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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138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2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38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38화

포지션 트레이닝 (7)

 

“여, 여기가 맞는데… 이상하네.”

정말 이상하다는 듯 르케임이 주변을 눈이 빠지도록 살펴봤다.

“정말 맞는 거야?”

한쪽에서 팔짱을 끼고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실비아의 모습에 르케임의 이마에서부터 시작된 한 방울이 땀이 또르륵- 굴러서 턱 선을 타고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부, 분명히 맞아. 여기가 확실해…….”

모든 흔적들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르케임의 목소리엔 자신감이 없었다.

왜냐면…….

“확실해? 미첼, 네 생각은 어때? 난 여기가 왜 낯설지 않지?”

실비아의 날선 물음에 미첼이 건성으로 휘휘- 주변을 둘러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낯설 수가 없지. 3일 전에 여기가 확실하다면서 르케임이 큰소리쳤던 곳이니까.”

“그렇다는데?”

실비아의 눈꼬리가 사납게 치켜 올라가자 르케임이 함부로 끼어들지 말라는 듯 미첼을 노려보며 버럭 화를 냈다.

“누가 큰 소리를 쳤다는 거야! 추적에 대해서 미첼 네가 뭘 알아? 모르면 가만히 닥치고 있어!”

“발끈하는 거 보니까 확실하네.”

“누가 발끈한다는…….”

르케임의 언성이 높아지자 실비아가 시끄럽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이 빡대가리 새끼야, 내 눈깔이 개 눈깔로 보여? 확신이 없으면 확신을 하지 말아야 할 것 아냐! 왜 사람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면서 시간 낭비만 하게 만들어! 아오! 빡쳐!”

실비아가 붕- 날아서 르케임의 가슴팍을 그대로 무릎으로 내리찍었다.

“컥!”

신음을 터트리며 르케임이 뒤로 나뒹굴자 미첼이 나이스 샷- 이라고 외치며 박수를 쳤다.

“이 빡대가리 새끼를 믿은 내가 미친년이지!”

“그러게 말이야. 르케임, 다음부터는 추적한다면서 나서지 마. 그러다 진짜 뒤통수에 칼 꽂힌다.”

르케임은 때리는 실비아보다 곁에서 얄밉도록 입만 나불거리는 미첼이 더 꼴 보기 싫었다.

‘언제는 내 추적술이 헬-라시온 최고라고 칭찬을 하더니… 크으! 저런 악마 같은 년이 좋다고 마음 준 내가 미친놈이지! 내가 미친놈이야!’

다시는 절대로 미첼의 외모에 속아 그녀를 좋아하지 않겠노라 다짐하는 르케임이었다.

르케임의 추적술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지자 실비아와 미첼은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다.

“저기 누가 오는데? 저 사람한테 물어보는 건 어때?”

미첼이 멀찍이서 다가오는 한 사람을 확인하고는 실비아에게 그렇게 말했다.

실비아의 말처럼 한 사람이 다가오고 있었는데, 입 부분을 대충 찢어버린 복면을 뒤집어쓰고 있어서 누가 봐도 다분히 수상쩍게 보였다.

“그러지 뭐.”

실비아는 느긋하게 서서 상대를 기다렸다.

자신들을 발견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제 걸음대로 다가온 복면인의 모습에 미첼이 설핏 웃으며 말했다.

“우리 봤지? 그런데 조금도 주춤하지 않아? 패기가 대단한데? 그래! 남자라면 저 정도의 배짱은 있어야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얄밉도록 약을 올리는 미첼의 수작질에 르케임은 그녀의 시선을 무시해버렸다.

그 사이 실비아가 복면인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

“어이, 복면. 말 좀 묻자.”

실비아는 굉장히 까칠한 표정으로 복면인, 무혁을 향해 툭- 말을 내뱉었다.

‘이것들은 뭐야?’

무혁의 시선이 차분하게 세 명의 남녀를 훑었다.

