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지존기 3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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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191회 작성일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33화
제2장 무신(武神)의 등장 (1)
마지막 발악을 한 천금상회마저 전부 흡수해 버린 무진은 천무상회를 천하제일상단의 반열에 올라서게 만들었다.
천무상회는 중원 전역을 거점지역으로 형성하며, 상권을 독점하였다. 독점하였다고 하여 물품의 적정가격을 마음대로 올리거나, 폭리를 취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천무상회라는 구심점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단일화된 체계로 인해 중원의 상권이 부흥되는 효과가 발생했다.
무진은 철저한 관리에 중점을 두면서 인재를 적정능력에 따라 배치했다. 거미줄처럼 그물망을 형성하여 상회 내에 벌어지는 일들을 확실하게 처리하였다.
또한 배경보다는 능력이었다. 능력이 되지 못한 자는 도태되고, 실력이 뛰어난 자는 승승장구했다. 단,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자는 쥐도 새도 모르게 제거해 버렸다.
무진은 막대한 자금의 일부를 빈민을 구제하는 데 사용했다. 뜻하지 않은 구제를 받은 백성들은 천무상회의 선정에 환호했다. 천무상회로 인해 궁핍했던 환경이 어느 정도는 개선이 되었던 것이다. 중원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황실까지 연계를 해 나갔다.
탄탄대로를 걷는 천무상회의 무진이 강호무림을 상대로 뜻밖의 제안을 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폭탄선언이었다.
감히 단언컨대 역사상 이처럼 광오하고 오만한 발언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강호무림에 전한다.
스스로 최강의 무인이라고 자부하는 자는 내게 도전하라.
나를 이긴다면 황금 100만 냥을 주겠다.
단, 하찮은 실력으로 주제넘은 짓을 하는 놈은 죽이겠다.
무진은 스스로의 정체를 드러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진이 중원인이라 여겼다. 변방의 상단을 천하제일상단으로 이끌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중원인이기에 가능했던 것이라 본 것이다.
밝히지 않는 것만 못한 진실을 공표한 무진의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 누구도 짐작하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도 무인들은 무진에게 도전했다. 돈에 눈이 먼 자들과 중원무인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자들이었다.
황금 100만 냥은 천문학적인 액수다. 무인들은 황금을 쫓아 천무상회로 몰려들었다. 반면에 변방의 상인 따위가 중원의 무인을 상대로 건방진 선포를 한 것에 화를 내는 무림인들도 있었다. 중원무림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무인들이 대거 등장했다.
비무가 벌어지기 전에 일부 무인들은 황금에 대한 욕심으로 천무상회를 급습했다. 결과는 처참했다. 천무상회는 덤벼오는 적은 가차 없이 소멸시켰다. 내부는커녕 천무상회의 외부조차 침입이 불가능했다. 천무상회의 무력이 예상보다 강하다는 것이 알게 모르게 퍼져 나갔다.
천무상회에서는 대결을 위해서 거대한 비무장을 설치했다. 비무대의 바닥은 청강석으로 이루어졌고, 그 주변은 단단한 받침대 역할을 하는 철 기둥이 박혀 있었다.
비무장 시공에 들어간 돈만 해도 일반 평민이 평생을 노력해도 벌 수 없는 액수였다. 대규모 공사가 벌어지고 난 후 마침내 대결의 날이 다가왔다.
바글! 바글!
발을 딛고 서 있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렸다. 청풍장원의 외부 전체를 감싸는 사람들의 수였다. 무인들과 구경하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오랜만에 벌어진 대규모 비무대회였다. 그리고 중원무림을 상대로 광오한 도전을 한 천무상회의 회주가 어떤 인물인지 사람들은 궁금해 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천무상회주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바람처럼 등장해 상계를 점령한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그의 존재 자체가 태풍의 핵과 같았다.
마침내 청풍장원의 웅장한 정문이 열렸다.
열려진 정문 사이로 천무상회의 무인들이 나왔다. 그들은 재빨리 자리를 잡아가며 비무대 위까지 길을 벌려 놓았다. 300명에 달하는 무인들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은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사람들은 물론 무인들까지 청풍장원의 무인들이 보통 이상이라는 것을 느꼈다.
좌우로 길이 형성되었다.
사람들은 비무의 형식을 이해하지 못했다. 일반 방파의 무림대회에서도 무인들의 실력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제한을 두기 마련이었다. 신법, 내력, 무공초식에 대한 이해를 선별과정에 두어 하류 무인들의 접근을 제한한다.
반면에 천무상회는 아무런 제한도 없다. 비무대 위에 올라와서 대결을 펼치면 끝이었다.
무림 역사상 가장 많은 인원이 모였다. 수도 없이 많은 무인들이 돈과 자존심을 위해 이 자리에 나온 것이다. 그들 모두를 상대하겠다는 천무상회주의 광오함이 만용처럼 느껴졌다.
웅성! 웅성!
사람들의 웅성대는 소리가 시끄러웠다. 장내에는 저마다 승패가 어찌될지 결정을 하는 듯한 모습들이었다. 모인 사람들 대부분은 천무상회의 회주가 만용을 부리다 처참하게 패할 것이라 확신했다.
