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8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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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4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88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88화
피 무지개 숲 (13)
콰작!
머리통이 부서져 버린 전투 개미는 곧바로 통통이의 먹이가 되었고, 곧바로 무지개 구슬과 6등급 마정 찌꺼기를 뱉어냈다.
6등급 마정 찌꺼기를 집어든 무혁은 이제 남은 건 하나- 라고 중얼거리며 웃었다.
9개의 6등급 마정 찌꺼기를 구했으니 한동안 풀지 못했던 수학 문제의 해답을 손에 쥔 사람처럼 기대감과 동시에 개운한 기분마저 스멀스멀- 올라왔다.
“나에게도 효과가 있다면…….”
오늘은 밤이 새도록, 아니 전투 개미를 모조리 잡아 죽일 때까지 토성으로 돌아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조금이라도 단 0.1퍼센트라도 고유 능력이 상승한다면?
무혁으로서는 이런 노다지를 외면할 이유가 없었다.
무엇보다 무혁은 현재 상황에 크게 만족하고 있었다.
전투 개미의 등장은 곧 숲 전체를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고 있었다.
사방 곳곳에서 비명이 터졌고, 전투 개미와 인간의 전투 흔적이 오롯이 남았으며, 덤으로 죽은 인간들의 시체를 통해 무혁은 그들의 표식을 이삭 줍듯이 주워가며 예상치 못했던 성과까지 덤으로 올릴 수 있었다.
“사, 살려줘…….”
피투성이가 된 흑인 남자 한 명이 무혁을 발견하고는 도움의 손길을 청했다.
팔은 잘려있었고, 복부에선 장기가 흘러내렸다.
살기엔 이미 늦었지만, 흑인 남자는 끝까지 살고자 처절하게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끼릭- 끼릭- 끼릭!
세 마리의 전투 개미가 비웃듯 소리를 내며 새로운 먹잇감인 무혁을 향해 새카만 눈동자를 번뜩이며 천천히 접근을 해왔다.
“제, 제발 사, 살려…….”
말을 채 끝마치지도 못하고 흑인 남자의 머리가 땅에 처박혔다.
무혁의 시선이 주변을 훑으니 흑인 남자뿐만 아니라 머리가 잘린 여자, 상반신과 하반신이 따로 널브러진 남자 등 4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잔혹하게 죽어 있었다.
5명의 인간이 3마리의 전투 개미를 상대하지 못한 것이다.
숲에서만 느낄 수 있는 기압 차의 페널티가 부여됐다 하더라도 이건 실력 차이가 너무 심했다.
‘제니트, 네 말대로라면 아스펠 마을로 이주를 해온 2년차 식민들은 이전 부락에서 겨우 목숨만 붙어서 온 실력 없는 이들이잖아?’
2년차 쓰레기들의 집합소, 아스펠 마을.
그 수준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만약, 대형 길드와 가문에서 성장 지원을 받으며 2년 차에 오른 이들이라면 어땠을까?
아무리 기압 차의 페널티를 받는다 하더라도 최소한 5명이 3마리의 전투 개미를 상대로 죽는 일은 결코 없었을 것이다.
무혁은 쓴웃음을 짓다가 초식 동물을 앞에 둔 맹수마냥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3마리의 전투 개미의 모습에 진한 살기를 터트렸다.
“같잖은 개미 새끼들이 어디서!”
무혁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살기에 전투 개미들이 움찔- 거렸고,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블랙 본 장검을 휘두르자 묵광의 선이 허공을 갈랐다.
퍼퍼퍽!
순간 무혁의 살기에 움츠러들었던 전투 개미들이었지만, 묵광의 선이 날아오자 3마리의 전투 개미는 일사불란하게 방패를 들어 올렸다.
그렇게 잠시 방패를 들어 올리며 시야가 막혀 있는 그 찰나의 순간에 무혁의 신형이 가장 좌측에 있던 전투 개미의 옆으로 파고들었고, 그대로 은은하게 묵광이 흐르는 블랙 본 장검으로 허리를 베어갔다.
