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1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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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7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18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18화
피 무지개 숲 (43)
무언가 분위기가 이상하게 흐르기 시작했다는 걸 느낀 무혁은 재빨리 통통이가 들어가 있는 가죽 주머니를 열었다.
“…통통아?”
텅- 비어 있는 가죽 주머니를 탈탈- 털어가며 통통이를 찾는 무혁의 모습에 남자가 딱! 소리가 나도록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놀랍게도 남자의 왼쪽 편에 새하얀 철장에 갇힌 통통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통통아! 이 개새끼야! 뭐하는 짓이야!”
무혁은 진심으로 분노를 터트리고는 공간 주머니에서 모래 태양을 꺼내들었다.
어마어마한 열기가 사방으로 휘몰아치자 남자가 호오- 하며 감탄을 했다.
“태양왕의 태양구슬과 비슷한 열기로군.”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그만하고 통통이를 돌려주지 않으면 모래 태양의 뜨거움을 맛보게 될 거라는 무혁의 협박에 남자는 마음대로 해보라는 듯 웃고 말았다.
‘저 새끼… 저거 진짜 뭐야? 뭔데 저렇게 여유로워?’
모래 태양의 열기에 조금도 동요하지 않는 남자의 모습에 무혁은 불길함이 엄습했지만, 그래도 모래 태양을 믿었다.
“언제까지 그렇게 여유로울 수 있는지 두고 보자!”
무혁은 통통이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모래 태양을 들고 남자에게로 달렸다.
최대한 거리를 좁혀서 모래 태양을 피하지 못하게끔 만들겠다는 의도였다.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음에도 가만히 두고 보는 남자와의 거리를 좁히는 데 성공한 무혁은 그대로 모래 태양을 빠르게 던졌다.
무혁의 의도는 훌륭했지만, 모래 태양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던 남자는 결코 허세 따윌 부린 게 아니었다.
처억!
“…마, 말도 안 돼!”
무혁은 자신이 던진 모래 태양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든 남자의 모습에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고, 입은 쩍- 벌어졌다.
심지어 남자는 흐음- 하며 모래 태양을 손에 쥐고 이리저리 돌려가며 관심까지 드러낼 정도였다.
순간적으로 무혁은 모래 태양을 빼앗기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다행스럽게도 남자는 곧바로 모래 태양을 무혁에게 도로 던져주었다.
“내가 알고 있는 태양 구슬과 상당히 흡사하지만, 가지고 있는 열기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형편없군. 이를테면… 모조품이랄까.”
남자의 말 한마디에 무혁의 손으로 돌아온 모래 태양은 졸지에 태양구슬인지 뭔지의 짝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 순간만큼은 모래 태양의 가치가 한없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무혁은 남자에게 어떠한 위협도 줄 수 없는 모래 태양을 숨기듯 공간 주머니에 던져 넣었다.
명품에 익숙한 자 앞에서 짝퉁을 들고 설친 자의 부끄러움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자, 그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지. 순백의 영혼이 어째서 네게 있는 것이냐?”
무혁은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잠시 고민했지만, 남자가 그 고민을 깔끔하게 해결해주었다.
“진실과 거짓을 판별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어떠한 협박보다도 무섭게 들리는 남자의 경고에 무혁은 사실 그대로를 담백하게 털어놨다.
“…그렇군. 라시온이 순백의 영혼을 털었었군.”
허탈함과 분노가 공존하는 남자의 음성에 무혁은 머뭇거리다 더 이상은 참지 못하겠다는 듯 물었다.
“도대체 순백의 영혼이 뭐지?”
“순백의 영혼은 천계 제일의 보물이다.”
“그러니까 그게 뭐냐고.”
“흠…….”
남자는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 이내 인간의 수준에 맞춰서 가장 간단하면서도 이해가 쉽도록 대답을 해주었다.
“너희 인간들이 말하는 천사. 그것이 순백의 영혼이다.”
“…천… 사… 라고?”
무혁이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통통이를 바라봤다.
그리고 남자의 부연 설명이 이어졌다.
“본래대로라면 순백의 영혼은 천계에서 충분한 부화 과정을 거쳐 천계의 일원으로서 스스로 자아를 갖추어 각성을 해야만 한다. 하지만, 라시온의 마기에 타락해버린 순백의 영혼은 부정한 방법으로 강제 부화를 해버리고 말았다. 때문에 저건 더 이상… 내가 아는 순백의 영혼이라고 볼 수 없다.”
침통한 음성으로 그렇게 말을 한 남자의 기세가 날카롭게 벼려졌다.
그건 명백한 살기였고, 그 살기의 대상은 통통이였다.
무혁은 남자가 당장이라도 통통이를 어떻게 해버릴 것만 같은 위기감에 황급히 그의 관심을 이끌었다.
