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1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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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8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16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16화
피 무지개 숲 (41)
쩍! 쩌억! 쩌억! 쩍!
쉬지 않고 올랐다.
다른 생각 하나 하지 않고 오르고 올랐다.
벌써 겁 많은 바로크의 폭주 스킬을 4번이나 썼다.
그 말인 즉, 5분의 효과 지속 시간에다가 쿨 타임 시간 40분까지 기다렸으니 2시간이 넘도록 검은 기둥을 기어오르고 있다는 소리다.
더욱이 현재 무혁이 기둥을 타고 오르는 속도는 결코 일반적이지 않았다.
“X발! 63빌딩이라도 10초도 걸리지 않을 속도인데… 도대체 얼마나 올라가라는 거야!”
무혁은 아직도 그 끝이 보이질 않는 검은 기둥을 바라보며 바득바득- 이를 갈아붙였다.
이렇게 높을 줄 알았다면 애초부터 도전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를 바라보면 까마득했다.
그토록 넓게 보였던 숲이 작은 우물처럼 보일 정도였으니 말 다 했다.
끝이 있기나 하는 걸까?
어쩌면 엿 먹이기 위한 속임수 아닐까?
무혁의 머릿속에 부정적인 생각들만이 가득 찼다.
“지금이라도…….”
내려갈까- 라는 말이 선뜻 나오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개고생을 해가면서 올라왔는데 이제 와서 포기한다고?
“어디 끝까지 해보자!”
쩌어억!
성큼성큼- 검은 기둥을 올라가는 무혁의 눈엔 독기가 철철- 흘렀다.
그리고 다시 두 시간 뒤.
“야이- X발! X같은 새끼들아! 이 X새끼들아!”
헉헉- 거리면서도 무혁은 욕설을 멈추지 않았다.
짜증이 머리를 뚫고 나왔고, 분노심이 심장을 들들- 끓게 만들었다.
이젠 숲이 하나의 점으로 변해 있었다.
남쪽 토성 거주자들이 3차 몬스터 습격을 어떻게 막아내고 있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이제는 올라온 높이로 인해서 내려가는 것도 솔직히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였으니 무혁으로서는 오도 가도 못하는 그런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제 좀 그만 하자.”
자그마치 4시간이 넘도록 기둥을 기어올랐더니 팔이 덜덜- 떨렸다.
아무리 근력이 높다 하더라도 팔에만 의지해서 기둥을 4시간 동안 올라간다는 건 미친 짓이었고, 그만큼 후유증이 컸다.
뒤늦게 창 딱따구리 부리 장화로 검은 기둥을 찍으며 몸의 무게를 분산시켜봤다.
하지만, 검은 기둥의 표면에 흠집을 내 버티기 위해선 발끝과 하체에 힘이 가중되다보니 생각만큼 효율적이지 못했다.
이래저래 힘이 들긴 매한가지란 소리다.
“이렇게는 도저히 답이 없어…….”
아직도 끝이 아득히 멀게 느껴졌기에 무혁은 1시간 전부터 줄곧 고민해왔던 것을 끝내기로 결심했다.
“…X발, 여기서 이렇게 허무하게 쓸 스킬이 아닌데…….”
결심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무혁의 얼굴엔 아직까지도 망설임이 가득했다.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죽겠다는 표정이었다.
“아무것도 없으면… 까드득!”
더 이상 뒤는 생각하기도 싫다는 듯 무혁은 이를 갈아붙이고는 손가락에 끼워둔 스킬 링의 스킬 명을 외쳤다.
“플라이!”
|플라이 – 5등급(1회성)|
· 자유자재로 비행이 가능하다.
· 비행 유지 시간은 15분이다.
· 정마력 등급에 따라 비행 속도가 상승한다.
· 비행 중 전투는 불가능하다.
· 스킬 성장과 조합이 불가능하다.
채앵- 하고 플라이 스킬 링이 깨지며 사방으로 산산이 흩어졌다.
동시에 무혁은 몸이 중력의 지배를 아예 받질 않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무언가 느낌이 묘했고, 이상했지만 조심스럽게 검은 기둥에서 손을 놓아보니 두둥실- 몸이 허공에 떠 있었다.