과연 누가 황금 100만 냥의 주인이 될지 부러울 따름이다. 100만 냥만 가진다면 평생을 떵떵거리면서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때였다.
청풍장원에서 청삼무복을 입은 청년이 걸어 나와 2열로 도열해 있는 무인들 사이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청풍장원부터 줄을 잇는 무인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그제야 사람들은 청년이 천무상회의 회주인 강무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렇게 젊은 청년이 천하제일상단의 회주였어!”
“대단하네!”
“와! 부럽다!”
“흥! 부럽긴 뭐가!”
대다수의 사람들은 무진을 부러움과 시기의 상대로 보았다. 저토록 젊은 나이에 천하제일의 부자였다. 부럽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무인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눈앞의 젊은 애송이만 이기면 황금 100만 냥이 손에 들어온다. 욕망이 꿈틀거리듯이 솟구쳐 올랐다.
또 다른 반응은 투기와 살기였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무인은 맹수와 같았다. 변방의 오랑캐 따위가 중원무림을 넘볼 수 없도록 만들어 주겠다는 뜻이 명백했다.
모두의 주목을 받고 있는 무진은 별다른 표정이 없었다. 무진은 시위를 훑듯이 돌아보았다.
주변을 돌아봐도 쓸만한 놈들은 보이지 않았다.
‘하찮군.’
이제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절대고수라고 할만한 존재들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부분의 무인들이 돈에 눈이 멀어서 온 놈들뿐이다. 쓰레기들이 주제를 모르고 있었다. 손을 쓰기조차 아까운 놈들이 대다수였다.
저벅! 저벅!
무진은 천천히 비무장 위로 올라섰다. 모든 이들이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알게 모르게 긴장감이 형성되었다.
무진이 모인 이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용기가 있으면 올라오라.”
무진의 오만한 발언이 선포되었다. 무인들은 너도나도 먼저 올라서려 했다. 하지만 비무장은 청풍장원의 무인들이 구축한 방어진을 뚫고 들어와야 한다. 순서를 지키지 않는 자는 가만두지 않는다는 뜻이다.
무진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독사처럼 날카로운 기운을 지닌 존재가 비무장 위로 뛰어올랐다. 단숨에 5장의 거리를 격하고 날아오르는 실력이 범상치 않은 자였다. 그는 모인 무인들 중에서도 제법 상위의 실력자였다.
비무대 위로 날아온 존재가 무진을 마주했다.
“잔혈독검이다!”
“3대 혈낭인이잖아!”
잔혈독검(殘血毒劍) 독고랑. 낭인들 중에서도 가장 잔인하다는 혈낭인 3인 중에 1명이다.
특히 독고랑은 돈을 위해서는 물불 가리지 않는 독한 위인으로 알려졌다. 그의 별호에 독이 들어가는 것은 독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가 펼치는 잔영검법(殘影劍法)은 절정고수조차도 쉽사리 상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기묘묘했다.
“독고랑이다.”
“무진이다.”
꿈틀!
상대가 비록 천무상회의 회주라고는 하나, 무인으로서는 독고랑의 연배가 훨씬 높다. 이제 막 무림에 선을 보인 애송이가 함부로 경시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죽고 싶은 모양이구나!”
“할 수 있을까.”
“황금만 받고 가려고 했는데, 고초를 자초하는구나! 그렇다면 좋다! 무림이 얼마나 험한 세상인지 깨닫게 해주마!”
독고랑은 무진을 죽일 생각이 없다. 무진을 죽이게 되면 주변을 지키고 있는 호위무사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상회주를 죽였다고 돈을 주지 않으면 곤란했다. 적당히 무림에 대한 예의를 가르쳐 줄 생각이었다.
까닥!
무진이 덤비라는 신호를 했다.
독고랑의 심기가 무척이나 불쾌하게 변했다. 무진이 검지로 똥개 부르듯이 오라고 했기 때문이다. 무림에 나오고 나서 이처럼 살기를 자극한 놈도 극히 드물었다.
적당히 하려는 계획을 전폭적으로 수정했다. 이 기회에 세상물정 모르고 나대는 놈에게 무림의 무서움을 보여줄 것이다. 강호를 생각할 때마다 진저리를 치도록.
“강호의 무서움을 알려주지!”
파팟!
비무장의 발판을 밟았다. 독고랑의 신형이 날이 잔뜩 선 매의 활강처럼 빠르게 뻗어왔다. 수면 바로 아래의 먹이를 낚아채려는 듯한 기민하고 빠른 움직임이었다. 전섬보(電閃步)라고 불리는 독고랑의 독문보법이다.
정면으로 뻗어나가는 탄력을 이용해서 단숨에 검을 출수했다. 검은 빠르면서도 어지러웠다. 독고랑의 검은 연검(軟劍)이다. 연검은 다루기 어려운 반면에 환검의 묘리를 섞을 수 있다. 쾌와 환검을 절묘하게 섞어 상대를 쓰러뜨리는 수법이었다.
‘살이 찢기고 핏물을 흘려봐야 무림의 무서움을 알게 될 거다!’
