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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170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4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70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70화

얼음 바위 산 (16)

 

얼음 바위 산을 빠져나온 연금술회의 공략대는 에텔 도시를 향해 최대한 빠르게 내달렸다.

하지만, 아무리 빨리 뛴다고 하더라도 에텔까지 가려면 꼬박 하루는 필요했다.

그나마도 기상 악화가 없었을 때에나 가능한 시간이지, 눈보라도 휘몰아친다면 하루가 아닌 며칠이나 걸릴지 예측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 날씨가 훼방을 놓지 않는 지금은 조금도 쉴 틈이 없었다.

“헉! 헉! 헉!”

숨이 턱까지 차오른 로크는 어쩌다 자신들이 이런 신세가 되었는지 기가 막힐 뿐이었다.

어째서 연금술회를 두려워하지 않는 걸까?

그의 말대로 연금술회는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라, 더럽고 치사해서 피한다고 하는 게 적합한 표현이다.

힘을 갖추긴 했으나 다른 거대 길드와 가문처럼 끈끈한 유대 관계를 가지고 있다거나, 상명하복의 체계적인 조직력이 있다고 보기엔 조금 힘들었다.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힘을 쌓느라 깊이감이 없었고, 여기저기 외부에서의 영입 또한 잦았기에 체계적이지 못한 것이 연금술회의 단점이다.

그렇다보니 외형적으로 봤을 때에만 부피가 클 뿐, 그 속은 확실히 거대 길드와 가문을 따라갈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연금술회가 어디서 깔아뭉개질 정도로 약한 것도 아니다.

연금술이라는 유일한 힘을 지니고 있었기에 그 어떤 거대 길드와 가문에서도 연금술회를 함부로 대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그는 달랐다.

연금술 따위 안중에도 없다는 듯, 연금술회와 척을 지길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적대적인 편이었지.’

연금술회에 적대심을 지니고 있는 자들이 하나, 둘이 아니니 그런 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그처럼 대놓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이는 거의 찾아 볼 수가 없었으니 로크로서는 그 부분이 이해할 수 없었고,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오늘의 일도 중요했지만, 앞으로도 연금술회와 잦은 마찰을 빚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

로크는 어떻게든 이 사실을 반드시 상부에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자가 힘까지 갖춘다면….’

“…어떻게 된 거지?”

“대장?”

로크는 자신의 등에 업혀 있는 알렉이 정신을 차리자 재빨리 품에서 포션을 꺼냈다.

알렉은 우선 포션부터 받아서 들이켰다.

완전히 엉망진창으로 뒤집혔던 내부가 그나마 조금 진정되는 것 같았다.

“괜찮습니까? 아무리 포션을 먹여도 상태가 호전이 되질 않아서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모릅니다.”

얼음 바위 산을 빠져나오고 로크와 와튼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알렉과 도미닉에게 포션을 쏟아 부은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상태가 좋아지질 않았기에 최악의 상황까지도 생각을 했었던 로크로서는 알렉이 정신을 차렸다는 사실에 얼굴 표정이 밝아졌다.

“몸은 어떻습니까? 혼자서 움직일 수 있겠습니까?”

로크의 물음에 알렉은 고개를 저었다.

“힘들 것 같다. 사실 죽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겨야 할 것 같군.”

알렉은 솔직하게 자신의 상태가 최악임을 말해주었다.

연금술회에서 개발한 최고의 포션을 물처럼 들이켰어도 지금의 부상은 중앙 탑에서 치료를 받아야만 할 정도로 타격이 컸다.

무혁의 실드를 깨부수겠다는 일념으로 모든 힘을 다했던 공격을 고스란히 돌려받았으니 알렉의 말처럼 즉사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건 아직까지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도미닉 또한 마찬가지였다.

“상황이 어떻게 된 거지?”

공략대의 대장으로서 할 말은 아니었지만, 알렉은 수치심을 참아가며 그렇게 물었다.

“그게….”

여전히 빠른 속도로 뛰고 있는 로크였기에 호흡도 가빴지만, 차마 넬의 희생을 선뜻 꺼내기가 쉽지 않아 주저했다.

알렉이 다시 한 번 묻자, 로크의 눈치를 받은 리타오가 한숨과 함께 말을 꺼냈다.

넬이 목숨을 바쳐 시간을 버는 사이 이렇게 도망을 칠 수 있었다는 리타오의 말에 알렉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빌어먹을!”

