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13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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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3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35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35화
포지션 트레이닝 (4)
“아지스, 조금 쉬면 안 될까?”
피로함이 가득한 얼굴의 남자가 조심스럽게 부탁조로 말을 꺼냈다.
화려한 외모의 미남자가 싸늘한 눈초리로 그를 노려봤다.
“쉬고 싶다고? 지금 그따위 말이 입 밖으로 나오는 거냐, 페르도?”
눈빛에서 느껴지는 싸늘한 살기에 휴식을 요청했던 페르도가 대답대신 슬그머니 시선을 돌렸다.
미남자, 아지스가 페르도뿐만 아니라 은근히 휴식을 요구하고 있는 이들을 하나, 하나 바라보며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다들 똑바로 들어! 지금 어떤 놈인지 모르지만 우리 다크 나이트(Dark Knight) 길드에 감히 도전을 하는 놈이 나타났어! 그것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한 놈이라고! 줄곧 랭킹 1위를 사수해왔던 우리 다크 나이트 길드가 듣도보도 못한 놈에게 추월당하는 치욕을 바라는 건 아니겠지?”
아지스의 말에 주변 사람들의 표정이 두 가지로 나뉘어졌다.
다크 나이트 길드원으로서의 자존심을 지켜내야 한다는 사명감을 표출하는 이들과 길드의 명예를 가장한 아지스 개인의 욕심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언제까지 자신이 희생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허탈한 감정을 숨기는 이들이었다.
어떠한 감정을 가지고 있든, 중요한 건 이들 모두 다크 나이트 길드라는 거대한 집단에 속해 있단 사실이다. 그리고 다크 나이트 길드의 일원인 이상 고위 간부의 비호를 받고 있는 아지스의 명령은 결코 거역할 수가 없었다.
대충 자신의 말을 알아들었을 거라 여긴 아지스는 더욱 분발해서 다이아 방울뱀을 잡아오라고 소리쳤다.
9명의 남녀가 3인 1조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그들이 주변으로 흩어지는 모습을 못마땅한 듯 지켜보던 아지스는 랭킹 목록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길드원들의 모습에 딱딱하게 표정을 굳히고 있던 아지스의 얼굴에 한 줄기 미소가 생겨났다.
“그럼 그렇지.”
1위 자리를 두고 줄곧 엎치락뒤치락 경쟁을 하던 ‘혁’이라는 놈이 31마리째에서 정체되어 있었던 것이다.
놈만 아니었다면 아지스는 벌써부터 독보적으로 랭킹 1위 자리를 움켜쥐고 있었을 것이다.
물론, 덕분에 다이아 방울뱀의 사냥 속도가 덩달아 빨라진 것 또한 사실이지만.
“누군지 모르지만, 힘이 빠진 것 같지?”
아지스의 곁으로 붉은 머리카락만큼이나 정열적으로 보이는 매력적인 여자가 다가왔다.
“그래도 방심할 순 없어. 놈은 만만찮은 상대야.”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아지스의 표정이 한결 여유로웠다.
“도대체 누굴까? 어떤 사람이기에 당신을 이렇게까지 몰아붙이는 걸까?”
“몰아붙여? 누가 누굴? 로즈, 착각하지 마. 놈이 예상외로 선전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나와 우리 다크 나이트 길드를 상대로 몰아붙일 정도로 대단한 놈은 절대 아니니까. 그것보다도…….”
아지스가 로즈의 허리를 감싸며 그녀를 힘껏 끌어당겼다.
“아!”
로즈는 자신을 끌어당겨 거칠게 입술을 탐닉하는 아지스의 행동에 그녀 역시 한참이나 굶주렸다는 듯 그의 단단한 목을 끌어안으며 적극적으로 호응을 해주었다.
두 사람은 상대의 입술을 빨며 서로의 혀를 잠시도 가만히 두질 않았고 얼기설기 열정적으로 움직이길 한참 만에야 입술을 뗐다.
“아쉽군.”
진하게 키스를 나누고 나자 아지스가 아쉬움이 물든 눈으로 로즈를 그윽하게 바라봤다.
