 조금만 지체해도 얼음 덩어리가 되어 부서졌을 것이다.
무진은 내력을 세밀히 조절하여 기운을 흡입하는 데 집중했다.
투명할 정도로 푸른빛을 내는 한극지정(寒極之精)이 형상화되어 사도욱의 몸 밖으로 뿜어져 나왔다. 또한 한극지정을 뽑아내기 위한 화극지정(火極之精)의 기운도 서서히 밖으로 배출이 되었다.
무진은 한기와 화기의 극에 달한 기운을 합일시켰다. 응축되어진 기운은 상상할 수 없는 폭발적인 기운을 뿜어내었다.
무진은 서서히 기운을 갈무리하여 단으로 형성해 내었다. 화기와 한기가 조화를 이루어 외부로 발산되지 않았다. 신비하고 영롱한 빛을 내는 신단이 되었다.
천한의 지력과 만극의 화정을 결합하여야만 음양무극신정(陰洋無極神精)이라고 불리는 신단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한 가지만 가지고서는 절대 신단으로 제조가 불가능하다. 사도욱이 필요한 것도 열화과를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됐군.”
무진은 사도욱의 신체를 확인해 보았다. 음양의 조화가 이루어졌다. 음양합일의 여파를 고스란히 겪었던 사도욱이다. 몸이 변화를 일으켰었다. 한 번의 탈피를 끝낸 덕에 몸은 전과 달리 20세의 청년이 되었다. 골격에 스며든 한기와 화기가 합일을 이루면서 화한불침지체(火寒不侵之體)를 이루어졌다.
무진은 사도욱의 변화에 만족했다. 음양무극신정의 100분지 1도 흡수하지 못한 사도욱의 변화가 환골탈태였다. 그 위력이 어마어마했다. 만약 음양무극신정을 완벽히 흡수한다면 무적의 내력과 신체를 얻는 것도 꿈이 아니었다.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도진은 안에서 분출되는 기운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상상하기 힘든 기운이었다. 사도진조차 감히 어찌해볼 수 없는 철벽같은 거대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리고 얼마 후 기운이 잠잠해졌다.
끼익!
문을 열고 무진이 나왔다.
사도진은 그 즉시 방문으로 들어가 사도욱을 확인했다. 변화된 사도욱의 몸을 보고 사도진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아들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아들의 오른쪽 등에 있는 3개의 점을 확인하자 복받치는 마음을 억누르기 힘들었다. 한동안 사도욱을 붙잡고 눈물을 흘렸다.
일각 정도 흐른 뒤 사도진은 냉정을 찾을 수 있었다.
“환골탈태를 시키다니!”
냉정을 회복하자 현실을 믿을 수가 없다. 사도진이라고 해도 이미 한기가 뼈에 스며든 사도욱을 환골탈태시킬 수 없다. 아니 전 무림을 통틀어도 그런 굉장한 일을 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무진의 모습은 전과 같이 평온했다. 막대한 내력을 소모한 것이 분명한 대도 불구하고 숨조차 거칠어지지 않았다.
“믿을 수가 없구나!”
사도진은 소름이 돋았다. 그가 대결을 펼치려 했던 무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대단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지 감히 짐작도 되지 않았다. 가히 무신(武神)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었다. 중원무림을 상대로 광오한 말을 한 것도 이해가 되었다. 자신이라도 이만한 무력이 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약속을 지켜야지.”
무진의 무감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도진은 떨리는 가슴을 주제하기 힘들었다. 사람이라는 것이 일단 원하는 것을 채우면 달라지기 마련이다. 한 줌의 망설임도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잠시 머뭇거렸지만 평생을 살아오면서 스스로 정한 원칙은 어기지 않았다. 사도진은 무진의 말대로 혈독고를 복용했다. 혈독고는 아직까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사도진이 물었다.
“이제 어찌할 겁니까.”
“너는 이제부터 역천대(逆天隊)의 대주다.”
“역천대?”
하늘을 거스르고, 세상을 뒤집는 일의 선봉이 될 것이라 명했다. 무진은 중원 상계에 발을 들이기 전부터 필요한 무인들을 수집했다. 비무대회는 대계(大計)를 위한 일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쓸모 있는 무인들을 선별하는 수단이 되었다.
사도진은 제법 뛰어난 역량을 지닌 자다. 그가 지닌 명성에 비해 훨씬 강하다는 소리였다.
역천대는 총 150명으로 되어 있으며 그들 모두 사도진에 비해 부족하다고 할 수 없는 자들이다. 또한 사도진과 마찬가지로 혈독고를 복용했다. 필요에 의해서 수집되어진 존재들이다. 무진은 그들을 밀영대와 같이 신뢰하지 않았다.
“나는 너를 신뢰하지 않는다. 나를 변화시키는 것은 전적으로 너의 몫이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너와 네 아들을 위해서라도 그러는 게 좋을 거야.”
