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11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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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0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15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15화
피 무지개 숲 (40)
“그렇다! 노동! 노동의 대가는 우리 카마돈 부족에게 필요한 정화의 씨앗이지! 난 그것을 얻기 위해 50회의 헬-라시온 행사에서 노동을 하기로 한 것뿐이다! 그러니 근본적으로 힘없이 헬-라시온에 끌려온 너희 나약한 인간들과는 다르다는 걸 명심해라, 인간!”
자부심을 드러내며 나는 너와 다르다- 라는 걸 어필하는 아르마카였다.
무혁은 아르마카가 자신을 무시하든 말든 상관없었다.
중요한 건, 아르마카의 존재였다.
“마을과 도시에 있는 인간 외의 다른 이종족들은 모두 너와 같이 노동 중이라는 거냐?”
“그건 나도 모른다. 나처럼 대가를 바라고 헬-라시온에서 노동을 하는 이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강제 노역을 하는 이들도 있을 거다, 인간.”
“강제 노역?”
아쉽게도 무혁의 물음에 더 이상은 대답하고 싶지 않다는 듯 아르마카가 고개를 저었다.
“더 이상은 대화를 할 수 없다. 이제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인간!”
아르마카는 하나라도 더 정보를 알아내려고 하는 무혁에게 냉정하리만큼 차가운 시선으로 태블릿 PC를 내밀었다.
‘이런 기회가 또다시 오지는 않을 텐데…….’
무혁은 우선 아르마카가 내미는 태블릿 PC를 받아들었다.
우선은 필요한 것을 구매하면서 기회를 봐서 은근슬쩍 질문을 해보기로 했다.
첫 번째로 구입해야 하는 건 역시 ‘가디언의 인내’ 스킬이다.
‘가디언의 인내 스킬을 구입하고 나면 무지개 구슬이 좀 애매하게 남네.’
당장 무혁에게 도움이 될 만한 건 없었다.
그렇다고 중앙탑에서 포인트로 환전하기 위해 보석을 사자니 뭔가 아쉬움이 들었다.
“다시 한번 꼼꼼히 보자.”
혹시라도 자신이 놓치고 있는 것이 있을까 싶어서 무혁은 태블릿 PC의 목록을 아주 꼼꼼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하나의 목록에서 무혁은 시선을 고정시켰다.
등반.
그렇지 않아도 처음 아르마카를 만났을 때부터 의문이 들었던 목록이었다.
도대체 피 무지개 숲에서 왜 등반이 필요할까?
무혁은 품목부터 확인해봤다.
생각 외로 품목은 단출했다.
오우거 힘줄 밧줄과 허리 벨트 (200)
크라켄 빨판 장갑 (200)
창 딱따구리 부리 장화 (200)
고작 딱 세 가지의 품목 밖에 없었고, 가격은 생각보다 굉장히 비싼 편이었다.
무혁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숲 중앙의 거대한 검은 기둥으로 향했다.
바보가 아닌 이상, 저 기둥을 올라가기 위한 물건들이라는 걸 모를 리가 없었다.
다만.
왜, 어째서 저 기둥에 올라가야 하는 건지, 무려 600개의 무지개 구슬을 소모하면서까지 모험을 걸만한 일인지 의문스러웠다.
“아무리 봐도 헛짓거리 같은데…….”
부정적인 생각이 강해지던 그때, 무혁의 머릿속에서 처음 기둥에 접근했던 날이 떠올랐다.
‘미친 거야? 기둥을 왜 타고 올라가려는 거야?’
‘혹시 알아? 이 기둥을 타고 올라가면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할지?’
‘또 다른 세상?’
‘그래! 잭과 콩 나무처럼 말이야!’
‘네 눈엔 이게 콩 나무처럼 보여? 정신 차려!’
‘올라가 봤어? 저 무지개 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거잖아!’
기둥에 올라가기 위해 매미처럼 달라붙어 애를 쓰던 한 백인 남자의 터무니없었던 상상이 무혁의 머릿속을 가득 채워나갔다.
“잭과 콩 나무라…….”
피식- 웃음을 흘리던 무혁은 이내 등반에 필요한 물건들을 구입하기로 마음먹었다.
600개의 무지개 구슬을 허무하게 날려버리는 일이 있다 하더라도 무혁은 나중에 후회를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살 물건을 모두 정하고 나자 무혁은 슬쩍- 아르마카에게 질문을 던졌다.