가장 먼저 말을 건넨 금발의 여자, 실비아는 TV나 영화 속에서나 나올 것 같은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아름다움의 절대적 기준이 존재한다면 무조건 그 기준을 크게 웃도는 외모로 얼굴뿐만 아니라 170센티미터에 가까운 늘씬한 키와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은 굴곡진 몸매까지 말 그대로 완벽했다.

지금까지 무혁이 살아오면서 이보다 더 예쁜 여자를 실물로 본 적은 없었다.

갈색 머리칼의 미첼 또한 실비아보다는 조금 못했지만 충분히 예뻤다.

특히, 눈꼬리가 휘어져 있고, 입가에 머금고 있는 미소가 남자들 애간장 좀 태우게 생겼다.

외모 자체는 실비아보다 떨어졌으나 살살- 웃으며 애교를 부리면 녹아내리지 않을 남자가 없을 것 같다고 무혁은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두 여자가 착용하고 있는 갑옷이 무혁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저게… 갑옷이라고?’

쇄골, 가슴골, 배, 허리, 허벅지… 죄다 노출되어 있는 갑옷이었다.

딱 갑옷을 비키니 형태로 만들어 놓은 것만 같았다.

‘저런 갑옷이 의미가 있는 거야?’

저렇게 노출되어 있는 부분이 많은데 과연 저걸 갑옷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지.

저런 말도 안 되는 갑옷을 왜 입고 있는 건지.

무혁으로서는 그 저의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꽃뱀인가? 저렇게 겉모습으로 남자들을 현혹해놓고 목덜미에 칼을 쑤셔 넣는…….’

무혁이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있자, 그 모습을 보고 르케임이 혀를 찼다.

“꼴을 보니 저 자식 너희 모습에 완전히 얼이 빠졌는데?”

르케임의 말에 무혁이 정신을 차리고 그를 바라봤다.

‘느끼하게도 생겼네.’

흔하게 말하는 버터가 좔좔- 흐르는 외모였다.

갈색 머리칼은 곱슬이었고, 얼굴은 느끼함으로 무장한 이태리 남자 같았다.

제법 값비싸 보이는 경갑옷을 걸쳤고, 체격 또한 상당히 다부져 보여서 실력이 상당할 것 같았다.

‘꽃뱀들 가드라도 되는 건가?’

무혁이 그렇게 르케임과 두 여자와의 관계를 예상해봤다.

“어이, 복면.”

실비아가 다시 한 번 무혁을 향해 한 발 다가서며 그렇게 불렀다.

그녀의 외모와 차림새에도 무혁은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왜?”

무혁의 짧으면서도 시큰둥한 대꾸에 실비아가 한쪽 입꼬리를 살짝 비틀어 올렸다.

그 표정은 마치 ‘어쭈? 이것 봐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얼굴은 천상 여자처럼 생겼는데…….’

말투며, 표정은 생긴 것하고 거리가 꽤나 멀어 보였다.

“우리가 좀 바쁘니까 간단하게 묻지. 이 근방에서 우르르 몰려다니는 놈들 못 봤어? 적으면 3명에서 4명, 많으면 그보다 더 많을 수도 있고.”

“못 봤어.”

“정말 못 봤어?”

내 말을 믿어 달라고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에 믿든, 말든 그건 네 의지라는 듯 무혁은 대답 대신 물끄러미 실비아를 바라보기만 했다.

“거짓말하는 것 같지는 않네.”

조금도 흔들림 없는 무혁의 눈동자를 바라보던 실비아가 고개를 주억거리더니 돌연 인상을 잔뜩 일그러트리며 짜증을 부렸다.

“빌어먹을! 이제 어쩌지?”

한눈에 봐도 평범하지 않은 실비아의 모습에 무혁은 길게 상대해서 좋을 것 없다 생각하곤 옆으로 슬쩍 비켜서 돌아가려고 했다.

