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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지존기 36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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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36화

제2장 무신(武神)의 등장 (4)

 

정보를 검토해 본 제갈수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초절정 이상이라.”

지금까지 천무상회의 회주가 꺾은 고수들의 이력을 보았다. 상회의 회주가 지닌 무력이라고 하기에는 과했다.

웬만하면 제갈수혁의 선에서 단주급 정도로 선택을 하려고 했는데, 만만치가 않았다. 정천맹의 단주로서는 이긴다고 장담하기 힘들었다. 최소 당주급 이상, 아니면 집법전(執法殿)의 장로급 고수들이 나와주어야 한다.

무진의 무력을 확인하고 난 후 숨은 계략이 있는지 파악을 해보았지만 별 무리는 없어 보였다. 그러나 정천맹의 명예를 위해서는 신중하게 움직여야 했다. 만일 정천맹의 고수가 패하게 되면 불명예의 극치였다.

제갈수혁은 정리된 자료를 확인하고 난 후 맹주를 뵈러 갔다.

맹주실에 들어온 제갈수혁은 공오대사에게 천무상회의 제안을 알렸다. 공오대사는 상계의 일에는 관심이 없지만 무진의 제안에는 흥미가 동했다. 상인이 무림을 상대로 도전을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달리 보면 상당히 건방지고 불손한 행동이었다.

“군사는 어찌하는 게 나을 것 같나?”

“제 생각에는 조금 더 기다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중원무림을 얕보고 있는 변방의 상인에게 한번쯤 무서움을 보여주는 것도 좋을 것이라 여기는데, 왜 기다리라는 것인가.”

불자의 신분이기 전에 공오대사도 무인이다. 중원무림을 도발하는 무진을 가만히 내버려두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정해진 기일은 많습니다. 지금 당장 천무상회의 회주라는 자가 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럼 이대로 지켜보라는 건가.”

“그것이 아닙니다. 그자의 명성이 좀 더 올라갔을 때 맹의 고수를 보내 중원무림의 위대함과 정천맹의 무력을 대외적으로 과시하자는 것입니다.”

제갈수혁의 설명은 그럴듯했다. 공오대사가 보기에 무진은 초절정의 중상에 해당하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초절정에 범접한 고수를 연달아 격파하고도 무리가 없는 것을 보니 초절정 최상에 달하는 고수가 나가야 할 것이다. 그만한 고수는 중원에도 그리 많다고 할 수 없다.

“아직은 실력을 좀 더 확인하자는 말이군.”

“그렇습니다. 정확한 실력을 모르는 상황에서 섣불리 맹 내의 고수를 파견했다 불상사가 발생하면 맹의 위신에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겠군. 그럼 자네의 뜻대로 하게.”

“알겠습니다.”

공오대사와 제갈수혁의 생각이 일치했다. 사파무림에 입은 뜻하지 않은 피해로 인해 천하무림의 중심이라는 자부심에 타격을 받았다. 그것을 만회할 기회가 필요했다.

더군다나 변황무림에 대한 견제를 하기 위해서 맹 내의 전투부대를 파견한 상태다. 각 문파의 원로급 고수들만이 남아 있었다. 그들은 쉽게 다룰 수 있는 존재들이 아니다.

각 문파의 최고 고수이면서, 문파의 수장을 맡았던 이들이다. 이제 막 무림에 밟을 들인 애송이를 상대하기 위해 보낸다면 쉽게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천무상회의 회주가 실력을 입증하고, 명성을 쌓을 시간이 필요했다.

* * *

 

호수에 던져진 돌멩이 하나로 인해 생겨난 물결은 사방으로 퍼진다. 무진이 개최한 단독비무대결은 중원무림의 호승심과 자존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독심곤룡이라는 차세대 고수의 별호까지 얻은 이상 간과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두 차례의 비무가 끝나고 15일 흘렀다. 비무는 15일간 이루어지고, 15일을 쉬었다. 시일의 간격을 두어 비무자들이 모이도록 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천무상회주의 실력을 무시하던 무림의 고수들과 은거한 고수들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다.

청풍장원 외곽에 설치한 비무장 주변에는 여전히 인파가 북적였다. 두 차례의 비무를 하는 동안 중원무인들은 처참하게 패배했다.

반면에 비열한 수법을 사용했던 잔혈독검 독고랑을 제외하고는 죽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대결은 공정하게 이루어졌다. 불미스러운 사건은 더 이상 벌어지지 않았다.

3번째 비무가 벌어지기 전이었다.

청풍장원의 정문이 열리고, 무인들이 도열했다. 그 사이를 무진이 걸어나와 비무장 위에 오만하게 섰다. 입가에 미소를 띤 그는 그 어느 때보다 여유로운 모습이다. 그것이 무인들의 심기를 자극했다.

“용기가 있는 자는 올라오라.”

