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1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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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9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14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14화
피 무지개 숲 (39)
스킬 링의 개수를 떠올리자 머릿속으로 187이라는 숫자가 자연스럽게 생각났다.
“어차피 할 일도 다 했으니까 오크 상인을 기다리는 동안 미확인 스킬 링이나 까보자.”
앙할마케를 거의 몰살시키고, 그 외 거대 불곰과 전투 개미 등의 몬스터들까지도 덩달아 죽임을 당하면서 더 이상 할 일이 없어진 무혁은 바닥에 주저앉아 미확인 스킬 링을 모조리 앞에 꺼내놨다.
대략 백여 개가 조금 넘는 미확인 스킬 링을 바라보고 있으니, 무혁은 마치 긁지 않은 복권을 수북하게 쌓아놓은 듯한 기대감과 흥분감을 느낄 수 있었다.
“어디 시작해볼까?”
슥슥- 손바닥을 비빈 무혁은 스킬 링을 하나 집어 들었다.
“감정!”
[‘포인트 폭발’이 감정되었습니다.]
[감정, 스킬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3만.”
무혁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포인트 폭발 스킬을 중앙탑에 판매를 했을 때의 가격이 흘러나왔다.
보석을 제외하곤 스킬 링 역시도 여지없이 판매가격의 30퍼센트로 매입을 했다.
굉장히 손해를 보는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이미 배웠던(스킬 조합으로 조합에 성공해버린 스킬은 다시 배울 수 없다) 스킬은 무혁에게 쓸모가 없었으니 판매를 하는 수밖에.
[‘무기 강화’가 감정되었습니다.]
[감정, 스킬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3만.”
이번에도 가장 기본적인 무기 강화 스킬이 감정되었다.
어차피 미확인 스킬 링이 백여 개나 되었기에 무혁은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자신에게 필요치 않아 판매를 해야만 하는 스킬 링은 한쪽에 둔 가죽 주머니에 넣어버렸다.
가죽 주머니에 들어가 있는 것들은 모두 스킬 링으로 판매를 해야 하는 것들이다.
이후로도 무혁은 5개의 스킬 링을 확인했고 그대로 가죽 주머니에 담았다.
“슬슬 하나 정도는 뜰 때가 되지 않았나?”
무혁은 좋고 나쁘고를 떠나 자신이 익히지 않았던 스킬이 나올 때가 되었다는 느낌이 팍! 들었다.
“넌 왠지 느낌이 좋아! 감정!”
[‘플라이’가 감정되었습니다.]
[감정, 스킬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대, 대박!”
무혁은 자신의 예감대로 새로운 스킬, 그것도 비행 관련 스킬인 플라이가 뜨자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떨리는 손으로 손에 쥐고 있던 스킬 링을 바라보던 무혁은 조심스럽게 플라이 스킬을 확인했다.
|플라이 – 5등급(1회성)|
· 자유자재로 비행이 가능하다.
· 비행 유지 시간은 15분이다.
· 정마력 등급에 따라 비행 속도가 상승한다.
· 비행 중 전투는 불가능하다.
· 스킬 성장과 조합이 불가능하다.
“아…….”
무혁의 입에서 안타까움의 침음성이 흘러나왔다.
아쉽게도 1회성 스킬이었다.
그나마도 전투가 불가능한 오로지 이동 수단으로만 사용이 가능한 플라이 스킬이었기에 무혁의 얼굴엔 허탈함이 차올랐다.
“대박 하나 치나 했더니…….”
맥이 빠진 듯 털썩- 주저앉은 무혁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곧바로 무혁은 좌우로 고개를 흔들어 아쉬움을 털어냈다.
“그래도 이게 어디야? 어쨌든 한 번 뿐이지만 훌륭한 이동 수단이잖아?”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곧바로 플라이 스킬이 담긴 스킬 링을 손가락에 끼웠다.
무혁은 다른 손가락에도 끼워져 있는 ‘무기 분쇄’ 스킬 링과 ‘텔레포트’ 스킬 링을 바라보더니 피식- 웃었다.
“이러다가 열 손가락 전부다 스킬 링 끼고 다니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아닌 게 아니라 무혁은 아직까지 확인하지 않은 스킬 링들을 바라보며 정말 그럴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1회용 스킬 링을 많이 보유한 이들은 효율적으로 스킬 링을 사용하기 위해 스킬 저장 장치를 마련한다.
다만, 문제는 그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다는 사실인데 어쩌면 자신도 1회용 스킬 링을 저장할 것을 구입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 무혁이었다.
“중앙탑으로 돌아가면 그때 가서 생각해보고 우선은 까던 복권… 아니, 스킬 링이나 감정하자. 감정!”
감정, 감정, 감정, 감정.
무혁은 대박을 노리는 프로 복권러마냥 기대와 흥분에 찬 표정으로 스킬 링을 하나씩 확인했다.
