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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126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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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26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26화

아스펠 마을 (9)

 

‘마정의 의지가 어째서 마수의 인장을 흡수한 걸까?’

마정의 의지는 헬-라시온 마족들 사이에서 상당한 화제가 되었다.

최초로 마정이 의지를 갖고 깨어났으니 당연히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마신 라시온이 직접 내려준 보상이었기에 마족들조차 대놓고 관심을 보인다거나 무혁에게서 빼앗지는 못했지만, 과연 마정의 의지가 어떤 힘을 가지고 있을지 주시하는 마족들이 상당했다.

‘격’ 소위 신분을 상승시켜 줄 수 있는 흡수 가능한 마정이라면 모를까.

의지가 깨어나면서 마족들에게는 하등 쓸모가 없어졌기에 리리타오는 다른 마족들과 다르게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마정의 의지가 마수의 인장을 흡수하는 모습을 보니 잠자고 있던 호기심이 살짝- 고개를 치켜들었다.

헬-라시온에서 인장은 굉장히 특별하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인장이란 특정한 힘이 봉인되어 있는 것을 말한다.

즉, 인장을 몸에 새긴다는 건 그 안에 봉인되어 있는 특정한 힘을 끌어다 쓴다는 뜻이다.

기본적으로 인장에 봉인되는 ‘힘’자체부터 상당하다.

들판에서 뛰노는 토끼나 사슴 따위의 힘은 인장에 봉인되지 않는다.

최소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맹수와 같이 포식자의 위치에 있는 힘만이 인장에 봉인이 된다.

물론, 이건 예시일 뿐, 짐승 따위의 힘이 인장에 봉인되지는 않는다.

마수.

그것도 상당한 힘을 발휘하는 중급 이상의 마수들부터 인장에 봉인이 된다.

그리고 그렇게 봉인된 힘은 인장을 소유한 자가 얼마나 이끌어내느냐에 따라 또 다르다.

같은 인장이라 하더라도 개인의 편차에 따라 기본만 쓰느냐, 더욱더 증폭을 시키느냐의 차이가 발생한다는 소리다.

중요한 건 얼마의 힘을 발휘할 수 있든, 인장에 깃들어 있는 힘을 추가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으니 이는 분명 누구에게나 득이 될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

때문에 인장은 마족들에게도 상당히 귀한 물건으로 취급된다.

통통이가 흡수한 마수의 인장에 깃들어 있는 힘은 ‘라이팩트로’다.

헬-라시온 상급 마수인 라이팩트로였기에 사실상 이만한 마수의 인장을 얻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레오나르도가 라이팩트로의 힘이 깃들어 있는 마수의 인장을 구해왔을 때, 리리타오는 상당히 놀라야만 했다.

설마하니 인간 따위가 그것도 고작 마을 식민 신분의 하찮은 레오나르도가 상급 마수 라이팩트로의 인장을 구해올 줄은 꿈에도 몰랐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라이팩트로의 인장은 굉장히 귀했고, 때문에 상급 마족들조차도 군침을 흘린다.

왜?

수많은 마수들 중 극소수로 분류되는 성장형 마수니까.

성장형 마수의 공통된 특징은 단 하나.

바로 성장의 한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상급 마수로 분류되면서도 그 한계가 없으니 라이팩트로의 힘을 얼마만큼 훌륭하게 발전시킬 수 있느냐는 상급 마족이 그보다 더 높은 단계로 성장할 수 있는 충분한 양분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 보니 레오나르도가 라이팩트로의 인장을 내밀었을 때, 중급 마족인 리리타오조차 강렬한 탐욕을 가까스로 억제시켜야만 했었다.

그런 라이팩트로의 힘이 봉인되어 있는 인장을 마정의 의지인 통통이가 흡수해버린 것이다.

‘정말 새로운데?’

리리타오가 붉은 입술을 혀로 핥으며 고혹적인 미소를 지었다.

마음만 같아서는 가슴 깊은 곳에서 방방- 뛰기 시작한 호기심 때문에라도 통통이를 자신의 곁에 두고 싶었다.

하지만, 리리타오는 마신 라시온의 의지를 거역할 만큼 힘도 없었고, 배짱도 없었다.

아쉽지만 호기심은 이쯤에서 닫아두고, 멀리서나마 지켜봐야만 한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뱉어! 뱉으라고! 도대체 이게 무슨 배은망덕한 짓이야! 내가 널 위해 목숨까지도 걸었었는데 넌 이게 무슨 짓이야! 얼른 뱉어! 화내기 전에 당장 뱉어!”

통통이를 구하기 위해 라미엘과 일전도 불사했던 무혁이었다.

그런데 그런 은혜를 이렇게 갚다니!

계속해서 마수의 인장을 뱉으라며 무혁이 고함도 치고, 사정도 하고, 살살 달래보기도 했지만 통통이는 아주 태연스럽게 외눈만 깜빡- 거렸다.

그렇게 무혁이 통통이를 상대로 온갖 지랄을 하는 동안 리리타오는 깊게 가라앉은 눈으로 통통이를 유심히 지켜보고만 있었다.