“뜨, 뜬다!”
신기함에 이리저리 움직여보던 무혁은 이내 이럴 시간이 없다는 걸 깨닫고는 몸이 솟구친다는 생각을 하며 머리 위로 무게 중심을 이동시켜봤다.
쑤우우우욱-!
순식간에 몸이 위로 비행을 시작한다.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이 칼날처럼 느껴질 정도로 그 속도가 굉장했다.
인간이 자력으로 하늘을 난다는 건 꿈과 같은 일이다.
무혁은 그 꿈과 같은 일에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표출하기 위해 저도 모르게 소리를 내질러댔다.
“이야아아아아아아-!”
4시간 동안 아득바득- 검은 기둥을 기어 올라왔던 것이 허무하고 멍청하게 느껴질 정도로 무혁의 몸은 위로 쭉쭉- 올라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은 기둥의 끝은 좀처럼 보이질 않았다.
“설마… 이러고도 끝에 도착하지 못하는 건 아니겠지? 아니야,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
무혁은 그럴 리 없다고 강하게 부정했다.
정확하게 알 순 없지만 속도가 100킬로미터는 가뿐하게 넘었다.
이런 속도로 15분을 날아가는데 끝에 도착하지 못한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되질 않는다고 여겼다.
그렇게 5분, 10분이 지나자 무혁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굳어갔다.
“서, 설마…….”
무혁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핏빛 무지개를 바라봤다.
그리고 거의 피 무지개의 지척까지 도착했을 때, 플라이 스킬이 끝나버렸다.
“헉!”
아래로 떨어지려는 무혁은 다급히 손을 뻗었다.
쩍- 쩍!
“후우우…….”
이제는 숲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정도였다.
이런 미친 높이였다니… 이걸 등반하라고?
무혁은 사기를 당한 사람처럼 씩씩- 거렸다. 그러다 문득,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이 높이에서 몬스터가 떨어지고도 멀쩡할 수 있는 거지?”
떨어지면 그대로 몸이 산산조각이 나버릴 것만 같았기에 무혁은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았다.
또한, 자신은 아래가 까마득해서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데 어떻게 아래에서는 무지개를 뚫고 떨어져 내리는 몬스터를 그토록 가깝게 볼 수 있었는지도 이해가 가질 않았다.
“이게 무슨 환상 마법에 빠진 것도 아니고…….”
무혁은 도통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지만, 어쨌든 이제 거의 끝이 보이는 검은 기둥의 꼭대기를 올려다보며 마지막 힘을 냈다.
“이렇게까지 개고생을 했는데 아무것도 없으면 진짜…….”
억울해서 뒷목 잡고 쓰러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무혁이다.
그렇게 30분을 더 기어오르고 나서야 무혁은 피 무지개를 뚫고 올라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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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윽!”
무혁은 피 무지개를 뚫고 올라가자 가장 먼저 머리를 어지럽게 만드는 강렬한 피비린내에 숨이 턱! 막혔다.
단순한 피비린내가 아닌 독성이 섞여 있는 듯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고 휘청거릴 정도로 강렬했다.
[차단, 스킬이 내부 저항을 시작합니다.]
[차단, 스킬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차단 스킬로 인해서 무혁은 조금씩 진정을 찾을 수 있었다.
“…도, 도대체 여기 뭐야…….”
피 무지개 위는 무혁이 상상했던 것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잭과 콩 나무를 상상했던 백인 남자 역시 만약 이 광경을 봤다면 기겁을 했을 것이다.
우선 사방으로 자욱하게 안개가 뿌려져 있었는데 그 색이 붉은색이었다.
물이 아닌 피로 안개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것만 같았는데, 강렬한 피비린내의 정체는 바로 이 피 안개인 듯싶었다.
하지만, 정말 무혁을 놀라게 하는 건 피 안개 따위가 아니었다.