그렇게 자리를 벗어나려는 무혁의 앞을 이번에는 르케임이 가로 막았다.

“이봐, 혹시 이 근방에 사냥꾼 동굴 없어?”

“동굴?”

반문을 하는 무혁의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이채를 발했지만, 그걸 알아본 이는 아무도 없었다.

“우리가 찾고 있는 놈이 있는데 분명 이쪽으로 흔적이 이어져 있단 말이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부분에서부터 찾을 수가 없단 말이야. 꼭 임의적으로 동굴의 위치를 가리고 있는 것 같은…….”

“르케임, 너무 갔어. 네 말대로라면 일루전 마력 스킬이 이 주변에 펼쳐졌다는 소리잖아? 그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 깨끗하게 네 추적 능력이 형편없어서 우리가 엉뚱한 곳으로 온 거라는 걸 인정해.”

미첼의 말에 무혁은 이들이 어떤 흔적을 찾아 추적을 해왔고, 그 대상이 어쩌면 자신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몰려다닌다는 놈들은 뭐야? 설마 나 외에 또 다른 놈들이 여기 머물고 있었던 건가?’

하지만, 무혁은 미리 둘러본 결과 이 부근에 자신의 동굴 외에 다른 동굴은 발견을 한 적이 없었다.

‘혹시 모르니까 다시 한 번 꼼꼼히 살펴봐야겠군.’

무혁은 어쩌면 자신 외에 또 다른 이들이 근방에 머물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정을 내렸다.

그 사이 르케임과 미첼은 추적술이 어쩌네 저쩌네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고, 실비아는 짜증난다면서 연신 주변에 화풀이를 해대고 있었다.

이상한 파티라고 생각한 무혁은 더 엮여서 좋을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

‘얼굴 없는 암살자의 은신! 바람의 향기! 은밀한 발걸음!’

은신 스킬을 사용한 무혁은 모습을 감쪽같이 감추고는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열 발자국 정도를 움직였을 때였다.

“…어?”

르케임과 실랑이를 벌이던 미첼은 무혁이 사라졌음을 깨닫고는 황급히 주변을 돌아봤다.

“그 자식 어디 갔어?”

르케임도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변을 훑기 시작했다.

“서치 라이트!”

실비아의 외침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녀의 머리 위쪽에서 새하얀 빛이 번쩍- 하고 터졌다.

그리고…….

 

[얼굴 없는 암살자의 은신, 스킬이 강제 해제됩니다.]

[바람의 향기, 스킬이 강제 해제됩니다.]

[은밀한 발걸음, 스킬이 강제 해제됩니다.]

 

실비아 일행을 피해서 걸어가던 무혁은 갑작스런 알림음에 깜짝 놀라서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섰다.

“저깄네?”

지금까지 탐색 마법에 단 한 번도 걸려본 적이 없었던 무혁으로서는 지금 상황이 너무 당황스럽기만 했다.

“어이, 복면. 수상한데? 왜 튀려고 그래? 우리가 뭐 잡아먹기라도 할까 봐?”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실비아를 바라보며 무혁은 어깨를 으쓱- 거렸다.

“그럼 뭐 내가 같이 있어야 하는 이유라도 있나?”

무혁의 대꾸에 르케임이 키햐- 하며 감탄을 터트렸다.

“같이 있어야 하는 이유는 없지만… 그렇게 나오니까 난 왜 같이 있고 싶어질까?”

실비아가 히죽- 거리며 다가오자 무혁이 그만 오라는 듯 손사래를 쳤다.

“그쪽은 내 스타일 아니야. 그러니까 질척거리지 마.”

“크하하하! 실비아 까였다!”

르케임이 웃겨 죽겠다는 듯 배를 부여잡자 미첼이 재빨리 실비아의 곁에 서며 물었다.

“그럼 난?”

눈웃음을 치며 묻는 미첼의 모습에도 무혁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쪽도 별로 내 스타일이 아니라서.”

