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13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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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69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39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39화
포지션 트레이닝 (8)
“그래서 날 찾으면 어쩔 생각이었지?”
무혁의 물음에 실비아가 의외라는 듯 그를 바라봤다.
팽팽하게 당겨지던 긴장감을 한순간에 풀어버렸기 때문이다.
‘이 새끼 보통 아닌데?’
실비아는 무혁에 대한 평가를 다시 매기며 대답을 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뒤를 봐주는 놈이 누구인지, 어떻게 생겨먹은 놈인지, 정체가 뭔지 등등 뭐 물어보고 싶은 게 한두 가지가 아니라서.”
실비아가 그렇게 말하는 사이 르케임과 미첼이 슬금슬금- 움직여 무혁을 품(品)자 형태로 둘러쌌다.
자신을 포위하고 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위축되지 않는 무혁의 모습에 실비아는 역시 생각했던 것만큼 만만찮은 놈이라 확신했다.
‘마력 스킬의 최대 약점이라면 역시 근거리 전투!’
실비아는 눈짓으로 르케임을 바라봤다.
르케임 또한 실비아의 눈짓이 주는 신호가 무엇인지를 충분히 안다는 듯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노골적으로 그렇게 눈빛 주고받지 마. 뭐, 피차 충돌이 일어나면 피곤할 테니까 우선 대화라는 걸 시도해보고 싶지만… 그쪽이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이네.”
무혁의 말에 실비아가 무슨 소리냐는 듯 활짝- 웃으며 대꾸했다.
“설마? 오붓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나야 환영이지.”
“오붓한 대화가 아니라 취조겠지.”
“취조든 뭐든 피떡이 되도록 처맞고 나서 후회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어?”
“얼굴은 예쁜데 하는 말은 참 골 때리는 년이네.”
“방금 년이라고 했니?”
웃으며 되묻는 실비아였지만, 눈동자는 독 오른 암고양이처럼 매서웠다.
“놈은 아니잖아?”
실비아를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는 무혁의 모습에 르케임은 확신했다.
‘5년 차는 절대 아니군.’
5년 차 사냥꾼들 중 실비아를 모르는 이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르케임은 그런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거라고 믿었다.
실비아는 2년 차 때, 처음 포지션 트레이닝을 시작하면서부터 항상 랭킹 최상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그렇기에 같은 연차의 사냥꾼이라면 아무리 랭킹에 관심이 없다 하더라도 항상 이름을 올리고 있는 실비아를 모를 수가 없다.
매년 랭킹 최상위에 이름을 올린다는 건 그만큼 실비아가 대단한 실력을 가졌다는 반증이다.
실비아를 알고 있다면 저렇게 그녀를 자극해서 좋을 것 하나 없다는 것쯤은 돌대가리가 아니라면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는 일이었다.
아무리 실력에 자신이 있다 하더라도 실비아와 정면으로 충돌해서 득 될 것 없으니 최대한 좋은 쪽으로 대화를 유도하는 것이 나았다.
그런데 무혁은 아랑곳하지 않고 실비아를 자극하고 있었다.
“이 새끼는 내가 직접 손을 볼 거니까 너희는 이 새끼 도망가지 못하도록 가드만 쳐!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절대 내 허락 없이 움직이지 마!”
실비아가 이를 바득- 갈며 검을 휘둘렀다.
어떠한 준비동작도 없이 가볍게 휘두른 검 끝에서 노릿한 검기가 쑤욱- 하고 밀려 나왔다.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노릿한 검기를 방어하기 위해 무혁은 재빨리 블랙 본 장검을 만들어내고는 마주 휘둘렀다.
퍼억!
약간의 충격이 전해졌지만, 그리 위협적이지는 않았기에 무혁은 사실 실비아를 비롯한 미첼과 르케임이 ‘별것 아닌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아주 잠깐 들었다.
자신의 눈앞을 어지럽게 만들 정도의 검기가 다발로 날아오는 모습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뭐야?”
수십 개나 되는 노릿한 검기가 빽빽하게 눈앞을 가리며 저마다 다른 속도로 날아왔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공격은 이제부터라는 듯 실비아의 검은 쉴 새 없이 허공을 긋고 있었으며, 그럴 때마다 검기가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었다.
‘미친!’
무혁은 실비아가 계속해서 날려대는 검기 다발을 바라보며 할 말을 잃었다.
저 많은 검기를 일일이 방어해내는 건 어렵다.
아니, 불가능하다.
무엇보다도 지금 실비아가 수십 발을 마구잡이로 날려대는 건 검기다.
아무리 위력이 떨어진다 하더라도 검기는 검기다.
더욱이 상대는 5년 차 식민이었으니 현재 무혁이 착용하고 있는 5등급 방어구 정도로는 완벽하게 몸을 보호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이런 사기적인 스킬이 어딨어?’
무혁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어금니를 깨물었다.
상대는 5년 차 식민이다.
결코 만만하지 않겠지만, 앞으로 남아 있는 포지션 트레이닝 일정도 그렇고 이번에 모든 고유 능력의 등급이 4등급으로 올라갔으니 이쯤에서 확실하게 자신의 실력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었다.