스킬 링이 하나씩 감정이 끝날 때마다 무혁의 표정은 대부분 실망감을 드러냈지만, 아주 가끔 약간의 안도를 보였고, 몇 번은 커다랗게 환호를 터트리기도 했다..
그렇게 도합 118개의 스킬 링을 모두 감정을 하고 나서야 무혁은 길었던 감정을 끝마쳤다.
|감정 - 일반 : 5등급(63.52%)|
“생각보다 감정 스킬이 더디게 오르는 것 같네.”
이번에 피 무지개 숲 강제 사냥을 하면서 무혁은 굉장히 많은 스킬 링을 감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 스킬은 여전히 5등급에 머물러 있었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스킬 링은 앞으로도 꾸준하게 얻을 것이고 그때마다 감정 스킬을 사용하다 보면 언제고 감정 스킬이 높은 등급에 오를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장 높은 등급의 감정 스킬이 필요한 것도 아니니 조급할 이유도 없었다.
무혁은 판매할 스킬 링을 제외한 나머지 스킬 링들을 자신의 앞에 뒀다.
“우선 익힐 것부터 익히고.”
[체질 변경(일반), 스킬을 익혔습니다.]
[감각 증폭(일반), 스킬을 익혔습니다.]
[위치 기억(일반), 스킬을 익혔습니다.]
[허공 도약(일반), 스킬을 익혔습니다.]
[집중력 증폭(일반), 스킬을 익혔습니다.]
[야수의 시야(고유), 스킬을 익혔습니다.]
[야수의 감각(고유), 스킬을 익혔습니다.]
연달아 알림음이 울리면서 무혁은 자신의 스킬이 늘어나는 걸 느꼈다.
위치 기억처럼 습득하기 어려운 스킬도 있었고, 허공 도약이나 체질 변경처럼 익혀두면 꽤나 쓸모가 많은 스킬들도 있었다.
감각 증폭, 집중력 증폭, 야수의 시야, 야수의 감각은 모두 패시브 스킬들로 중앙탑에서 익힐 수 있는 감각 강화, 집중력 강화와 함께 차후 스킬 조합을 통해 월등히 향상된 스킬을 노려볼 만했다.
“패시브 스킬이라 6등급이 되려면 한참 걸리겠지만…….”
패시브 스킬의 최대 단점은 극악할 정도로 느린 숙련도.
무혁은 언제쯤 이 많은 스킬들을 조합할 수 있을지 예측조차 할 수 없어 입맛을 다셔야만 했지만, 분명 이 정도면 충분히 대박이라 부를만했다.
하지만, 진짜 무혁에게 대박을 안겨줄 스킬은 따로 있었다.
“흐흐흐흐흐!”
하나의 스킬 링을 들어 올린 무혁은 변태 오타쿠처럼 음침하게 웃음을 흘렸다.
스킬 링 표면에 새겨진 단 하나의 물결은 일반 스킬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킬 링을 바라보는 무혁의 표정엔 세상에 다시 없을 보물을 손에 쥔 사람처럼 환희에 찬 얼굴이었다.
“워터 볼!”
무혁의 외침과 동시에 채앵- 하며 스킬 링이 파괴됨과 동시에 알림음이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워터 볼(일반), 스킬을 익혔습니다.]
워터 볼은 스킬 링 중에서도 굉장히 희박한 확률로 얻을 수 있는 마력 공격 스킬, 즉 마법 스킬을 얻은 것이다.
“이제 나도 마법사……!”
말을 하던 무혁의 머릿속에 생소한 알림음이 들려왔다.
[블랙 본의 영향으로 마력 스킬, 워터 볼(일반)이 변형됩니다.]
“…이게 무슨?”
무혁은 깜짝- 놀란 얼굴로 황급히 워터 볼의 상세 정보를 확인했다.
|워터 볼 - 고유 : 7등급(00.00%)|
· 순도 높은 정마력으로만 생성이 가능하다.
· 정마력 등급에 따라 개수가 증가한다.
· 등급이 올라갈수록 위력이 상승한다.
· 드래곤 카오네이트의 일부인 블랙 본은 모든 마력 스킬을 변형, 증폭시킨다.
· 마력 스킬끼리만 스킬 조합이 가능하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분명 일반 스킬이었던 워터 볼이 ‘고유’ 스킬로 변형되었다는 사실이다.
위력이 얼마나 강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블랙 본, 즉 본 드래곤 카오네이트의 영향력이 마력 스킬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해보면 알겠지.”
무혁은 흥분되는 가슴을 침착하게 가라앉혔다.
심호흡까지 한 차례 하고 나서야 무혁은 워터 볼을 만들어냈다.
투웅- 하고 무혁의 눈앞에 축구공 크기만 한 물방울이 생겨났다.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물방울을 만져보자 마치 젤리마냥 그 모양이 일그러졌다.