“나랑 실비아가 동시에 차이는 날이 올 줄이야!”

미첼은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외쳤지만, 얼굴은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한껏 웃고 있었다.

“까이니까 기분은 진짜 더럽네. 어이, 복면. 너도 그 복면 좀 까봐. 최소한 나 같은 미녀를 까려면 그만한 자격은 있어야 할 것 아냐? 그러니까 까봐. 얼마나 대단한 얼굴인지 한번 보자.”

“싫은데.”

“까.”

“싫다니까.”

“내가 깔까?”

“할 수 있고?”

“왜 못할 것 같아?”

“아마도.”

“너 내가 누군지 모르나 본데…….”

“알아야 하나? 별로 알고 싶지 않은데.”

자신의 말을 도중에 뚝- 끊어버리는 무혁의 행동에 실비아가 눈살을 찌푸렸다.

“실비아, 내가 벗길까?”

미첼이 한 팔 거들 것처럼 행동하자 실비아가 됐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끼어들 생각하지 마.”

실비아가 공간 주머니에서 한 자루의 검을 꺼내 들었다.

평범하게만 보이는 한손검을 오른손에 쥔 실비아가 무혁을 향해 마지막 경고처럼 말을 건넸다.

“내가 벗기는 것보다 네가 직접 벗는 게 좋을 거야. 어때? 아직도 이 누나의 손맛을 보고 싶니?”

무혁은 엉뚱한 시비에 휘말리기 싫었다.

하지만, 순순히 자신을 보내줄 생각이 없어 보이는 실비아와 그녀의 일행들의 모습에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어차피 무력충돌을 피할 수 없다면… 리더를 잡는 게 가장 편하겠지만.’

무혁은 슬쩍- 르케임을 바라봤다.

아무래도 남자인 르케임이 리더일 가능성이 높았으나, 교묘하게 길을 막고 있는 실비아와 미첼로 인해서 처음부터 그를 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무혁은 실비아를 단숨에 전투 불능으로 만들어 버리는 쪽을 선택했다.

‘속전속결! 블랙 본보다는 강력한 한 방을 먹일 수 있는 마력 스킬이 낫겠지.’

생각을 마친 무혁은 곧바로 오른손과 왼손에 워터 볼과 라이트닝 볼을 만들어냈다.

이 두 마력 스킬은 다이아 방울뱀을 수도 없이 잡으면서 완전히 익숙해진지 오래였다.

그 모습에 실비아뿐만 아니라 미첼과 르케임이 놀란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무혁은 세 사람이 자신의 마력 스킬에 놀랐다고 여겨 내심 뿌듯해했지만.

“너였구나. 복면.”

실비아가 지금까지 보여준 적 없는 화사한 미소를 지었다.

“무슨 소리를…….”

“이것 봐! 내 추적 기술은 최고라니까! 미첼! 넌 나한테 반드시 사과해야 해! 으하하하하하!”

“사과는 무슨.”

별안간 대소, 아니 광소를 터트리는 르케임과 그런 그의 모습을 떨떠름하게 바라보는 미첼까지.

무혁은 갑작스런 이들의 변화에 어리둥절해야만 했다.

“무슨 상황인지 전혀 모르겠지? 아까 말했잖아. 우리가 어떤 놈의 흔적을 쫓아서 찾고 있었다고. 그런데 그게 바로 너라는 거지.”

“나? 내가 누구인지 알고?”

뭔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기에 무혁의 음성이 딱딱해져 있었다.

“랭킹 1위 혁.”

“…….”

무혁은 그제야 이들이 무슨 흔적을 발견해서 쫓았으며, 그것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이건 뭐 빼도 박도 못하게 됐네.”

피식- 웃으며 무혁은 양손에 만들어 낸 워터 볼과 라이트닝 볼을 없애버렸다.

“그래서 날 찾으면 어쩔 생각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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