“좋아! 순백의 영혼이든 뭐든 그렇다고 쳐! 그런데 당신! 당신이 누군데 이런 사실들을 다 알고 있는 거지? 보아하니 악마나 마족은 아닌 듯싶은데… 도대체 누구야?”
무혁의 물음에 그의 의도대로 남자가 살기를 거두며 대답했다.
“라미엘. 한때는 32천사장이었지.”
“처, 천사장? 당신… 천사… 입니까?”
무혁의 물음에 라미엘이 씁쓸하게 대답했다.
“그랬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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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악!”
“아아아악!”
“죽어어어어-!”
“사, 살려줘! 살려줘어어어!”
고통에 찬 비명이 줄을 이었고, 악에 바친 고함소리가 폭탄마냥 터졌고, 애절한 절규가 통곡마냥 허공을 부유했다.
모두 남쪽 토성 거주자들의 것이었다.
1차 앙할마케의 원거리 돌팔매질에 이어서 2차 거대 불곰의 몸통 박치기는 남쪽 토성을 뒤흔들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거대 불곰의 몸통 박치기 공격은 단순 무식했지만, 위력만큼은 대단했다.
아무리 보수를 열심히 했다 하더라도 애초부터 형편없었던 토성 외벽이었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내구도가 떨어졌다.
막으려고 해도 막기 힘들었고, 그렇게 외벽이 조금씩 허물어지기 시작하자 이번에는 자신의 차례라는 듯 소수의 전투 개미들이 질서정연하게 허물어진 외벽 사이를 뚫고 들어왔다.
그때부터가 본격적인 인간과 몬스터들의 사투가 시작되었다.
처음 전투 개미가 등장했을 때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무척이나 당황했었다.
하지만, 지난 시간 동안 전투 개미를 상대로 어떻게 싸움을 해야 하는지 그 효율을 깨달은 사람들은 쉽게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오크 상인을 통해 개개인마다 무기와 스킬 등을 새롭게 무장하면서 전투 개미를 몰아붙이기까지 했다.
거대 불곰 역시 마력 공격에 취약하다는 약점이 알려졌기에 그 수는 적을지언정, 마력 공격을 할 수 있는 각종 무기와 장신구를 구입한 이들이 전략적으로 거대 불곰만 쓰러트리기에 바빴다.
하지만, 처음부터 수적인 열세 상황 속에서 앙할마케의 돌팔매질에 의한 피해가 워낙 컸다.
시간이 지나도 몬스터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고, 반대로 희생되는 사람들의 수는 점점 늘어만 갔다.
희망을 조금도 엿볼 수 없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다.
“죽어버려!”
레이나의 손에서 불덩어리가 날아가 거대 불곰의 머리통을 새카맣게 태우기 시작했다.
뜨거운 불길에 거대 불곰이 울부짖으며 뒷걸음질을 쳤지만, 레이나의 표정은 여전히 좋지 못했다.
벌써 과도할 정도로 많은 파이어 볼을 사용한 탓에 머리가 핑핑- 돌았다.
조금만 더 무리를 했다가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구역질을 할 것만 같았다.
이제는 무조건 쉬어야 했지만, 레이나는 계속해서 외벽을 들이 받아대는 거대 불곰의 모습에 쉴 수가 없었다.
“비오타샤의 화염 장갑을 더 구입할 수 있었더라면…….”
레이나는 자신의 실력을 훨씬 더 증폭시킬 수 있는 비오타샤의 화염 장갑을 추가로 구입하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으로 남았다.
“레이나! 피해!”
포물선을 그리고 날아온 아이 머리통만 한 돌멩이에 레이나가 두 눈을 부릅떴다.
퍼억!
“아아악-!”
어깨를 가격당한 레이나가 그대로 쓰러졌다.
앙할마케의 돌팔매질이 어찌나 강력한지 어깨가 완전히 박살이 나버린 레이나로서는 끔찍한 고통에 눈물 밖에 나오지 않았다.
끼릭!
레이나가 쓰러지자 그녀의 앞으로 전투 개미 한 마리가 달려들었다.
핏빛 눈동자로 자신을 바라보는 전투 개미의 칼과 방패에는 누군가의 핏물이 아직까지도 뚝뚝-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도, 도와줘…….”
레이나가 뒤로 움직이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전투 개미는 널 도와줄 사람 따윈 없다는 듯 높이 도약해서는 핏물이 흥건한 칼을 높이 치켜들었다.
“이 새끼가 어딜!”
퍼억- 투 핸드 소드를 든 루이스가 레이나를 향해 달려들던 전투 개미를 후려갈겼다.
갑작스런 루이스의 개입으로 인해 전투 개미는 허리 부근의 외피가 일부분 부서진 상태로 바닥을 뒹굴었다.
“괜찮아?”
루이스의 물음에 레이나가 그를 빤히 올려다봤다.
머리에서는 피가 흘러내렸으며 왼쪽 팔뚝엔 깊은 상처를 응급처치도 못 한 상태로 흉측하게 뼈를 내보이고 있었다.