사방 곳곳에 거대한 가시나무가 제멋대로 세워져 있었는데 놀랍게도 그 가시나무에는 제각각 흉측하게 찢겨지고, 뜯겨진 상태로 몬스터의 시체가 내걸려져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몬스터들의 시체에는 손가락보다도 굵은 구더기가 바글바글- 했고, 얼마나 부패를 했는지 악취가 풀풀- 풍겼다.
“하아…….”
무혁은 또다시 목구멍을 타고 올라오는 욕지거리를 겨우 삼켰다.
개고생을 해가며 올라왔더니 이런 말 같지도 않는 지옥의 광경을 보게 될 줄이야.
무혁은 검은 기둥을 올라가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던 때로 돌아 갈 수만 있다면, 자신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치며 정신 차리라고 일갈을 해주고 싶었다.
“이런 X같은…….”
생각을 할수록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어서 무혁은 끝내 욕설을 진하게 내뱉고는 주머니를 뒤져 담배를 물었다.
그나마 담배를 태우니 악취에서는 조금이나마 해방이 되는 기분이 들었다.
“도대체 여길 내가 왜 올라왔을까?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허탈함에 담배를 뻑뻑- 피우던 무혁은 이왕 올라온 김에 도대체 여기가 뭐하는 곳인지 알아나 보자는 심정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쑤욱- 쑤욱- 쑤욱.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스펀지 위를 걷는 것처럼 발이 푹푹- 잠겼는데, 놀랍게도 무혁이 현재 밟고 있는 것은 피 무지개였다.
무지개를 밟게 될 줄이야!
무혁은 이 신기하고도 놀라운 사실에도 감흥은커녕, 발걸음을 어렵게 만드는 현실에 짜증만 났다.
“뭐 하나 마음에 드는 게 없네.”
어느새 다 태워버린 담배를 신경질적으로 내뱉고 새 담배를 꺼내 물었다.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코를 괴롭히는 악취에서 조금이나마 해방되고 싶을 뿐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마치 끝도 없을 것만 같던 피 무지개 위에 한 남자가 주저앉아 있었다.
“…저건 또 뭐야?”
무혁은 자신 외에 누군가 피 무지개 위에 있다는 사실에 잔뜩 긴장을 했다.
머릿속에서는 온갖 상상이 어지럽게 뒤엉켰다.
그중에서도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이라면.
저 정체 모를 남자가 여길 이 꼴로 만들어 놓은 건 아닐까?
‘어쩌면 마족일지도 모르고.’
무혁은 혹시나 싶어서 재빨리 공간 주머니에서 방구름이 만들어 준 능력 상승 알약을 꺼냈다.
‘근력하고 체력은… 아니지, 한꺼번에 다 씹어버려야지 무슨!’
능력 상승 알약을 입에 털어 넣은 무혁은 그것들을 차곡차곡- 이와 입술 사이에 끼워놨다.
겉으로 보기엔 입술이 불뚝- 튀어나와 이상하게 보일지라도 중요한 순간에 알약을 혀로 훑어서 씹어버리면 그대로 고유 능력의 정밀 수치가 상승하니 이보다 더 편할 순 없었다.
혹시라도 실수해서 아까운 알약을 씹거나 삼킬지도 모르니 무혁은 꼼꼼하게 이와 입술 사이에 끼워놓고는 남자를 향해 조심스럽게 접근을 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남자의 행색이 참 괴이했다.
한눈에 봐도 인간처럼 보였는데 온몸이 잿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상의는 불에 탄 듯한 가죽 옷을 입고 있었으며, 등 뒤로는 끔찍하다 못해 처참한 흉터가 눈에 들어왔다.
주저앉아 있었지만 키는 꽤 커 보였고, 몸도 상당히 다부진 느낌이었다.
잿빛 머리카락은 굉장히 길었는데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늘어트리고 있으니 꼭 망나니 헤어스타일이 저렇지 않을까 싶어 무혁은 더욱더 남자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졌다.
무엇보다 남자의 옆에 나뒹굴고 있는 거대한 대검은 세월의 흔적이 상당했지만, 한눈에 봐도 명품임이 분명해 보였다.
‘명품도 저렇게 막 써대면 소용없구나.’
