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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148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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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48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48화

커스틸 도시 (1)

 

“메이커를 만나기 위해선 반드시 소도시 식민이 되어야 한다.”

“방법이 그것밖에 없습니까?”

“내가 아는 한 메이커는 세이크 도시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으니까. 그를 만나기 위해선 네가 직접 찾는 수밖에 없다. 믿을 만한 대리인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 정도로 믿을 만한 사람이 있느냐?”

송정민의 말에 무혁은 자신에게 그런 사람이 어디에 있겠냐는 듯 고개를 저었다.

결국, 무혁이 메이커를 만나려면 무조건 소도시 식민이 되어야만 했다.

소도시 식민이 되려면 우선 신분 상승에 따른 100만 포인트가 필요하다.

무혁에게 있어서 100만 포인트는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현재 마을 식민에서 소도시 식민으로 신분이 상승하면 거주지도 옮겨야 하며, 앞으로 강제 사냥도 옮긴 거주지를 기준으로 치러야만 한다는 점이다.

“이 기회에 그냥 소도시 식민이 될까요?”

첫 번째 포지션 트레이닝을 성공적으로 마친 무혁이다.

7구역에서 랭킹 1위를 차지하며 스킬 숙련도 알약을 대량으로 얻었다는 점도 송정민을 놀라게 만들었지만, 정작 더욱더 경악스러웠던 건 모든 고유 능력이 4등급에 올라섰다는 사실이었다.

몬스터에게 핵이 있고, 그것을 통해 고유 능력의 정밀 수치를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송정민이 유일하다. 외부로 알려지면 헬-라시온 전체가 발칵- 뒤집힐 수 있는 이 어마어마한 비밀을 오로지 무혁에게만 알려주었고, 그의 성장을 곁에서 지켜봤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무혁의 성장 속도가 송정민의 예상치를 몇 배나 웃돌고 있었다.

물론, 그것이 통통이 덕분이라는 걸 알고는 있지만 이 정도의 성장 속도라면 최소 5년 안으로 헬-라시온 랭킹 100위 안에 안정적으로 안착할 것만 같았다.

‘어쩌면 3년이면 충분할지도 모르겠군.’

송정민은 5년조차도 너무 길다고 여겨, 3년을 내다봤다.

결과적으로 5년 차 주제에 10년 차 이상의 괴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소리다.

송정민은 온몸에 전율마저 느껴졌다.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무혁의 물음에 그의 앞날을 미리 그려보던 송정민이 정신을 차렸다.

“내 대답은 이미 알고 있는 것 아니냐?”

송정민의 조언이 있었기에 무혁은 포지션 트레이닝도 남들과는 다른 파격적인 길을 걸었다.

현재 무혁의 실력이라면 소도시 식민이 아니라, 중소도시 식민으로 올라서야만 했다.

“그럼 조금 더 좋은 거주지로…….”

“불필요한 곳에 포인트를 낭비할 생각 따윈 하지도 마!”

무혁의 말을 중간에 딱! 끊으며 송정민이 엄포를 놨다.

“중소도시면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선생님을 모실 수 있…….”

“지금도 난 충분히 호사스럽다. 그리고 네놈이 자꾸 착각을 하는 것 같아서 하는 말인데, 난 네놈이 경험해보지도 못했던 최상의 삶을 살았던 놈이다. 그러니 정 날 위한다면 네놈 기준에 맞추려 하지 말고 내 기준에 맞춰라.”

대도시의 화려한 대저택이 아니면 더 이상 말도 꺼내지 말라는 송정민의 비웃음에 무혁은 머쓱해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의 기준 반드시 제가 맞추겠습니다.”

“내가 죽기 전까지 그런 날이 올지 모르겠군.”

모르는 사람들이 들으면 송정민을 욕할지 모르나, 무혁만큼은 그가 어떤 의도로 저런 말을 하는 것인지 너무나 잘 알기에 더욱더 능력을 키워야겠다는 의지를 다질 수 있었다.

“제게 어울릴 만한 중소도시는 어디입니까?”