소스라치게 놀라듯 끼릭- 하며 비명성을 터트린 전투 개미가 다급하게 검을 휘둘렀지만 소용없었다.
막기엔 이미 무혁의 공격이 너무 빨랐으며, 위력 또한 어설프게 막아봐야 막을 수가 없었다.
콰작- 하고 외피가 깨지며 전투 개미 한 마리가 나뒹굴고 나서야 나머지 두 마리의 전투 개미가 무혁을 향해 포효하듯 끼릭- 외치며 검을 휘둘러왔다.
캉캉!
벼락처럼 검을 휘둘러 전투 개미들의 검을 떨쳐낸 무혁은 정면에서 가슴이 활짝 열린 한 놈의 복부를 그대로 꿰뚫어버렸다.
끼릭-!
복부를 뚫린 전투 개미가 어째서 너는 기압 차를 느끼지 않느냐고 의문을 토해내듯 고개를 치켜들었고, 무혁은 대답 대신 힘껏 발을 차올려 머리통을 그대로 터트려버렸다.
발끝에 뭉쳐진 묵광의 블랙 본 덩어리는 그 자체가 육중한 해머나 다름없었다.
끼릭!
맹수에서 겁먹은 초식 동물로 변한 전투 개미가 주춤거리자 무혁이 잠시 망설이다 이내 블랙 본 장검을 늘어트리며 말했다.
“살고 싶지? 가라.”
무혁의 말에 끼릭- 하며 고개를 갸웃거리던 전투 개미는 무혁이 눈앞에서 알짱거리지 말고 꺼지라는 듯 손을 휘휘- 내젓자 그제야 뜻을 알아차리고는 몸을 돌려 어디론가 쏜살같이 달아나 버렸다.
그 사이 머리통이 터진 전투 개미의 상체를 집어삼킨 통통이가 무지개 구슬과 6등급 마정 찌꺼기를 뱉어내고는 제일 먼저 무혁에게 공격을 받고 바닥에 쓰러진 전투 개미 앞에서 어서 놈의 숨통을 끊어놓으라는 듯 통통- 뛰며 재촉했다.
알겠다며 무혁이 숨을 헐떡이던 전투 개미를 마무리 짓자 통통이가 낼름 상체를 집어삼켰다.
툭툭툭!
“어? 스킬 링?”
무혁은 무지개 구슬, 6등급 마정 찌꺼기에 이어 스킬 링까지 뱉어내는 통통이의 모습에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것도 고유 스킬이네?”
스킬 링에 새겨진 두 개의 물결 문양에 무혁은 곧바로 스킬 링을 감정했다.
[‘워 엔트의 견고한 외피’가 감정되었습니다.]
[감정, 스킬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워 엔트의 견고한 외피 - 고유 : 7등급(00.00%)|
· 원하는 부위의 피부 표면 위로 단단한 외피(껍질)를 생성한다.
· 정마력의 등급에 따라 외피의 내구력이 상승한다.
· 등급이 올라갈수록 외피의 분포 범위를 넓힐 수 있다.
무혁은 ‘워 엔트의 견고한 외피’ 스킬을 흡족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상당히 좋은 스킬이라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무혁을 만족스럽게 한 건 원하는 부위를 특정 지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를테면, 신체의 중요 부위인 목과 심장 등에 워 엔트의 견고한 외피를 두르면 기본적인 방어구 안에 또 다른 제2의 방어구를 숨기고 있는 것과 같았기에 무혁으로서는 이만한 스킬을 어디서 다시 구할 수 있을까 싶었다.
“이런 건 바로 익혀야지.”
무혁은 곧바로 워 엔트의 견고한 외피 스킬 링을 손에 낀 상태로 ‘워 엔트의 견고한 외피’라고 작게 중얼거렸다.
[워 엔트의 견고한 외피(고유), 스킬을 익혔습니다.]
