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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130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67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30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30화

아스펠 마을 (11)

 

“섭허룬이라…….”

송정민은 무혁이 알라바바와 거래를 한 내용을 듣고는 혹시라도 자신의 기억에 존재하는 자인지 머릿속을 헤집어 봤다.

처음 듣는 생소한 이름이었다.

“내가 직접 만나보지 못해 판단할 수는 없지만, 상대에게 호감을 느끼게 만들 줄 아는 자였다니 더욱더 경계하는 것이 좋을 거다.”

누군가에게 호감을 느끼게 만든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이 좋은 의도든, 나쁜 의도든 상대방으로 하여금 경계심을 풀도록 만들었기에 송정민은 무혁에게 섭허룬을 대할 때는 반드시 긴장을 해야 한다고 조언해주었다.

“선생님 말씀은 언제나 제게 커다란 도움이 됩니다.”

무혁이 감사 인사를 하자 송정민은 이제는 그런 겉치레는 그만 할 때가 되지 않았냐며 면박을 줬다.

“최소한 선생님께는 항상 이런 마음을 갖고 싶어서 그런 것이니 선생님이야말로 이런 일로 타박 좀 그만 하세요.”

호의를 당연시 여기면 그것이 권리가 된다.

무혁은 최소한 송정민에게만큼은 조금이라도 섭섭한 마음이 들지 않도록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그런 채찍질의 기본은 사소한 작은 부분에서부터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무혁이었다.

“시답잖은 놈.”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송정민은 가슴이 뻐근할 정도로 고마움을 느꼈다.

“모래 태양에 대한 정보는 얻은 거냐?”

송정민의 물음에 무혁이 어색한 표정으로 하하하- 하며 웃었다.

“네놈 꼴을 보니 묻지도 못한 모양이구나.”

“그게… 스킬 링 판매 대금이 워낙 커서 저도 모르게…….”

알라바바를 찾았던 목적 중 하나는 모래 태양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는 것도 있었다.

무혁은 모래 태양을 얻어 놓고도 별거 아니라 생각하고 공간 주머니에 넣어둔 상태로 잊고 있었다.

그러다 이번에 피 무지개 숲에서 그 위력을 확인하고는 송정민에게 아는 것이 있는지 물었었다.

아쉽게도 송정민 또한 모래 태양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지만, 수많은 정보를 취급하는 상회라면 분명 소득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4,600만 포인트라는 거금 앞에 모래 태양에 대한 생각을 까맣게 잊어버렸던 거다.

뒤늦게 아스펠 마을로 돌아오고 나서야 모래 태양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지만, 다시 알라바바를 찾아가서 정보를 접하기엔 포탈 비용이 너무 아까웠고, 당장 급하지 않다 여겨 집으로 돌아와 버린 무혁이었다.

“태양의 씨앗인가를 흡수하지 못하면 자연 소멸을 한다고 했으니 서두르는 게 좋을 것 같다.”

이왕이면 송정민은 내일이라도 당장 모래 태양에 대한 정보를 알아왔으면 싶었다.

성격상 이런 것에 있어서는 느긋하게 여유를 부리지 않는 송정민이었지만, 아쉽게도 무혁은 조금 달랐다.

“300일이라는 기간이 있으니 아직 조금은 여유가 있습니다.”

오늘 날짜로 모래 태양을 얻은 지 정확하게 27일밖에 되지 않았다.

아직까지 273일이라는 긴 시간이 남아 있었기에 무혁은 서두를 마음이 없었다.

송정민에게는 시간만 축내는 걸로 보일지도 모르나, 무혁의 속마음은 달랐다.

‘모래 태양을 얻었을 때 그 개고생을 했으니까 분명 태양의 씨앗인가를 흡수하려면 비슷한 수준의 개고생을 해야 할 게 분명해.’

대가 없는 소득은 없는 법.

‘지금 능력으로는 어쩌면 오히려 태양의 씨앗을 흡수할 수 있는 방법을 알면서도 이루지 못할 가능성도 있으니까…….’

능력을 키워야 한다.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해져서 모래 태양이 품고 있는 ‘태양의 씨앗’을 흡수해야만 했다.

송정민에게 이런 사실을 말하면 기특하다고 할 수 있으나, 한편으로는 괜한 걱정을 안겨줄 수도 있었기에 무혁은 구태여 말을 꺼내지 않았다.

“모래 태양의 위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테니 알아서 하겠지.”

말속에 뼈가 있었지만, 어느 정도는 이제 자신을 믿어주는 송정민의 말에 무혁은 웃음만 지었다.

“그런데 구름이는 왔다 갔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그 녀석에 대해서 말을 꺼낼까 했다.”

“무슨 문제라도 있었습니까?”

무혁의 표정이 걱정스럽게 변하자 송정민의 눈가가 일그러졌다.