무혁의 물음에 송정민이 후회하지 않겠냐는 듯 말했다.

“소도시라면 훨씬 안정적일 수 있다. 중소도시는 네게 조금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당장 무혁의 고유 능력 등급만 따지면 중소도시 식민으로도 부족함은 없다.

지금까지 헬-라시온에서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중소도시 식민이 된 인간은 5년 차를 한 달 앞둔 4년 차 인간이었다. 당시 그가 중소도시 식민이 되었다는 소식은 헬-라시온 전체가 들썩였을 정도로 파격적인 행보였다.

그런데 무혁은 그보다 훨씬 빠른 2년 차, 그것도 고작 3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중소도시 식민이 될 생각을 갖고 있었다.

무혁의 입장에서야 일부로 소문을 낼 이유도 그럴 필요도 없었기에 알려지진 않겠지만, 평균적으로 6년 차 이상의 식민들이 중소도시 식민으로 거주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들에 비해 한참이나 경험이 부족한 상태였다.

송정민은 그 점을 무혁에게 상기시켜준 것이다.

“이번에 포지션 트레이닝을 통해서 얻은 스킬 숙련도 알약도 있으니 괜찮을 겁니다.”

가장 중요한 스킬 등급은 일정 부분 맞출 수 있게 되었다.

그 외적으로 여러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지식 등은 송정민을 믿거나, 혹은 스스로 부딪쳐서 알아갈 수밖에 없다 여기는 무혁이었다.

수준 높은 곳에서 행동할수록 자신의 성장도 가파르게 성장한다는 것을 알기에 무혁은 다소 힘에 부칠 수 있더라도 이왕 신분 상승을 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소도시 식민보다는 중소도시 식민이 낫다고 여겼다.

송정민은 확고한 무혁의 모습에 더 이상 만류하지 않았다.

그 역시도 어려움이 생기더라도 중소도시 식민이 되어야 여러모로 활동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네 생각이 그렇다니 더 이상 말은 하지 않으마. 내가 추천해주는 중소도시는…….”

 

#

 

헬-라시온의 세상은 굉장히 거대하다.

그 크기를 전부 확인해본 인간이 없을 정도로 헬-라시온은 거대했고, 아직까지도 미개척 지역이 수두룩했다.

최소 규모의 부락만 하더라도 10만 곳이었고, 마을은 1천 곳이나 된다.

마을 이후부터는 완벽한 도시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하는데, 그러한 소도시만 1백 개였고, 그보다 규모가 3배 이상 큰 중소도시가 총 40개다. 마지막으로 중소도시 열 배의 크기에 달하는 대도시가 있는데 딱 10개 밖에 없다.

부락이나 마을은 중앙탑, 그리고 주거지로만 구분된다.

예를 들자면 발전이나 경제적 가치가 전혀 없는 깡촌인 셈이다.

하지만, 도시라는 이름이 붙기 시작하면 확연하게 달라진다.

“여긴 완전… 신세계네.”

무혁은 높은 빌딩 숲과 잘 정비되어 있는 길만으로도 눈이 휘둥그레졌다.

자그마치 300만 포인트나 지불한 무혁은 중소도시 식민으로 새롭게 신분을 격상 시켰다.

송정민이 추천을 해준 중소도시는 커스틸.

 

‘커스틸은 헬-라시온 중소도시 중 유일한 중립 도시다. 거대 길드와 가문들의 힘이 가장 팽팽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는 곳이지. 그렇기 때문에 무혁이 너처럼 일정 세력이 없는 독립된 자들이나, 중소규모의 길드와 가문들이 활동하기엔 가장 안정적인 곳이기도 하다. 물론, 그만큼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며, 조금이라도 눈에 뜨일 만한 돌출 행동을 하면 곳곳에서 널 감시하려는 눈들이 달라붙을 수 있으니 이 점을 항상 조심하도록 해라.’

 

“종족도 다양하네.”

화려한 도시의 모습만큼이나 이를 지탱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도 다양했다.