머리나 심장 같은 단숨에 숨통을 끊을 수 있는 사혈을 노리지는 않았다. 여러 방향으로 공격을 가해 무진의 전신을 붉은 피로 물들게 할 작정이었다.
차악! 타앙!
쿠다다당!
검을 뻗은 독고랑이 오히려 바닥을 굴렀다.
독고랑은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검을 찔러 넣는 순간 의지와는 상관없이 검이 원을 그리더니 회전을 하기 시작했다. 반 회전을 한 힘이 그대로 반탄력이 되어 독고랑을 퉁겨 내었다.
바닥을 볼품없이 나뒹군 독고랑은 휘청거리며 간신히 일어났다.
“이…화접목!”
상대의 수법으로 역으로 되돌려 버리는 수법이다. 최소의 힘으로 적을 무너뜨리는 기술이기는 하나 쾌검과 환검을 사용하는 자에게는 결코 쉽지 않다. 쾌검을 꿰뚫어 보는 안법과 기운의 맥을 되돌리는 흐름을 파악해야 한다.
보통의 깨달음으로는 어림도 없는 고단위의 되치기수법이 아닐 수 없었다. 전력을 다한 수법이 아니라고 해도 독고랑은 쉬이 믿을 수 없었다.
‘저놈이 그 정도의 고수일 리 없다!’
독고랑은 무진을 향해 재차 달려들었다. 전력을 다해 전선보를 밟아 잔영검법의 최강초식을 펼쳤다. 잔영난분(殘影亂分), 잔영혈뢰(殘影血雷), 잔영멸사(殘影滅死)를 연거푸 출수하였다. 기기묘묘하면서도 변화가 무궁무진한 위력을 지닌 독고랑의 검법이었다.
휘이잉! 휙! 휙!
무진의 손가락이 작은 원을 그렸다. 위와 아래로 그어진 손가락이 천지인(天地人)을 가리켰다. 음(音)과 양(陽)의 교차점이 극의에 달해 화합을 이루면 태극을 이룬다.
기본적인 태극의 묘리에 불과하지만, 진극태극(眞極太極)이라고 불리는 요체는 무당에서조차 깨달은 자가 극히 드물 정도로 격조 높은 수법이다.
원 안에 형성된 태극의 묘리에 이화접목의 수법이 가미되자 독고랑의 공격은 고스란히 역으로 튕겨 나가 버리고 말았다. 독고랑은 공격을 할수록 온몸에 땀이 비 오듯이 흘러나왔다.
씨익!
무진이 독고랑을 하찮다는 듯이 보았다.
“별거 없군.”
“뭐얏!”
“그만 꺼져라.”
부르르르!
“이…놈! 죽인다!”
무진의 독설과 조소에 독고랑은 이성을 잃고 말았다. 그래서 비무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수법을 사용했다. 검을 뻗는 동시에 그의 소매 속에서 투명한 침이 발사되었다. 소매 속에서 발사된 침은 가늘었다. 날아가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무진은 비침의 존재를 모르는지 독고랑의 검을 쳐낼 뿐이었다. 어김없이 바닥을 구른 독고랑이 입가에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네놈은 끝이닷!”
“하수에게 3초식 이상은 과분하지.”
무진은 뜻 모를 말을 내뱉더니 발을 내디뎠다. 공간이 좌우로 갈라지며 독고랑의 코앞으로 무진이 나타났다.
독고랑은 눈앞에 나타난 무진을 보자 기겁하며 물러서려 했다. 하지만 무진의 권격이 빨랐다. 일권(一拳)이 배를 가격하자 독고랑의 신형이 낫처럼 휘었다. 이권(二拳)이 아래서 위로 들어 올려졌다. 독고랑의 턱이 부서지며 몸이 화살촉처럼 펴졌다.
“칠공…산을 맞…았는데…!”
칠공에서 피를 토하며 쓰러진다고 하여 붙여진 칠공독(七孔毒)이다. 대륙7대극독에 비해서는 부족할지 몰라도 일반적으로 일다경을 버티기 힘든 극독이었다.
독고랑은 이해할 수 없었다. 놈이 만독불침지체(萬毒不侵之體)일 리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독고랑의 생각은 다음에 이어지는 권격에 등이 부러지면서 끊겼다.
퍼어억! 뿌드드득!
천년고목이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독고랑의 의식은 사라졌다.
독고랑의 죽음.
비무장 주변의 소란이 거짓말처럼 잦아들었다. 잔혈독검이 비록 낭인의 신분이지만 무림에서도 알아주는 고수다. 저처럼 허무하게 죽을 정도로 약한 무인이 아니다.
무진의 실력이 모두의 예상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가 되었다.
무진은 죽어 있는 독고랑을 쓰레기 치우듯이 발로 차서 비무장 밖으로 던져 버렸다. 그리고 말했다.
“이게 중원무림의 실력인가? 그렇다면 실망인데.”
명백한 비웃음이다.
비무장 주변에 모인 무인들 중에서도 독고랑이 마지막에 사용한 수법을 본 자들이 있었다. 무진은 그들에게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그 정도도 보지 못하는 쓰레기들은 상관할 가치도 느끼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