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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100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7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00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00화

피 무지개 숲 (25)

 

“…똥 손이 따로 없네.”

무혁은 한숨을 내쉬면서도 빠르게 총알을 장전하기 시작했다.

다섯 발의 총알을 다 넣은 후에야 철컥- 소리와 함께 무혁이 조준 렌즈를 통해 1천7백 미터 밖에서 우왕좌왕- 달리고 있는 목표물들을 확인했다.

“후우우읍!”

호흡을 멈추고, 바짝- 긴장한 얼굴로 허겁지겁 달리는 남자의 머리를 조준하다 이내 총구를 조금 아래로 내렸다.

한 방에 머리를 날려버리는 것이 최고의 저격일지 모르나, 무혁으로서는 그런 실력이 없었기에 어디든 맞고 쓰러지라는 심정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푸슉- 하고 총알이 날아가자, 으아아아악- 하는 비명과 함께 남자 하나가 바닥에 머리를 처박으며 꼬꾸라졌다.

“처음부터 이랬어야 했는데…….”

처음에 쐈던 2발이 문제였다.

연속으로 두 발이 정확하게 머리를 뚫는 바람에 무혁은 저도 모르게 저격에 자신이 붙어서 머리만 노렸다.

그러나 뒤에 쏜 세 발이 모두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자 오기가 생겼고, 이내 다섯 발을 추가로 더 낭비하고 나서야 냉정을 되찾고 자신의 실력을 상기한 것이다.

뒤늦은 후회를 하며 무혁은 재빨리 저격용 소총을 장전했다.

이번에도 목표는 머리가 아닌 몸 전체!

푸슉- 소리가 무혁의 귓가에만 맴돌고, 뒤이어 커다란 비명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거리가 1천 미터 이내로 좁혀지자 무혁은 서둘러서 뒤로 움직였다.

빠르게 재장전을 마친 무혁은 다시 멈춰 서서 총구를 겨눴다.

“아…….”

서서 쏘는 것은 가만히 앉아서 쏠 때와는 또 달랐다.

아무 곳이나 맞아라- 식으로 몸 전체를 노리고 쐈음에도 불구하고 총알은 엉뚱하게 땅에 박혀버렸다.

“저쪽이야! 저기에 있어!”

무작정 도망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달리던 이들 중 한 명이 무혁을 발견하고는 악에 바쳐 소리쳤다.

위치가 들통 난 이상 저격은 무용지물.

그럼에도 무혁은 한쪽 무릎을 굽히고 앉아서 조준 렌즈로 목표물을 특정 지었다.

시간이 부족했기에 대충 방아쇠를 당겼다.

푸슉-!

“크악!”

운 좋게도 득달스럽게 달려오던 남자의 왼쪽 다리가 뜯겨져 나가듯 일부분이 사라지며 그대로 꼬꾸라졌다.

순식간에 거리가 500미터 이내로 좁혀지자 무혁은 목표를 특정 짓지도 못하고 냅다 방아쇠를 당겨버렸다.

푸슉- 아쉽게도 이번에도 총알은 엉뚱한 곳에 박혀버렸고, 무혁은 더 이상 저격용 소총에 미련이 없다는 듯 공간 주머니에 던져 넣고는 블랙 본 장검을 만들어냈다.

“이제 본 게임이다.”

무혁은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가장 앞장서서 달려오는 백인 남자를 향해 마주 달렸다.

수백 미터였던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졌음에도 백인 남자는 당황하지 않고 손에 들고 있던 작은 해머를 힘껏 휘둘렀다.

후앙- 하고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예사롭지 않았다.

최소한 아스펠 마을에서만큼은 꽤나 어깨에 힘 좀 주고 다닐 만한 파괴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그래봐야 고만고만한 놈들 사이에서의 우열일 뿐이었다.

머리통을 찧으려는 해머를 고개만 까딱- 움직여 피해버린 무혁은 그대로 블랙 본 장검을 아래에서 위로 호쾌하게 그어 올렸다.

서- 걱!

단 일 검.

