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17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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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3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71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71화
킬 라시온 (1)
“어,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지옥불을 어떻게 견딜 수 있는 거냐고!”
발악에 가까운 로크의 외침에 무혁은 그게 뭐 어렵냐는 듯 퉁명스럽게 답했다.
“모래 태양도 손에 쥐고 놀던 놈이다. 지옥불? 이름이 아깝다. 연금술로 만든 그깟 짝퉁 불 따위로 날 어떻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모, 모래 태양? 네놈이었나? 네놈이 모래 태양을 가지고 있었던 거냐?”
로크는 그제야 무혁이 혼자서 얼음 바위 산의 여섯 봉우리를 정복했다는 말이 실감이 갔다.
다른 것도 아닌 모래 태양이라면 충분했으니까.
하지만, 어떻게?
모래 태양은 얼음 구슬과 동급의 신물로서 함부로 다룰 수가 없다.
무혁이 어떻게 모래 태양을 다룰 수 있었는지 궁금했지만, 죽음을 앞에 두고 있는 로크는 이내 그런 질문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듯 입을 다물었다.
옆구리에서 흘러나오는 핏물을 손으로 틀어막으며 로크가 무혁을 향해 경고했다.
“…감당할 수 있겠어?”
“어떨 것 같아?”
무혁은 담배를 하나 꺼내 물며 그렇게 되물었다.
너무나도 여유로운 무혁의 모습에 로크가 큭큭- 거리며 낮게 웃었다.
정말 어처구니없게도 상대는 연금술회라는 이름에 조금도 두려움을 보이지 않았다. 아니, 두려움은커녕 지금의 일에 대한 후회나 망설임조차 없었다.
이해가 가질 않았지만, 무혁의 모습이 단순한 허세가 아니라는 걸 알기에 로크도 따로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그래, 인정하지. 네놈은 내 상식을 벗어난 놈이라는 걸. 그런데 이거 하나만은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어라. 연금술회는 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집요하고 이기적인 집단이라는 거. 오늘의 일 반드시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게 될 거다.”
로크의 경고이자 협박에 무혁은 담배 연기를 후우- 하고 뿜어내곤 말했다.
“그건 나도 잘 알지. 직접 처리할 실력이 없어서 여기저기에서 킬러를 고용한다면서? 그런데 그것도 제거 대상을 알아야 할 것 아냐? 여기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 내가 입을 열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는데 어떻게 알겠어?”
“정말 아무도 모를 거라고 생각해?”
로크의 비웃음에도 무혁은 태연하기만 했다.
“모를 거야. 내가 그렇게 만들 거니까.”
말을 마친 무혁은 담배꽁초를 퉤- 뱉어내고는 블랙 본 장검을 가볍게 휘둘렀다.
서- 걱!
목이 잘린 로크는 마지막으로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었던지 입을 벌린 상태로 하얀 눈밭 위를 빨갛게 물들였다.
목숨까지 걸며 넬이 도망갈 시간을 벌었지만, 공략대는 무혁에게서 달아날 수 없었다.
무혁은 곧바로 공략대의 표식을 모두 거뒀다.
그리고 시체를 한곳에 모았다.
“시체조차 찾을 수 없는 살인을 어떻게 밝혀낼 수 있을까?”
파이어 볼을 만들어 낸 무혁은 시체들을 모조리 태워버리기 시작했다.
아주 작은 단서조차 남겨두지 않겠다는 듯 주변의 흔적들마저도 꼼꼼하게 지워버렸다.
완전 범죄.
세상에 과연 완전 범죄가 존재할까- 싶지만, 현재 무혁은 자신과 공략대의 일만큼은 세상 어느 누구도 밝혀내지 못할 사건이 될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도시에서도 모습을 드러내서 좋을 건 없으니까. 은신.”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듯, 무혁의 몸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저벅, 저벅.
하얀 눈밭에 발자국만이 생겨났지만, 그마저도 얼마 지나지 않아 휘몰아치는 눈보라로 인해 깨끗하게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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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무혁의 얼굴을 확인한 방구름이 득달같이 달려와선 눈을 부라렸다.
“도대체 어딜 가셨다고 오신 거예요! 선생님하고 제가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아세요?”
자신을 향해 호되게 질책을 해대는 방구름의 모습에 무혁은 괜히 마음이 따뜻해졌다.
“미안하다. 어쩌다보니 일이 그렇게 됐다. 선생님은?”
“들어가 보세요!”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는다는 듯 방구름이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그래, 들어가서 얘기하자.”
무혁은 방구름을 달래듯 그의 어깨를 친근하게 감싸며 송정민의 방으로 향했다.
“선생님, 저 왔습니다.”
“…들어와.”
송정민의 낮고 탁한 음성에 방구름은 제 머리 위에서 손가락을 연신 위로 올리는 시늉을 했다.
화가 잔뜩 났으니 알아서 잘 행동하라는 방구름의 경고에 무혁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 웃어주고는 방문을 열었다.