‘실력이 부족하면 더 숨고, 그렇지 않다면…….’
생각을 마친 무혁은 빠르게 스킬을 펼쳤다.
가장 먼저 포지션 스킬들을 모두 사용해서 고유 능력의 정밀 수치를 올리고, 그 상태에서 겁 많은 바로크의 폭주 스킬로 2배 증폭시켰다.
워 엔트의 견고한 외피 스킬을 이용해서 왼쪽 팔을 감싸고 나서야 무혁은 파멸, 호신, 회피 스킬의 사용까지 끝냈다.
“어디 해보자고.”
나지막하게 읊조린 무혁이 블랙 본 장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저 새끼… 미친 거 아냐?”
르케임은 실비아가 펼친 ‘인피니티 소드’를 정면으로 받아내려는 무혁의 무모함에 기가 막혔다.
“살짝 미치긴 했지만… 그래도 남자다워서 멋지잖아?”
미첼의 말에 르케임이 눈을 찌푸렸다.
“저런 미친 짓을 해야 남자답다는 거야? 도대체 네가 생각하는 남자의 기준이 뭐야? 그냥 무식하고 용감하기만 하면 되는 거야?”
“무식하고 용감하다고 남자다울 리가 있겠어? 카리스마가 있어야지.”
“카리스마? 하! 저런 무모한 행동이 카리스마가 있다는 거야?”
“뒤로 꽁무니를 빼거나 이리저리 피하려고 발버둥을 치는 꼴보다는 낫잖아? 여자는 죽는 그 순간까지도 진심을 조심스럽게 숨기는 거고, 남자는 죽는 그 순간에도 진심을 자신 있게 드러내는 거야. 하긴, 르케임 너 같이 속이 시커먼 놈이 이해할 수 있는 일은 아니겠지만.”
르케임이 말이면 다 하냐는 듯 버럭- 소리를 내지르려고 했지만, 그보다 고막을 두들겨대는 폭발음에 시선은 물론 입까지 떡- 벌리며 자신의 두 눈을 의심해야만 했다.
쾅쾅쾅쾅쾅쾅!
무혁은 팔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블랙 본 장검을 빠르게 휘둘러 날아오는 검기를 박살냈다.
하지만, 제아무리 빠르게 팔을 움직여도 실비아의 검기를 모두 막을 수는 없는 법.
그렇기에 무혁은 왼쪽 팔 전체를 방패로 삼았다.
파삭! 파삭! 파삭! 파삭!
블랙 본 장검으로 쳐내지 못한 검기들은 모조리 무혁의 왼팔에 가로막혔다.
그때마다 워 엔트의 견고한 외피 스킬로 만들어진 검은 외피가 부서지며 사방으로 흩날렸다.
고작 7등급에 불과한 워 엔트의 견고한 외피 스킬로 실비아의 검기를 막아내는 건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혁이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는 건, 2중으로 팔을 보호하고 있는 4등급의 블랙 본 덕분이었다.
1차적으로 워 엔트의 견고한 외피 스킬로 검기의 위력을 떨어트리고 2차적으로 블랙 본으로 만든 보호막으로 검기를 견뎌낸다.
더불어 5등급 방어구인 마수 켈로나의 가죽 세트와 카르마덴 암 가드가 3중, 4중으로 추가적인 방어를 해주고 있었기에 실비아의 검기가 최소 4등급에 이를 정도로 대단하지 않고서야 사실상 무혁의 왼팔에 상처를 입히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문제는 블랙 본 장검으로 파괴시키지 못한 검기를 왼팔만으로 모두 감당해야 한다는 점인데.
‘5등급과 4등급의 차이는 확실하게 크네.’
고유 능력이 5등급에서 4등급으로 상승한 무혁은 이전보다 월등하게 강해져 있었다.
특히 등급 상승 무구인 블랙 본 또한 자연스럽게 4등급으로 상승했기에 그 위력은 한층 더 올라간 상태였다.
‘5등급이었다면 꽤나 고전을 했겠어.’
날아오는 검기들을 하나, 하나 블랙 본 장검과 왼팔로 쳐내며 무혁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반면, 실비아는 지금 상황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이게 말이 돼?’
인피니티 소드 스킬은 실비아가 보유한 최고, 최강의 스킬이다.
자신과 같은 연차는 물론이고, 그보다 2-3년 윗줄의 연차의 식민이라 하더라도 저렇게 완벽하게 방어를 해내는 건 불가능하다고 자부했다.
스킬 등급 또한 5등급이라 위력이 결코 약하다고 할 순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는 수십 발의 검기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있었으니, 실비아 입장에서는 정말 괴물 같은 놈을 만났다고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다.
‘왼팔은 도대체 뭐야?’
검은 외피, 대충 어떤 스킬인지 실비아는 짐작이 갔다.
곤충형 몬스터의 스킬로 짐작되는 검은 외피야 쉽게 부서지고 있었기에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지만, 부서진 검은 외피 안쪽에서 검기를 정면으로 받아내는 얄팍한 검은 막이 문제였다.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검기를 막아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슴 속에서 불안감이 확- 피어올랐다.