두 번도 필요 없다는 듯 블랙 본 장검은 그대로 남자의 사타구니부터 정수리까지 정확하게 반을 쪼개버렸다.

“……!”

이렇다 할 공방도 주고받지 않고 단 한 번의 칼질에 동료가 반으로 쪼개져 버리자 뒤를 따라 달려오던 이들의 눈에 경악이 서렸고, 저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주춤거릴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왜 저런 실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저격을 했는지 의문스러웠다.

보통 저격은 근접 전투에 자신이 없기에 하는 것 아니었던가?

머릿속이 엉망진창으로 엉클어진 이들은 잠시 머뭇거려야만 했다.

“…휴.”

무혁은 이런 사람들을 상대로 칼질을 해야 한다는 것에 만감이 교차했다.

이건 실력이 너무 뒤떨어졌다.

‘하긴, 전투 개미에게도 허덕이는 이들이니…….’

무혁은 가볍게 고개를 흔들고는 착- 가라앉은 눈으로 남은 이들을 바라봤다.

어차피 이들과는 더 이상 함께 아스펠 마을로 돌아갈 수 없으니 무혁이 해줄 수 있는 최고의 배려는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깔끔하게 이 지옥에서의 처절한 삶을 끝내주는 것이었다.

어찌 보면 그것이야말로 같은 연차의 이들보다 뒤떨어져서 아스펠 마을로 이주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 나약한 이들에게 내려줄 수 있는 최고의 안식일지 몰랐다.

“번거롭게 하지 말고 한꺼번에 들어와. 빨리 끝내자.”

무혁은 손을 까딱- 거렸고, 그 모습에 잠시 주춤거렸던 이들이 이내 수적인 우세를 앞세워 저마다 무기를 들고 달려들었다.

“개자식! 죽여 버리겠어!”

“죽여-!”

“으아아아!”

욕설, 비난, 고함, 기합 등이 여러 감정 속에 뒤섞여 자신의 고막을 괴롭혔지만, 이쯤은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는 듯 무혁은 침착하고도 냉정하게 블랙 본 장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펑펑- 하고 포인트 폭발 스킬이 무혁의 주변 공간을 터트렸고, 무기 강화 스킬을 덧씌운 검과 창 등의 무기들이 곳곳에서 날아들었으며, 그의 발걸음을 막기 위해 주변 땅거죽이 푹푹- 꺼지며 얕지만 무시할 수 없는 구덩이가 생겨났다.

수적인 우세를 절대적으로 믿고 있지만, 그들 또한 이 지옥 같은 헬-라시온에서 1년을 버텨서 2년차가 된 이들이었다.

순간의 방심이 어떤 참혹한 결과를 불러일으키는지 너무나도 잘 알았기에 그들은 각자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무혁과 싸웠다.

하지만, 무혁이 자신들과 격이 다르다는 걸 알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포인트 폭발 따위로는 그를 주춤거리게 만들 수조차 없었고, 강화 된 무기는 생채기조차 내지 못했으며, 주변 땅들을 모두 뒤집어 놓는다 하더라도 무혁의 움직임을 억압할 수 없었다.

서걱- 또 한 명의 남자가 가슴이 쩍- 벌어지며 피를 쏟아냈다.

무혁의 공격을 막겠다며 그림자 방패 스킬을 펼쳤지만, 블랙 본 장검은 종잇장 찢는 것보다도 쉽게 그림자 방패를 찢어발기며 남자의 가슴을 훑고 지나가버렸다.

그렇게 무혁은 한 사람, 한 사람 최대한 간결하면서도 확실하게 숨통을 끊고 있었다.

“죽어어어-!”

속수무책으로 동료들이 쓰러지자 대머리 백인이 짙게 다가오는 공포심을 떨쳐내기 위해 있는 힘껏 고함을 내지르며 양손에 든 단봉을 휘돌리며 달려들었다.

무기 강화 스킬이 덧씌워진 두 자루의 단봉은 6등급의 금속 재질 갑옷이라 하더라도 우그러트릴 수 있을 정도로 파워풀했다.

