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12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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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5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29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29화
알라바바 (2)
쩝쩝- 와구와구-!
알라바바에서 마련해 준 식사는 무혁의 비통했던 마음을 달래주기에 충분했다.
산해진미라는 말이 있다.
‘역시 중국인인가? 스케일이 진짜 대륙스럽네.’
테이블 가득 차려진 음식의 수는 몇 가지인지 셀 수 없을 정도였다.
네가 원하는 모든 음식이 다 있다는 듯, 중식부터 일식, 한식, 양식까지 그 종류도 다양했다.
무혁은 테이블 가득 차려진 음식들을 빠른 속도로 집어 삼켰다.
섭허룬이 454개나 되는 스킬 링을 가지고 감정을 하겠다며 방을 나가버렸지만, 무혁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상회는 기본적으로 신뢰를 바탕으로 움직이는 집단이었기에 어설프게 장난질을 쳤다가는 삽시간에 소문이 나서 큰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강도로 돌변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헬-라시온에서는 기본적으로 거주구역 내에서 살인이 금지된다. 대신 감금을 당할 수는 있겠지만, 그 또한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강제 사냥과 같은 일로 인해 강제 소환 되어 버리기에 사실상 큰 의미는 없었다.
‘내가 호락호락하게 감금을 당할 수준도 아니고.’
그렇기에 무혁은 아무 걱정 없이 식사에만 열중할 수 있었다.
“저희 고향에서 최고로 취급하던 모태주입니다. 세계 10대 사치품 목록에도 이름이 올라갔던 명주로 티엠 님과 같은 귀인이 방문을 하셨을 때에만 대접을 하고 있습니다. 한잔 올리겠습니다.”
한눈에 봐도 굉장히 고급스러운 술병을 든 빙빙의 모습에 무혁은 옆에 있던 술잔을 들었다.
살살- 눈웃음을 치며 무혁의 술잔에 술을 따르는 빙빙은 남자 꽤나 홀렷을 것 같은 과거를 짐작케 했다.
무혁은 술잔에 채워진 모태주를 한입에 털어 넣었다.
‘크으- 역시 세다!’
입안이 화- 해지는 강력한 도수에 무혁은 콧바람을 내뿜었다.
모태주의 강력한 알코올이 코를 통해서 빠져나가며 불이라도 날 것 같았던 입안이 진정되자 무혁은 뜨뜻한 김이 올라오는 보쌈 돼지고기 두 점으로 마지막 진화에 나섰다.
“한 잔 더 드시겠습니까? 아니면 필요하신 술이 있다면 말씀만 해주십시오.”
빙빙의 물음에 무혁은 술은 됐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웬만한 독에도 막강한 내성을 가지고 있는 차단 스킬이었지만 술 앞에서는 무의미했다.
때문에 함부로 술을 마셔서 정신이 이탈해버리면 무슨 봉변을 당할지 알 수 없었기에 무혁은 술잔을 옆으로 치워버렸다.
‘스킬 링 몇 개 팔러 왔어도 이렇게 대접을 해줬을까?’
엄청나게 희귀한 스킬 링이라면 모를까, 고작 몇 개로 이런 대접을 받을 리가 만무했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자 기다렸다는 듯 섭허룬이 다시 돌아왔다.
빙빙은 테이블을 깔끔하게 치우고는 따뜻한 차 한 잔을 놓고 방을 나갔다.
“식사는 잘 하셨습니까?”
“덕분에 아주 포식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무혁의 인사에 섭허룬은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맙다며 마주 인사를 했다.
“티엠 님께서 판매를 맡기신 스킬 링은 총 454개였습니다. 맞습니까?”
“맞습니다.”
따뜻한 차를 후후- 불며 마시던 무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하게 말씀드려서 제가 록펠 지부를 맡고 이렇게 큰 거래는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티엠 님 덕분에 제가 본점으로부터 큰 점수를 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섭허룬은 몸을 일으키고는 정중하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조금은 과할지 몰라도 섭허룬의 입장에서는 무혁처럼 큰 거래를 하는 사람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에 최대한의 예의를 차릴 수밖에 없었다.