“저쪽이 드워프고 저쪽이 엘프네.”

드워프와 엘프는 무혁이 상상했던 모습 그대로였다.

드워프는 작고 단단한 체격에 수염이 가득했고, 엘프는 모델처럼 늘씬하고 아름다웠다.

그 외에도 얼핏 보면 비슷하지만, 신체 일부가 확연하게 다른 형태를 이루고 있는 수인족들도 무혁의 눈에 쉽게 보였다.

상상으로도 접하지 못했던 도시의 모습에 흠뻑- 빠진 상태로 이곳저곳을 구경하며 천천히 걸음을 걷던 무혁은 뒤쪽에서부터 느껴지는 거친 기운에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

잘 정비되어 있는 도시 내부의 도로 위를 거대한 무언가가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멧돼지?”

생김새는 대충 멧돼지와 비슷했는데, 말 그대로 집채만 한 크기와 위턱의 송곳니는 길게 위로 감듯이 자라나 있어서 그 모양새가 마치 코끼리의 상아와 비슷했다.

전체적으로는 흑갈색의 털이 거칠게 자라나 있었고, 이마에서부터 시작해서 등줄기까지 이어진 붉은 털은 마치 갈기처럼 길게 휘날려 그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재밌는 사실은 그런 멧돼지의 등판에 안장이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었고, 그 위에 붉은 머리칼의 여자가 올라타 있다는 점이다.

엄청난 속도로 내달리는 멧돼지의 기세는 사방으로 흩뿌려지고 있었지만, 놀랍게도 땅의 울림이나, 진동 따윈 조금도 느낄 수가 없었다.

도시 전체에 어떠한 특수한 장치가 되어 있음이 확실하다.

“저게 이동 수단이구나.”

소도시 식민들부터는 이동 수단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그만큼 도시와 그 주변의 규모가 크다는 뜻이다.

무혁 역시도 이제 중소도시 식민이 되었으니 이동 수단 하나 정도는 있어야 했기에 거대한 멧돼지를 유심히 바라봤다.

그러다 멧돼지 위에 앉아 있는 얼음장처럼 차가운 표정의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푸른 눈의 백인 여자였는데, 표정과 눈빛만으로도 그녀의 실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무혁은 느낄 수 있었다.

“확실히 틀리긴 틀리네.”

자신을 긴장시킬 정도는 아니었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실력자였다.

빠르게 멀어지는 여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무혁은 피식- 웃었다.

“판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게 제대로 느껴지는데?”

무혁은 담배를 꺼내 물었다.

아스펠 마을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적당한 긴장감, 그리고 전혀 다른 세상에 온 듯한 기분에 오히려 몸에서 활기가 돌았다.

이후로도 무혁은 각종 짐승과 야수 형태의 이동 수단들을 볼 수 있었다.

“이동 수단에 대해서는 딱히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막상 보니까 또 마음이 달라지네.”

이동 수단은 직접 필드에서 생포해 길들이는 방법과 상회에서 운영하는 조련소를 통해 구입하는 방법이 있다.

전자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고, 후자는 많은 보석이 필요했다.

“일단 한 번 알아나 보고 결정해야겠네. 그것보다 우선 집부터 구해볼까.”

부락, 마을과 다르게 도시에서는 직접 집을 구해야 한다.

이전까지는 중앙탑에서 일정 월세를 내는 임대형식으로 집을 쉽게 얻었지만, 도시에서는 자력으로 직접 집을 구해야만 했다.

그 말인 즉, 도시에서부터는 경제적 가치를 지닌 유형의 자산을 소유할 수 있다는 소리였다.

무혁은 가장 가까운 곳에 보이는 중개업소로 향했다.

“어서 오세요!”

중개업소로 들어서자 인상 좋아 보이는 중년의 남자가 무혁을 향해 반갑게 인사를 했다.

무혁은 남자의 머리 위에 좌우로 살짝 솟아나 있는 삼각형 모양의 귀를 확인하고는 그가 인간이 아닌 수인족, 그중에서도 ‘호족’이나 ‘묘족’이 아닐까 짐작했다.

