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1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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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7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13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13화
피 무지개 숲 (38)
무혁은 입가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웃으며 모래 태양을 레오나르도의 복부로 밀어 넣었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비명성과 함께 모래 태양은 순식간에 레오나르도의 온몸의 수분을 빠르게 증발시켰다.
불과 5초도 되지 않아서 레오나르도의 몸이 바짝- 메마른 나뭇가지처럼 변해버렸다.
[차단, 스킬이 내부 저항을 시작합니다.]
[차단, 스킬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무혁은 모래 태양을 공간 주머니에 넣으며 그 자리에서 허물어지듯 주저앉았다.
“큭!”
옆구리를 부여잡은 무혁은 공간 주머니에서 방구름이 만든 포션을 꺼내 들고는 그대로 입안으로 털어 넣었다.
또 한 병을 꺼내 레오나르도가 헤집어 놓은 처참한 옆구리에 붓기 시작했다.
[회복 포션을 섭취했습니다.]
[빠른 속도로 내부 상처가 회복됩니다.]
[빠른 속도로 외부 상처가 회복됩니다.]
회복 포션과 1등급 자연 회복의 협업에 힘입어 무혁의 상처가 빠른 속도로 치유되기 시작했다.
그런 무혁의 모습을 쓰러진 상태로 하나도 빼놓지 않고 지켜보던 레오나르도의 하수인들은 그저 경악과 불신이라는 두 가지의 감정밖에 표현해내질 못하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에 있어 무혁과 레오나르도는 전혀 다른 세상의 강자들이었으니까.
“시간 좀 걸리겠네… 끙!”
무혁은 완전히 너덜너덜- 해진 옆구리를 바라보다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부상도 작지 않았고, 스킬 효과까지 떨어져서 몸이 몇 배는 더 무겁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무혁은 편안하게 쉬기보다는 마저 해야 할 일들을 마무리 짓기 위해 움직였다.
“사, 살려주세요!”
“목숨만 살려주면 시키는 일은 뭐든 다 하겠습니다!”
“우, 우리는 아무 잘못 없어! 전부 레오나르도 그놈이 시킨 일이라고!”
무혁이 다가오자 아직 숨이 붙어 있던 이들이 살려달라, 자신들은 아무런 잘못도 없다는 식으로 말을 하며 목숨을 구걸했다.
“사람이 무슨 잘못이 있겠어? 다 이해해.”
사막 한가운데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것처럼 그들은 무혁의 말에 희망을 가졌다.
하지만, 뒤이어 들려온 말은 곧바로 그들에게 절망을 선사했다.
“원래 사람은 다 그래. 자기는 잘못이 없대. 상황이 그렇게 만들었다고 변명을 하더라고. 그래서 나도 그러려고. 내가 무슨 미치광이 살인자도 아니고 너희를 죽이고 싶겠어? 그냥 상황이 너희를 죽여야 한다고 하니까 그러려고. 그러니까 너희도 이해해줘.”
무혁이 블랙 본 장검을 만들어냈다.
“으아아아아아-!”
비명과 애원, 절규, 원망, 저주의 말들이 무혁의 움직임을 막기 위해 끊이지 않았지만,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한 명, 한 명 확실하게 숨을 끊어놓았다.
피가 진득하게 묻은 블랙 본 장검을 바라보는 무혁의 눈동자엔 우울함과 짜증이 가득했다.
“후우우…….”
기분이 참 뭣 같았다.
당연한 선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무혁은 꼭 이렇게까지 해야만 하는 건가 싶었다.
“내가 병신이라 그런 거지 뭐.”
자신이 강했다면, 어느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을 정도로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면 구태여 이런 보잘것없는 사람들까지 모두 죽이지 않아도 됐을 거다.
습관적으로 담배를 꺼냈던 무혁은 이내 도로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몬스터 사냥이 아닌 사람을 죽이고 나서 피웠던 담배 맛이 얼마나 최악이었는지를 떠올랐기 때문이다.
잠시 가만히 서 있던 무혁은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죽은 이들의 표식을 일일이 거뒀고, 그들의 소지품까지도 빼놓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레오나르도의 시신 앞에 선 무혁은 흡사 미라를 실제로 보면 이렇지 않을까 싶은 그의 모습에 눈을 찌푸렸다.
선뜻 손이 가질 않았지만, 레오나르도가 가진 표식이 다른 이들보다 몇 배, 몇십 배는 더 가치가 있다는 걸 알기에 그의 가슴에서 표식을 도려내기 위해 단검을 들었다.
“이거 괜찮은 거겠지?”
표식 일부가 손상이 되었기에 무혁은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큰 문제 있겠냐는 듯 표식을 도려냈다.
몸의 수분이 모두 빠져나갔기 때문인지 표식을 도려내는데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아 그거 하나는 마음에 들었다.
이어서 그가 가지고 있던 소지품까지 모두 탈탈- 털고 몸을 일으킨 무혁은 자신을 상당히 고생시켰던 레오나르도의 시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몸을 돌렸다.
레오나르도를 잡았으니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건 3차 몬스터 습격뿐.