마침 무혁이 다른 사람을 향해 블랙 본 장검을 휘두르고 있었기에 등 뒤가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었으니 이보다 더 완벽한 기회는 없었다.

잡는다! 내가 이 괴물 같은 놈을 잡는다!

대머리 백인 남자의 눈은 광기에 물든 희열감이 번들거렸다.

금속 재질의 갑옷이라 하더라도 단숨에 우그러트리고 그 안에 꽁꽁- 감싸여있는 뼈를 단숨에 부숴놓는다!

퍼퍽!

“……?”

이상했다.

완벽하게 성공한 자신의 공격에 비해 상대의 반응이 이해가 가질 않아, 대머리 백인 남자의 얼굴에 당황스러움이 번졌다.

“제법… 얼얼했어.”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대머리 백인 남자의 머리가 허공으로 빙글빙글- 회전을 하며 떠올랐다.

얼얼했다고?

뼈가 부서지는 고통에 피를 토하며 쓰러져야 했을 공격이… 고작 얼얼했다고?

목에서 분리가 된 대머리 백인 남자의 사고는 거기서 멈춰있었다.

모든 공격의 피해를 9퍼센트나 감소시키는 5등급 호신 스킬, 5등급 오르테족의 피부 옷과, 같은 등급의 마수 켈로나의 가죽 세트까지 착용했다는 걸 모르는 대머리 백인 남자로서는 죽어서도 왜 자신의 공격이 통하지 않았는지 알 수 없을 것이다.

등 뒤를 노리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무시했던 무혁은 제법 얼얼한 통증에 가볍게 등 근육을 이리저리 비틀며 통증을 완화시켰다.

그 모습에 남은 이들의 표정은 사색이 되어 뒷걸음질을 쳐야만 했다.

누가 봐도 완벽했던 공격을 아무런 피해도 없이 받아냈으니 이건 더 이상 해볼 가치조차 없는 싸움이었다.

“도, 도망쳐야 해…….”

덜덜- 떨리는 음성으로 누군가 그렇게 말했고, 그는 곧장 미간이 퍽- 뚫리며 그대로 뒤로 넘어가 버렸다.

블랙 본 단검을 날린 무혁은 부들부들- 떨고 있는 이들을 바라보며 냉정하고도 잔인하게 그들의 마지막을 선고했다.

“등 돌리는 놈부터 죽인다.”

무혁의 말에 남은 이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얼어붙은 상태로 떨어야만 했다.

“그러니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봐.”

다시 냉혹하게 블랙 본 장검을 휘두르기 시작하는 무혁이었다.

 

“후우우…….”

여기저기 시체가 널브러져 있는 그 가운데 서서 무혁은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오늘따라 담배 맛이 평소와는 달랐다.

너무 쓰고 답답해서인지 평소에 느끼던 개운함이 조금도 없었다.

빨아들이는 담배 연기 자체가 무척이나 무겁게 느껴졌다.

“…이것도 이제 끊어야 하나?”

무혁은 채 몇 모금도 빨지 않은 담배를 발아래 던지고는 신경질적으로 비벼 껐다.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칼을 들이대지는 않았지만, 잠재적인 적이라는 이유만으로 먼저 살수를 펼쳤다.

어차피 나약하거나, 앞서 가는 이들보다 뒤처져서 도태되면 누군가에게 죽을 수밖에 없는 곳이 헬-라시온이다.

하지만, 어찌되었든 자신이 먼저 손을 썼다는 사실이 무혁의 마음을 한없이 무겁게 만들고 있었다.

이건… 명백한 살인행위였으니까.

“킥!”

무혁은 낮게 웃음을 흘렸다.

어쩌면 이 모든 것들이 그 빌어먹을 마신 라시온의 목적일지도 몰랐다.

인간의 가장 추악한 내면을 끄집어내서 그렇게 타락해가는 인간들을 지켜보는 것.

“씨X… 진짜 마신인지 뭔지 때려죽이고 싶네.”

