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14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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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4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43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43화
포지션 트레이닝 (12)
‘아지스라고?’
무혁은 갑작스럽게 등장해서 소리를 빽- 지르는 실비아의 모습에 살짝 놀란 눈으로 아지스를 바라봤다.
‘설마 랭킹 2위 아니, 아까 전에 3위로 떨어졌던가? 어쨌든 이번 트레이닝 탑 랭커라고?’
어쨌든 얼굴에 더덕더덕- 붙어 있는 오만함만큼이나 랭킹이 높다는 사실에 무혁은 의외라는 생각만 들었다.
그런데 더 재밌는 건 아지스와 실비아의 관계였다.
한눈에 봐도 안면을 꽤 익혀 놓은 견원지간 정도로 보였다.
탑 랭커와 허접이 서로 아는 사이다?
무혁으로서는 참 재밌는 인연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한 흥밋거리도 아주 잠시였을 뿐.
도통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주고받는 아지스와 실비아 때문에 더는 아까운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 여긴 무혁은 즉시 행동에 옮겼다.
“크악!”
조용히 죽이려고 했다.
그런데 자신의 죽음을 모두에게 알리겠다는 듯 마지막 가는 길에 거창하게 비명을 내지르는 남자를 보며 무혁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아니나 다를까, 모두의 시선이 무혁에게로 집중되었다.
“나랑은 상관없는 거 같아서 내 할 일 하려고. 나누던 대화 계속 나눠.”
신경 쓰지 말라고 했지만, 역시 의도대로 흘러가는 법이 없었다.
“아지스!”
빠른 속도로 또 한 무리의 늑대들이 달려온다.
아니, 아지스의 이름을 부르는 걸 봐선 지원군이 확실했다.
분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던 아지스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매달리더니.
“항상 오늘과 같은 날을 기다렸지. 별 볼 일 없는 너희 킬 라시온을 짓뭉개버릴 순간을!”
‘킬 라시온은 또 뭐야?’
무혁이 속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이 아지스의 손에 들려 있던 묠니르에서 강력한 전류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파지지지지지지직!
무혁은 아직 지속 시간이 3분가량 남아 있는 윈드 아머를 믿었다.
무혁의 믿음대로 전류는 윈드 아머를 뚫기 위해 거세게 두들겨댔지만 조금의 피해도 입히지 못했다.
전류를 가볍게 무시한 무혁은 또 한 명의 남자에게 블랙 본 장검을 휘두르려다 신기한 광경을 보고 발걸음을 멈췄다.
“오늘 끝장을 보자! 이 개부랄 새끼야!”
실비아가 거미줄처럼 퍼져서 자신을 덮쳐오는 전류를 향해서 새카만 주먹만 한 크기의 돌을 내밀었다.
놀랍게도 일정한 패턴도 없이 제 멋대로 퍼지면서 덮쳐오던 전류가 자석에 이끌리듯 실비아가 내민 새카만 돌로 모여들었다.
아니, 마치 주변 전류를 진공청소기마냥 빨아들였다.
“저건 또 뭐야?”
무혁이 호기심을 자극하는 새카만 돌을 바라보는 사이 아지스가 이를 뿌득뿌득- 갈며 실비아를 향해 빠르게 달려들었다.
아지스는 뱀이 혀를 날름거리듯 주변으로 파지직- 거리며 전류를 흘려대는 묠니르를 맹렬하게 후려쳤고, 실비아는 그런 아지스를 향해 마주 검을 휘둘렀다.
망치와 검이 충돌을 할 때마다 사방으로 전류와 불꽃이 튀었다.
아지스는 힘을 앞세워 오로지 일직선으로 파괴만을 목적으로 삼았다면, 실비아는 부드럽게 호선을 그리며 상대의 공격을 흘려보내는 데 집중했다.
“…제법인데?”
무혁은 트레이닝 탑 랭커인 아지스의 해머 공격을 자연스럽게 흘리며 간간히 반격까지 하는 실비아의 실력에 작게 감탄마저 나왔다.
단순히 스킬만 좋은 줄 알았는데, 기본적으로 검을 다루는 것 자체가 수준급이었다.
