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14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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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6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46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46화
포지션 트레이닝 (15)
이건 또 무슨 개소리인가 싶었다.
다짜고짜 길드에 들어오라니.
“내가 왜?”
“우리 길드 정말 좋아.”
실비아의 말에 무혁은 눈을 깜빡이며 그녀를 빤히- 바라봤다.
1초, 2초… 5초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무혁이 입을 열었다.
“그게 끝이야?”
“좋은 걸 좋다고 말했으면 된 거 아냐? 뭐 다른 설명이 필요해? 주저리주저리 설명이라도 해줘? 뭐 그런 걸 원해? 어떻게? 창립 역사부터 말해줄까?”
“최소한 성의는 보여야지.”
“보이면? 우리 길드에 들어올래?”
“아니.”
히죽- 웃으며 무혁이 거절하자 실비아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김빠진 웃음을 지어보였다.
“잘 생각해봐. 우리 길드에 대해서 조금만 알아보면 다크 나이트처럼 몸집만 큰 병신 집단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거니까.”
헬-라시온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다크 나이트 길드를 병신 집단이라 폄하하는 실비아의 모습에 무혁은 웃음이 나왔다.
“내가 바빠서 알아볼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네.”
“바쁘더라도 알아봐. 혼자만의 힘으로 헬-라시온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지금 네 실력을 무시하는 건 아냐. 하지만, 너 정도는 웃으면서 짓뭉개 버릴 수 있는 괴물 같은 놈들이 널린 곳이라는 건 너도 잘 알잖아. 살아남으려면 최대한 많은 동료들, 특히 믿을 수 있는 이들을 구해야만 해.”
진심 어린 실비아의 조언에 무혁은 건성으로나마 걱정해줘서 고맙다고 대꾸했다.
“내 이름은 실비아, 저년은 미첼, 저놈은 르케임. 그리고 우리가 몸담고 있는 길드는 킬 라시온이야.”
“이름은 뭐 알고 있고. 길드 이름은 무슨 뜻이야?”
그러자 실비아가 살기 섞인 미소를 머금고 대답했다.
“우릴 여기로 데리고 오도록 한 마신, 라시온이라는 개자식을 죽여 버리자는 의지인 거지.”
“크핥핥핥핥핥핥핥!”
실비아의 대답이 끝나고 무혁이 정신 나간 놈처럼 웃음을 터트렸다.
허리까지 숙여가며 배를 부여잡고 웃는 무혁의 모습에 실비아와 미첼, 르케임마저도 표정을 굳혔다.
노골적으로 자신들을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참을 웃던 무혁이 자신을 노려보는 세 쌍의 싸늘한 시선에 헛기침을 하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큼큼! 아, 그렇게 볼 것 없어. 니들 무시하는 거 아니니까.”
“왜 웃었지?”
같잖은 변명 따윈 집어치우라는 실비아의 표독스러운 표정에 무혁은 다시 한 번 피식- 웃음을 짓고는 입을 열었다.
“나보다 더 원대한 꿈을 꾸고 있는 미친놈들이 있을 줄은 몰랐거든.”
그리고 무혁은 자신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알려주었다.
“푸흝흝흝흝흝흝!”
무혁의 설명에 실비아와 미첼, 르케임까지도 참을 수 없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마신의 귓방망이를 후려칠 용사라니! 푸하하하하!”
르케임은 눈물까지 찔끔- 흘릴 정도로 웃어댔다.
“뭐 내가 생각해도 웃기긴 하지만, 니들도 별 차이는 없어.”
낄낄- 거리며 웃는 무혁의 모습에 실비아가 겨우 웃음을 참아내며 다시 말했다.
“그럼 더 우리와 함께 해야겠네. 귓방망이를 후려치든, 모가지를 따든 어쨌든 라시온 그 개부랄 새끼한테 용건이 있는 거잖아? 안 그래?”
“굳이 따지자면 그렇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너희를 마냥 믿을 순 없지.”
여전히 거절한다는 무혁의 대답에도 실비아는 조금도 실망하는 표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래, 그건 시간이 차차 해결해줄 일이니까.”
실비아의 모습에서 무혁은 왠지 이들과 엮일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지만, 이내 귀찮아지면 피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어찌되었든 그리 나쁜 이들처럼 보이진 않았고, 황당무계한 원대한 꿈을 꾸고 있으나 그 목적 또한 자신과 비슷했기에 더욱더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아, 그리고 이거!”
돌아서서 걸어가려는 무혁에게 실비아가 가죽 주머니 하나를 툭- 던졌다.
반사적으로 가죽 주머니를 받아든 무혁은 이게 뭐냐는 듯 실비아를 향해 물었다.
“오늘 일에 대한 입막음용 뇌물이라고나 할까?”
“뇌물?”
무혁이 가죽 주머니를 열어보니 그곳에는 다크 나이트 길드원들의 표식이 모두 담겨져 있었다.
철저하게 자신이 죽인 이들의 표식만을 거뒀던 무혁으로서는 실비아가 건넨 나머지 표식들까지 총 11개나 되는 5년 차 식민들의 표식을 얻게 되었다.