“빌어먹을… 수천만 포인트를 이렇게 날리다니…….”

어떤 방법을 써도 통통이가 마수의 인장을 내뱉을 생각을 하지 않자 무혁은 힘없이 허물어졌다.

눈앞에서 수천만 포인트를 날려버렸으니 그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볼일이 없다면 그만 꺼…….”

져- 라는 말이 나오기 전에 리리타오가 가까스로 말을 삼켰다.

평소대로라면 인간을 상대하는 것 자체를 경멸했을 리리타오였지만, 통통이의 존재가 그녀로 하여금 다르게 행동하도록 만든 것이다.

흡사 전 재산을 카지노에 날린 사람처럼 절망하고 있던 무혁도 비척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통통이가 이미 삼켜버린 마수의 인장은 되돌아오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는 무혁으로서는 허탈감을 극복하며 할 일을 했다.

혹시라도 리리타오가 꼴 보기 싫으니 꺼지라고 할 수도 있으니 더 이상 그녀의 심기를 건드릴 수도 없었다.

‘그래, 마수의 인장은… 생각도 하지 않았던 보너스였잖아. 없어도 그만이라고…….’

생각을 할 수가 없다!

무혁은 곁에서 너무나도 발랄하게 통통- 뛰고 있는 통통이를 노려보고는 공간 주머니에서 보석을 모조리 꺼냈다.

오크 상인 아르마카에게 무지개 구슬을 모두 건네고 구입한 보석.

헬-라시온에서 유일하게 중앙탑을 통해 구매와 판매가 동일하게 이루어지는 환전 물품.

“이거 다 판매하겠어.”

무혁이 리리타오에게 건넨 보석은 4종류였다.

골드 보석 7개, 실버 보석 2개, 레드 보석 1개, 옐로 보석 2개.

헬-라시온에서 통용되는 보석의 종류는 5가지다.

높은 가치를 지닌 순서대로 나열하자면 골드 > 실버 > 블랙 > 레드 > 옐로 순이다.

아르마카는 높은 가치를 지닌 보석을 각각 무지개 구슬 45개, 27개, 9개, 4개, 1개 순으로 판매를 했는데, 중앙탑에서는 골드 50만, 실버 30만, 블랙 10만, 레드 5만, 옐로 1만 포인트로 거래를 했다.

무지개 구슬로 대충 10퍼센트 할인된 가격으로 보석을 구입할 수 있었고, 무혁이 마지막에 아르마카에게 모두 소모한 무지개 구슬은 375개였다.

“417만 포인트다.”

 

[정상 처리 완료!]

[잔여 포인트 : 28,210,250]

 

보석만 팔아서 무혁은 또 다시 417만 포인트를 얻었다.

2천8백만이라는 막대한 포인트를 보면서도 무혁은 전혀 기쁘지 않았다.

통통이가 꿀꺽- 삼켜버린 인장만 하더라도 이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더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었을 거라 생각하니 또다시 속에서 부글부글- 화가 끓었다.

“후우우…….”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진정시킨 무혁은 공간 주머니에 담겨 있던 잡다한 것들도 모조리 판매했다.

중앙탑에서 정리할 수 있는 것들을 모두 정리를 하고 나자 무혁은 29,004,700포인트를 갖게 되었다.

이제부터는 쇼핑 타임!

무혁은 가장 먼저 공간 주머니부터 추가로 구입했다.

이미 1톤짜리 그리고 100킬로그램짜리 두 개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사실상 그리 많은 용량이라고 부를 순 없었다.

보통 상위 식민들의 경우 기본적으로 10톤 이상의 공간 주머니를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몬스터의 사체를 통으로 보관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이런저런 물품들을 가장 안전하게 온전히 보관을 할 수 있는 것이 공간 주머니였기에 포인트의 여유만 있다면 최대한 공간 주머니의 용량을 늘릴 필요가 있었다.

포인트의 여유도 충분하겠다 무혁은 통 크게 공간 주머니의 용량부터 제대로 늘려볼 작정이었다.

“공간 주머니 10톤짜리가 천만 포인트였던가?”

무혁의 물음에 리리타오는 통통이를 바라보며 그렇다고 대답했다.

자그마치 10톤짜리 공간 주머니!

소도시 식민들 중에서도 꽤나 이름을 떨치는 이들이 아니라면 쉽게 구입할 수 없는 초고가의 공간 주머니다.

보통 차근차근 1톤, 5톤짜리를 하나씩 구입해서 총 용량을 10톤 이상으로 늘리는 이들과는 확연하게 다른 파격적인 행동이었다.

“문신 형태로 바꾸면 1,300만 포인트.”

계산을 마친 무혁은 순간 주춤거렸다.

2,900만 포인트가 있다고 하지만 구태여 공간 주머니 하나에 절반에 가까운 1,300만 포인트를 소모하는 게 맞는 걸까?

잠시 갈등이 생겼지만, 무혁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필요한 부분이야. 최대한 많은 용량의 공간 주머니부터 확보해놓고 이것저것 다 쓸어 담아버리면 되잖아?’

딱히 틀린 소리는 아니다.