‘받기만 하고 주지는 말라고 했더니.’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속담이 얼마나 잔인한 것인지 뼈저리게 느껴본 송정민으로서는 방구름에 대한 믿음이 상상외로 커져버린 무혁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와 방구름을 믿지 말라는 식으로 말을 해봐야 둘 사이를 이간질하는 소인배로밖에 보이질 않았기에 송정민은 무혁의 결정이 후회로 남지 않길 바랄 수밖에 없었다.

“그 놈 눈에 독기가 서렸더구나.”

“독기라면…….”

무혁은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루이스 등의 죽음으로 방구름이 변했다는 건 무혁도 눈치채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혁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던 건, 순진하고 착하기만 하던 방구름의 성격이 이제야 조금 헬-라시온에 맞춰져 간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방구름의 변화는 무혁이 가장 먼저 반길 일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무혁은 강해질 것이고 그건 곧 방구름과의 격차가 더욱더 벌어진다는 소리다.

그렇게 격차가 벌어지면 어쩔 수 없이 따로 행동해야 하는 일이 늘어날 것이고, 그건 곧 약한 방구름의 생존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었으니 무혁으로서는 그가 힘을 갈망해서 조금이라도 자신의 곁에서 멀어지지 않길 원했다.

그렇다고 무혁이 방구름의 보모 역할을 하겠다는 게 아니다.

동료.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동료를 곁에 두고 싶을 뿐이었다.

“구름이가 선생님께 무슨 말을 했습니까?”

독기를 품은 방구름이 송정민에게 어떤 말을 했을까?

무혁은 그것이 궁금했다.

“어떻게 하면 비약적으로 강해질 수 있겠냐고 묻더구나.”

“선생님께서는 뭐라고 답해주셨습니까?”

“그 전에 하나 묻자.”

“예, 말씀하세요.”

“네가 본 방구름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이냐?”

무혁은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듯 곧장 대답했다.

“연금술사로서의 재능이라고 생각합니다.”

“정확하게 봤다. 나 역시 방구름이 가지고 있는 연금술사로서의 재능은 확실히 그놈과 대등할 정도라고 본다.”

“그놈이 누굽니까?”

송정민이 입꼬리를 슬쩍- 올리며 답했다.

“케일테자만.”

“그 정도입니까?”

헬-라시온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최고의 연금술사이자 연금술회를 이끌고 있는 회장, 케일테자만과 비교를 하자 무혁은 내심 놀람을 감출 수 없었다.

무혁의 놀란 얼굴을 보며 송정민이 끌끌- 웃었다.

“재능이 좋다는 것뿐이다. 그 정도의 재능 좋은 놈들이야 해변의 모래알처럼 많다.”

“아…….”

맞는 말이다.

재능 넘치는 이들은 많고 많다.

중요한 건 그 재능을 어떻게 갈고 닦아서 제대로 개화시키느냐였으니까.

“다행입니다.”

갑작스레 안도하는 무혁의 모습에 송정민은 요놈 봐라- 라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다 짐짓 모르는 투로 물었다.

“뭐가 다행이라는 거냐?”

“선생님께서 있으시니 구름이의 재능이 한껏 기지개를 펼 것 아닙니까?”

“나 같은 병신이 무슨 능력으로?”

무혁은 왜 그러시냐면서 음흉스럽게 웃었다.

“케일테자만의 성장을 곁에서 지켜본 사람들 중 한 명이 선생님 아니십니까? 그럼 구름이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케일테자만이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며 성장한 것과 다르게 선생님께서는 구름이를 성공으로만 이끌며 속성으로 키워주실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송정민은 담배를 요구했다.

담배 한 모금을 깊게 빨아들인 송정민이 무혁에게 말했다.

“무혁아.”

“예.”

“사람을 믿는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여긴 우리가 살던 곳이 아니다. 내가 살기 위해서라면 가장 가까이 있던 동료에게 칼을 박아 넣을 수 있을 정도로 냉정하고 비정한 곳이다. 나도 한때는 너와 같았다. 그런데 지금 내 꼴을 봐라. 난 네가 나와 같은 일을 겪지 않았으면 싶을 뿐이다.”

송정민이 어떤 인물인가?

투왕이라 불리며 길드와 가문을 홀로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다.

하지만, 지금 송정민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폐인이 되어 있었다.

“선생님을 이렇게 만든 쿠에토는 반드시…….”

“멍청한 소리! 내가 언제 네놈에게 내 복수를 해달라고 한 거냐!”

송정민이 벼락같이 호통을 쳤다.

지금까지 송정민이 이렇게까지 화를 낸 적이 없었기에 무혁은 입을 꾹- 다물었다.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은 눈으로 무혁을 노려보던 송정민이 말을 이었다.

“그 따위 허튼 생각 따윈 머릿속에 담지도 마! 복수를 하더라도 그건 내가 해야 할 일이지 너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다! 만약, 나를 앞세워 복수를 하겠다면 네놈과의 인연은 그 즉시 끝이라는 것만 알아둬! 알겠냐?”

“…예, 죄송합니다.”