오싹!
사도진은 오싹한 한기를 느꼈다. 허튼 수작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불순한 의도를 보이게 되면 어찌될지 상상하기도 싫었다.
무진은 틈을 보이지 않았다. 사람의 마음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배신한다면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구질구질한 변명은 필요 없다. 결과만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한다.
무진은 밀영1호 차중천을 불렀다. 어둠 속에서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도진조차 기척을 느끼지 못했다. 사도진은 바로 뒤에서 유령처럼 나타난 존재를 보자 털이 곤두서는 것 같은 기분을 맛보았다.
‘도대체 이게 말이 되는 일인가!’
사도진이 이제까지 알고 있던 강호가 아니었다. 하늘에 뚝 떨어진 괴물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험난 강호를 질주했다고 자신했던 자부심이 모래성처럼 허물어지는 기분이었다.
“천이를 데려와라.”
“예.”
슈슉!
무진의 명이 떨어지자 밀영1호는 잔상이 되어 사라졌다. 사도진은 집중을 했지만 바로 앞에 있는 존재도 잡아내지 못했다. 자신감이 점점 줄어들었다. 하지만 투지는 꺾이지 않았다.
‘반드시 더 강해진다.’
무진은 투지를 불태우는 사도진을 보며 사이한 미소를 지었다. 보통의 인간은 거대한 절벽을 보면 포기하고 돌아선다. 그에 반에 세상의 상식을 벗어난 자들은 죽을지언정 전의를 꺾지 않는다.
사도진은 후자였다. 그래서 쓸모가 있었다.
‘그래야지.’
도구가 도구 역할을 하지 못하면 폐기 처분한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날카롭게 벼려야 할 것이다. 무진은 나태한 종자를 두고 보는 자가 아니다.
비무가 또다시 시작되었다.
3번째 비무대회도 거의 막바지에 다가오고 있었다. 13일째 되던 날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 도전을 해왔다.
권패(拳敗) 혁련천후.
패권문(敗拳門)의 문주이며, 천하무림서열 50위 안에 드는 권각술의 절대고수다. 주먹 하나로 중원무림을 일패도지(一敗塗地)할 능력을 가지고 있는 무시무시한 자였다.
특히 그가 펼치는 철혈패황권(鐵血敗皇拳)은 집채만 한 전각도 단숨에 부숴버리는 극강의 위력을 지녔다고 한다. 비록 정천맹에 속해 있지 않아 세를 늘리지는 못하나 권패의 명성을 무시할 존재는 아무도 없었다.
패권문의 무인들을 데리고 혁련천후가 비무대회에 참석했다. 7척에 달하는 육중한 몸체와 강철을 연상케 하는 단단한 근육, 보는 이를 압도하는 위용을 가졌다. 풍기는 기세만으로 만인을 압도하는 만부부당(萬夫不當)의 현신을 보는 듯 했다.
그가 걸어가자 비무장 주변을 감싸고 있던 사람들과 무인들이 저도 모르게 좌우로 벌어지며, 길을 터 주었다.
혁련천후가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비무대 위에 올라섰다. 부릅뜬 눈에서 형언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기세가 뻗어 나와 무진의 주변을 조여 왔다.
피식!
기세로 상대의 기세를 꺾는다. 무공을 겨루기 전에 펼치는 기세싸움이었다. 하지만 무진은 평온함과 무심함으로 혁련천후의 무형지기(無形之氣)를 흩트려 버렸다. 혁련천후는 무진의 실력이 범상치 않다는 것을 간파했다.
“제법이군!”
“고맙다고 해야 하나.”
“비루한 오랑캐답게 존장을 대하는 예의를 배우지 못했구나!”
“잡종 주제에 말이 많군.”
중원대륙은 중원이라는 큰 중심 속에 하나라는 뜻으로 뭉쳐 있다. 하지만 내면을 들어가 보면 여러 부족이 섞여 혼합이 된 잡종에 불과하다. 흔히 중원인을 저속하게 표현할 때 쓰는 말이었다.
무진의 대꾸에 화가 날만도 하지만 혁련천후는 그다지 표정변화가 없었다. 그는 말보다는 주먹으로써 결과를 도출해 내는 성격이다. 그의 큰 주먹이 말아 쥐어졌다. 철토시를 박아 놓은 것 같은 강철보다 단단한 주먹이었다.
“내 앞에서 배짱을 부린 놈도 오랜만이군.”
“주제를 너무 과대평가는 것 같군.”
“언제까지 그럴 수 있나 확인해봐 주지!”
“와라.”
대결은 시작되었다.
북풍한설과 같은 차가운 돌풍이 몰아쳤다. 혁련천후와 무진 사이에 공간의 틈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서로의 투기가 비수가 되어 사방을 노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