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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131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0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31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31화

아스펠 마을 (12)

 

방구름은 가죽 주머니를 가만히 바라보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형님, 형님께서 절 얼마나 생각해주시는지 압니다. 그런데…….”

무혁이 방구름의 말을 중간에 잘랐다.

“김칫국 마시지 마. 이건 나한테 필요 없어서 어차피 팔아야 하는 것들이야. 그리고 미리 말하지만 공짜로 줄 생각도 없어. 그러니까 감격 따위도 할 필요 없어. 정당한 거래라고 생각해.”

무혁은 자신에게 훌륭한 조력자이자 동료가 되기 위해선 방구름이 강해져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마냥 그를 강하게 만들겠다고 자신이 가지지 못한 걸 퍼줄 정도로 오지랖이 넓지는 않다.

실제로 무혁이 방구름에게 건네는 스킬 링들은 모두 무혁이 이미 익히고 있는 것들이다.

어차피 상회에 판매를 해야 하는데, 그걸 다른 엉뚱한 사람에게 판매하느니 차라리 방구름에게 조금 더 저렴하게 팔아버리는 게 낫다 여길 뿐이었다.

무혁의 말에 방구름은 잠시 망설이다 가죽 주머니를 열었다.

스킬 링은 총 5개.

스킬 링을 하나씩 확인할 때마다 방구름의 입이 점점 더 벌어졌다.

“…혀, 형님.”

“개당 골드 보석 하나씩이다. 야속하게 생각하지 마라. 나도 그 정도는 받아야…….”

“그런 터무니없는 가격에 이것들을 살 순 없어요!”

이번에는 방구름이 무혁의 말을 중간에 잘라버렸다.

“골드 보석 하나라니요!”

벌겋게 변한 얼굴로 방구름이 어떻게 그런 조건을 내걸 수 있냐는 듯 흥분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 얼마나 줄 건데?”

한 번 들어나 보자는 듯 무혁이 물었다.

“상회에서 거래되는 시세의 80퍼센트로 드릴게요.”

80퍼센트라는 말에 무혁이 헛소리 하지 말라는 듯 인상을 썼다.

“40퍼센트.”

“형님! 좋아요! 70퍼센트!”

“까분다. 딱! 절반. 그래 50퍼센트로 하자.”

“그럴 수 없어요! 60퍼센트는…….”

“구름아, 너만 도움을 받는다고 생각해? 네가 만들어 주는 포션들 내가 지금까지 단 한 번이라도 정당하게 대가를 치른 적 없잖아? 미안하지만, 난 앞으로도 그러고 싶은데? 아니면 지금부터라도 철저하게 계산적인 관계가 될까?”

무혁의 엄포에 방구름이 그것만큼은 절대 할 수 없다는 듯 재빨리 손사래를 쳤다.

“그러니까 지금 내가 네게 주는 스킬 링들은 딱 시세의 절반이야.”

방구름으로서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시세는 제가 따로 알아볼게요.”

방구름의 말에 무혁은 천천히 줘도 상관없다고 대답했다.

“이거 지금 사용해도 괜찮죠?”

“당연하지.”

방구름은 가장 먼저 하나의 스킬 링을 손가락에 끼우고 스킬명을 나지막하게 외쳤다.

“아이스 실드!”

채앵-!

손가락에 끼웠던 스킬 링이 파괴되어 사방으로 조각이 튀어나갔다.

아이스 실드 스킬은 보통 상회에서 최하 250만 포인트, 즉 골드 보석 5개에 거래가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마력 스킬의 경우 길드와 가문 등에서 발 빠르게 미리 선점을 해가기 때문에 사실상 이렇다 할 세력이 없는 일개인으로서 마력 스킬을 구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오죽했으면 마력 스킬의 경우 보석을 쌓아놓고 있어도 구하기 힘들다고 할까?

이런 귀한 마력 스킬을 무혁이 방구름에게 시세의 절반만 받고 주겠다니 방구름으로서는 양심이 찔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방구름은 곧바로 다음 스킬 링을 손가락에 끼웠다.

“마력탄!”

“윈드 스피어!”

“파이어 볼!”

“워터 볼!”

무혁은 연속적으로 스킬 링이 파괴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방구름이 마법에는 소질이 있길 희망했다.

‘케일테자만도 마법에는 상당한 소질이 있다고 했으니 구름이도 분명 그럴 거야.’

그렇지 않다면 어쩔 수 없이 손에 굳은살이 배기고 벗겨지길 반복할 때까지 무기를 휘두르며 수련을 하는 수밖에 없다.

‘수련 장소로는 역시… 모래성만한 곳이 없겠지?’

무혁은 벌써부터 방구름이 자신의 뒤를 이어 모래 해골 기사의 또 다른 제자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괜히 헛웃음이 나왔다.

“다 익혔으면 나가자. 위력을 확인해봐야지.”

마법에 대한 방구름의 재능이 얼마나 될까 궁금해진 무혁이 몸을 벌떡- 일으켰다.