“우선 이것부터 보십시오.”
자리에 앉은 섭허룬은 품에서 종이를 꺼냈고, 그걸 무혁에게 건넸다.
종이에는 무혁이 판매를 맡긴 454개의 스킬 링에 대한 매입가격이 적혀 있었다.
“골드 보석 92개면…….”
4,600만 포인트!
무혁은 자신에게 불필요한 스킬 링을 팔아서 4,600만 포인트를 벌 수 있다는 사실에 어안이 벙벙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면 완전 표정이 다 드러날 뻔했겠어!’
무혁은 자신의 놀란 얼굴을 섭허룬에게 들키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할 정도로 현재 그는 극도로 흥분한 상태였다.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무혁이 심호흡을 하는 사이 섭허룬이 말했다.
“본래 정상 매입 가격은 4,555만 포인트입니다. 하지만, 저희 알라바바와 저를 믿고 이토록 큰 거래를 맡겨주신 티엠 님께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는 예우로 45만 포인트를 추가로 지불하기로 했습니다.”
45만 포인트나 추가했다는 섭허룬의 말에 무혁은 배포가 정말 크다고 생각했다.
만약 자신이었다면 45만 포인트를 추가했을까?
역시 장사꾼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무혁이었다.
“그렇게까지 생각을 해주시니 다음에도 반드시 섭허룬 지부장님과 거래를 해야겠습니다.”
무혁의 대답에 섭허룬은 그렇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며 공간 주머니에서 고급스런 가죽 주머니를 꺼냈다.
“확인해보십시오.”
가죽 주머니에는 정확하게 골드 보석 92개가 들어가 있었다.
‘이게 4,600만 포인트라니…….’
무혁은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몇백 포인트를 벌기 위해 아득바득 거렸다.
그런데 고작 1년 만에 수천만 포인트를 벌었다.
기분이 묘했다.
이 많은 포인트로 뭘 해야 할지 갈피도 잡을 수 없었다.
‘마음만 먹으면 포인트 사용하는 건 일도 아니니까.’
들뜬 마음을 억누르며 무혁은 진정을 되찾았다.
“혹시 인장도 거래를 하십니까?”
“인장이라면… 헬-라시온 3대 인장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무혁이 맞다며 고개를 끄덕이자, 섭허룬이 가만히 그를 응시하다 되물었다.
“진심으로 물으시는 겁니까?”
섭허룬의 말에 무혁은 적잖이 당황했다.
‘내 질문이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가?’
자신을 노골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섭허룬의 모습에 무혁은 무슨 실수를 했는지 돌이켜봤지만, 도통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고작 인장을 거래하냐고 물었을 뿐이다.
“인장에 대해서 알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당황한 기색을 억누르며 무혁이 그렇게 말을 했고, 섭허룬은 그제야 자신이 오해를 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인장에 대한 정보를 물으셨던 겁니까? 그렇다면 지금으로서는 인장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저희 알라바바에서 취급하지 않고 있다고 대답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실망을 하셨다면 죄송합니다만, 인장의 정보 자체는 워낙 희귀해서 어느 상회를 가시더라도 쉽게 접하실 수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습니까?”
무혁은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게 대꾸를 했지만, 속은 썩어 문드러졌다.
섭허룬의 말을 통해 인장이 얼마나 희귀하며 그 가치가 높은 것인지를 다시 한 번 확인했기 때문이다.
‘통통아… 너 정말 왜 그런 거냐!’
무혁은 막대한 가치를 지닌 마수의 인장을 꿀꺽- 해버린 통통이가 원망스러울 정도였다.
쓰린 속을 달래며 무혁이 몸을 일으켰다.
더 이상 알라바바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었으니까.
“다음에도 오늘과 같은 만족스러운 거래가 되었으면 합니다.”
무혁이 먼저 인사를 건네자, 섭허룬 또한 첫 대면에서 보여주었던 것처럼 포권을 취하며 대답했다.
“티엠 님과의 두 번째 거래를 고대하고 있겠습니다.”