방문을 열고 들어서니 송정민의 눈초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서늘했다.
“살아 있었나보구나.”
말 속에 가시가 단단하게 박혀 있다.
무혁은 자신이 지은 죄가 있으니 우선 죄송하다며 고개부터 숙였다.
“미리 말씀을 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상황이 급하다 생각해서 이것저것 따질 겨를도 없이 움직이다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저 때문에 걱정하셨다면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걱정을 누가 했다는 거냐? 그래, 도대체 얼마나 급한 일이 있었는지 들어나 보자.”
송정민뿐만 아니라 방구름까지도 무척이나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무혁을 바라봤다.
“그러니까….”
무혁은 송정민에게 알라바바 상회에 갔다 오겠다고 한 것부터 이야기를 했다.
알라바바 상회의 섭허룬에게 연금술회 등이 얼음 구슬을 노린다는 말을 듣고 먼저 확보해야겠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아, 즉흥적으로 얼음 바위 산으로 향했다며 이후의 일을 차분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47일이 흐른 후에야 무혁이 돌아온 것이다.
“신의 힘이라니….”
송정민은 모든 것이 놀랍기만 무혁의 이야기 중에서도 가장 관심을 끄는 건 역시 신의 힘이었다.
신물의 힘을 흡수하면 신의 힘을 얻게 된다니… 이게 무슨 황당무계한 소리인가?
하지만, 송정민은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헬-라시온에서 상식을 따지는 건 무의미했으니까.
“사실, 저도 이게 무슨 일인가 싶기는 하지만 어쨌든 모래 태양과 얼음 구슬의 근원적인 힘을 흡수하면서 능력이 크게 상승했으니 이제 목표를 모든 신물의 힘을 흡수하는 쪽으로 잡을까 합니다.”
정말 신의 힘을 얻을 수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신물의 힘을 얻음으로 인해 자신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었으니까, 남은 신물들을 확보하는 건 당연한 선택이었다.
“나머지 신물들에 대해서는 알고 있느냐?”
“예. 혹시라도 의심을 받을까 싶어서 알라바바 상회에서 얼음 구슬에 대한 정보를 얻으면서 한꺼번에 다른 신물들에 대한 정보도 일괄적으로 알아냈습니다.”
기특하지 않느냐는 무혁의 표정에 송정민은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다.
“멍청한 거냐? 아니면 생각이 모자란 거냐?”
“예?”
갑작스런 송정민의 핀잔에 무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놈은 네놈 스스로 완벽하다 여길지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엔 가장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무슨 실수 말입니까?”
무혁은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의 행동은 완벽하다 여겼다.
“연금술회의 공략대가 얼음 바위 산으로 향했다가 행방불명이 됐다. 사실상 모두 죽었다고 판단하겠지. 그럼 연금술회에서는 어떻게 된 일인지 하나부터 열까지 모조리 파헤치려고 할 것이 분명하다. 케일테자만의 집요한 성격으로 봤을 때, 그놈은 분명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닐 거다. 그러다 보면 최근에 얼음 바위 산에 대한 정보를 얻어갔던 자들의 존재까지도 남김없이 알아낼 것이다.”
송정민은 쉬지 않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알라바바 상회에서 네놈에 대한 정보를 노출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네가 얼음 바위 산을 정복하고 연금술회를 죽인 가장 유력한 용의자 중 한 명으로 의심하겠지. 이것이 바로 네가 저지른 가장 치명적인 실수다.”
송정민의 설명에 무혁은 ‘하. 하. 하-’ 하고 허탈한 웃음만 흘렸다.
신물에 대한 정보를 푼 것과 동시에 공교롭게도 연금술회 등이 모래 태양과 얼음 구슬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하려고 한다는 소리를 흘렸더니 잽싸게 얼음 바위 산이 공략 당했다?
‘…의심하려나?’
의심한다.
그렇지 않아도 신물에 대한 정보를 요구했을 때, 섭허룬이 그러지 않았던가?
‘티엠 님께서는 왜 갑자기 6대 신물에 대해 이토록 깊은 관심을 보이시는 겁니까?’
섭허룬처럼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충분히 의심하고도 남는다.
“아… 빌어먹을.”
완전 범죄라고 여겼거늘!
역시 완전 범죄 따윈 존재하지 않는 거였다.
무혁은 입안이 까끌까끌- 하게만 느껴졌다.
“지금이라도 숨어서 쥐 죽은 듯이 살까요?”
“멍청한 놈.”
지금 그런 한심한 소리가 나오냐는 듯 송정민이 무혁을 얼빠진 놈 취급했다.
“거래처를 바꿔야 하나?”
섭허룬이 아는 건 무혁이 아니라 ‘티엠’이다.
타이거 마스크를 뒤집어쓰고 항상 거래를 했던 ‘티엠’이라는 가명을 쓴 놈이었으니 무혁은 섭허룬이 의심한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두 번 다시 그의 앞에 나타나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여겼다.
다만, 나름 좋은 관계를 형성해 둔 섭허룬과 이대로 끝내야 한다는 점이 아쉬웠다.