그건 무혁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쉬운 일이었으니 곧 이 지긋지긋한 피 무지개 숲과도 영원한 이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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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무혁은 정확하게 무지개 구슬의 수가 2천 개를 넘기자 주먹을 가볍게 쥐며 환호했다.
이걸로 마지막으로 남은 포지션 스킬 ‘가디언의 인내’를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역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니까!”
그렇지 않아도 오늘 자정부터 시작되는 3차 몬스터 습격을 대비해서 이왕이면 홀가분하게 스킬을 구매했으면 싶었다.
그렇게 하기 위해 새벽 일찍부터 숲을 휘젓고 다니며 사냥을 한 무혁이었다.
그 노력의 결실을 이룬 무혁은 바닥에 주저앉아 담배 하나를 꺼내 물었다.
“달다, 달아.”
낄낄- 웃으며 무혁은 여유 넘치는 표정으로 고개를 들고는 담배 연기로 도넛까지 만들어냈다.
“이제 저것도 마지막이네.”
거대한 무지개, 여섯 개의 붉은 색깔 띠와 하나의 보라색의 띠가 무혁의 시야에 가득 들어왔다.
우르르르릉!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듯 무지개에서 굉음이 토해졌다.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할 놈이 등장할 시간이군.”
무혁은 느긋하게 몸을 일으켰다.
퍼엉! 퍼엉! 퍼엉! 소리와 함께 전투 개미, 거대 불곰에 이은 세 번째 몬스터가 숲으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앞서 등장했던 전투 개미와 거대 불곰보다 분명 더 위험한 몬스터일 것은 분명한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혁은 어떤 몬스터가 무지개를 뚫고 나타나는지 상당히 기대감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무혁이 새롭게 등장할 몬스터를 기다리는 동 시간 때에 서쪽 토성과 남쪽 토성의 거주자들 또한 무지개만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레오나르도와 그의 하수인을 자처하던 이들이 모두 죽어버리자 서쪽 토성 역시 혼란에 빠졌다.
그나마 몇몇 사람들의 노력으로 빠르게 안정을 되찾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가장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던 레오나르도의 부재는 서쪽 토성 거주자들에게 있어 상당한 불안요인이 될 수밖에 없었다.
남쪽 토성이야 2차 몬스터 습격 이후부터 극도의 불안감에 빠진 뒤로 아직까지도 분위기가 쇄신되지 않고 있었다.
그렇기에 3차 몬스터 습격이 자신의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상당했다.
“…제기랄! 우린 다 죽을 거야!”
토성 외벽 위에 서서 무지개를 뚫고 새롭게 등장한 몬스터를 노려보던 한 남자가 절망에 찬 목소리로 그렇게 외쳤다.
“첫 번째 강제 사냥은 참가하는 게 아니었는데…….”
욕심에 눈이 멀어, 설마 내가 죽겠냐는 막연한 가능성만을 믿고 참가한 또 다른 남자는 자신의 어리석은 선택에 후회를 하며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그 두 사람 외에도 대부분의 남쪽 토성 거주자들은 흔들리는 감정을 추스르지 못했다.
“또 무슨 몬스터가 나타난 건지… 젠장! 빌어먹을!”
1차, 2차와 마찬가지로 3차 몬스터 습격에서도 새로운 몬스터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은 했다.
그럼에도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길 간절히 바라고 바랐다.
현실은 냉혹하리만큼 그들의 바람을 외면해버렸다.
“살 수 있겠지?”
루이스가 방구름을 바라보며 그렇게 물었다.
“그럼요. 걱정 마세요.”
대답을 하는 방구름은 지금도 홀로 숲에서 사냥을 하고 있을 무혁을 떠올리며 굳게 믿었다.
마음만 같아서는 방구름 또한 마지막 사냥이 될지도 모르는 전투 개미를 잡아서 6등급 마정을 하나라도 더 모으고 싶었다.
아쉽게도 무혁이 오늘은 함께 사냥하기 힘들다며 새벽 일찍 숲으로 들어간 바람에 꼼짝없이 남쪽 토성에 남아 있어야만 했다.
미련이 남아 루이스 등에게 사냥을 가지 않겠냐고 물었지만, 그들로서는 3차 몬스터 습격을 앞두고 괜한 힘을 뺄 수 없었기에 방구름도 사냥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형님 덕분에 6등급 마정을 4개나 흡수했으니까.’
6등급 마정 하나를 먹을 때마다 무작위로 고유 능력의 정밀 수치가 10퍼센트나 오른 방구름이다.
놀랍다거나, 경악스럽다거나, 황당한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사기적인 수준이었다.
이렇게 쉽게 고유 능력의 정밀 수치를 올릴 수 있다니!
방구름으로서는 마정의 가치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감히 계산조차 할 수 없었다.
처음 무혁이 주었던 2개를 포함 총 60퍼센트의 정밀 수치가 올라간 방구름은 불과 일주일도 안 되는 사이에 월등하게 강해져 있었고 그 어느 때보다도 자신감이 차 있는 상황이었다.