“입막음은 나 역시 필요한데?”
이러니저러니 해도 어쨌든 아지스를 죽인 건 무혁이다.
다크 나이트에서도 복수를 하고자 한다면 최우선적으로 무혁부터 잡아야 옳았고, 위험부담도 없었다.
그러니 입막음용 뇌물을 줘야 한다면 그건 무혁이었지, 실비아가 아니었다.
“넌 목숨이 하나지만, 우리는 수십이니까.”
개인이 아닌 단체, 킬 라시온 전체를 먼저 생각하는 실비아의 대답에 무혁은 픽- 웃고 말았다.
“어필을 한 거라면… 제법 나쁘지 않았어. 어쨌든 주는 건 사양하지 않는 게 내 신조라서 잘 받을 게.”
이제 정말 더 이상 볼 일 없다는 듯 무혁은 발걸음을 돌려 멀어졌다.
멀어지는 무혁의 모습을 바라보며 미첼이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말했다.
“정말 오랜만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남자를 만난 것 같아!”
“미첼, 너한테 오랜만이라는 단어는 고작 한 달인 거냐? 남들은 최소 몇 년은 돼야… 헉!”
르케임의 빈정거림에 미첼은 닥치라며 해머를 집어 던졌다.
“실비아, 너도 그렇지?”
“조금 더 알아봐야겠지만… 나쁘지 않은 건 확실해.”
“그러니까 길드 영입 제안을 했겠지. 그 전에 필립 오빠랑 한 번 만나도록 해야겠지?”
“사람 보는 눈 하나는 정확하니까.”
“아- 빨리 함께 다녔으면 좋겠다!”
몸을 베베- 꼬아가며 핑크빛 그림을 그려보는 미첼을 향해 르케임이 검은 색의 먹물을 끼얹었다.
“미첼, 정신 차려! 넌 이미 저 놈한테 한 번 까였던 몸이야! 그리고 아까 분명히 스물넷이라고 했었지? 이거 어쩌냐? 미첼 네가 무려 세 살이나 더 많은데? 보통 일반적인 남자들은 무려! 세 살이나 많은 늙은 여자를 좋아할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워! 그러니까 헛된 망상 따윈 집어 치우는 게 좋을… 건데?”
말을 하는 내내 미첼이 무슨 짓을 할까 주시하던 르케임은 오히려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의 말에 고개까지 끄덕이는 그녀의 모습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르케임 네 말이 맞아. 보통 일반적인 남자라면 한두 살도 아니고 세 살이나 많은 연상의 여자를 좋아하긴 어렵지. 까딱했으면 기껏 쌓아놓은 호감이 한순간에 무너질 뻔했어.”
“너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무슨 소리긴 무슨 소리야. 이제부터 내 나이는 스물셋… 아니 스물둘이라는 거지!”
하다하다 못해 이제는 제 나이까지 멋대로 깎아버리는 미첼의 뻔뻔스러운 행동에 르케임은 기가 막히다는 듯 그녀를 바라봤다.
“미친년! 그렇게 나이를 속인다고 될 것 같아? 네 얼굴에는 이미 숨길 수 없는…….”
주름이라는 말을 하려고 했지만, 작정하고 미첼이 스무 살이라고 해도 믿을 놈들이 수두룩하다는 걸 알기에 르케임은 더 이상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정말인데? 원래 나 진짜 스물둘이야. 그 동안 어리다고 무시당할까봐 일부러 나이 많다고 했던 거거든.”
“거짓말! 그럼 열여덟 살에 헬-라시온에 끌려왔다고? 그런 뻔한 거짓말에 속을 멍청이가 있을 것 같아?”
“진짠데?”
누가 봐도 거짓말이었지만, 실비아는 미첼이 몇 살이든 그게 무슨 상관이냐는 듯 관심이 없었기에 르케임으로서는 혼자만 열을 올려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여겨 입을 다물고 말았다.
‘다음에 놈을 만나면 나이부터 확! 까발려 버려야지!’
미첼을 응징할 수 있는 건 무혁에게 나이를 먼저 폭로하는 거라 여기는 르케임이었다.
하지만, 그런 르케임의 음흉한 속셈 따윈 미첼의 눈을 결코 피할 수 없었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허튼 수작 부리면 정말 그날로 죽을 줄 알아. 알았지?”
웃는 얼굴로 진심을 다해 살의를 드러내는 미첼의 괴기스러운 모습에 르케임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거려야만 했다.
“무, 물론이지. 하하하.”
그렇게 르케임의 계획은 시도조차 해보지 못하고 끝장나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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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킹 목록에서 아지스가 사라지자 7구역은 혼란에 빠졌다.
다른 누구도 아닌 아지스의 죽음이었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대다수는 7구역에 피바람이 불고 있다고 판단해 몸을 사렸지만, 그 외의 사냥꾼들은 아지스의 죽음이라는 엄청난 이슈를 직접 파헤쳐보겠다며 의욕적으로 움직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아지스와 다크 나이트 길드원들의 시체는 물론 전투의 흔적조차도 깔끔하게 사라져버렸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아지스의 죽음에 대한 의문은 불확실한 의혹으로만 남게 되었다.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무혁은 그 누구보다 열심히 다이아 방울뱀을 사냥했다.