무혁은 흐릿한 하늘을 바라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여러 감정에 잠시 흔들렸던 무혁은 이내 그 모든 책임을 마신 라시온에게 떠넘기며 다시금 냉정을 회복했다.

자신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지금 쓰러져 죽은 이들이 자신을 향해 칼을 들이대지 않았을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으니 사전에 위협을 방지한 것이라고 여겼다.

물론, 비겁한 변명이겠지만 헬-라시온에 끌려온 순간부터 타인이 아닌 오로지 ‘나’만을 위해 살아야 했기에 무혁은 이기적이라 욕해도 겸허히 그런 말들을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이윽고 무혁은 마지막 뒤처리를 했다.

죽은 이들의 표식을 거뒀고, 그들이 남긴 물품들도 챙겼다.

그중 무혁은 하나의 가죽 주머니에서 수십 개의 표식을 발견했고, 그것이 남쪽 토성의 희생자들이 남긴 것이라는 걸 알고는 피식-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이게 결국은 이렇게 내 손에 들어왔네. 레오나르도 그 새끼가 이걸 알면 눈깔이 뒤집어 지겠지?”

무혁은 이 모든 일의 주동자인 레오나르도의 얼굴을 떠올리고는 이내 서쪽 토성 쪽을 바라봤다.

“조만간 보자고.”

무혁은 그렇게 말하고는 더 이상 여기엔 볼 일이 없다는 듯 등을 돌렸다.

레오나르도를 잡는 것도 반드시 이번 강제 사냥이 끝나기 전에 해야 할 일이었지만, 그보다 먼저 할 일이 있었다.

 

#

 

“…뭐?”

적어도 자신의 울타리 안에 들어왔다 여긴 사람들 앞에서는 좀처럼 풀지 않았던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가 깨끗하게 지워졌다.

극심한 가뭄으로 메마른 땅이 쩍쩍- 갈라지듯 레오나르도의 표정이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그, 그게… 모두 죽었더라고요.”

대답을 하는 이가 한껏 주눅이 들어서 대답했다.

이런 표정을 지었을 때의 레오나르도가 얼마나 무서운 인간인지 잘 알기 때문이다.

“범인은?”

“예?”

“누가 범인이냐고 물었잖아.”

조용히 말을 하는데 눈은 살기로 번들거렸다.

레오나르도와 마주한 남자는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후회했다.

‘젠장! 가보겠다고 나서는 게 아니었는데…….’

어떻게든 레오나르도에게 눈도장 좀 찍어보겠다고 나섰다가 험한 꼴 당하는 거 아닌가 싶었다.

“이미 상황이 종료된 상태라서 범인이 누구인지는 알 수가… 컥!”

“이 멍청한 돌대가리 새끼야. 현장을 봤으면 기본적인 건 알아 와야 할 것 아냐. 어떻게 죽었는지, 뭐에 죽었는지, 범인은 몇이나 되는지, 남은 건 또 뭔지 등등. 이런 기본적인 것도 알아보지 않고 지금 내 앞에 나타나서 주절거리는 거야?”

말끝을 올리며 당장이라도 우악스럽게 잡은 목을 비틀어 버릴 것만 같은 레오나드로의 잔혹스러운 내면을 엿본 남자는 덜덜- 떨며 다급하게 대답했다.

“아, 알아오겠습니다. 뭐, 뭐가 됐든 저, 전부 다 알아오겠습니다.”

“그래, 알아와. 두 번 기회는 없어.”

움켜쥐었던 손길이 느슨해지자 남자는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자신의 목을 쓰다듬으며 숨을 토해내는 남자의 모습에 레오나르도가 눈꼬리를 치켜 올렸다.

“뭐해? 안 갈래?”

“아, 아니요!”

허겁지겁 등을 돌려서 달려나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던 레오나르도는 이윽고 턱선을 손톱으로 긁으며 생각에 잠겼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감히 내 물건에 손을 대? 어떤 놈인지 모르겠지만… 넌 곱게 죽이지 않는다.”

뿌득뿌득- 이를 갈아붙이며 잔인하게 웃는 레오나르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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