무혁은 양손으로 워터 볼을 잡았고, 가볍게 흔들거나 손바닥 위에서 퉁퉁- 튕겨보기도 했다.
잠시 워터 볼을 직접 만져보며 관찰을 하고 나서야 무혁은 워터 볼을 간단하게 정의 내렸다.
“물 풍선.”
워터 볼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무혁은 워터 볼을 가볍게 허공에 띄우고는 주변을 둘러보다 40미터 가량 떨어져 있는 거대한 나무를 목표로 삼고 힘차게 외쳤다.
“가라!”
말이 아닌 무혁의 의지에 의해 물 풍… 아니, 워터 볼이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콰앙!
별로 강해보이지 않았던 워터 볼이었지만, 그 위력은 입이 쩍- 벌어질 정도였다.
나무가 완전히 산산조각이 날 정도로 강력한 워터 볼의 위력에 무혁은 찢어지려는 입가를 굳이 붙들지 않고 내버려뒀다.
“…대박이네! 훠- 우!”
크게 환호성을 내지른 무혁은 이내 다시금 워터 볼을 만들어냈다.
처음과 다르게 두 번째로 워터 볼을 만들어내자 뭔가 몸에 힘이 슥-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크게 신경 쓸 정도는 아니었지만, 워터 볼을 연달아 만들어내는 횟수가 증가할수록 그 폭이 커질 것은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한 일곱 번? 아니 열 번? 대충 그 정도 연달아 워터 볼을 사용하면 부담이 될 것 같네.”
무혁은 대수롭지 않게 중얼거렸지만, 파이어 볼을 사용하는 레이나가 들었다면 기절초풍할 일이었다.
헬-라시온에서 마법을 사용하는 이들마다 개인차가 존재하지만, 그 어떤 누구도 무혁처럼 처음부터 열 번이나 연달아 마법을 사용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마족들 중에서도 마법에 특화된 신체와 정신력을 갖췄을 때나 가능한 일이었다.
그만큼 무혁은 블랙 본의 영향으로 마법에 최적화되어 있었던 것이다.
마법에 있어서만큼은 마족 혹은 마왕이라 하더라도 그 재능적인 차이가 심하게 나는 존재가 바로 드래곤이다.
오죽했으면, ‘드래곤이 곧 마법이다’라는 말이 있을까.
그런 드래곤의 뼈를 완벽하게 이식하면서 체질 변화에 성공한 무혁이 마법에 재능이 없다는 건 애초부터 말이 되질 않는 소리였다.
물론, 무혁은 모르는 일이었지만 말이다.
무혁은 몇 차례나 워터 볼을 만들어내며 그 위력을 확인했다.
동시에 만들어 낼 수 있는 최대 개수는 4개.
하나를 만들어내든 4개를 만들어내든 그 위력은 동일했다.
다만, 한꺼번에 4개의 워터 볼을 만들어내면 정신적인 피로도가 하나일 때보다는 2배 이상 심했다.
“적응되면 조금씩이라도 나아지겠지.”
118개의 스킬 링을 감정해서 무혁이 습득한 스킬은 8개.
고작이라는 말이 나올 만한 상황이었지만, 워터 볼 하나로 충분히 보상을 받은 느낌이라 무혁은 개의치 않았다.
워터 볼이라는 대박을 터트린 무혁은 이제 남은 스킬 링들을 바라봤다.
11개의 스킬 링이 가죽 주머니가 아닌 무혁의 앞에 남아 있었다.
모두 1회성 스킬 링들이다.
손가락은 열 개, 그 중 이미 3개의 손가락에는 스킬 링이 끼워져 있었다.
극단적으로 일곱 개의 스킬 링을 더 착용할 수 있었지만, 구태여 열 손가락에 스킬 링을 빼곡하게 끼워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싶진 않았기에 무혁은 하나만 더 손가락에 낄 생각이었다.
“어떤 스킬을 고를까…….”
11개의 스킬 링을 눈앞에 둔 무혁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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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보는 얼굴이군, 인간!”
추하디추한 얼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주 봐서인지 무혁은 오크 상인, 아르마카가 조금은 정겹게 느껴졌다.
“자주 보면 좋은 거지, 오크!”
무혁의 대꾸에 아르마카는 크허허허- 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지금까지 많은 인간들을 만나봤지만, 너처럼 재밌는 인간은 처음이다! 고향에 남아 있을 내 친구 하마카가 생각난다! 인간!”
“고향?”
“그렇다. 내 고향 카마돈!”
“설마… 너도 헬-라시온에 끌려 온 거냐?”
무혁의 물음에 아르마카가 아니라는 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나는 너희 인간들과는 다르다! 나는 우리 부족을 대표해서 헬-라시온의 행사에 정당한 대가를 받고 노동을 하는 것뿐이다!”
“행사? 노동?”
무혁은 직감적으로 헬-라시온의 비밀을 엿볼 수 있다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