“내가 착각했었군.”
랭킹 목록을 우선시하다 보니 할 수밖에 없었던 착각이었다.
“그럼 그렇지. 그런 사기적인 스킬을 아무나 가질 수 있을 리가 없지.”
실비아의 인피니티 소드 스킬은 다시 생각해봐도 대단한 스킬이다.
거기에 수준급의 검술 실력까지 갖췄으니 착각을 해도 참 크게 했다 싶은 무혁이다.
무혁은 고개를 돌려 실비아의 동료들을 바라봤다.
르케임과 미첼의 실력 또한 결코 허접스럽지 않았다.
창을 주 무기로 사용하는 르케임은 빠르고 날렵했다.
창질 한 번, 한 번마다 가공할 만한 파괴력을 갖추고 있었고, 창이 가진 최대 단점인 근접전에서는 창대를 이용하거나, 창을 짧게 잡으며 전투를 해나가는 모습이 그 센스가 보통이 아님을 알려주었다.
미첼은 아지스의 묠니르보다 조금 더 크고 무식해 보이는 해머를 자유자재로 휘두르며 다크 나이트 길드원들을 몰아붙였다.
해머라는 무기의 특성을 완벽하게 살린 파워 넘치는 스윙은 섣부르게 무기를 들어 막겠다고 나선 이들을 멀찍이 날려버릴 정도로 어마어마한 힘을 자랑했다.
온몸에 근육을 덕지덕지- 붙인 거한에게서나 볼 법한 파워를 미첼이 보여주고 있었으니 무혁은 실비아 일행 모두 5년 차 사냥꾼들 중에서는 충분히 상위권을 형성할 만한 실력자들이 분명하다고 확신했다.
그렇게 실비아 일행들에 대한 오해를 풀자 무혁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자연스럽게 실비아 일행들과 비교해 자신의 실력이 5년 차 식민들 중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 아니, 어쩌면 최상위급이라 자신해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음 트레이닝에서도 구역을 몇 단계나 올릴 수 있겠어.”
무혁은 벌써부터 내년에 있을 포지션 트레이닝을 생각했다.
그 전에 지금 이 싸움부터 끝내는 것이 순서였으므로 무혁은 자신을 향해 차디찬 살기를 뿌려대고 있는 다크 나이트 길드원을 향해 블랙 본 장검을 빠른 속도로 휘둘렀다.
‘고작 열두 번이 최고인가?’
실비아의 인피니티 소드 스킬을 떠올리며 빠른 속도로 검기를 날려봤지만, 아쉽게도 12번을 끝으로 검기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근력과 체력, 정마력 등의 고유 능력 등급이 부족해서는 아니었다.
‘단순히 검술만으로는 한계가 존재한다는 건가?’
명확하게 설명할 순 없었지만, 검을 휘두르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공백? 혹은 더 이상 검이 이어질 수 없는 연계성의 부족 등으로 인한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무혁의 예측대로 단순히 검을 휘두르는 것만으로 검기를 끊임없이 발출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검술 스킬로는 정말 최고네.’
무혁은 진심으로 실비아의 인피니티 소드 스킬이 부러웠다.
위력이 조금 부족한 듯 보였으나, 등급만 올리면 충분히 보완이 될 단점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정말 어마무시하겠네.’
무혁도 언젠가는 남들이 다 부러워할 만한 초대박 스킬을 얻고 말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는 동안 무혁이 날린 12개의 검기를 받아내야 하는 다크 나이트 길드원은 죽을 맛이었다.
무혁이 날린 검기 하나, 하나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위력을 담고 있었기에 고작 3개의 검기를 방어했을 뿐인데 벌써부터 팔이 저렸고, 하체가 흔들렸다.
아직 9개나 되는 검은색의 검기가 남아 있었으니 다크 나이트 길드원으로서는 어디서 저런 괴물 같은 놈이 나타났나 두려움마저 느낄 정도였다.
결국, 다크 나이트 길드원은 7개째 검기를 막다가 균형을 잃었고, 8번째 검기부터는 온몸으로 받아내야만 했다.
“커억!”
온몸이 사정없이 베이고, 찢겨진 다크 나이트 길드원이 신음과 함께 무릎을 꿇었다.
