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15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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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0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53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53화
커스틸 도시 (6)
저건 미친놈이 확실하다.
자신의 눈앞에서 사람이 둘이나 죽어 나가는 모습을 봤으면서도 그런 포악한 마수 앞에서 뭐?
손?
‘제정신이 아닌 놈이었어!’
알버트는 오늘 자신이 왜 죽는지 그제야 깨달았다.
생애 최고의 미친놈을 손님이랍시고 펫 한 마리 팔아보겠다 욕심을 부리다가 결국은 이런 사달을 일으킨 것이다.
피떡이 되어 날아가겠지.
카칸이라면 자신을 옆집 똥개마냥 다루려고 하는 무혁을 단순히 박치기를 날리는 것으로 끝낼 리 없다.
헬-라시온에서 가장 잔인하고도 참혹하면서 비참한 죽음을 선사할지도 모른다.
제 발로 죽겠다고 발악하는 놈인 만큼 명복을 빌어주고 싶지도 않았다.
저런 미친놈은 꼭 죽어도 혼자 죽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끌고 간다.
헬-라시온보다 더한 지옥이 있다면 그곳에서 영원히 고통을 받아야 할 놈이다.
“쓰읍! 반항하는 거야? 손!”
무혁이 짐짓 화를 내는 표정을 지으며 다시 한 번 ‘손’을 외쳤다.
조련사들은 그럼에도 왜 카칸이 가만히 있는 건가 의문이 들었지만, 이내 뭔가를 고민하는 듯한 마수의 붉은 눈동자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어떻게 죽여야 할지를 고민하는 건가? 그렇군! 그런 거였어! 역시 마수답게 잔인하구나!’
하긴, 카칸으로서도 이런 치욕은 경험한 적이 없었을 거라 여기는 알버트였다.
알버트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무혁은 여전히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카칸을 가만히 노려보다 이내 주먹을 휘둘렀다.
퍽!
“꼭 맞아야 말귀를 알아듣지!”
머리통을 얻어맞은 카칸이 더욱더 고개를 숙인다.
이윽고 온몸으로 튀어나와 있던 가시가 감쪽같이 사라지고, 검은 아지랑이들도 깨끗하게 없어졌다.
그제야 알버트와 조련사들은 커다란 착각의 늪에서 빠져나왔다.
“…맙소사!”
도대체 어떻게 카칸을 굴복시킨 걸까?
아니, 왜 카칸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은 무혁 앞에서 숨을 죽이는 건가?
착각의 늪을 빠져나온 조련사들이 혼란의 강에 빠져 허우적거리거나 말거나 무혁은 카칸에게 ‘손’을 반복했다.
연달아 세 대를 얻어맞은 카칸이 짧디짧은 앞발을 어떻게든 들어 올리려는 듯 애를 쓰는 모습에 알버트는 저도 모르게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미쳤네… 미쳤어!”
알버트의 외침에 카칸이 슬쩍- 그를 노려본다.
카칸의 두 눈에 그를 향한 강한 적개심이 부글부글- 용암처럼 끓어올랐다. 그 모습에 알버트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 사이, 무혁은 카칸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블랙 본의 영향으로 마수 ‘카칸’이 당신에게 복종합니다.]
[마수 ‘카칸’이 당신을 두려워합니다.]
[마수 ‘카칸’을 펫으로 받아들이겠습니까?]
[마수 ‘카칸’에게 이름을 지어줄 경우 충성도가 크게 상승합니다.]
카칸에게 ‘손’을 외치는 순간 무혁의 머릿속에 울렸던 알림음들이었다.
무혁으로서는 당연히 카칸을 펫으로 받아들였다.
그렇게 펫으로 받아들인 카칸의 정보는 다음과 같았다.
|카칸(마수)|
· 연령 - 4살
· 마수 분류 - 카칸
· 마수 등급 - 7등급
· 체력 - 7등급
· 근력 - 7등급
· 순발력 - 7등급
· 지구력 - 7등급
· 마기 등급 - 7등급
· 상태 - 두려움, 공복, 외로움, 분노, 적의, 살의, 그리움.
온통 7등급이다.
하급 마수라는 소리를 듣기는 했지만, 나름 독특한 형태의 변화와 조련사들을 손쉽게 죽였던 임펙트 넘치던 모습을 떠올리면 정보창을 통해 확인한 능력치가 믿겨지지 않을 정도였다.
‘마수 자체가 몬스터랑은 또 다른 힘을 가지고 있다는 뜻인 건가?’
어쩌면 아니, 분명 그럴 것이라고 확신하는 무혁이었다.
얼마 전에 사냥을 했던 5등급 다이아 방울뱀만 하더라도 카칸보다도 훨씬 약했기 때문이다.
굳이 전투를 해보지 않아도 카칸이 웬만한 몬스터를 찜 쪄먹을 정도라는 건 알 수 있었다.
‘마수라… 산 넘어 산이군.’
보나마나 마수가 마족보다 아래일 것이다.
그렇다면 몬스터, 마수, 마족, 마왕, 마신까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산을 넘고 넘어야 마신의 귓방망이를 후려칠 수 있을지- 무혁으로서는 생각만으로도 한숨이 절로 나왔다.