무혁이 고개까지 숙였지만, 송정민은 여전히 무섭도록 그를 노려봤다.

그렇게 잠시 시간이 흐른 후에야 송정민이 크게 심호흡을 하며 화를 누그러트렸다.

“내가 무혁이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은 너 자신을 제외한 그 누구도 백 퍼센트 믿지 말라는 거다. 더 이상 이야기해봐야 듣기 싫은 잔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을 테니 그만하자.”

그만 나가보라는 듯, 눈을 감아버리는 송정민의 행동에 무혁은 조심스럽게 방을 빠져나왔다.

무혁이 나가고 나자 송정민이 천천히 눈을 떴다.

“후우우…….”

한숨을 내쉬며 송정민은 자신을 이렇게 만든 쿠에토를 떠올렸다.

얼굴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송정민은 치가 떨렸다.

“안 되지, 절대 안 돼.”

현재 무혁은 쿠에토의 발끝에 겨우 도달한 상태다.

복수는커녕 그런 낌새를 보이는 즉시 쿠에토는 무혁을 제거하려고 할 것이 분명했다.

누구보다 쿠에토에게 복수하고 싶은 송정민이었지만, 자신의 복수를 위해 무혁에게 감당할 수 없는 짐을 짊어지게 할 순 없었다.

훗날, 무혁이 과거 자신의 수준을 넘어선다면 그때 가서 한 번 정도 부탁을 해볼까 싶었지, 지금으로서는 무혁의 머릿속에 자신의 복수 따위는 생각조차 할 수 없게끔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송정민이었다.

 

#

 

“형님!”

방구름은 자신의 집까지 찾아온 무혁을 두 팔 벌려 환영해주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자신의 집을 찾아온 적은 없는 무혁이었기에 방구름은 이런 사소한 행위에도 크게 감격했다.

“식사는 하셨어요?”

“그러고 보니 좀 출출하네.”

무혁의 말에 방구름은 자신이 고용한 오크 하녀에게 보석을 건네며 서둘러 음식을 사오라고 시켰다.

“무슨 일 있으셨어요?”

무혁의 표정이 썩 밝지 못하다는 걸 읽은 방구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생각할 일이 좀 있어서 그래.”

대충 둘러말하는 무혁의 모습에 방구름은 더 이상 꼬치꼬치 캐묻지 않았다.

‘선생님께서는 분명 날 걱정해서 그러시는 거겠지? 또 내가 약한 게 문제군.’

무혁은 송정민과의 일을 되돌아보자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쿠에토는 랭커다.

그것도 헬-라시온에서도 100위 안에 들어가는 초강자 급의 하이 랭커다.

지금의 무혁이 복수를 운운하기엔 파리가 앵앵- 거리며 귀찮게 하는 것만도 못할 정도로 하잘것없는 일이다.

송정민에게 당당하게 복수를 해주겠다고 말하려면 최소한 헬-라시온에서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홀로 설 수 있을 정도로 강해져야만 한다.

‘더 빠른 속도로 강해져야만 해!’

무혁은 송정민을 위해서라도, 자신을 위해서라도 하루라도 더 빨리 강해져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졌다.

“…형님?”

불러도 대답이 없는 무혁의 모습에 방구름이 손을 뻗어 그를 가볍게 흔들었다.

“…어? 왜?”

“무슨 생각을 그렇게 심각하게 하세요?”

“그냥 뭐 좀. 그것보다도 이제 조만간 포지션 트레이닝인데 준비는 잘 돼 가?”

“이제부터는 저도 좀 적극적으로 움직여볼까 싶어서 오늘 중으로 중앙탑에 가서 스킬도 좀 구입하고 하려고요.”

언제나 있는 듯, 없는 듯 쥐 죽은 듯이 지내왔던 방구름의 눈빛이 아니었다.

남들 눈에 띄지 않고 살아남기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지내왔던 방구름이었지만, 피 무지개 숲에서의 강제 사냥을 계기로 확실히 변모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넌 근접전에는 재능이 없는 것 같더라.”

열의에 찬 방구름에게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무혁은 현실을 똑바로 알려주었다.

“예. 저도 알아요.”

다행스럽게도 방구름은 자신의 능력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무혁의 말에 조금도 타격을 받지 않은 얼굴이었다.

자신의 결심을 쉽게 무너트리지 않는 방구름의 자세에 만족한 무혁은 가죽 주머니 하나를 꺼내서 탁자 위에 올려놨다.

“근접전에 재능이 없는데 굳이 가까이 붙어서 칼을 휘두르고 주먹을 내지르는 건 바보 같은 짓이야. 한발 뒤로 물러나서 상대를 쓰러트리면 되니까.”

무혁은 탁자 위에 올려놓은 가죽 주머니를 방구름 쪽으로 밀었다.

“중앙탑에 가봤자 이것들보다 좋은 건 없을 거니까 갈 필요 없을 거다.”

“형님, 이게 뭡니까?”

“네게 가장 필요한 스킬 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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