탱자탱자 놀고 있어도 랭킹 1위 자리는 확실하게 지킬 수 있었지만, 핵을 지닌 다이아 방울뱀을 잡을 때마다 꼬박꼬박 5등급 마정 찌꺼기를 얻을 수 있었으니 무혁으로서는 이런 좋은 사냥감을 결코 내버려 둘 수가 없었다.
5등급 마정 찌꺼기가 아니더라도 무혁은 사냥에 온 힘을 쏟아 부어야 할 이유가 또 있었으니…….
[워터 볼, 스킬의 등급이 6등급으로 상승합니다.]
[라이트닝 볼, 스킬의 등급이 6등급으로 상승합니다.]
[기압 폭발, 스킬의 등급이 6등급으로 상승합니다.]
“이번 농사는 대풍년이네.”
워터 볼을 시작으로 라이트닝 볼, 기압 폭발까지 시차를 두고 모두 6등급으로 올라가자 무혁의 입가에 함박웃음이 만들어졌다.
13마리의 다이아 방울뱀 시체를 집어 삼킨 통통이가 5등급 마정 찌꺼기와 스킬 링 하나를 뱉어냈다.
“생각보다 스킬 링도 제법 잘 나온단 말이야.”
자신에게만 행운이 따르는 것인지, 다른 이들도 자신만큼 스킬 링을 획득하고 있는지 알 순 없었지만, 이번 트레이닝 동안 무혁이 얻은 스킬 링의 수만 하더라도 자그마치 68개나 됐다.
두 번의 강제 사냥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높은 획득률이었는데, 이게 어디까지나 운빨인지 아니면 원래 포지션 트레이닝은 강제 사냥보다 스킬 링 획득률이 높은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획득률은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알아보기로 하고 무혁은 스킬 링 감정부터 했다.
[‘다이아몬드 방패’가 감정되었습니다.]
[감정, 스킬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또 다이아몬드 방패네.”
무혁이 살짝 실망한 투로 중얼거렸다.
아지스의 공격을 막기 위해 펼쳤던 다이아몬드 실드가 일정 공간 전체를 감싸는 방어막이라면, 다이아몬드 방패는 말 그대로 성인 상체 정도만 막을 수 있었기에 등급도 위력도 낮았다.
“오! 이번에는 4등급짜리 1회성 스킬이네.”
스킬 정보를 확인한 무혁의 입가에 미소가 생겨났다.
그렇지 않아도 아지스 일행과 싸우면서 생각보다 1회성 스킬을 많이 소모했던 무혁으로서는 그나마 위기의 순간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4등급짜리 방어 스킬을 얻었다는 점에 커다란 위안을 얻었다.
1회성 스킬의 최대 단점은 단 한 번 밖에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지만, 그로 인한 최대 장점은 스킬을 사용하고 났을 때 느끼는 피로도가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이는 굉장히 중요한 사안으로 마력 스킬에 대한 재능이 없는 이들이라 할지라도 1회성 스킬만 대량으로 보유하면 제 마음껏 마력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1회성 스킬 링을 대량으로 보유한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사실상 거대 길드나 가문의 수장, 혹은 그에 준하는 권력자들이 아니라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스킬 링 자체도 구하기가 쉽지 않은데, 그 속에서 또 1회성 스킬 링을 얻을 확률은 굉장히 희박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상회에서 가장 귀하게 취급하는 물건 중 하나가 바로 1회성 스킬 링이었다. 특히, 등급이 높을수록 그 값은 상상을 초월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힘들었다.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무혁도 1회성 스킬 링만큼은 특별히 더 중요하게 모아두고 있는 중이었다.
“이걸로 여덟 개째인가? 진짜 얻기 힘든 걸 나는 참 쉽게도 얻었으니.”
68개의 스킬 링 중 1회성 스킬 링은 고작 8개 밖에 없었다.
이렇게 얻기 힘든 1회성 스킬 링을 피 무지개 숲에서 80개가 넘게 공짜로 얻었으니 무혁은 자신이야말로 희대의 행운아가 아닐까 하는 착각마저 들었다.
“이제 대충 사냥도 마무리가 되어 가는데… 얼굴 없는 암살자의 은신 스킬의 숙련도나 바짝 올려볼까?”
이번 트레이닝 중 유일한 아쉬움이라면 얼굴 없는 암살자의 은신 스킬을 6등급으로 올리지 못했다는 점뿐이었다.
현재 얼굴 없는 암살자의 은신 스킬의 숙련도는 92퍼센트.
8퍼센트의 숙련도를 올리려면 최소 8시간 이상은 계속해서 은신을 하고 있어야만 했다.
이제 트레이닝 종료까지 남은 시간은 대략 9시간.
사냥이냐, 스킬 숙련도냐.
이 갈림길에서 무혁은 단 하나만을 선택해야했다.
“은신 스킬이야 언제든 올릴 수 있지만 다이아 방울뱀은 지금이 아니면 쉽게 사냥할 수 없으니…….”
바보가 아닌 이상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