크지도 작지 않은 무진의 목소리다. 하지만 모두가 듣기에는 충분했다. 무진에게서 극의에 달한 자신감이 내비쳐졌다. 중원무인들을 무시하는 듯한 음색이었다.

저벅! 저벅!

검은색 무복을 입은 자가 비무장 위로 올라섰다. 새하얀 피부에 검은색 무복이 대조를 이루었다. 큰 체격에 비해서 옷은 헐렁했다. 마치 내부의 모습을 감추려고 하는 듯한 인상을 풍겼다. 그는 비무장에 올라 무진에게 이름을 밝히고 대결을 요청했다.

“사도진이오.”

“무진이다.”

흑의 무복을 입은 중년인의 이름이 밝혀지자 무인들은 놀라는 기색이 완연했다.

백안마검(白眼魔劍) 사도진.

강호서열100위 안에 드는 고수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까지 비무대회에 참여한 무인들과는 차원이 다른 존재들이다. 중원의 고수들을 정확하게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기는 하지만 알려진 고수들 중에서 100명 안에 든다는 것은 굉장한 실력을 소유했다는 뜻이다.

사도진은 근래에 들어 활동하지 않았다. 10년 전에 홀연히 강호에서 사라졌었다. 지금에 와서 불현듯 나타난 것이 의외였다. 특히 그가 활동할 당시에 보여준 검력은 대단히 무섭고 광폭했다. 겉으로 보이는 인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사도진은 별달리 무진과 길게 말을 섞지 않았다. 들고 있던 검을 뽑아 들며 무진에게 겨누었다.

무진도 청룡곤을 들어 대결의 시작을 알렸다.

서로는 쉽사리 달려들지 않았다. 사도진은 좌에서 우로 돌면서 무진을 신중히 살폈다. 무진의 자세는 빈틈이 많아 보였다. 사도진은 무진이 들어오라고 시위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중압감을 느끼는 사도진이었다.

‘압박을 느낀단 말인가!’

사도진은 안색을 굳혔다. 무진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기운을 파악한 것이 아니라 감각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사도진은 이성보다 본능적인 감각을 믿었다.

‘호오!’

무진이 이채롭다는 듯이 사도진을 보았다.

‘제법 하는군.’

이제까지 멋모르고 덤벼온 놈들은 무진의 숨겨진 힘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그저 스스로의 실력에 자만하여 덤벼들었을 뿐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사도진은 무인으로서 제법 수양이 된 자였다.

무진은 시험하는 듯이 정면을 향해 한 걸음 움직였다. 그와 동시에 무형의 기운을 조율하여 사도진의 기감을 자극했다. 예상대로 사도진은 무진의 영역이 덤벼 들어오자 저도 모르게 뒤로 밀렸다.

주르륵!

사도진은 기겁했다. 검을 뽑은 채 검로의 사정권을 계산해 두었다. 그 안으로 들어오면 바로 공격을 하려고 했는데, 공격을 할 수 없었다. 어찌 된 영문인지 파악하기도 힘들었다.

‘쉬운 상대가 아니다!’

왜 이제까지 중원무인들이 무진에게 패했는지 알 수 있었다. 무진의 무력은 보여준 것보다 감추어진 것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지간한 수법으로는 절대 무진을 이길 수 없었다.

사도진은 계속 망설이고만 있을 수만은 없었다. 무진이 지속적으로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며 흔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조금씩 밀려 비무대의 가장자리까지 오고 말았다. 사도진은 이를 악물었다.

‘일검승부다!’

일검으로 승부를 내지 못하면 패배한다는 것을 직감했다.

사도진의 기운이 변했다. 백원천환공(白原天環功)을 극성으로 끌어 올렸다. 단전에서 회전한 기운이 혈맥을 타고 전신으로 퍼져 나왔다. 사도진의 호흡에 따라 주변이 와류(渦流)를 형성했다.

사도진은 흐름을 끌어와서 승기를 높였다. 그와 동시의 독문검법이라고 할 수 있는 일주파황검(一週破皇劍)을 뻗었다. 기기묘묘하지도, 환상을 일으키지도 않았다. 그저 일직선으로 뻗어나가는 직선의 검법이다. 변화조차 없는 단조로운 찌르기지만 빨랐다. 그리고 패도적이었다.

무진도 물러서지 않고 맞상대 해주었다.

후우우웅!

둘 사이에 바람이 불었다. 사나운 기류는 비무대 위뿐만 아니라 주변까지 미쳤다. 삽시간에 불어닥친 폭풍 같은 기세에 사람들은 움찔거리며 물러섰다. 마치 예리한 검의 날이 스쳐지나간 것 같았다.

터어어엉!

쿠다다당!

눈을 뜨기 힘든 와선의 돌풍이 불어닥친 직후에 무언가가 비무장 밖으로 떨어져 나가 바닥을 굴렀다.