“저 역시 하루라도 빨리 알라바바와 거래할 일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섭허룬과 웃으며 작별 인사를 한 무혁은 곧장 알라바바 록펠 지부를 빠져나왔다.
4,600만 포인트를 두둑하게 얻은 무혁의 발걸음은 무척이나 가벼웠다.
“이제 포지션 트레이닝을 기다리면 되는 건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무혁은 록펠 마을 중앙탑으로 향했다.
#
“지부장님.”
무혁이 돌아가고 홀로 남은 섭허룬에게 빙빙이 다가왔다.
“그래, 빙빙 네가 보기엔 어떻더냐?”
“헬-라시온에 적응한 기간은 3년 내외로 보입니다. 국적은 한국인이며, 추정 연령은 20대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걸음걸이로 봤을 때 체술보다는 무기술에 더 능한 사람입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파악하기론 도검류가 아닐까 싶습니다.”
빙빙의 말에 섭허룬은 고개를 끄덕이며 상당부분 동감을 표했다.
“나와 일치하는 부분이 많구나.”
놀랍도록 상대를 관찰하는 능력이 뛰어난 섭허룬과 빙빙이었다.
무혁으로서는 꿈에도 모르겠지만, 그가 알라바바 상회에 들어오면서 보였던 모든 행동 하나하나 사소한 부분까지도 섭허룬과 빙빙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내딛는 보폭과 발끝이 향하는 방향, 어깨의 움직임과 팔의 흔들림만으로도 그가 무슨 무기를 사용하는지 유추해 낼 수 있다.
그리고 무혁이 원했던 식사에도 그의 국적을 파악하기 위한 장치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었다. 그러한 사실을 모르는 무혁으로서는 저도 모르게 가장 익숙하게 먹었던 음식들, 특히 한식 위주로 식사를 함으로써 자신이 어느 나라 사람인지를 빙빙에게 명확하게 알려준 것이다.
빙빙의 옷차림 역시도 상대의 연령대를 알아보기 위한 시험이었다.
개인의 차이가 존재하지만 10대, 20대, 30대, 그리고 그 이상까지 이성을 바라볼 때의 눈빛은 시시각각으로 변하기 마련이다.
노골적인 시선, 은밀한 시선, 부끄러운 시선 등 보통의 남자들은 연령에 따라 여성의 신체를 바라볼 때의 느낌이 다르다. 물론, 앞서 말했다시피 개인의 성격에 따라 전혀 다르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성격과 행동을 종합해보면 대충이나마 연령대를 추측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했다.
섭허룬 또한 빙빙과 마찬가지로 무혁과 대면하는 내내 그를 살폈다.
특히, 매입 가격서를 내밀었을 때 섭허룬은 무혁이 오랜 시간 헬-라시온에 살아온 인물이 아니라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4,600만 포인트는 분명 굉장히 큰돈이다.
하지만, 매입 가격서를 확인하는 순간 무혁이 보였던 손끝의 떨림과 움찔거렸던 어깨선은 그가 굉장히 당황했다는 걸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인장의 거래를 묻다니…….’
섭허룬이 슬쩍- 웃음을 지었다.
인장을 알고 있되, 그 가치를 모른다는 뜻이다.
뒤늦게 무혁이 아무렇지도 않게 정보로 이야기를 돌렸지만, 이미 섭허룬에게는 모든 것이 까발려진 상태였다.
“수백 개의 스킬 링을 독식할 수 있는 3년 차 이내의 수퍼 루키라… 추측되는 인물이 있느냐?”
섭허룬의 물음에 빙빙은 예쁘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딱 한 명이 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그와 동일인이겠지?”
“지부장님께서 생각하시는 그 사람이 맞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대답마저도 예쁘게 하는 빙빙의 모습에 섭허룬은 더욱더 크게 웃었다.
“천인회에서 찾는 이가 내 앞에 제 발로 나타날 줄이야.”
“천인회뿐이겠습니까? 흑룡 길드와 무사시 가문을 비롯한 많은 곳에서 찾는 사람이질 않습니까? 지부장님께서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정보는 곧 돈이다.
이 사실을 어디에 팔든 섭허룬과 알라바바는 적지 않은 돈을 얻게 된다.