지금까지 다크 나이트 길드원으로서 언제나 많은 이들의 부러움만 받아왔던 그로서는 자신이 이런 처참한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각종 스킬로 몸을 강화시키고, 고유 능력의 정밀 수치를 증폭시켰음에도 난생 처음 보는 괴물 같은 놈의 첫 번째 공격조차 제대로 방어해내지 못하고 허무할 정도로 쉽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이건 변명의 여지조차 없는 완벽한 패배.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수준 차이에 남자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무혁을 바라보며 죽음을 예견했다.
어차피 상대를 죽이지 못하면 내가 죽어야만 하는 곳이 바로 여기 헬-라시온이다.
‘결국은 이렇게 되는군.’
남자는 자신의 검에 무수히 죽었던 이들을 떠올리며 자신 또한 그들과 같은 입장이 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무혁의 블랙 본 장검이 남자의 목을 깨끗하게 베고 지나갔다.
“뭘 그렇게 심각한 표정으로 서 있는 거야? 랭킹 1위 씨.”
무혁이 고개를 모로 비틀며 옆을 바라봤다.
아지스의 곁에 서 있던 매력적인 여자, 로즈가 무혁을 바라보며 피식- 거리고 있었다.
“아직 살인에 익숙하지 않은가봐?”
로즈의 물음에 무혁의 입가가 비틀려 올라갔다.
그럴 리가.
시간의 탑, 피 무지개 숲을 거치며 무혁은 자신의 손에 묻힌 피가 얼마나 되는지, 자신이 어깨에 짊어진 업보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로즈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지금까지 자신의 죽음을 이토록 겸허히 받아들인 상대가 없었기에 묘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을 뿐이었다.
“재밌네. 아까까지만 하더라도 피도 눈물도 없는 킬러라고 생각했었는데… 혹시 이제 와서 우리 다크 나이트 길드가 두려워지기라도 한 건가?”
“다크 나이트 길드?”
무혁의 되물음에 로즈가 그런 순진한 표정을 지어도 이젠 돌이킬 수 없다는 듯 깔깔- 거렸다.
“뭐야, 그 순진한 표정은? 설마 몰랐다고 발뺌이라도 해보려고? 이제 보니까 정말 비겁하네. 아무리 킬 라시온이 다크 나이트 길드와는 비교할 수 없는 곳이라 하더라도 명예만은 아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하긴, 지금 하는 걸로 봐선 그것조차도 내 착각인 것 같지만.”
전혀 알 수 없는 말을 계속해서 지껄여대는 로즈의 모습에 무혁도 슬슬- 짜증이 났다.
“짜증나게 말하네. 그러니까 간단하게 말해서 니들이 다크 나이트 길드라는 거잖아?”
“그것도 모르고 까불었어?”
로즈가 한없이 거만한 표정으로 무혁을 내리깔 듯이 바라봤다.
“선생님한테 또 뭐라고 해야 하나…….”
한숨을 푸욱- 내쉬며 무혁이 머리 아프다는 듯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렇지 않아도 여기저기서 자신을 찾겠다고 난리인데 이제 또 다시 다크 나이트 길드까지 한 팔 걷어붙이게 생겼다.
다크 나이트 길드라면 무혁도 너무나도 잘 아는 곳이다.
헬-라시온 10대 길드이자, 도시 길드니까.
즉, 지금 무혁으로서는 절대 건드려서도 아니, 관심조차 끌어서도 안 되는 곳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들이 먼저 자신을 죽이겠다는 뚜렷한 살의를 갖고 나타났는데.
‘정당방위라고 해봤자… 들어줄 리가 없지.’
지금 상황에 대한 원인 제공자가 누구인지,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는 어차피 무의미했다.
때론 원인보다 결과로 인해 파생되는 일들을 최우선으로 여기는데, 높은 명성만큼이나 자존심이 클 다크 나이트 길드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것 같았다.
무혁으로서는 참 뭣 같은 일이나, 힘없는 개인으로서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면 이왕 벌인 일 어떻게 마무리를 해야 할까?
생각을 하던 무혁이 악당처럼 크크- 하고 웃었다.