‘반드시 살아서 형님의 뒤만 쫓으면 돼!’
방구름은 무혁과 함께라면 헬-라시온에서 떳떳하게 살아나갈 수 있다고 확신했다.
3차 몬스터 습격에서 허무하게 목숨을 잃는 일이 없도록 단단히 마음을 먹는 그였다.
‘그런데 이번엔 어떤 몬스터일까?’
방구름은 무지개를 뚫고 떨어져 내리는 몬스터를 확인하기 위해 미간을 찌푸리면서까지 시력을 높여봤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서인지 도통 알아볼 수가 없었다.
그 시각, 무혁은 자신의 앞에 떨어진 몬스터의 모습에 입이 함지박 만하게 벌어졌다.
턱을 뚫고 튀어나온 송곳니, 목덜미의 새하얀 갈기, 양쪽으로 갈라져 있는 두툼한 붉은 꼬리.
“마지막 피날레로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있나!”
무혁은 자신의 앞에서 크와아아앙- 하고 어떻게든 강하다는 걸 어필하려는 영장류 형태의 몬스터, 앙할마케를 바라보며 머리를 굴려봤다.
어떻게 해야 가장 효과적으로 가장 많은 앙할마케를 잡을 수 있을지.
그러나 고민은 길지 않았다.
앙할마케의 가장 큰 장점을 이용하면 간단했으니까.
“혹시, 술래잡기라고 들어 봤냐? 모르지? 내가 알려줄게.”
무혁은 눈앞에서 분수도 모르고 살기를 드러내는 앙할마케를 향해 블랙 본 단검을 냅다 던졌다.
퍽- 하고 블랙 본 단검이 앙할마케의 어깨를 관통했다.
상처 입은 앙할마케는 크와아아앙- 하는 괴성을 질러대며 무혁을 죽일 것처럼 노려봤다.
“이제부터 날 따라와. 그럼 놀이 시작이니까.”
무혁은 곧바로 등을 돌려 앙할마케와의 적당한 거리를 두고 내달리기 시작했다.
기습 공격을 가한 것도 모자라서 자신에게 상처를 입힌 인간이 도망간다.
앙할마케가 분노해서 소리를 내질렀고, 그 소리에 곧바로 가장 가까운 곳에서부터 반응을 보였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앙할마케의 울부짖음에 무혁의 입가에 미소가 더욱더 짙어져갔다.
“그래, 모두 불러 모아라. 한꺼번에 불지옥을 맛보여 줄 테니까. 하하하!”
유독 동족애가 강한 몬스터가 앙할마케였기에 무혁은 숲 전체를 돌며 그들을 한곳에 모아 일망타진해버릴 획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너도 가자!”
무혁은 멀지 않은 곳에 멀뚱히 서 있는 앙할마케를 향해 블랙 본 단검을 내던졌다.
크와아아앙!
갑작스런 공격에 앙할마케가 눈에 불을 켜고 무혁의 뒤를 쫓았고, 그 역시 주변 동족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듯 요란스럽게 울어댔다.
순식간에 수십 마리가 자신의 뒤를 쫓고 있었고, 지속적으로 주변에서 동족의 울음에 반응하듯 앙할마케들이 합류하고 있었기에 무혁은 절로 흥이 났다.
“좋구나! 좋아! 모두 나를 따르라!”
미친놈처럼 웃고 떠들어대며 숲을 질주하는 무혁으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도 숲 전체가 요란스러웠다.
“미, 미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X발… 아무래도 이번에 우릴 다 죽일 작정인가 봐!”
서쪽 토성과 남쪽 토성의 거주자들은 앙할마케의 울부짖음으로 떠들썩한 숲의 상황에 영문도 모른 채 덜덜- 떨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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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5등급 마정을 섭취했습니다.]
[영구적으로 정마력이 10% 상승합니다.]
[블랙 본의 영향으로 정마력의 상승 수치가 100% 추가됩니다.]
[영구적으로 정마력이 10% 상승합니다.]
“내가 생각해도 난… 개 사기캐야!”
무혁은 좋아 죽겠다는 듯 제자리에서 온몸을 비틀어대며 춤을 췄다.
앙할마케 몰이사냥은 대성공이었다.
숲을 빙글빙글- 돌면서 앙할마케들을 끊임없이 모았다.
천여 마리에 가까운 앙할마케들이 자신을 완전히 꽉! 틀어막았을 때, 무혁은 모래 태양을 이용해서 순식간에 앙할마케들을 사냥해버렸다.
물론, 심장에 들어있는 핵이 손상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하체만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그리고 이어진 통통이의 6등급 마정 찌꺼기와 무지개 구슬 수거 작업!
무혁은 불완전한 5등급 마정을 만들 수 있었고, 그걸 즉시 섭취하면서 또 한 번의 성장을 이뤄냈다.
어디 그것뿐인가?
무지개 구슬과 스킬 링의 양도 상당했다.
“어디 보자, 스킬 링이 몇 개나 되더라…….”
무혁은 공간 주머니를 오픈하고 그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