실망스러운 카칸의 능력을 확인하고 난 무혁은 이제 일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
“아까 한 약속은 기억하겠지?”
무혁의 시선에 맥스가 무슨 소리냐는 듯 그를 바라보다 이내 그 옆에 얌전히 서 있는 카칸의 모습에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깨달았다.
무혁이 카칸을 길들이면 자신이 몸값을 지불하겠다고 소리쳤던 맥스였다.
“그, 그건…….”
“커스틸 조련소의 신뢰도는 헬-라시온에서 알아준다고 하니 딴소리를 하지는 않겠지.”
분명히 개인적인 일이었음에도 무혁은 커스틸 조련소를 들먹였다.
맥스로서는 알버트를 바라보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핸서와 론의 죽음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걱정스러운데 기껏 카칸을 순한 양처럼 길들인 무혁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어 괜한 시빗거리를 만들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알버트와 다른 동료들마저 자신의 눈길을 피해버리자 맥스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저런 놈들을 동료라고 믿고 있었다니!
‘카칸의 몸값이 얼마였더라…….’
카칸의 공식적인 몸값은 골드 보석 200개.
그나마도 길들이지 않았을 때의 가격이다. 지금처럼 순한 양처럼 길들인 카칸이라면 가격 책정을 새롭게 해야만 한다. 물론, 조련소에서는 한 일이 없으니 할 말은 아니지만.
어쨌든 기본 몸값만 하더라도.
‘난 파산이다…….’
맥스가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떨궜다.
그 모습을 보며 무혁은 고소하다는 듯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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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커스틸 조련소 소장 호스만입니다.”
나이 지긋한 풍채 좋은 노인, 호스만이 내미는 손을 맞잡은 무혁은 자신의 손을 지그시 누르는 악력에 마주 힘을 줬다.
“역시 젊으신 분이라 힘이 넘치십니다.”
“소장님도 만만찮으십니다. 저와 같은 또래라 해도 믿을 것 같습니다.”
“으허허헛! 늙은이에게 젊음이야 영원한 소망 아니겠습니까?”
두 사람의 악력 대결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던 에랄이 조용한 음성으로 끼어들었다.
“그렇게 서로 뜨겁게 쳐다보니 따로 방이라도 잡아 드릴까요?”
에랄의 말에 호스만과 무혁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그녀를 노려보고는 재빨리 맞잡고 있던 손을 풀어버렸다.
소파에 마주 앉은 호스만이 먼저 말을 꺼냈다.
“우선 저희 조련사들의 목숨을 구해주셨다니 감사하다는 말씀부터 해야겠습니다.”
“알아주시니 다행입니다.”
무혁의 대꾸에 호스만의 눈매가 가느다랗게 변했다.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혹은 별 말씀을 다하십니다- 라는 빈말이라도 돌아올 줄 알았는데, 무혁이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대답하니 호스만은 뒤에 준비한 말을 조금도 꺼낼 수가 없었다.
“큼큼!”
하는 수 없이 호스만은 곁에 있는 에랄에게 눈치를 줬다.
휴우- 하고 한숨을 내쉰 에랄이 입을 열었다.
“카칸의 몸값을 맥스 조련사가 대납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그분께서 먼저 그러겠다고 해서 그러기로 했습니다.”
“진심이 아니었다고 합니다만?”
둘러말하지 않고 곧바로 직진을 해오니 무혁으로서도 시간 낭비 하지 않게 되어 좋다는 듯 거침없이 대답했다.
“진심이든 아니든 그러겠다고 했기에 제가 카칸을 길들인 것이고, 조련사들이 살아남았습니다. 뭐 조련사들의 목숨 값을 가지고 흥정을 할 생각은 없습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건 어차피 제가 아니라면 어느 누구도 카칸을 길들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결론은 카칸의 몸값을 지불할 의향이 없으시다는 뜻입니까?”
“당연한 것 아닙니까?”
물어서 뭐 하냐는 듯한 무혁의 대꾸에 에랄이 의외로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좋습니다. 이미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도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아무리 카칸의 몸값이 높아도 조련사들의 목숨을 구해주신 걸로 충분합니다.”
생각 외로 쿨하게 넘어간다는 말에 무혁도 잘 생각했다는 듯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단, 혁 님께 부탁드리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부탁이요?”
일부러 억지스러운 부탁을 하려는 것이 아닌가 싶어 무혁의 웃음이 일그러졌다.
“마수를 길들일 수 있었던 방법을 공유해주셨으면 합니다.”
“그건…….”
무혁이 대답을 못하자 에랄이 곧바로 말했다.
“지난 2년 동안 카칸을 길들이기 위해 모든 방법을 다 동원했었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모두 실패했습니다. 그 덕분에 저희 조련소는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상당한 피해를 보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카칸마저 허무하게 잃게 생겼습니다. 카칸의 몸값에다가 지난 2년 동안 보살피며 쏟아부었던 경제적 손해만 하더라도 혁 님께선 결코 짐작조차 하지 못하실 겁니다. 하지만, 이런 모든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혁 님께서 카칸을 길들인 방법을 공유 받게 된다면 저희 조련소로서는 충분한 보상을 받았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 부디 저희의 부탁을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에랄의 말이 끝나자 호스만 소장도 부탁을 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거 참…….”