“우리 세상에도 마족들보다 더 나쁜 족속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은 종족을 떠나 어디에든 존재하지. 우리 부족과 적대적 관계에 있는 후슈챠 부족의 대족장이 그런 놈이다! 그놈은 우리 카마돈 부족의 여자와 아이들을 납치해서 강제 노역을 시킨다고 들었다! 반드시 내가 복수할 것이다!”
흉흉한 살기를 뿌려대며 흥분한 모습을 감추지 못하는 아르마카의 모습에 무혁은 최대한 그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듯, 후슈차 부족의 대족장이라는 놈을 함께 욕해주며 비난을 퍼부었다.
자고로 자신이 욕하는 대상을 다른 이도 함께 욕하고 비난하면 한층 더 친밀해지는 법!
그런 무혁의 행동 때문인지 무혁을 바라보는 아르마카의 눈길이 한결 친근하게 보였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무혁은 이것저것 추가적으로 질문을 던졌고,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이를테면, 아르마카가 말했던 헬-라시온의 행사라는 건 강제 사냥을 뜻한다.
강제 사냥이 시작되면 한 공간에 갇혀 있다가 정해진 시간에만 숲으로 나올 수 있는데, 그 시간과 공간도 한정되어 있었다.
또한, 몬스터들은 아르마카를 적으로 인식하지 않았기에 어떠한 위협도 받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또 하나.
“기억 상실?”
“내가 알기로 헬-라시온의 마을과 도시에서 강제 노역에 시달리는 이들은 과거 기억이 모두 지워진 상태라고 들었다. 이건 우리 부족의 테마카가 직접 확인을 한 사실이니 믿어도 된다, 인간!”
아르마카는 그 말을 끝으로 더는 해줄 말이 없다는 듯 무혁의 손에서 태블릿 PC를 빼앗았다.
뒤늦게 무혁이 더 이상 물건을 살 의지가 없다는 걸 눈치채고 한 행동이었다.
거래를 마치고 나자 아르마카가 두툼한 손을 내밀었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니까, 인사는 해둬야겠지. 잘 살아남아라, 인간!”
아르마카의 손을 바라보며 무혁은 고개를 저었다.
“우리의 거래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 24시간 후에 또 보자고, 아르마카!”
다른 때와 다르게 무혁이 먼저 몸을 돌렸다.
이제 3차 몬스터 습격이 시작되려면 15분 정도가 남아있었다.
무혁은 빠른 속도로 검은 기둥을 향해 내달렸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무혁은 남쪽 토성 인근에서 대기를 해야만 했다.
지금이야 무혁의 몰이사냥으로 인해 숲에 몬스터가 거의 보이질 않고 있었지만, 자정이 되면 분명 엄청난 수의 몬스터가 새롭게 생겨나며 남쪽 토성과 서쪽 토성을 함락시키기 위한 마지막 공격을 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서쪽 토성이야 상관없었지만, 남쪽 토성만큼은 달랐다.
방구름과 루이스 일행을 위해서라도 함락되지 않도록 도움을 주고 싶은 무혁이었기에 그는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검은 기둥을 등반하고 내려올 생각이었다.
빠르게 달려서 검은 기둥에 도착한 무혁은 끝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세워져 있는 검은 기둥을 바라보며 휘유- 하고 휘파람을 불었다.
“이거 정말 올라갈 순 있는 건가?”
땅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면 그 높이를 결코 가늠할 수 없다.
가깝게 보이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무지개 숲의 하늘, 어느덧 빨간 핏빛으로 변해가는 무지개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그 높이를 좀처럼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높이를 자랑했다.
호기심으로 인해 올라가 보겠다고 달려오긴 했는데, 막상 앞에 서니 엄두가 나질 않았다.
하지만, 고민할 시간도 없었기에 무혁은 재빨리 등반에 필요한 장비들을 몸에 착용했다.
허리에는 벨트를 착용했고, 한쪽 고리에 밧줄을 단단히 고정시켰다.
창 끄트머리를 잘라다가 그대로 붙여 놓은 것 같은 창 딱따구리 부리 장화를 착용한 무혁은 시험 삼아서 검은 기둥을 발로 찍어봤다.
퍽- 하고 아주 미세하게 흠집이 났다.
혹시나 싶어서 블랙 본 단검을 만들어내고 검은 기둥을 후려쳤지만,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기둥이든 장화든 어느 쪽에든 장난을 쳐놨다는 소리네.”
무혁은 끌- 하고 혀를 찬 후에 뚫어뻥을 장갑에 붙여 놓은 것 같은 크라켄 빨판 장갑을 양손에 착용했다.
쩌- 억!
“제법 나쁘지 않은데?”
생각 외로 크라켄 빨판 장갑은 검은 기둥에 쉽게 달라붙었다.