채앵- 하는 소리와 함께 손가락에 끼웠던 스킬 링이 파괴되어 사방으로 조각이 튀어나갔다.
무혁은 곧바로 스킬을 사용해봤다.
시범적으로 원하는 부위를 왼손으로 특정 지었다.
콰드드드드득…….
시커멓고 미끈한 워 엔트의 외피가 왼쪽 손등을 시작으로 손가락, 손목, 팔뚝, 팔꿈치를 지나 어깨 바로 아래까지 뒤덮었다.
생각 외로 분포 범위가 넓었다.
이제 막 익힌 스킬이라 7등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팔 하나를 온전히 뒤덮을 수 있으니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이제 내구력 테스트.”
현재 무혁의 정마력 등급은 5등급, 과연 내구력이 얼마나 될까 싶었다.
처음에는 블랙 본 장검으로 내려쳐볼까 싶었지만, 혹시라도 팔에 큰 상처가 나면 어쩌나 싶었기에 가장 가까운 나무로 걸어가 그대로 손등으로 힘껏 후려쳤다.
쾅!
제법 커다란 나무가 오히려 크게 흠집이 날 정도로 손등은 멀쩡했다.
다시 한 번 내구력을 확인하기 위해 전투 개미가 죽으면서 남긴 검을 들고 적당한 힘을 줘서 손등을 찔러봤지만, 외피는 여전히 견고함을 자랑했다.
“이 정도면 허접한 칼 따위에 베이는 일은 없겠네.”
물론, 누가 얼마만큼의 힘을 줘서 검을 휘두르냐에 따라 그 피해 정도가 달라지겠지만, 적어도 쉽사리 외피가 깨질 염려는 없었기에 무혁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최대한 빠르게 스킬의 등급을 올리기 위해 목과 심장에 부분적으로 외피를 생성하려고 했지만, 아쉽게도 아직까지 스킬 등급이 낮기 때문인지 한 곳밖에 적용이 되질 않았다.
“심장은 카르마덴 심장 보호갑이 있으니까.”
결국 선택한 곳은 목이었다.
가볍게 목을 좌우로 돌려보니 생각보다 움직임에 대한 불편함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이제 정말 중요한 게 남았네.”
무혁은 이번에 얻은 2개의 6등급 마정 찌꺼기로 인해 도합 11개의 6등급 마정 찌꺼기를 손에 넣었다.
공간 주머니에서 8개를 꺼내서 손에 쥐었다.
아무런 변화가 없다.
“내가 뭘 할 수는 없다는 소리인데…….”
말을 흘리며 무혁의 시선이 통통이에게로 향했다.
기대할 건 통통이 밖에 없었다.
“통통아, 이거.”
무혁은 자신의 손바닥 위에 올려져 있는 10개의 6등급 마정 찌꺼기를 통통이의 눈앞에 보여줬다.
곧바로 통통이가 몬스터의 상체를 집어삼켰을 때처럼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는 무혁의 손을 그대로 덥석- 집어 삼켰다.
“…헉!”
갑작스런 통통이의 행동에 깜짝- 놀라서 헛바람을 들이키던 무혁은 이내 연기 안으로 손을 넣었을 때처럼 아무런 느낌도 없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급히 손을 빼냈다.
아무런 감촉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손바닥 위에 올려져 있던 10개의 6등급 마정 찌꺼기는 거짓말처럼 사라져 있었다.
통통이가 부르르- 떨더니 그 크기가 조금 더 커진 아주 밝은 광채를 뿌려대는 검은색 마정을 툭- 내뱉었다.
“감정!”
|6등급 마정|
· 고유 능력 중 단 하나의 정밀 수치를 영구적으로 상승시킨다.
· 등급 차이에 따라 상승 수치가 달라진다.
· 동일 등급 마정 100개로 ‘불완전한 5등급 마정’을 만들 수 있다.