하지만, 때맞춰 심부름으로 음식을 잔뜩 사 온 오크 하녀로 인해서 마법에 대한 방구름의 재능은 조금 뒤에 확인해야만 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자 무혁과 방구름은 곧장 아스펠 마을 남쪽으로 향했다.

아스펠 마을 남쪽에는 무식할 정도로 방어력만 높은 몬스터, 암석 골렘을 만날 수 있다.

전체적인 등급은 6등급이지만, 사실상 공격력과 이동력은 7등급에 속할 정도로 형편없다.

그러나 몸 전체가 얼마나 단단한 암석으로 이루어졌는지 웬만한 도검에는 쉽게 상처도 나지 않고, 오히려 검날이 상할 정도여서 방어력만 놓고 본다면 웬만한 5등급 몬스터보다도 나은 편이었다.

그렇다고 심장으로 이루어진 핵이 비싸냐면 그것도 아니었다.

자칫 사냥을 하다가 무기가 손상을 입기라도 한다면 남는 것 하나 없었기에 아스펠 마을 식민들 중에서는 일부러 암석 골렘을 사냥하겠다며 찾아다니는 이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파이어 볼!”

화르르륵!

방구름의 손바닥 위로 둥그런 불덩어리가 생겨났다.

‘레이나가 사용했던 파이어 볼보다는 위력이 좀 떨어지는 것 같은데?’

파이어 볼을 사용하는 이를 본 건 레이나가 유일했기에 무혁은 당연히 그녀와 방구름을 비교했다.

쾅!

암석 골렘이 방구름이 날린 파이어 볼에 뒤뚱거리며 뒷걸음질을 쳤다.

가슴팍이 까맣게 그을리긴 했지만, 그게 위력적이었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실망하긴 방구름 또한 마찬가지였다.

“…재능이 없나보네요.”

무혁보다 더 기대를 가졌던 방구름이었기에 실망도 클 수밖에 없었다.

“등급이 낮아서 그런 거니까 실망할 것 없어. 다른 것들도 한번 사용해봐.”

무혁은 괜찮다며 방구름을 격려했다.

“윈드 스피어!”

“마력탄!”

“워터 볼!”

바람으로 만들어진 창, 새카만 마력탄, 물풍선 워터 볼까지.

방구름은 연달아 새롭게 익힌 마력 스킬을 사용해가며 암석 골렘을 공격했다.

장거리에서 이뤄지는 각종 마법 공격에 암석 골렘은 접근조차 제대로 못하고 무기력하게 연신 뒤로 밀려나기만 했다.

그 과정에서 몸을 이루고 있던 암석들이 부서지며 꽤나 흉물스러운 모습이 되기도 했지만, 무식할 정도로 높은 방어력을 자랑하는 만큼 끝까지 쓰러지진 않았다.

그 모습에 방구름은 오기가 발동한 듯, 암석 골렘을 향해 다시 마법을 사용하려고 했다.

“구름아, 워터 볼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봐.”

무혁의 말에 방구름은 알겠다며 워터 볼을 사용했다.

투웅- 투웅-!

방구름의 가슴 앞에 핸드볼 공 크기만 한 워터 볼 두 개가 만들어졌다.

“두 개가 전부야?”

무혁의 말에 방구름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미리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세 개까지는 가능할 것 같아요.”

최대 3개까지 만들어낼 수 있다는 방구름의 대답에 무혁은 자신과 비교하면 크기부터 개수까지 부족한 그의 재능이 과연 높은 것인지, 낮은 것인지를 판가름할 수가 없었다.

사실, 무혁 스스로도 자신의 마력 스킬에 대한 재능을 정확하게 알지 못했으니 기준점을 잡기가 어려웠다.

‘크기도 나보다 작고, 위력도 떨어지니까… 수준 이하려나?’

혹시나 했던 기대감이 허무하게 무너지는 기분이었지만, 무혁은 굳이 내색하지 않았다.

두 개의 워터 볼을 동시에 사용하고 나자 방구름은 어지럼증을 느낀 듯 비틀거렸다.

“정신 차려.”

무혁이 방구름의 팔을 붙잡으며 똑바로 설 수 있도록 도와줬다.

“정신력 소모가 이런 기분이었네요.”

결코 좋지 않았다.

가만히 서 있어도 눈앞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기분이었다.

이런 상황을 견뎌내며 정마력 폭주 현상을 겪고 죽은 레이나를 떠올린 방구름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버텼다.

어지럼증을 버텨내는 방구름을 바라보는 무혁의 시선이 더욱더 아쉬움으로 물들었다.

‘고작 마법 몇 번 사용했다고 어지럼증이라니…….’

자신은 열 번 정도를 연달아 쉬지 않고 사용했을 때에나 어지럼증을 느낄까 싶었다.

그런데 그 절반밖에 사용하지 않고 어지러워하고 있으니 무혁으로서는 확실히 방구름에게는 재능이 없다고 결론지어버렸다.