흡착력도 굉장히 우수했기에 무혁은 이 정도라면 장갑에만 의지해서 검은 기둥에 매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준비를 마치고 나자 무혁은 검은 기둥 앞에 서서 보유하고 있는 스킬들을 모두 사용해서 고유 능력의 정밀 수치를 조절했다.
근력과 체력을 최대치로 올린 무혁은 짧게 심호흡을 하고 천천히 무릎을 굽히며 몸의 중심을 발끝으로 모았다가 이윽고 머리로 올리며 힘껏 땅을 박차고 솟구쳐 올랐다.
바닥에 수십 센티미터나 되는 족적을 남기며 순식간에 십여 미터를 뛰어오른 무혁은 더 이상 몸이 위로 올라가지 못하는 걸 느끼기가 무섭게 스킬을 사용했다.
‘허공 도약!’
이번에 새롭게 익힌 허공 도약 스킬은 말 그대로 허공에서 발을 차올려 한 번 더 몸을 띄울 수 있는 스킬이었다.
보이지 않는 발판을 디딘 것처럼 무혁의 몸이 다시 한 번 위로 빠르게 솟구쳤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속도가 줄어들자 무혁은 지체하지 않고 검은 기둥을 찍듯이 발을 차올리며 기둥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퍽! 퍽! 퍽! 퍽! 퍽! 퍽!
무혁이 검은 기둥을 타고 올라갈 때마다 허공에서 검은 기둥의 부서진 조각들이 사방으로 흩날려댔다.
수십 차례나 검은 기둥을 발끝으로 차며 올라가던 무혁은 하체에 힘이 빠지고 몸의 균형도 흔들리기 시작하자 재빨리 양손을 뻗었다.
쩌- 적!
크라켄 빨판 장갑에 의지해 검은 기둥에 매미마냥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무혁은 그제야 차오르는 숨을 토해내며 슬쩍- 아래를 내려다봤다.
생각보다 굉장히 높이 올라왔다.
“형석이네 아파트 높이 정도 될 것 같은데?”
고등학교 친구였던 형석이네 집이 30층이었는데, 무혁은 얼추 그때 베란다에서 봤던 높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까 형석이가… 어떻게 생겼었지?”
나름 친했던 친구 중 한 명이 형석이었지만, 무혁은 더 이상 그의 얼굴이 또렷하게 떠오르지 않았다.
흐릿하게 얼굴이 뭉개져 이름만 떠오른다고 할까?
당연히 그리움이라는 감정도 생기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가족에 대한 그리움도 느껴본 적이 없었다.
헬-라시온이라는 이 지옥에서 벗어나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강했지만, 정작 가족에 대한 생각은 특별할 것이 없었다.
굉장히 이상한 일이었지만, 무혁은 그것이 헬-라시온에 끌려오면서 생긴 후유증이 아닐까 싶었다.
잠시 엉뚱한 생각에 빠졌던 무혁은 이윽고 자신이 올라가야 할 높이를 다시 한 번 올려다봤다.
“이거 뭐… 엄두가 안 나네.”
수십 미터를 올라왔음에도 불구하고 무혁은 아직까지도 그 끝을 알 수 없는 검은 기둥의 높이에 그냥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남자가 갑바가 있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봐야지! 가보자!”
스스로에게 힘을 주듯 커다랗게 소리친 무혁은 크라켄 빨판 장갑에 의존해 검은 기둥을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쩌억! 쩍! 쩌억- 쩍!
“흡착력은 좋은데… 효과음이 영 구리네.”
무혁은 불붙은 자신의 의욕에 찬물을 씌우는 것만 같은 크라켄 빨판 장갑에 투덜거렸다.
투덜거리면서도 쉬지 않고 검은 기둥을 기어오를 때, 모든 무지개가 핏빛으로 물들었다.
콰르르르르르르르릉!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도 머리 위에서 바로 때리니까 진짜 X같네!”
고막이 찢어질 것 같은 굉음에 무혁은 인상을 찌푸리고 말았다.
호흡을 돌릴 겸 잠시 쉬며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니나 다를까, 텅텅 비다시피 했던 숲에 몬스터가 바글바글- 생겨나 있었다.
몬스터들은 1차, 2차 때와 마찬가지로 무언가에 홀린 듯이 남쪽, 그리고 서쪽을 향해 끝없는 행진을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본 무혁은 후우- 하고 숨을 토해내고는 더욱더 빠르게 검은 기둥을 기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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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몬스터 습격은 1차, 2차와는 또 달랐다.
다른 때였으면 자정이 되기가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이 숲에서 몬스터들이 대규모로 달려들었어야 했다.