마음만 같아서는 키스가 아닌 그 이상의 행위로 넘어가고 싶었지만, 장소와 상황이 따라주질 않으니 아지스로서는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아쉬워 할 것 없어. 난 언제나 당신의 여자잖아.”
로즈가 끈적끈적한 눈길로 아지스를 바라보며 그의 귓가에 달콤하게 속삭였다.
언제든 날 가질 수 있다는 로즈의 달콤한 속삭임에 아지스는 만족스럽다는 듯 웃으며 그녀를 놓아주었다.
“그런데 정말 누굴까?”
로즈가 엉망으로 번진 립스틱 자국을 닦아내며 의문을 표했다.
다이아 방울뱀은 결코 만만한 사냥감이 아니다.
겉으로 내색하고 있지는 않지만, 길드원 9명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아지스마저도 슬슬 체력적으로 과부하가 걸려가고 있다는 걸 로즈는 누구보다 잘 알았다.
‘혁’이라는 놈이 얼마나 대단한 지원을 받고 있는지 몰라도 아지스보다 지원력이 강할 것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지스와 비슷한 속도로 다이아 방울뱀을 사냥했으니 자연스레 호기심이 생겨날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이제는 경쟁 상대가 되지 않으니 더 이상 신경 쓸 필요 없어.”
아지스는 여전히 다이아 방울뱀의 킬 수가 31에서 멈춰있는 ‘혁’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여유를 되찾았다.
아직 포지션 트레이닝 1일 차에 불과했지만, 아지스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과 다른 경쟁자들의 차이가 더욱더 크게 벌어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긴, 누가 당신의 경쟁 상대가 될 수 있겠어? 7구역에서만큼은 당신이 최고잖아.”
아지스가 여유를 되찾은 이상 로즈 역시 더 이상 그를 자극할 필요가 없다 여겼다.
“그건 그렇지. 어차피 놈도 처음에만 반짝했을 뿐이야. 진짜로 조심해야 하는 상대는 다른 놈들이지. 특히 무슨 이유에서 지금은 잠잠한지 알 수 없지만, 실비아는 번번이 나를 곤란하게 만들었으니까 이번만큼은 그럴 틈조차 줘서는 안 돼.”
“아아… 그 미친 변태년.”
로즈는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구역질이 난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지스는 실비아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했다.
“이전에도 그랬듯이 분명히 실비아는 빠른 속도로 랭킹을 치고 올라올 거야.”
“하긴, 그년의 파티가 위협적인 건 사실이지.”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사냥꾼 포지션을 선택한 헬-라시온 5년 차 식민들 중에서 실비아는 아지스가 긴장해야 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난 라이벌들 중 한 명이다.
아지스의 라이벌이라 한다면 역시 그가 소속되어 있는 다크 나이트 길드처럼 헬-라시온 길드 랭킹 10위 안쪽에 이름을 올리고 있거나, 그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대형 길드와 가문의 소속원뿐이다.
그런데 유일하게 실비아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실비아가 소속한 집단은 킬 라시온(Kill Lassion).
대형 길드나 가문이 아닌 소수 정예 집단으로 소속원 개개인의 실력은 결코 낮지 않아 명성은 높으나, 도시 길드인 다크 나이트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작았다.
아지스의 다른 라이벌들 또한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실비아를 경쟁상대로 취급조차 하지 않았다.
개인의 역량보다는 집단의 힘이 더욱더 크게 발휘하는 상황 속에서는 실비아 개인의 능력이 제아무리 뛰어나다 한들 한계가 명확하게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지션 트레이닝이라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 실비아는 위협적이었다.
특히, 실비아의 곁에서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미첼과 르케임 또한 킬 라시온의 멤버들로서 개인의 역량이 뛰어나다 보니 그들보다 두 배, 세 배 인원이 많다 한들 그들 셋을 견제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대형 길드와 가문의 인재들이 랭킹 순위에서 실비아에게 밀려나며 한두 차례씩 망신을 당하는 동안에도 아지스만큼은 단 한 번도 그녀의 밑에 이름을 놓은 적이 없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트레이닝 첫날부터 엉뚱한 놈이 갑작스레 튀어나와 잠시 당황하긴 했으나, 어차피 시간이 지날수록 사그라질 놈이라 여기는 아지스였다.
