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1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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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7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10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10화
피 무지개 숲 (35)
어둠 속을 내달리던 무혁은 이윽고 얼굴 없는 암살자의 은신 스킬과 은밀한 발걸음 스킬을 사용해서 몸을 숨겼다.
“어디야?”
“어디긴! 앞이잖아!”
“쥐새끼 같은 놈! 잡히면 얼굴 가죽부터 벗겨 버리고 말겠어!”
뒤에서 들려오는 듣기 거북한 욕지거리에 무혁은 끌- 하고 혀를 찼다.
어둠 속에서 무혁은 조용히 블랙 본 단검을 만들어냈다.
마음만 같아서는 확실하게 목숨 줄을 끊어놓을 수 있는 블랙 본 화살을 쏴버리고 싶었지만, 이미 앞서서 두 발을 사용했기에 무리할 필요가 없다 여겼다.
어둠 속에서 조용히 기다리던 무혁은 한 놈을 목표로 삼았다.
‘아무리 그래도 쥐라니… 그건 너무 심한 욕이잖아!’
무혁은 누가 자신을 쥐나 닭으로 비하하면 굉장히 기분이 나빴다.
이유? 이유가 필요한가!
당연히 몇 번이나 쥐새끼라고 불렀던 레오나르도는 곱게 죽이지 않을 생각이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욕이 있는데 그 많고 많은 욕 중에 왜 하필 쥐란 말인가!
무혁으로서는 도저히 참고 들어줄 수가 없었다.
살의를 일으키자 은신하고 있던 무혁의 모습이 풀려버렸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짙은 어둠 속이었기에 앞만 보고 내달리는 놈에게 발각될 가능성은 없었으니까.
쇄애액- 퍼억!
“…크아아아악!”
블랙 본 단검이 목표로 삼았던 놈의 오른쪽 허벅지를 뚫고 지나갔다.
놈이 찢어지는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을 나뒹군다.
갑작스런 기습에 무작정 앞으로 내달리던 사람들이 황급히 뒤를 돌아봤지만, 이미 무혁은 자리를 벗어남과 동시에 은신 스킬로 몸을 숨긴 상태였다.
기습의 묘는 빠르고!
은밀해야 하는 법!
“젠장! 여, 여기서는 우리가 너무 불리해!”
어둠을 끌어안고 기습을 하는 무혁을 상대로 레오나르도의 하수인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공간이 좁은 것도 아니었고, 이리저리 숨어 다니면서 장거리 공격을 하는 무혁은 아무리 수적 우세함을 앞세운다 하더라도 상대하기가 만만하지 않았다.
이대로 계속 쫓는 게 맞는 걸까?
“흩어지지 말고 모여!”
누군가의 말에 서로의 간격을 좁히며 둥그렇게 원을 만들고 섰다.
“맨시! 마력탄을 주변에 만들어!”
“알았어!”
맨시라 불린 남자가 대답과 동시에 자신의 앞에 4개의 주먹만 한 크기의 새하얀 구체를 만들어냈다.
레이나와 마찬가지로 마력 공격이 가능한 남자였다.
맨시라는 이가 만들어낸 마력탄의 색은 하얀색.
마력탄의 경우 두 가지의 색상이 있다.
검은색과 하얀색.
그중 검은색 마력탄이 강력한 위력을 갖춘 공격용이다.
맨시라는 남자가 만든 하얀색 마력탄은 살상용으로서의 위력은 거의 없었다.
‘조도 하나는 끝내주네. 완전 조명탄이네.’
주먹만 한 크기의 새하얀 구체는 주변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4개의 마력탄을 천천히 사방으로 퍼트리자 대낮처럼 환하게 주변이 밝아졌다.
“내가 퍼트릴 수 있는 한계 거리는 이 정도야.”
맨시라는 흑인 남자는 대략 10미터 정도 마력탄을 퍼트리고는 그것을 유지했다.
그것만으로도 주변 시야가 선명하게 확보되었기에 불만을 갖거나 아쉬워하는 이는 없었다.
무혁은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는 이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는 슬그머니 어디론가 움직였다.
“지금 뭐하는 거야?”
뒤늦게 나타난 레오나르도는 한 곳에 둥그렇게 모여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벅츠가 당했어! 어둠 속에서 놈을 쫓는 건 결국 다 죽자는 거나 다르지 않아!”