완전 범죄를 꿈꾸는 모든 악당들의 가장 흔한 수법!
죽은 자는 말이 없는 법!
살인멸구(殺人滅口)!
즉, 무혁은 여기에 있는 모든 이들을 죽여서 자신의 존재 또한 조금도 드러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첫 번째 타깃은 자신을 거만하게 내려 보고 있는 로즈다.
“넌 딱 철딱서니 없는 금수저네.”
무혁이 로즈를 향해 그렇게 말했다.
“금수저?”
로즈가 그 뜻을 파악하기 위해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이, 무혁이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는 듯 간단하게 알려주었다.
“제 부모만 믿고 깝치는 새끼들을 나는 철딱서니 없는 금수저라고 한다. 그러니까 네겐 다크 나이트 길드가 아빠라는 거고 넌 그것만 믿고 깝치는 금수저라 이거야!”
땅을 박찬 무혁의 신형이 누군가 끌어당긴 것마냥 로즈의 눈앞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글쎄? 과연 그럴까?”
무혁이 달려들고 있음에도 로즈는 여유로운 표정을 지우지 않았다.
그리고 무혁과의 거리가 급격하게 가까워졌을 때였다.
꾸욱-!
무혁은 자신의 발아래 무언가 물컹한 것이 밟히는 느낌이 드는가 싶더니.
콰드드드드득!
발아래서 검은 나무가 거대한 기둥처럼 솟구치더니 순식간에 무혁의 몸을 통째로 집어 삼켜버렸다.
무혁으로서는 피하거나 막을 수도 없을 정도로 부지불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특정 공간 스킬!’
로즈가 무혁의 움직임을 예상하고 특정 공간에 미리 스킬을 지뢰처럼 펼쳐놨다는 뜻이다.
나무에 삼켜져 얼굴만 외부로 노출된 무혁은 당황하기보단 빠져나오기 위해 힘부터 썼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어때? 꼼작도 못 하겠지? 4등급짜리 검은 나무의 속박 스킬이거든.”
이미 승리를 쟁취한 듯 로즈가 고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여유를 보였다.
4등급짜리 스킬이라는 말을 들었음에도 무혁은 힘쓰길 멈추지 않았다.
“미련한 짓 하지 마. 순수하게 힘만으로 풀기엔 어림도 없으니까. 자, 그럼 이제 널 어떻게 죽여줄까?”
흡사 개구리를 눈앞에 둔 아이처럼 잔인하게 미소를 짓는 로즈의 모습에 무혁은 더 이상 힘쓰길 포기해버렸다.
근력을 비롯해서 고유 능력이 4등급으로 올라갔기에 어쩌면 4등급 스킬이라 하더라도 힘으로 풀어볼 수 있을까 싶었지만, 아무리 용을 써도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우선 두 눈부터 파줄게. 아무리 겁 없는 인간이더라도 눈을 잃으면 공포감을 느끼기 시작하더라고.”
혀로 입술을 적시는 로즈의 손엔 어느새 날카롭게 벼려진 단검이 쥐어져 있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무혁의 눈에 조금도 두려움이 보이지 않자 로즈가 어디 그 잘난 용기가 얼마나 오래 갈지 두고 보자는 듯 위협적으로 단검을 들어 올렸다.
“오른쪽 눈알부터 파내줄게!”
로즈가 소리를 지르며 단검을 내지르자 무혁이 작게 중얼거렸다.
“올 스킬 캔……!”
로즈의 스킬을 완벽하게 해제시켜버릴 수 있는 1회성 스킬인 올 스킬 캔슬을 사용하려던 무혁의 입술이 마지막 단어를 내뱉지 못하고 멈춰버렸다.
퍼억!
“꺄악-!”
갑작스럽게 날아든 해머가 로즈의 옆구리를 강타해버리며 그녀를 옆으로 날려버렸기 때문이다.
무혁은 온몸이 꽁꽁- 갇힌 상황에서 눈알만 데구르르- 굴려서 로즈를 날려버린 이를 확인했다.
“하이- 배짱 좋은 오빠.”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무혁을 향해 손까지 흔들며 반가움을 표하는 미녀, 미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