이런 수치와 모욕을 당하게 될 줄이야!

알렉으로서는 치밀어 오르는 화를 억누르기 위해 가까스로 호흡을 조절해야만 했다.

“놈은 분명 우리의 뒤를 쫓아오고 있을 겁니다. 놈에게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쉴 틈이 없습니다.”

“미안하다. 모두 내 책임이다. 돌아간다면 어떤 식으로든 내가 모든 책임을 짊어질 것이고, 너희에게는 어떠한 불이익도 없도록 하겠다.”

자신의 목숨을 살려 준 보답도 반드시 하겠다는 말은 속으로만 삼키는 알렉이었다.

“그런데 도대체 누구일… 컥!”

로크와 나란히 달리던 리타오가 말을 하다 말고 앞으로 꼬꾸라졌다.

복부가 뻥- 뚫린 그녀의 모습에 로크와 와튼이 저마다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멀지 않은 곳에 놈이 서 있었다.

“젠장… 결국 여기까지인가?”

로크가 얼굴을 잔뜩 일그러트리며 아랫입술을 짓씹었다.

 

#

 

자신의 검기에 난도 당한 넬의 처참한 죽음을 바라보며 무혁은 그의 죽음에 대한 작은 경의를 표했다.

비록 적이지만, 자신의 동료를 위한 숭고한 희생을 선택한 넬의 죽음은 존경 받기에 마땅했다.

무혁은 표식도 거두지 않기로 했다.

냉정하지 못한 행동이라는 걸 알면서도 최소한 존경을 받을 만한 죽음을 선택한 넬이었기에 그의 표식까지 거두고 싶지는 않았다.

“이런 자비라도 남겨둬야 인간답다는 소리를 듣지.”

픽- 웃으며 무혁은 그렇게 말을 하고 몸을 돌렸다.

이제 동료의 희생을 밟고 도망간 이들을 잡을 차례였다.

한 놈도 살려둘 순 없다.

증거를 남겨서도 안 된다.

그렇지 않아도 여기저기서 자신을 찾으려고 하는데 연금술회까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리네.”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무혁은 곧바로 얼음성을 나와 엑시 스톤이 있는 여섯 번째 봉우리 입구로 향했다.

무혁이 엑시 스톤을 통해 얼음 바위 산을 빠져나오자 콰르르르르- 하는 소리와 함께 얼음 바위 산이 지하로 파묻히기 시작했다.

“리셋… 아니 이제 영영 없어지는 건가?”

얼음 구슬이 사라졌으니 얼음 바위 산도 존재할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모래성도 더 이상 나타나지 않겠네.”

무혁에게는 꽤나 많은 추억이 있는 모래성이었기에 약간은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감정 정리는 이쯤하고, 이제 놈들의 뒤를 쫓아가볼까?”

공략대가 얼음성을 빠져나가는 것을 알면서도 무혁이 느긋하게 넬의 공격을 받아준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위치 추적!”

사냥꾼 스킬인 위치 추적 스킬을 사용하자 곧바로 무혁의 눈에만 보이는 검은색 실선이 어디론가 길게 이어져 있었다.

쓰러진 알렉을 들쳐 업던 로크에게 걸어둔 것이었다.

“예상했던 것처럼 에텔로 향하나 보네.”

얼음 바위 산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는 에텔 뿐이었으니 도주 목적지로는 뻔했다.

하지만, 최대한 에텔과 떨어진 곳에서 공략대를 잡아야만 흔적을 지우기 편했기에 무혁은 검은색 실선을 따라 빠르게 내달리기 시작했다.

공략대를 쫓아 움직이며 무혁은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를 파악해보기로 했다.

가장 먼저 정보부터 확인했다.

 

|차무혁(13차 지구인)|

· 연차 - 2년차

· 신분 - 라시온 식민(중소도시 식민)

· 체력 - 3등급(00.00%)

· 근력 - 3등급(00.00%)

· 순발력 - 3등급(00.00%)

· 지구력 - 3등급(00.00%)

· 정마력 - 3등급(00.00%)

 

정보를 확인하던 무혁이 달리던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3… 등급이라고?”

아무리 눈을 씻고 다시 확인해도 분명 모든 고유 능력의 등급이 3등급으로 상승해 있었다.

“언제? 아니, 도대체 어떤 게….”

태양의 씨앗? 아니면, 얼음의 결정?