앞장서서 현 상황을 만든 남자가 무리의 중앙에 주저앉아 있는 벅츠를 가리키며 말했다.
레오나르도는 다친 벅츠에게는 시선조차 주지 않고 그를 변호하듯 말한 남자의 멱살을 와락- 움켜쥐었다.
“이러고 있으면? 그러면 놈이 제 모습을 드러내기라도 한대? 정면으로 덤벼들 것 같아?”
“최, 최소한 기습은 막을 수 있을 것 같으…….”
남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레오나르도가 조소와 함께 이를 드러냈다.
“병신 새끼야, 니들이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아? 니들은 지금…….”
우어어어어어어-!
끼릭! 끼릭!
거대 불곰과 전투 개미의 울음소리에 말을 하던 레오나르도가 까드득- 이를 갈았다.
“네 멍청한 판단 때문에 이제 꼼짝없이 몬스터까지 상대하면서 놈의 기습을 걱정해야 하게 생긴 거야!”
기습에 정신이 팔려서 차마 몬스터에 대한 생각을 잠시 잊고 있었던 이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그 사이 2마리의 거대 불곰과 3마리의 전투 개미가 환한 불빛을 보고 달려드는 부나방처럼 달려들었다.
레오나르도는 성질만 같아서는 멍청한 놈들의 머리통을 다 부숴버리고 자리를 뜨고 싶었다.
하지만, 어딘가에서 자신을 주시하고 있을 놈으로 인해 그는 하는 수 없이 우선 몬스터부터 처리하기로 마음먹었다.
“어디… 끝까지 가보자!”
두 눈에 독기가 차오른 레오나르도는 앞장서서 달려오는 전투 개미를 향해 마주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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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손 타격 스타일인가?”
무혁은 마력탄의 불빛이 닿질 않는 나뭇가지 위에 앉아서 몬스터를 상대하는 레오나르도의 모습을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이렇다 할 갑옷은커녕, 상의조차 입지 않은 맨몸으로 전투 개미에게 주먹과 발을 놀리는 레오나르도는 자신의 특기가 근접 격투라는 걸 여실히 보여주는 중이었다.
온몸에서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검붉은 기류는 스킬의 영향인 듯싶었다.
주먹을 휘두르고, 발을 차올릴 때마다 전투 개미의 딱딱한 외피가 파삭- 파삭- 부서지는 모습은 웬만한 무기를 든 이들보다도 파괴력이 뛰어나다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
레오나르도의 근접 타격 기술은 화려하진 않았으나, 몸놀림 자체가 달랐다.
동작 하나하나가 곡선이 아닌 직전을 위주로 삼는 간결함을 갖고 있었는데, 그로 인한 효율이 상당히 뛰어났다.
주먹과 발이 움직일 때마다 상대를 타격하는 정확도와 타격 기술 또한 일품이었다.
“근접 격투라…….”
무혁은 레오나르도와 같은 타입의 상대와 싸워본 적이 없었기에 살짝 호승심이 들었다.
그렇다고 상대가 원하는 대로 같이 맨손으로 싸워줄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레오나르도의 활약으로 전투 개미가 퍽퍽- 쓰러져가는 동안 2마리의 거대 불곰은 14명의 남자들이 펼치는 협공에 이렇다 할 성과도 올리지 못하는 지지부진한 모습으로 무혁을 실망스럽게 만들었다.
“옹기종기 모여 있으니 누구든 맞겠지?”
무혁은 저격용 소총을 꺼내들고는 조준 렌즈로 대충 목표점을 잡았다.
푸슉- 하는 소리와 함께 거대 불곰을 향해 검을 휘두르던 남자가 컥- 소리와 함께 뒤로 나자빠졌다.
옆구리를 관통한 총상에 그는 뒤늦게 비명을 질렀고, 그 한 발의 총알은 순식간에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충분했다.
그제야 남자들의 머릿속에 레오나르도가 했던 말이 맴돌았다.
몬스터와 싸우면서도 놈의 기습을 걱정해야 한다고 했던 그 말!
뒤이어 또다시 한 명이 팔뚝에 총상을 입으며 비틀거리자 2마리의 거대 불곰을 상대로 팽팽하게 전투를 이어나가던 남자들이 주춤거렸다.
그건 곧바로 거대 불곰들의 사기를 드높여주는 꼴이 되어버렸다.