여기저기 이가 다 나가고 검날 곳곳에 녹까지 끼어 있는 대검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무혁은 명품이 무슨 소용인가, 평범한 것도 관리만 잘하면 명품 못지않다고 생각했다.
“놀랍군. 인간이 여길 올라오다니…….”
탁한 음성이 남자에게서 흘러나왔다.
음성에서부터 음울한 기운이 가득했다.
“…누구시죠?”
대꾸를 할까, 말까 고민하다 무혁은 그렇게 입을 열었다.
“인간이 자력으로 이곳까지 올라올 수는 없을 테고… 역시 놈들의 충실한 종이 되었는가…….”
종이라는 말에 무혁은 욱- 하고 화가 치솟았지만, 경거망동하진 않았다.
남자의 분위기가 지금까지 만나봤던 그 어떤 존재보다 특별할 정도로 강렬하기도 했지만, 피 무지개 위로 올라서니 숲에서 날뛰던 무혁조차 움츠려들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본능인가?’
토끼가 제아무리 발랄해도 호랑이 앞에서는 까불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누가 보냈지?”
“그게 무슨…….”
무혁은 도대체 남자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투로 대답을 했다.
“거짓은 아닌 듯한데…….”
남자가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윽고 왜 이곳까지 올라왔냐고 다시 물었다.
“호기심이 생겨서…….”
한낱 호기심 때문에 이 지랄을 떨었다고 생각하니 무혁은 괜히 민망해져서 말끝을 흐리고 말았다.
“호기심이 널 죽인 거다.”
“그게 무슨……!”
남자의 손에 어느새 이가 다 나간 대검이 들려있었고, 그는 그걸 가볍게 휘두르고 귀찮다는 듯 옆으로 내던져 버렸다.
그 사이 무혁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대검의 형상을 갖춘 검기에 온몸의 털이 곤두서고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막연한 두려움과 공포심이 머릿속에 가득 들어찼다.
“X발…….”
욕설을 내뱉으면서도 무혁은 이와 입술 사이에 끼워 넣었던 알약을 모조리 깨물어 씹었다.
까득! 까득! 까득! 까드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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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고유 능력의 정밀 수치가 올라갔지만, 무혁은 여전히 자신의 몸을 억압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기세에 스킬도 모조리 사용했다.
‘사냥꾼의 끈기! 약탈자의 광기! 탐험가의 질주! 가디언의 인내! 강철 체력! 겁 많은 바로크의 폭주! 파멸! 호신! 회피!’
빠르게 무혁의 고유 능력의 정밀 수치가 폭발하듯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제야 이미 죽은 사람 취급을 하던 남자도 약간의 호기심을 드러낸 듯 고개를 돌렸다.
아쉽게도 귀신마냥 늘어져 있는 잿빛 머리카락으로 인해 얼굴은 확인을 할 수 없었다.
“이야아아아아아!”
고함을 내지르며 무혁은 있는 힘을 다해서 지척으로 다가온 대검의 형상을 갖추고 있는 검기를 후려쳤다.
콰아아앙!
어마어마한 폭음이 터지며 무혁이 신형이 뒤로 훨훨- 날아가 바닥에 형편없이 처박혔다.
“쿨럭! 쿨럭! 쿨럭!”
기침을 할 때마다 무혁의 입에서 핏물이 팍팍- 튀어나왔다.
얼굴 혈색이 새하얗게 변해갔고, 온몸이 부들부들- 떨려댔다.
‘…젠… 장…….’
무혁은 이렇게 허무하게 죽으려고 용을 써가며 검은 기둥을 올라왔나 싶어 미치도록 억울하고 화가 났지만, 그마저도 더 이상 이어지지 못하고 그의 의식이 끊어지고 말았다.
남자는 더 이상 관심 없다는 듯 고개를 돌리려다가 이내 몸을 벌떡! 일으켰다.
남자가 바라보고 있는 곳은 의식이 끊어진 무혁이 아닌 그의 곁을 지키듯 나타난 통통이였다.
“이, 이럴 수가… 어째서… 어째서 순백의 영혼이 여기에 있단 말이냐!”
콰르르르르르릉!
남자의 격렬한 외침에 피 무지개가 사납게 울어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