진짜 경쟁자들은 따로 있었고, 그중 실비아가 가장 위협적이다.
‘차라리 잘 됐어! 오버페이스긴 하지만 덕분에 격차가 상당히 벌어졌으니 이대로 더욱더 격차를 벌여서 다시는 내 눈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게 만들어 버리는 거야!’
5년 차 사냥꾼 포지션 중에 자신만이 유일한 원톱이라는 걸 알릴 좋은 기회라 생각하는 아지스였다.
“아지스!”
멀리서 들려오는 길드원의 음성에 아지스는 공간 주머니에서 푸르스름한 빛을 뿌려대는 망치를 꺼내들었다.
아지스는 자신의 망치를 천둥 신 토르가 사용하던 해머, 묠니르(Mjolnir)와 같다 여겨 그렇게 부르기까지 했다.
물론, 신화 속에서나 등장하는 묠니르와는 비교도 할 수 없겠지만, 실제로 아지스의 망치는 엄청난 양의 전류를 품고 있는 마력 무구로서 그 가치가 굉장히 높은 편이었다.
수풀을 헤치며 달려오는 세 명의 길드원의 뒤로 속도가 현저히 떨어진 다이아 방울뱀이 독이 바짝 오른 상태로 바닥을 미끄러져 오고 있었다.
3인 1조로 이루어진 길드원들이 사방으로 퍼져나가 다이아 방울뱀을 찾고, 최대한 피해를 입혀서 데려오면 아지스가 마무리를 해서 킬 수를 독식한다.
이것이 아지스가 남들보다 빠른 속도로 다이아 방울뱀을 사냥하며 랭킹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이유였다.
“하압!”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체력을 소모하는 아지스의 망치는 벼락같은 속도로 그의 손을 빠져나가 다이아 방울뱀의 머리통을 정확하게 강타했다.
콰앙!
파지지지직-!
전류에 감전당하며 움직임이 멈춰버린 다이아 방울뱀은 2번, 3번, 4번… 그렇게 연달아 내려치는 아지스의 망치에 끝내 생명의 불꽃이 꺼지고 말았다.
그렇게 또 한 마리의 다이아 방울뱀 사냥에 성공한 아지스에게 나머지 두 개의 조를 이루고 있는 길드원들이 다이아 방울뱀을 한 마리씩 뒤에 달고 속속히 도착했다.
“이번 트레이닝에서 압도적이라는 게 무엇인지를 똑똑히 알려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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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케임, 어때?”
미첼의 물음에 르케임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변화 없어. 아무래도 초반에만 잠깐 반짝했던 것 아닐까?”
“뭐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말끝을 흐리며 미첼이 실비아를 쳐다봤다.
이 넓은 7구역에서 달랑 이름 하나 밖에 모르는 ‘혁’이라는 놈을 찾겠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보통 미친 짓이 아니었다.
단서라고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다이아 방울뱀을 때려잡고 있다’라는 것뿐인데, 그마저도 현재로서는 킬 수가 정체되어 있었으니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단서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개부랄 같은 새끼가 재밌게 노네?”
실비아가 낄낄- 거리며 웃었는데, 그 모습이 꼭 미친년 같았다.
‘아니지, 이미 진즉부터 미친년 모드였지.’
르케임과 미첼은 에휴- 하고 한숨을 뱉어냈다.
실비아의 최대 단점 중 하나가 바로 뭐 하나에 꽂히면 앞뒤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도 그랬다.
상식적으로 ‘혁’이라는 놈을 어떻게 찾는단 말인가?
물론, 두 사람은 실비아의 막무가내 행동이 하루, 이틀이면 끝이 날 것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중요한 건 그 시간 동안 다이아 방울뱀을 제대로 사냥할 수 없으니 그 피해가 막심하단 사실이다.
‘이번 포지션 트레이닝에서 랭킹 보상은 물 건너갔네.’
르케임이 또다시 한숨을 깊게 토해내는 사이, 미첼이 호들갑스럽게 소리쳤다.
“헤에? 갑자기 킬 수가 5개나 올라버렸는데?”