· 동일 등급 마정 50개로 ‘6등급 마정 씨앗’을 만들 수 있다.
무혁은 손에 든 6등급 마정을 바라보며 이맛살을 찌푸렸다.
100개로 6등급 마정을 5등급 마정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하니 이건 분명 좋은 소식이다.
수고스럽겠지만, 혹시라도 자신에게 6등급 마정이 쓸모가 없다면 그걸 차근차근 모아서 쓸모 있는 5등급 마정으로 만들 수 있으니까.
그런데 문제는 ‘불완전한’ 이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5등급이면 5등급이지 불완전한 5등급은 뭐야?”
입맛을 다시는 무혁으로서는 찝찝한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그리고 또 하나.
“마정의 씨앗?”
하나의 미스터리를 풀었더니 두 개의 미스터리가 다시 생겨났다.
무혁으로서는 참 맥이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었지만, 어쨌든 6등급 마정을 만들었다는 사실 하나에 만족하며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그걸 그대로 꿀꺽- 삼켜버렸다.
어쨌든 확인은 해봐야 하는 일이었으니까.
[6등급 마정을 섭취했습니다.]
[영구적으로 정마력이 0.01% 상승합니다.]
[블랙 본의 영향으로 정마력의 상승 수치가 100% 추가됩니다.]
[영구적으로 정마력이 0.01% 상승합니다.]
“…허!”
무혁은 할 말을 잃은 사람처럼 입을 쩍- 벌렸다.
6등급 마정을 섭취하면서 오른 정마력의 수치는 고작 0.01퍼센트였지만, 중요한 건 그 이후 들려온 알림음이었다.
블랙 본의 영향으로 정마력의 상승 수치가 100퍼센트 추가되었다는 것은 엄청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블랙 본으로 인해 고유 능력 정밀 수치의 상승폭이 커졌다는 건가? 아니면, 단순히 정마력에 한해서만?’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당연히 전자가 가장 좋기는 하겠지만, 정마력에 한해서만 그 상승폭이 2배로 올랐다면 그것만으로 무혁은 크나큰 혜택을 받았다고 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놀람과 혼란도 잠시 무혁은 이내 씁쓸하게 미소를 지었다.
정마력 0.01퍼센트가 상승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0.01퍼센트가 말하는 의미는 명확했다.
어쭙잖게 요행을 바라지 말라는 뜻이었다.
등급에 맞질 않는 마정을 섭취해서 고유 능력을 올릴 생각하지 말라는 경고다.
“꼼짝없이 6등급 마정 100개를 모아야 한다는 뜻이네.”
무혁으로서는 다소 맥이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전혀 쓸모없는 6등급 몬스터의 핵을 이용해 어떻게든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니 이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긴, 내가 생각해도 6등급 마정으로 5등급 고유 능력이 오르길 바라는 건 도둑놈 심보지.”
깨끗하게 미련을 털어내 버린 무혁은 전투 개미가 남긴 방패와 검을 공간 주머니 속에 넣어서 챙긴 후, 스킬을 사용했다.
“위치 추적!”
위치 추적 스킬을 사용하자 무혁의 시야에 가느다란 검은색 실선이 어디론가 이어져서 보였다.
“동료들한테 잘 갔겠지?”
선심 쓰듯이 살려주었던 전투 개미 한 마리.
괜히 살려준 것이 아니었다.
헬-라시온 대표적인 군집 몬스터인만큼 분명 살려두면 제 동료들을 알아서 찾아갈 것이라고 여겼기에 무혁은 미리 위치 추적 스킬을 걸어두었던 것이다.
이제부터는 구태여 넓은 숲을 헤집고 다니면서 전투 개미들을 찾을 필요가 없었다.
아주 훌륭한 길 안내자를 차분하게 쫓아다니면서 전투 개미들을 차근차근 사냥하면 된다.
“통통아, 가자!”
눈에 보이는 검은색 실선을 따라 움직이는 무혁의 발걸음은 무척이나 가벼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