그리고 그렇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건 더 의심해달라는 뜻이다.
그렇게 ‘티엠’의 행적을 추적하다보면 어떻게든 무혁의 꼬리를 잡을 가능성도 분명 어딘가 있을지 모르니 여러모로 상황이 복잡하기만 했다.
“우선은 상황을 지켜보도록 해라. 알라바바에서 네놈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번 기회에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송정민의 말처럼 무혁 또한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 여겼다.
그리고 알라바바에서 티엠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지 그것을 확인해볼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쉬운 게 하나도 없네.”
머리를 긁적거리며 무혁이 헛웃음을 흘리자 송정민은 저런 바보 같은 놈이 어떻게 모래 태양과 얼음 구슬의 힘을 흡수할 수 있었는지 참 그것부터가 불가사의한 일이라고 말했다.
송정민의 타박에도 무혁은 여전히 웃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다 곁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는 방구름을 발견했다.
“구름아, 왜 그렇게 심각해? 이 형이 뭐 잘 못 될까봐? 걱정 마. 이번에 보니까 연금술회 별 것도 아니더라.”
자신에 대한 걱정은 조금도 할 것 없다는 듯 무혁이 제 가슴을 탕탕- 쳤다.
“그게 아니라 형님이 하는 일은 점점 더 스케일이 커지고 위험한데, 제가 도움이 되는 일이 거의 없는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오늘부터라도….”
말을 하던 방구름은 자신의 머리위에 얹힌 무혁의 손길에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구름아, 차근차근 따라와. 넌 나랑 다르잖아? 널 무시하는 게 아니라 나도 지금 어쩌다보니 이렇게 된 거지, 처음부터 노렸던 것도 아니잖아? 그래도 얼마나 다행이야? 어느 정도는 감당할 힘이 생겼으니까. 그리고… 구름이 너는 내 비장의 무기야. 알지?”
무혁의 든든한 믿음에 방구름은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대충 자신의 말을 알아들은 방구름의 모습에 무혁은 됐다는 듯 그의 어깨를 툭툭- 쳤다.
“참, 아까 보니까 마을이 꽤나 어수선한 것 같던데? 무슨 일이라도 있어?”
무혁의 물음에 방구름이 아- 하며 곧바로 대답을 해주었다.
“며칠 전부터 아스펠 마을에 외부인들이 꽤 많이 돌아다니면서 여기저기 들쑤시고 있는 중입니다.”
“외부인들?”
방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는 송정민조차 이런 사실은 들은 적이 없었기에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을 해보라는 듯 방구름을 바라봤다.
“꼭 누굴 찾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방구름의 대답을 듣기가 무섭게 무혁의 머릿속으로 불길한 기분이 스치고 지나갔다.
“누굴 찾는 건데?”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척 묻고 있었지만, 무혁의 표정은 평소보다 굳어있었다.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 저도 그들과 딱히 마주친 적이 없어서요.”
하지만, 방구름의 말대로라면 외부인들은 아스펠 마을 주거지를 집중적으로 수색하고 있다고 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꽤 강압적으로 집 내부까지 들이닥쳐서 누군가를 찾는 다고 했다.
“아마 지금쯤이면 대충 남쪽의 판자촌은 거의 다 뒤져보지 않았을까 싶네요.”
마을 내에서 살인은 불가능했지만, 자신의 집을 타인으로부터 지키느냐, 못 지키느냐는 집 주인의 능력 문제일 뿐 아무런 문제가 되질 않았다.
아스펠 마을에서도 판자촌에 머무는 이들이라면 어지간한 외압에는 반항조차 못할 것이다.
“놈들이 찾는 게 도대체 누구….”
쾅쾅쾅!
문을 부술 것처럼 대문을 두들겨대는 요란한 소리에 무혁이 말을 하다 말고 인상을 찌푸렸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타이밍 한 번 기가 막혔다.
“문을 열까요?”
하녀 마코의 물음에 무혁은 아무래도 자신이 직접 나가봐야 할 것 같아서 몸을 일으켰다.
“무혁아.”
송정민 또한 어떤 좋지 않은 느낌을 받은 것일까?
무혁을 부르는 목소리에 은근한 긴장감이 어려 있었다.
“걱정 마십시오.”
모든 고유 능력이 3등급에 올랐다.
모래 태양과 얼음 구슬의 힘도 흡수했다.
어지간한 일이라면 혼자만의 힘으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무혁이었다.
“형님,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너는 여기서 선생님과 있어.”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서 무혁은 방구름으로 하여금 송정민을 지키도록 했다.
그 뜻을 알아듣고 방구름이 믿음직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쾅쾅쾅!
“이봐! 안에 사람 있는 거 다 알아! 나와 봐!”
문을 두들겨대며 고함을 지르는 모양새가 결코 반가운 손님은 아님이 확실했다.
철컥-!
현관문을 열자 검은색 망토를 자랑스럽게 두르고 있는 두 명의 남자가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