미첼의 외침에 르케임은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황급히 랭킹 목록을 확인했다.
“이거 뭐야?”
분명 방금 전까지 31킬에서 정체되어 있었던 것을 직접 확인했던 르케임으로서는 잠깐 사이에 36킬이 되어버린 ‘혁’의 킬 수에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자, 잠깐! 맙소사! 또 킬 수가 3개나 올랐어!”
5개가 오르고 곧바로 또다시 3개의 킬 수가 올라버렸다.
다이아 방울뱀의 킬 수가 올라가는 것과 동시에 랭킹이 아래로 잠시 미끄러졌던 ‘혁’의 이름도 수직 상승하기 시작했다.
“마, 말도 안 돼! 킬 수가 또 변했어!”
“…이 미친놈은 도대체 정체가 뭐야!”
눈 깜빡할 사이에 ‘혁’의 다이아 방울뱀 킬 수가 44를 찍었고, 랭킹 1위였던 아지스를 1킬 차이로 밀어내버렸다.
“이, 이게 말이 되는 거야? 최소 열 마리가 넘는 다이아 방울뱀을 동시에 사냥할 수 있는 게 가능한 일이냐고!”
르케임의 외침처럼 다이아 방울뱀을 동시에 열 마리 넘게 상대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앞서 말했다시피 다이아 방울뱀은 단순히 몸이 단단하고, 빠르기만 한 것이 아니다.
또 하나의 무기인 독기가 상당히 치명적이었다.
다이아 방울뱀은 적을 상대할 시에 본능적으로 독기를 주변으로 퍼트린다. 그런데 다이아 방울뱀의 독기는 그 개체수가 하나, 둘 증가할수록 독기가 증폭되는 효과를 가진다.
중앙탑에서 10만 포인트에 구입할 수 있는 해독 구슬을 아무리 입에 물고 있다 하더라도 다이아 방울뱀 5마리 이상을 한꺼번에 상대하게 되면 중독 증상을 피할 수가 없게 된다.
다이아 방울뱀의 독기에 중독되면 극심한 발열과 구토를 시작으로 해독이 늦어질수록 피가 역류해서 코와 입으로 다량의 피를 쏟아내며 과다 출혈로 죽음을 맞이하고 만다.
그만큼 다이아 방울뱀의 독기는 지독했다.
“해독 구슬보다 더 뛰어난 해독제가 있다는 건가?”
르케임은 그런 최상급 해독제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다.
“어쩌면 내성 스킬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뛰어날지도 모르지.”
미첼의 말에 르케임이 그걸 말이라고 하냐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다이아 방울뱀의 독기에 저항을 하려면 무조건 ‘독 내성’ 스킬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데, 웬만큼 고위 등급이 아니고서야 소용도 없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독 내성 스킬은 숙련도를 올리는 것이 한없이 느려터진 패시브 스킬이다.
고작 5년 차 식민이 다이아 방울뱀의 독기를 저항할 정도로 독 내성 스킬의 등급을 올린다?
“미친 소리지.”
르케임은 딱! 잘라서 그렇게 말했다.
“그럼 지금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건데?”
미첼이 따지듯 묻자 르케임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우리의 상식을 벗어나는 인간일지도 모른다니까.”
사실 확인을 할 수 없다는 점을 노리고 미첼이 제 마음대로 지껄였다.
르케임은 제발 생각 좀 하고 입을 놀리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그랬다가는 또다시 지금 상황을 설명해보라는 미첼의 뻔뻔한 질문을 들어야만 할 것 같아 입을 꾹- 다물고 말았다.
“푸흝흝흝흝…….”
또다시 실비아가 눈을 희번덕거리며 웃는다.
그 모습에 르케임은 엄청난 불안감을 느껴야만 했다.
“이 새끼는 무조건 잡는다!”
하루, 이틀만 헛수고를 하면 될 거라고 여겼던 일이 아무래도 굉장히 길어질 것만 같았다.
“젠장… 어디서 찾으라는 거야.”
최소한의 반항을 해보지만 이미 눈깔 뒤집힌 미친년 모드인 실비아의 귓구멍은 시멘트를 쏟아부은 것 마냥 꽉! 막혀서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