‘그래, 구름이의 진짜 장점은 연금술에 있으니까. 마력 스킬은 어디까지나 보조 수단이라고 여기면 돼. 안 되면 마력 스킬의 위력을 높여줄 수 있는 무구들을 착용하면 되고.’

어떤 식으로든 방구름이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해질 방법은 많다 여기는 무혁이었다.

휴식을 병행하며 우여곡절 끝에 암석 골렘을 쓰러트린 방구름과 함께 무혁은 다시 아스펠 마을로 돌아왔다.

“스킬 등급은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올려놓도록 해. 그리고 중앙탑으로 가서 마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무기나 방어구, 장신구까지 될 수 있는 한 다 구입하고.”

“예.”

방구름 또한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기에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곧장 중앙탑으로 향하는 방구름의 모습을 바라보던 무혁은 쯧- 하고 혀를 찼다.

“재능이라고는 지지리도 없는 놈.”

도통 쉬운 길이라고는 보이지가 않는 방구름의 모습에 무혁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

 

“…X발.”

칙- 라이터로 불을 붙인 담배를 깊게 빨아들이며 적이리 김은우가 인상을 찌푸렸다.

김은우의 주변은 말 그대로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여기저기 땅이 파헤쳐졌고, 나무와 돌들은 박살이 나서 얼마나 치열한 격전이 있었는지를 충분히 가늠케 했다.

“일이 꼬여도 참 뭣같이 꼬이네.”

김은우는 담배를 뻑뻑- 피우며 자신의 앞에 놓인 두 구의 시체를 바라봤다.

엑소더스 길드의 옐로 팀원들이었다.

헬-라시온 랭킹 10위 안에 이름을 당당히 올리고 있는 도시 길드.

100위권의 하이 랭커가 아니라면 결코 비벼볼 수도 없는 막강한 단체의 일원을 둘이나 죽이고 말았다.

“개자식들이 왜 사람을 열 받게 만들어서는…….”

김은우는 자신에게 죽은 두 구의 시체를 바라보다 짜증이 난다는 듯 걷어차며 화풀이를 했다.

그러다 바지 밑단이 찢어져 있는 걸 발견했다.

“X발, 이번에 새로 산 신상인데!”

김은우는 더 화가 난다는 듯 시체를 마구 걷어찼다.

한참 동안 화풀이를 하고 난 김은우는 두 구의 시체에서 표식을 걷어냈다.

이어서 그들이 사용했던 무구까지 깨끗하게 벗겨낸 후에야 나지막하게 읊조렸다.

“다크 파이어.”

새카만 불꽃이 두 구의 시체를 빠른 속도로 먹어치우더니 이윽고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은신이라도 하고 다니는 거였는데…….”

김은우가 입에 문 담배꽁초를 질겅질겅- 씹으며 후회했다.

상대는 그저 그런 놈들이 아니다.

엑소더스 길드다.

모래성을 감시하던 옐로 팀원들이 감쪽같이 사라졌으니 분명 그 흉수를 찾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죽은 길드원들의 복수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길드의 명성을 지키고자 하는 것뿐이다.

그렇기에 하나부터 열까지 티끌만한 단서조차 남기지 않고 찾아낼 것은 자명한 일.

아스펠 마을에 모습을 드러냈던 김은우 또한 용의자 중 한 명으로 지목될 것이 분명했다.

엑소더스와 정면으로 대립하는 건 죽여 달라는 것과 같았기에 김은우로서는 자신이 용의선상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묘수가 필요했다.

그런데.

“방법이… 없네?”

큭큭- 거리며 김은우가 웃음을 흘렸다.

아스펠 마을처럼 먹을 것 하나 없는 곳에 엑소더스 길드원을 죽일 정도의 실력자가 나타날 확률이 얼마나 될까?

더욱이 연락이 끊긴 시간으로부터 용의자를 선정해야 하니 김은우로서는 꼼짝없이 용의선상에 이름을 올려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X됐군.”

엑소더스 길드 놈들이 먼저 자신을 열 받게 했지만, 참았어야 했다.

무시하고 비아냥거렸어도 그래, 니 똥 굵다고 생각하면서 협조적으로 나갔어야 했다.

애초부터 그들과 싸웠다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

“어쩔 수 없지. 늑대를 피해서 하이에나의 품으로 숨어야지 뭐.”

김은우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울타리가 필요하다고 여겼고, 그러기엔 딱! 제격인 곳이 있었다.

“그런데 엑소더스 길드보다 먼저 모래 태양을 가져간 놈이 있다니… 어떤 놈인지 모르겠지만, 엿 한 번 제대로 먹였네. 누굴까? 이거 호기심 제대로 땡기는데?”

엑소더스 길드를 엿 먹인 놈.

아마도 엑소더스 길드에서 엄청나게 찾아다니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재밌네. 재밌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김은우는 자리를 벗어났다.

그 시각, 무혁은 때아닌 봉변을 당하고 있었다.

 

[포지션 트레이닝이 시작됩니다.]

[사냥꾼의 대지로 이동합니다.]

 

무혁의 발아래에 생겨난 시커먼 그림자는 순식간에 그의 몸을 집어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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