비무대 아래로 떨어져서 비참하게 구른 존재는 핏물을 토해내었다. 그는 더 이상 싸울 기력이 없어 보였다. 일검승부에서 그는 패하고 말았다.

지켜보던 이들 모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천하100대고수 안에 든다는 백안마검 사도진이 단 일합으로 지고 만 것이다. 이것을 어찌 믿을 수 있단 말인가!

“백…안마검이 어이없이 지다니!”

“이대로 계속 지는 것 아냐!”

수준 높은 안목을 지닌 소수의 무인들은 대다수의 사람들과 생각이 달랐다. 일합승부이기는 하지만 둘 모두 전심전력을 기울였다는 것을 파악한 것이다.

사도진의 일주파황검은 원래가 패도일검이라고 불리는 일검격의 검술이다. 이검이 필요한 검술이 아니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다 해도 무진의 무력이 대단하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틀! 비틀!

간신히 일어난 사도진은 포권을 취하고 패배를 인정했다.

“졌소이다.”

“제법이었다.”

사도진의 몸이 잔경련을 일으켰다가 사라졌다. 예전과 달리 그는 승패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도 무인이었다. 승부에 지고 아무렇지 않다면 거짓말이었다. 더구나 이번에는 반드시 이겨야 했었다.

‘미안하구나.’

사도진은 쓸쓸히 비무대를 벗어났다. 이유가 어찌 되었건 명백한 패배다. 그리고 사도진은 마지막 순간 무진이 손속에 사정을 두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니었다면 그는 멀쩡히 살아서 움직이지 못했을 것이다.

비무대 위에 서 있던 무진이 떠나가는 사도진을 보았다.

멈칫!

걸어가던 사도진이 잠시 걸음을 멈췄다가 발걸음을 옮겼다.

사도진 이후에도 비무는 계속되었다. 제법 안목을 지닌 고수가 출전하여 무진을 상대했다. 내력을 소모한 무진이 회복하기 전에 공략을 하려던 의도였다.

하지만 무진은 같잖은 수를 쓰는 놈은 용서하지 않았다. 사지를 꺾어 버린 후 단전을 뭉개버렸다. 다시는 무공을 사용하지 못하게 만들은 것이다.

무진에게 어쭙잖은 수작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무인들은 깨달았다. 독심곤룡이라는 별호가 무색하지 않은 잔인한 손속을 보고 난 후에도 덤벼드는 무인은 없었다. 잔인하다고 규탄을 해봤자 무진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3차 비무의 첫날은 그렇게 흘러갔다.

구름 사이로 비추던 해가 서서히 지평선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지평선에 걸친 해 위로 새들이 무리 지어 날아가고 있었다. 어둠이 깔리기 전에 이동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해가 지기가 무섭게 어둠은 세상을 뒤덮었다. 비무장에 모였던 사람들 모두 사라지고, 황량함만이 남아 있었다.

어둠이 깔리는 시각, 해가 떠오르는 시각이 가장 어둡다. 달과 별이 지상을 비추거나 사라지기 직전이기 때문이다.

사사삭!

청풍장원의 능선부근 외곽 담벼락 위로 누군가가 넘어왔다. 잔영조차 남기지 않은 어둠 속의 인영은 신속하며 빨랐다. 소리조차 내지 않는 절정의 신법을 선보였다. 그는 지체하지 않고 장원의 주인이 머물고 있는 곳을 향해 스며들었다.

드르륵!

검은 인영은 문을 열었다. 4개의 큰 등불이 방 안을 비추고 있었다. 고풍스런 가구와 탁자의 중심에 앉아 있는 무진이 침입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진은 그가 누군지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불빛 속에 비쳐진 창백한 인상의 중년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바로 무진에게 패한 사도진이었다. 그의 표정에는 다급함과 절실함이 묻어 있었다.

“정말이오?”

“물론이다.”

“그럼 믿을 수 있도록 증거를 보여주시오!”

“좋다.”

무진은 탁자 위에 있는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상자는 여러 겹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내부에는 소진(小陣)이 설치되어 있었다.

상자가 열리자 후각을 자극하는 향내와 열기가 퍼져 나왔다. 삽시간에 방 안을 가득 메우는 열기였다.

사도진은 떨리는 눈으로 상자 안을 들여다보았다. 상자에는 그가 그토록 찾아 헤맸던 만년지력열양목(萬年地力熱陽木)에서 열리는 열화과(烈火果)가 들어 있었다.

격정에 휩싸이는 듯한 사도진이었다.

“네게 주지.”

“내가 왜 이것이 필요한지 알고 있소?”

“물론.”

무진은 천무상회의 정보망을 거미줄처럼 연결시켰다. 전 대륙에 퍼져 있는 그물망 같은 정보망은 무인들이 청풍장원에 모이기 전에 파악이 가능하도록 되었다. 사도진도 천무상회의 정보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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