“병신들아! 저격 따위 신경 쓰지 말고 눈앞에 있는 몬스터에 집중해! 양쪽으로 피해를 받고 싶은 거야! 정신 차려!”
보다 못한 레오나르도의 외침에 남자들은 이를 악물고 거대 불곰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저 자식 언제 저런 걸…….”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레오나르도는 맨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투박한 강철 투구와 체인 메일을 걸치고 전투 개미를 상대하고 있었다.
딱히 좋은 등급의 방어구로는 보이지 않았으나, 저격에 대한 최소한의 대비는 갖추고 있었다.
무혁은 그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저격이 어지간히도 무서웠나 보네.”
낄낄- 웃으며 무혁은 저격용 소총의 방아쇠를 열심히 당겼다.
열 발을 쏘는 동안 치명상을 입고 쓰러진 남자는 고작 둘 뿐이었다.
다섯 명 정도는 팔과 다리에 가벼운 상처를 입었고, 나머지 3발은 아예 맞추지 못했다.
남자들이 약간씩 거리를 넓게 잡은 것도 문제였지만, 제자리에 서 있기보단 이리저리 움직이는 통에 도통 제대로 맞출 수가 없었던 것이다.
“연습하면 나아지려나?”
무혁은 입맛을 다시면서도 총알을 장전했다.
이번에는 아예 한 발도 제대로 맞추지 못했고, 오히려 엉뚱하게도 거대 불곰을 맞추는 바람에 남자들을 도와주는 꼴이 되고 말았다.
“안 해, 안 해.”
무혁은 저격용 소총을 공간 주머니에 던져 버리고 나무 위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아직도 거대 불곰과 전투 개미를 상대로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무혁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자, 선수 입장… 하기 전에!”
땅을 박차고 달려나간 무혁은 허공에 둥둥- 떠 있는 새하얀 마력탄 4개를 블랙 본 단검으로 깨트려버렸다.
퍽퍽퍽퍽- 순식간에 마력탄 4개가 깨지면서 사위가 어둠으로 뒤덮였다.
“뭐, 뭐야?”
“맨시! 맨시!”
“빨리 마력탄을 만들어!”
갑작스런 어둠은 언제나 혼란을 가중시킨다.
너나 할 것 없이 마력탄을 만들어 낼 줄 아는 맨시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다시 마력탄을 만들도록 내버려 둘 것 같았으면 깨트리지도 않았지!’
무혁의 어둠 속에서 유유히 움직여 마력탄을 만들어내려는 맨시의 목을 가볍게 베어버렸다.
서걱- 맨시의 목이 바닥을 뒹굴었고, 뒤이어 피가 분수처럼 잘려진 목을 통해 뿜어져 나왔다.
“으아아아악! 노, 놈이다! 놈이 나타났어!”
비명성에 그제야 남자들이 무혁을 찾아냈다.
환하던 사위가 시커먼 어둠으로 변하자 잠시 혼란을 겪기는 했지만, 그들 또한 헬-라시온에서 2년째 생존하고 있는 인간들이었기에 빠르게 어둠에 적응을 해갔다.
하지만, 그들이 적응하는 그 시간 동안 무혁 또한 가만히 있질 않았다.
무혁은 거대 불곰의 공격을 가까스로 막아내고 있던 남자를 향해 검은 선을 날려 보냈다.
스걱- 어깨부터 시작된 뜨거운 통증이 가슴으로 이어지자 남자가 끄아아아- 하는 비명과 함께 뒷걸음질을 쳤다.
핏물이 빠르게 번지며 순식간에 남자의 앞가슴을 붉게 물들였다.
“저기야! 저기 있어!”
“개자식! 죽여 버린다!”
“죽여-!”
무혁의 모습을 확인한 남자들은 눈에서 불이라도 뿜어낼 기세로 그를 향해 덤벼들었지만, 그들을 일일이 상대해줄 정도로 무혁은 친절하지 않았다.
애초에 몬스터들을 이용해서 싸우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기에 그는 미꾸라지처럼 남자들의 공격을 피해 다니면서 2마리의 거대 불곰으로 하여금 남자들이 피해를 입도록 유도했다.
거대 불곰들에게 최우선의 적은 무혁이었기에 앞뒤 분간하지 않고 그만을 쫓았다.
무혁은 그런 거대 불곰들의 저돌적인 행동을 이용해서 남자들과의 전투를 수월하게 이끌었다.
“크윽!”
“아악!”