무혁으로서는 난감하기만 했다.
카칸이 자신에게 굴복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바로 블랙 본과 통통이였다.
그런데 문제는 어느 것 하나도 이들에게 밝힐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사실은 내가 용가리 통뼈라 마수가 알아서 기었다. 그리고 내가 데리고 다니는 통통이라는 놈이 본래는 천사가 되어야 할 고귀한 존재라 마수가 알아서 엎드렸다-’ 라는 말을 어떻게 할 수 있단 말인가?
고민할 것도 없었다.
“죄송합니다.”
무혁이 미안하다는 듯 말하자, 호스만 소장은 허허허- 하며 웃었고, 에랄은 정말 안 되겠냐는 듯 바라봤다.
하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무혁으로서도 카칸을 공짜로 데려가게 생겼으니 그들에게 뭐라도 하나 던져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이건 어떻게 할 수가 없는 부분이라 협상의 여지가 손톱만큼도 없었다.
“그럼 저희도 어쩔 수 없습니다.”
이건 또 무슨 소리냐는 듯 무혁이 에랄을 노려봤다.
설마 이제 와서 카칸의 몸값을 내놓으라는 식으로 나오는 건가 싶어 짜증이 치밀어 오르려고 했다.
“혁 님께서 그렇게까지 하시겠다면 저희도 카칸을 돌봐드릴 수가 없습니다. 더불어 지난 2년 동안 카칸을 지켜보며 파악했던 카칸에 대한 모든 정보도 일체 제공하지 않겠습니다. 혁 님께서는 카칸만 데리고 조련소를 떠나시면 됩니다.”
에랄에 이어서 호스만도 더 이상 볼 일 없다는 듯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조련소는 단순히 펫을 조련하는 곳만이 아니다.
일종의 펫 호텔의 기능도 겸하고 있었다.
즉, 펫을 집에서 직접 사육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매달 일정 금액만 받고 펫의 안락한 휴식처를 제공하는 것이다. 더불어 펫의 먹이와 기타 여러 가지의 자잘한 관리까지 책임을 져주기에 대부분의 주인들은 자신의 집에 사육장이 있다 하더라도 조련소에 맡겨놓고 필요할 때에만 이용하고 있었다.
무혁으로서도 당연히 그래야만 했다.
코딱지만 한 원룸에 펫 사육장이 있을 리 만무했고, 설령 펫 사육장이 있다 한들 카칸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었으니 뭘 먹이고,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막막했기 때문이다.
“너무 하는 것 아닙니까?”
한참 만에 무혁이 그렇게 말했다.
이건 부당한 대우라고!
왜 남들은 되면서 나는 안 되는 거냐고!
하지만, 에랄과 호스만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저희가 카칸을 길들일 수 없는 입장인데 어떻게 관리를 할 수 있단 말입니까? 애초부터 말이 되질 않는 것 아닙니까? 저희로서도 별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 2년 동안 잘 돌보지 않았습니까?”
“아까 분명히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 2년 동안 저희 조련소가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고 말입니다. 그럼 혁 님께서 앞으로 그 피해에 따른 보상을 모두 해주시겠습니까? 만약 오늘처럼 조련사가 목숨을 잃는 그런 일이 벌어졌을 때에도 말입니다.”
이건 대놓고 협박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무혁으로서는 받아칠 말이 없었다.
막말로 자신이 없는 동안 카칸이 난동을 부려서 조련사가 죽거나 크게 다치기라도 한다면 어쩌란 말인가?
‘젠장! 이거 골칫덩이를 펫으로 받은 거 아냐?’
무혁은 고개를 저었다.
카칸은 마수다.
아무리 골칫덩이라 하더라도 마수를 펫으로 길들였다는 건 엄청난 일이다.
덕분에 헬-라시온에서 꽤나 유명세를 타게 생겼지만, 그건 나중에 해결할 일이고 우선은 카칸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했다.
하지만, 커스틸 조련소에서 카칸을 돌봐주지 않겠다고 하면 무혁으로서도 방법이 없다.
한참 동안 고민을 하던 무혁이 입을 열었다.
“마수를 길들인 방법은 저도 공유할 수가 없는 부분입니다. 대신, 앞으로 또 다른 마수가 이곳 커스틸 조련소에 들어온다면 제가 책임지고 그 마수를 길들이도록 하겠습니다. 저로서도 이것 밖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무혁이 해줄 수 있는 최상의 협력이었다.
에랄과 호스만이 눈빛을 교환한다.
가볍게 호스만이 고개를 끄덕이자, 에랄 또한 보일 듯 말 듯 입가에 미소를 짓는다.
그 모습에 무혁은 왠지 자신이 당한 것 아닌가 하는 더러운 기분이 살짝- 들었다.
그래도 카칸을 생각하면 이게 최선이라 위로하는 무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