“너는 어느 쪽이 더 큰 이득을 우리에게 안겨 줄 것 같으냐?”
“제가 어찌 그런 것까지 알겠습니까?”
“내가 가장 믿는 건 빙빙 네가 가진 그 영특함이다. 네 의견을 말해보아라.”
대답을 재차 요구하는 섭허룬의 모습에 빙빙은 일말의 고민도 없이 대답을 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빙빙의 대답이 끝나자 섭허룬이 하하하핫- 거리며 기쁜 듯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네 말이 맞다! 제대로 된 장사꾼이라면 마땅히 그래야지! 하하하하!”
#
“역시… 리셋인가?”
감색 수트를 빼입은 남자가 혀를 끌- 찼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결국은 최악의 상황과 마주하고 말았다.
“탐사대 중 한 곳이겠지?”
남자는 일이 참 뭣같이 꼬였다며 담배를 꺼내 물었다.
“후우우……!”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남자는 머릿속을 정리했다.
박혁수의 꼬리는 여기서 끊어졌다.
모래성을 무리하게 공략을 하려다가 박혁수가 죽었을 가능성은 굉장히 적다.
남자가 알고 있는 박혁수라는 인간은 제 목숨만큼은 악착같이 지켜내고자 하는 성격이었으니까.
그 말은, 제 능력으로는 결코 공략할 수 없다는 걸 확인한 순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모래성을 빠져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부터 남자는 고민에 빠졌다.
그런데 왜 박혁수의 흔적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 걸까?
답은 간단하다.
탐사대가 목표로 삼고 있는 얼음 칼날 숲 탐사에 성공하려면 모래 태양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걸 탐사대 중 어느 한 곳에서 확보한 것이고, 그 과정에서 박혁수가 끼어들었다가 제거 당했을 가능성이 99퍼센트다.
왜?
“탐사대 내의 알력 다툼에서 우위에 서려면 히든카드는 최대한 숨겨야 하는 법이지.”
남자가 1퍼센트의 확률을 남겨둔 것은 자신의 눈으로 박혁수의 시체를 직접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황상 남자는 박혁수가 살아있을 가능성은 없다고 봤다.
‘박혁수를 죽인 게 누구인지 찾을 필요가 있을까? 괜히 들쑤시고 다니다가 길드나 가문과 엮이면 그것도 귀찮을 텐데…….’
범인은 모래성을 리셋 시킨 존재.
남자는 그게 모래성을 반드시 공략해야만 하는 탐사대 중 한 곳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젠장, 고민석 그 개새끼만 아니면 이런 X같은 일에 시간을 낭비하지도 않았을 텐데.”
자신의 자존심을 건드린 흑룡 길드 서열 7위 고민석을 떠올리며 이를 갈아붙이던 남자가 돌연 허공을 향해 날카롭게 소리쳤다.
“죽고 싶지 않으면 튀어 나와!”
갑작스럽게 허공을 향해 소리친 남자는 이내 아무런 변화도 없자 입가를 비틀어 올렸다.
“죽고 싶다 이거지? 그럼 죽여 줘야지!”
남자의 좌우로 새파란 얼음 창 두 자루가 생성됐다.
그렇게 생겨난 얼음 창 두 자루는 각각 우측 나무 위와 좌측 땅 속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쾅! 퍼억!
나무가 산산조각이 났고, 땅거죽이 폭탄이라도 맞은 것처럼 뒤집혔다.
그리고 두 명의 파란 눈을 가진 외국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엑소더스?”
남자의 표정이 보기 좋게 일그러졌다.
파란 눈의 외국인들, 그들의 복장은 달랐지만 한 가지 동일한 건 오른쪽 가슴에 노란색 별 마크를 달고 있었다.
“역시 소문대로 실력이 나쁘지 않군. 적이리.”
남자, 적이리 김은우가 일그러트렸던 얼굴로 피식- 웃음을 지었다.
“나쁘지 않아? 그런 말은 너희 옐로가 아니라 블랙 이상은 돼야 할 수 있는 거야. 니들이 날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