비명이 줄을 이었고, 그때마다 남자들은 하나, 둘 눈을 뒤집으며 쓰러졌다.
단 한 명, 무혁을 잡지 못해서 피해는 갈수록 커져갔고, 레오나르도가 전투 개미들을 모두 쓰러트리고 났을 때 멀쩡하게 서 있는 서쪽 토성 거주자들은 고작 세 명 뿐이었다.
“…병신들.”
레오나르도의 입에서 거친 욕설이 흘러나왔다.
“이제 메인 경기로 가야 하니까 엑스트라들은 그만 퇴장합시다.”
무혁은 레오나르도가 개입하기 전에 남자 세 명까지 깔끔하게 바닥에 눕혀버렸다.
동시에 여기저기 상처를 입고 헐떡이던 거대 불곰들 또한 단발성 비명을 내지르며 쓰러지고 말았다.
아직 죽지 않고 신음하는 남자들이 있었지만, 어차피 도망을 갈 수도 없었고 싸움에 끼어들지도 못했기에 무혁은 레오나르도를 바라보며 말했다.
“관중을 조금 남겨뒀는데 마음에 들어?”
무혁의 말에 가만히 그의 얼굴을 바라보던 레오나르도가 그제야 얼굴을 알아봤다.
“너… 이 새끼.”
“구름이에게 네 얘긴 대충 들었다만, 이번엔 좀 과했어. 아니, 뭘 하든 네 구역 안에서만 했어야지. 왜 엉뚱한 곳까지 피해를 주고 그래? 그 선만 지쳤어도 굳이 나랑 싸울 일은 없었을 것 아냐? 자고로 욕심이 과하면 그만큼 탈도 큰 법이지.”
빙글빙글- 웃고 있는 무혁의 모습에 레오나르도가 진지하게 물어왔다.
“너 진짜 2년 차 맞는 거냐? 구름이 그 새끼하고 날 속이는 거지? 구름이는 어딨어? 설마 너 혼자야?”
“왜 혼자가 아닐까 봐? 걱정 마. 나 혼자니까.”
무혁의 자신 있는 모습에 레오나르도가 푸하핫- 웃었다.
“혼자서 날 상대하겠다고? 고작 저런 쓰레기들 좀 잡았다고 내가 만만해 보여?”
“어쩌면?”
장난스러운 무혁의 대꾸에 레오나르도가 목청껏 웃음을 터트렸다.
정말 재밌어 죽겠다는 듯, 웃음을 터트린 레오나르도가 무혁을 똑바로 바라보며 잔인하게 미소를 지었다.
“3년이다. 지난 3년 동안 내가 잡아먹은 놈들이 몇이나 될 것 같아?”
무혁에게서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자 레오나르도가 킥- 하고 웃었다.
“왜 갑자기 무서워졌어? 나는 아스펠 마을이 참 좋아. 여기 오는 놈들은 얼마든지 죽여도 뒤탈이 없거든. 그래서 솔직히 떠나고 싶지가 않아. 이렇게 꿀 빨기 좋은 곳이 또 어디에 있겠어? 안 그래?”
“그래서 몇이나 죽였는데?”
무혁의 퉁명스러운 물음에 레오나르도가 손가락 5개를 쫙- 펼치며 자랑스럽게 웃었다.
“대충 오백 명 정도는 될 걸?”
5백 명이라는 소리에 쓰러져 있던 이들이 헛바람을 들이키며 놀랐다.
놀라긴 무혁 역시 마찬가지였다.
5백 명을 죽이고 그들의 표식을 모두 거뒀다면?
대충 계산해도 수천 만 포인트는 될 것이다.
그제야 무혁의 얼굴 표정도 딱딱하게 굳었다.
무혁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는 걸 보며 레오나르도가 재밌다는 듯 웃었다.
이윽고 레오나르도는 더 이상 저격 따윈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투구와 체인 메일을 벗어서 공간 주머니에 던져 넣었다.
“이제 네가 누굴 건드렸는지 알겠어? 너 때문에 쓸모도 없는 걸 사느라 무지개 구슬만 소모하고… 넌, 건드리지 말아야 할 상대를 건드린 거야! 이제 좀 후회가 되지? 그런데 어쩌지? 난 후회한다면서 잘못을 빌어도 용서를 해줄 생각이 없거든!”
땅바닥에 깊은 자국을 선명하게 남기며 레오나르도가 돌진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