다만, 헬-라시온에 끌려온 이들은 보편적으로 자신의 발전적인 방향에 맞춰서 포인트를 소모해왔고, 그것이 우선이어야만 생존에 더욱더 큰 힘이 된다.

그럼 발전적인 방향이란?

가장 첫 번째는 역시 고유 능력의 정밀 수치를 올려주는 성장 약물의 구입이다.

그 다음으로는 보유하고 있는 무구보다 더 나은 것을 구매하는 쪽이다.

하지만, 무혁에게는 우선 두 가지 모두 해당 사항이 아니다.

몬스터 핵과 블랙 본이 있었으니까.

물론, 블랙 본은 방어구보다는 무기에 가까웠기에 주력 방어구는 필요했다.

그러나.

‘지금 입고 있는 것들도 아직 쓸 만한데 굳이 바꿀 필요는 없지.’

현재 무혁은 자신의 방어구에 큰 불만이 없다.

몇 가지 소소하게 필요한 방어구는 있었지만, 현재 2,900만 포인트 중 1,300만 포인트를 공간 주머니 구입에 사용하는 건 큰 낭비라고 볼 수 없었다.

무혁은 언젠가는 지출하게 될 부분이라 여겨 10톤짜리 공간 주머니를 구입했다.

1톤짜리 공간 주머니와 마찬가지로 왼쪽 눈동자 옆에 황금색 점으로 문신을 새겼다.

‘이걸로 한참동안 공간 주머니에 대한 부족함은 없을 테니까 이제 방어구 쪽을 볼까?’

무혁에게 현재 필요한 방어구는 투구, 그리고 방패 정도였다.

그중에서도 투구는 특별히 중요했다.

‘카르마덴 투구.’

헬-라시온의 세계는 게임 따위가 아니다.

아무리 강력한 방어구를 온몸에 두르고, 고유 능력이 높아져도 머리통이 박살나면 그대로 죽고, 심장이 뚫리면 즉사한다.

“카르마덴 소재로 만들어진 투구를 보여줘.”

무혁의 요청에 리리타오가 곧바로 수십 가지의 투구를 홀로그램으로 띄웠다.

“어디보자… 응?”

눈앞에 떠오른 홀로그램 중 무혁의 시야에 익숙한 투구가 눈에 들어왔다.

오크 상인 아르마카가 판매했던 카르마덴 투구다.

 

|카르마덴 투구 - 5등급 방어구|

· 강도 높은 카르마덴 금속으로 만들어졌다.

· 5등급 이하 무기에 대한 방어력이 우수하다.

· 내구력이 높아 수리할 일이 거의 없다.

 

모양부터 설명까지 일치했다.

“350만?”

결코 싼 가격은 아니었지만, 5등급 방어구라는 점과 카르마덴 소재라는 것을 생각하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이다.

다만.

“350만 포인트면 골드 보석 7개면 무지개 구슬로는 315개?”

아르마카는 무려 무지개 구슬 2천 개를 받았다.

그런데 중앙탑에서는 고작 315개면 살 수 있는 가격을 받았다.

“그렇게 안 봤는데 완전 사기꾼이었잖아. 6배가 넘게 더 받아먹다니…….”

나름의 친분으로 호감을 쌓았다고 생각했던 아르마카를 떠올리며 무혁이 허탈해했다.

“역시 단순하고 멍청하며 이기적이기까지 한 인간답군.”

무혁은 갑작스런 리리타오의 맹비난에 눈을 찌푸리며 그녀를 노려봤다.

“강제 사냥터에서 상인을 통해서 구매하는 무기나 방어구는 그 가치가 폭등할 수밖에 없다. 5등급의 카르마덴 투구? 적어도 6등급 사냥터에서만큼은 최상급 방어력을 가진 방어구일 가능성이 클 텐데? 그런 방어구를 중앙탑과 같은 가격에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너희 말로 도둑놈 심보 아닌가?”

억울할 필요도, 그럴 이유도 없다는 리리타오의 말이었다.

같은 물이라고 사막에서도 같은 가격에 팔아야 할까?

아주 간단한 이치를 깨달은 무혁은 민망함에 얼굴이 붉어졌다.

‘아… 그런 거였어?’

리리타오의 말이 조금도 틀리지 않았기에 무혁은 잠시나마 사기꾼 취급을 했던 아르마카에게 미안해했다.

‘하긴, 물건 가격을 아르마카가 정해서 팔았을 리도 없지.’

큼큼- 헛기침을 하며 무혁은 재빨리 홀로그램으로 눈을 돌렸다.

10분 동안 투구를 살펴보던 무혁은 마음과 다르게 투구를 구매해야겠다는 욕구가 점점 떨어졌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투구를 착용했을 때의 불편함이다.

‘그렇다고 투구를 아예 무시할 수도 없으니… 상황에 따라서 사용하는 수밖에 없겠네.’

투구가 필요한 상황에서만 사용하자고 생각한 무혁은 디자인과 같은 부분들은 아예 배제하고 오로지 머리를 보호할 수 있는 수단으로만 봐서 가장 합리적인 가격의 투구를 고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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