어깨만 박살난 자신보다 도리어 더 많이 아파 보이는 루이스의 모습에 레이나는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크으… 지금 날 걱정해서 우는 거지? 기분 좋네!”
분위기를 전환시키려는 루이스의 말에 레이나는 더욱더 눈물이 흘렀다.
“미안해… 그 동안 못되게 굴어서 정말 미안해…….”
“아냐, 아냐! 너도 널 방어하기 위한 수단이었을 텐데, 충분히 이해해. 여기서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너도 버틸 수 없었을 테니까. 당연한 행동이었다고 생각해. 그리고 너도 날 한 번 구해줬었잖아? 그러니까 이건 당연한 거야!”
루이스의 말에 레이나는 진심으로 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조금 더 잘해줬을 텐데…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잠시 쉬고 있어!”
쓰러졌던 전투 개미가 몸을 일으키자 루이스가 그렇게 말을 하고는 땅을 박찼다.
타다다다닥- 달려 나간 루이스는 전투 개미를 향해 호쾌할 정도로 투 핸드 소드를 힘껏 휘둘렀다.
콰작- 하는 파열음과 함께 전투 개미의 외피가 또 다시 부서졌다.
처음 전투 개미 한 마리를 보고 덜덜- 떨었던 루이스의 모습은 더 이상 없었다.
셀 수 없었던 전투 개미와의 싸움은 루이스를 더욱더 단련시켰고, 전투 개미를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를 알게 해주었다.
전투 개미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인 루이스가 마지막 마무리를 하려고 할 때였다.
쿠웅! 퍽!
“큭!”
공교롭게도 거대 불곰이 들이받은 외벽이 루이스가 서 있던 곳이었고, 그로 인해 루이스의 투 핸드 소드가 궤도가 어긋나며 전투 개미가 아닌 외벽 바닥을 내려치고 말았다.
죽음의 순간에서 벗어난 전투 개미가 고함을 내뱉듯 끼릭- 거리고는 손에 쥐고 있던 검을 앞으로 내질렀다.
푸욱!
“…커억! 이야악-!”
전투 개미의 검에 옆구리를 관통당한 루이스는 신음을 흘리면서도 악에 바친 표정으로 투 핸드 소드를 냅다 휘둘렀다.
퍼억!
전투 개미의 매끈한 대가리가 투 핸드 소드에 반쯤 부서졌다.
“죽어! 이 개미 새끼야!”
머리통이 반이나 부서진 전투 개미를 향해 루이스는 머리 위로 치켜 올렸던 투 핸드 소드를 있는 힘을 다해 내리 찍었다.
콰자작!
전투 개미의 머리통이 완전히 박살이 나버리는 모습을 확인하고 나서야 루이스가 비틀거렸다.
“크으…….”
투 핸드 소드로 몸을 지탱하고 선 루이스가 옆구리를 스윽- 매만졌다.
뜨거운 피가 울컥울컥- 쏟아지고 있었다.
“루이스!”
레이나와 오를리아, 방구름까지 그의 곁으로 달려와선 그의 상처를 바라봤다.
“하하… 그렇게 볼 것 없어. 이까짓 상처 어차피 중앙탑으로 가면 멀쩡하게 나을 수 있잖아. 안 그래?”
하얗게 질려가는 루이스의 얼굴을 바라보며 레이나가 자신의 상의 밑단을 쫘악- 찢어서는 그의 옆구리를 단단하게 동여매기 시작했다.
새하얀 아랫배가 고스란히 드러났지만, 레이나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잠깐이라도 쉬고 있어.”
레이나가 루이스를 강제로 앉히며 단호하게 말했다.
“괜찮은데…….”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주저앉자 나른하게 몸이 풀려버린 루이스는 이대로 계속 쉬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방구름은 루이스의 상처를 바라보며 회복 포션을 줘야 하나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부상을 입은 루이스의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회복 포션으로 상처를 치유해야 했지만, 함부로 포션을 사용하지 말라는 무혁의 당부가 있었기에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정말 위급한 순간에만 사용하자.’
루이스에게 미안했지만, 포션을 함부로 내보일 수 없는 방구름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무혁은 언제 오는 거야?”
좀처럼 말을 잘 꺼내지 않는 오를리아가 방구름을 바라보며 그렇게 물었다.
지금 이 위기를 깨끗하게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무혁 밖에 없었기에 오를리아 뿐만 아니라 루이스와 레이나 역시 그의 존재가 너무나도 간절했다.
“형님은…….”
‘구름아, 걱정 마. 다른 건 몰라도 남쪽 토성만큼은 함락되지 않도록 할 테니까.’
자신만 믿으라며 아침 일찍 토성을 빠져나갔었던 무혁이었다.
그런데 무혁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었고, 남쪽 토성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지경으로까지 변해가고 있었다.
‘형님… 제발 빨리 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