그런데 숲 경계에 한껏 모여든 몬스터들이 멈춰서 있었다.
뚜렷하게 보이진 않아도 새카만 그림자들은 충분히 알아볼 수 있었다.
“저, 저것들 뭐하려고 저러는 거야?”
바짝- 긴장한 상태로 외벽 성벽 위에 서 있던 남쪽 토성 거주자들은 숲에서 검은 그림자들이 새카만 불길처럼 일렁거리자 더욱더 불안감이 높아져만 갔다.
잠깐의 대치 상황 속에서 한 무리의 검은 그림자들이 천천히 숲을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그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남쪽 토성 거주자들은 저마다 미간을 찌푸리며 두 눈에 힘을 줬다.
그리고 누군가 그 모습을 알아봤다.
“앙할마케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어둠 속에서 새카만 비가 하늘을 뒤덮기 시작했다.
“저, 저게… 뭐야?”
어둠을 뚫고 날아온 것들은 놀랍게도 돌멩이였다.
퍽! 퍽퍽퍽! 퍼퍼퍼퍽!
“아아악!”
“으악!”
“막아! 그림자 방패!”
“방패! 방패로 막아!”
원거리 공격이라니!
가장 원시적인 돌멩이를 투척하는 것뿐이었지만, 그에 대한 방비가 조금도 갖춰져 있지 않은 남쪽 토성 거주자들로서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나 마찬가지였다.
날아오는 돌멩이에 신체 일부를 가격당해 비명과 함께 쓰러지는 이들이 빠르게 늘어갔다.
개중에는 머리를 정통으로 얻어맞아 그대로 목숨을 잃는 이들도 있었으니 본격적인 몬스터와의 싸움이 시작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피해는 심각해져 갔다.
“도대체 이런 난이도에서 어떻게 살아남으라는 거야!”
루이스는 날아오는 돌멩이를 자신의 투 핸드 소드를 들어 올려 막아내며 그렇게 소리쳤다.
“이건 정말… 해도 너무 하네요!”
텅! 텅! 텅텅텅!
커다란 사각 방패 뒤에 몸을 웅크리고 앉은 방구름 또한 이를 악물었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번 강제 사냥은 그 어떤 강제 사냥보다도 난이도가 높았다.
그런데 3차 몬스터 습격마저도 이토록 허를 찌르며 희생자들을 속출시키고 있었으니 방구름으로서는 아스펠 마을의 식민들을 모두 죽이겠다는 의도가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말도 안 되는 난이도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제기랄! 이러다 다 죽겠어!”
누군가의 외침처럼 실제로 단순한 돌팔매질에 사람들이 하나, 둘 쓰러지기 시작했다.
당장은 그리 큰 부상을 입지는 않았지만, 쓰러졌다고 불특정 다수를 노리고 날아오는 돌멩이를 피할 수 있는 건 아니었기에 오히려 더욱더 많은 돌멩이에 타격을 받으며 피해가 점점 중첩되어가고 있었다.
“빌어먹을! 원거리 공격이 끝나야 진짜 싸움이 시작될 텐데… 미치겠군!”
루이스의 말처럼 진짜 싸움은 앙할마케의 돌팔매질이 끝난 이후다.
그런데 지금 원거리 공격에 대한 대비가 하나도 되어 있질 않은 남쪽 토성 거주자들로서는 완벽하게 허를 찔린 이 공격만으로도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는 중이다.
숲에서 대기하고 있는 몬스터들이 본격적으로 달려들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전투가 벌어질 텐데, 그걸 생각하면 방구름은 가슴에 무거운 바윗덩어리를 올려놓은 것처럼 답답했다.
과연 이 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 부정적인 생각만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무혁이 우리를 도와주는 건 확실한 거지?”
레이나가 가녀린 몸을 토성 외벽 바닥에 웅크린 상태로 그렇게 물어왔다.
그녀뿐만 아니라 곁에 같은 자세로 돌팔매질을 피하고 있는 오를리아 역시 희망을 걸어볼 사람은 무혁 밖에 없다는 듯 간절하게 방구름을 바라보고 있었다.
“약속했었잖아! 무혁은 분명 우리가 죽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거야!”
굳건한 믿음을 보이는 루이스의 모습에 방구름도 고개를 끄덕였다.
“형님은 분명 어디선가 기회를 엿보고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걱정 마세요.”
방구름의 대답에 레이나와 오를리아가 믿는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형님은 절대 우릴 외면하실 분이 아니야!’
무혁에 대한 방구름의 믿음은 강철보다도 단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