‘정체가 뭐야? 뭐하던 놈인데!’
실비아가 입술을 깨물며 눈을 치켜떴다.
처음부터 인피니티 소드 스킬을 사용한 건 단숨에 놈의 기를 꺾어버리기 위함이다.
인피니티 소드 스킬의 장점 중 하나가 언제든 스킬을 중단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비아는 애초부터 무혁을 죽일 생각이 전혀 없었기에 최대 검기 135발 중 일부만 날려서 피떡이 되도록 만들어 놓고 차근차근 배후를 캐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상황이 완전히 꼬여버렸다.
벌써 절반에 가까운 검기를 날렸음에도 무혁은 건재했다.
남은 검기를 모두 사용하고도 무혁이 멀쩡하다면?
강력한 스킬일수록 체력적, 정신적 피로도가 심해진다.
인피니티 소드 스킬을 전력으로 모두 펼치고 나면 실비아 역시 그 피로도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냉정하게 따져 이쯤에서 실비아는 멈춰야 한다는 것이 옳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
‘쪽팔리게!’
실비아는 이제 와서 슬그머니 꼬리를 말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인피니티 소드를 완벽하게 막아냈던 상대가 없었기에 결국은 무혁 역시도 어떤 식으로든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비록 원했던 결과는 아니더라도 무혁에게 자신이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인식시켜놓아야 한다고 생각한 실비아가 다시 한 번 힘을 줘서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쾅! 쾅! 쾅쾅쾅!
‘이거 진짜… 끝이 없는 거 아냐?’
무혁은 진지하게 지금 상황을 뒤엎을 강수를 둬야 하나 고민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검기가 끝도 없이 날아온다면 이렇게 기를 써가며 막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한 방에 뒤집으려면…….’
무혁의 머릿속에 수많은 스킬들이 촤르륵- 펼쳐졌다.
모두 1회성 스킬들로 스킬 저장 문신에 담겨져 있는 것들이었다.
한 번 사용하면 그대로 소멸되어버리기에 쉽게 사용할 수가 없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상황이 아니다.
쉬지 않고 검기를 날려대는 실비아도 문제지만 자신의 퇴로를 막아서고 있는 미첼과 르케임 또한 상대해야 한다는 점에서 무혁은 과도하게 힘을 낭비할 여유가 없었다.
‘올 스킬 캔슬?’
|올 스킬 캔슬 – 4등급(1회성)|
· 스킬 사용 즉시 4등급 이하의 모든 스킬을 강제 해제시킨다.
· 사용자를 중심으로 반경 100미터까지 스킬 범위에 포함된다.
· 사용자의 스킬 또한 강제 해제된다.
· 10초 이후 다시 스킬 사용이 가능해진다.
· 스킬 성장과 조합이 불가능하다.
4등급짜리 올 스킬 캔슬 스킬이라면 단번에 상황을 종료시킬 수 있다.
하지만.
‘내 스킬까지 해제시킬 필요는 없지.’
절체절명의 순간이라면 모를까, 굳이 지금 자신의 스킬까지 모두 해제시킬 정도는 아니라 판단한 무혁은 다른 스킬을 떠올렸다.
‘무기 분쇄?’
|무기 분쇄 – 4등급(1회성)|
· 5등급 무기까지 중간 확률로 분쇄시킨다.
· 등급의 차이가 커질수록 확률이 증가한다.
· 스킬 성장과 조합이 불가능하다.
무기 분쇄 스킬 또한 마력 스킬이며, 무엇보다도 상대 고정 스킬이다.
즉, 지정한 대상을 특정지어서 100퍼센트의 확률로 스킬을 걸어버릴 수 있다는 뜻이다.
무기가 분쇄가 될지, 말지는 ‘중간’ 확률에 달렸지만, 어쨌든 검기를 만들어 내는 검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지긋지긋할 정도로 날아드는 검기들을 한순간이라도 그치도록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생각을 마친 무혁은 더 이상 고민할 것 없다는 듯 스킬을 사용했다.
“무기 분쇄!”
무혁의 작은 외침이 끝나자 곧장 실비아가 휘두르던 검에서 강렬한 붉은 빛이 번쩍- 거렸다.
파삭-!
“……!”
실비아는 자신의 검에서 들리는 파열음에 깜짝- 놀라서 휘두르던 검을 멈추고 말았다.
검신의 정중앙에 아주 미세하지만 균열이 가 있었다.
“이 개자식… 흡!”
화가 머리끝까지 난 실비아가 욕설을 내뱉다가 자신의 앞으로 크게 확대되어 다가오는 무혁의 모습에 숨을 들이켰다.
콰앙!
“…큭!”
작정하고 힘껏 휘두른 무혁의 블랙 본 장검을 정면으로 마주한 실비아가 신음을 흘리며 뒤로 밀려났다.
“실비아!”
“이 새끼가!”
뒤늦게 미첼과 르케임이 위기 상황에 빠진 실비아를 돕기 위해 몸을 움직였지만.
“워터 볼! 라이트닝 볼!”
미첼과 르케임이 움직일 것을 미리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무혁의 행동이 한 박자 더 빨랐다.
콰앙- 파지지지지지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