‘호족과 묘족은 겉으로 보면 쉽게 구분할 수가 없다더니.’

호족과 묘족을 구분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은 딱 하나라고 했다.

시비를 걸어서 싸움을 해보면 안다고 했다.

송정민이 알려준 호족과 묘족 구분법을 떠올린 무혁은 저도 모르게 피식- 거렸다.

“왜 웃으십니까?”

중년의 남자는 자신이 무슨 이상한 행동이라도 한 건가 싶어 무혁을 빤히 바라보며 그렇게 물었다.

‘호족인가?’

남자의 눈에서 느껴지는 강인한 기운에 무혁은 그가 호족이 아닐까 추측을 하며 재빨리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아는 분이 했던 재밌는 말이 생각나서요. 그것보다도 집을 하나 구하려고 하는데 적당한 집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집을 구한다는 무혁의 말에 남자가 크게 반색하며 호방하게 웃었다.

“하하하! 그렇다면 아주 잘 찾아오셨습니다! 커스틸에서 저만큼 많은 집을 중개하고 있는 중개상도 없을 겁니다! 지금 또 시기가 아주 좋습니다! 오늘 마침 고급 오피스텔과 단독 주택 몇 채가 급매로 나온 상황이라 이번 기회에 좋은 집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요즘 커스틸 집값이 상승하고 있는 추세라서 이 기회에 미리 구입을 해놓으신다면 차후 시세 차익도 크게 보실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합니다!”

“그런 좋은 집은 필요 없고, 잠만 잘 수 있는 작고 아담한 원룸이면 됩니다.”

방금까지 크게 웃으며 신이 날 정도로 설명을 하던 남자의 표정이 떨떠름하게 변했다.

“…원룸이요?”

“이왕이면 싸고, 깨끗한 신축 원룸이면 더 좋고요.”

“원룸은 아무래도 좁고 불편한 점이 많으니 이왕이면 오피스텔이 낫지 않겠습니까? 혹시 자금에 여유가 없으시다면 제가 저금리로 대출을 해주는 곳도 알고 있습니다. 제가 소개를 해드리면 조금 더 싸게 대출을 받으실 수도 있습니다. 이런 기회는 쉽게 오지 않습…….”

“아뇨. 좁고 불편해도 잠만 잘 수 있으면 되니까 싸고 깨끗한 원룸으로 소개해주세요.”

“있을지 모르겠지만… 한 번 찾아보죠.”

급격하게 시무룩해진 중개상의 모습을 바라보던 무혁이 사무실 한쪽에 놓여 있는 커다란 냉장고를 바라보며 말했다.

“목이 좀 말라서 그러는데 마실 것 좀 부탁해요.”

무혁의 귀로 작게 뭐라고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고작 원룸 하나 얻으러 와서 별 걸 다 바란다고 하는 듯싶었다.

중개상이 냉장고를 열어 물통을 들자 무혁이 재빨리 소리쳤다.

“그 옆에 오렌지 주스 맞죠? 그걸로 주세요.”

물통을 들었던 중개상이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 떨었다.

무혁이 말한 오렌지 주스는 최상급의 신선한 오렌지를 착즙한 것으로 높은 중개료를 보장하는 손님들에게만 대접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특급 오렌지 주스를 고작 원룸 하나 구하러 온 놈에게 내줘야 한다니!

오렌지 주스 한 잔을 그대로 꿀떡꿀떡- 마신 무혁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캬하! 이거 정말 맛있네요! 한 잔 더 부탁합니다.”

“…….”

쟁반을 든 중개상의 팔뚝에 터질 듯한 힘줄이 돋아났다.

그리고 그는 그날, 도시 외곽의 싸구려 원룸 하나를 중개해주며 받은 수수료보다 텅텅- 비어버린 최상급 오렌지 주스 값이 더 많이 나갔다는 사실에 분노로 밤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빌어먹을! 거지 같은 새끼! 평생 원룸에서 썩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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