무혁으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

둘 중 하나가 등급을 올렸을 수도 있고, 아니면 사이좋게 정밀 수치를 50퍼센트씩 올려줬을 수도 있었다.

“몸이 좀 달라진 것 같더라니.”

무혁은 그제야 공략대를 상대로 너무나도 손쉽게 싸웠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서둘러 실드 스킬을 확인해보니 흡수력과 반사력이 10에서 15퍼센트로 올라가 있었다.

“어쩐지.”

두 번 연속으로 이뤄진 반사와 흡수까지 10퍼센트의 확률 치고는 굉장히 운이 좋았다고 생각을 했는데, 이제 보니 15퍼센트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던 것이다. 물론, 그 역시 행운이 따라줬기 때문이지만.

“3등급이라니… 거 참.”

성장 속도가 빨라도 이건 너무 빨랐다.

고유 능력을 4등급으로 올린 지 얼마나 됐다고 다시 3등급이 되었으니 무혁으로서도 뭐 이런 황당한 경우가 있나 싶었다.

“하긴, 태양의 씨앗하고 얼음의 결정을 흡수한 일이 보통 일은 아니니까.”

성장 속도가 빠른 건 사실이지만, 그만큼 대단한 일을 해낸 대가이니 누구나 수긍을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얼떨떨한 마음을 진정시키고 무혁은 다시 공략대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스킬들도 변화가 있으려나?”

스킬 정보를 확인하니 스킬이 3개나 새롭게 생겨나 있었다.

 

|태양의 증폭 - 고유(신물) : 無등급|

· 1시간 동안 정마력의 등급이 한 단계 상승한다.

· 10분 동안 모든 스킬을 정마력의 등급에 따라 폭발적으로 증폭시킨다.

· 24시간 내에 재사용이 불가능하다.

· 다른 스킬과 중복 적용이 가능하다.

· 스킬 성장과 조합이 불가능하다.

 

|얼음의 방어 - 고유(신물) : 無등급|

· 1분 동안 그 어떤 피해도 받지 않는 ‘얼음 갑옷’이 생성된다.

· 10분 동안 모든 방어 관련 스킬의 위력을 2배 증폭시킨다.

· 24시간 내에 재사용이 불가능다.

· 다른 스킬과 중복 적용이 가능하다.

· 스킬 성장과 조합이 불가능하다.

 

“…진심 미쳤다.”

스킬을 확인하며 무혁은 혀를 내둘렀다.

태양의 씨앗을 흡수하며 생겨난 ‘태양의 증폭’이라는 스킬은 다른 것도 아닌 정마력을 한 단계나 올려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정마력은 스킬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고유 능력인 만큼 높은 등급일수록 스킬을 사용했을 때의 효과가 커진다.

그런 정마력을 한 단계나 올려주니 이건 상황에 따라선 한 순간 2배, 혹은 3배 이상의 능력까지도 발휘가 가능하단 소리였다.

“완전 블랙 본의 광기 스킬의 다운 그레이드 버전 같네.”

거기에 다른 스킬과 중복이 가능하고, 후유증도 없었다.

‘얼음의 방어’라는 스킬도 결코 만만치 않았다.

특히, 1분 동안만 생긴다는 얼음 갑옷은 말 그대로 ‘무적’ 상태를 말하고 있었다.

1분은 결코 적은 시간이 아니다.

막말로 상대의 공격을 모조리 무시하면서 1분 동안 무혁은 최고의 공격만을 퍼 부울 수 있다는 건데, 그 말은 무혁보다 아무리 강한 상대라 하더라도 치명상을 가할 수 있다는 소리였다.

“추가로 10분 동안 방어 관련 스킬도 위력이 2배로 늘어나니 완전 탱커네.”

무혁은 헛웃음을 지으며 마지막 스킬을 확인했다.

 

|조각 난 신의 힘 - 고유(신물) : 無등급|

· 태양의 씨앗을 흡수하여 증폭력이 상승한다.

· 불과 관련된 모든 능력이 최대치로 상승한다.

· 얼음의 결정을 흡수하여 방어력이 상승한다.

· 얼음과 관련된 모든 능력이 최대치로 상승한다.

· 나머지 신물을 흡수해야 완벽한 신의 힘을 얻을 수 있다.

 

마지막 스킬은 패시브 스킬이었는데, 이름부터가 범상치 않았다.

“신의 힘이라고?”

유치하면서도 광오했지만, 절대 가볍게 볼 수가 없었다.

“완벽한 신의 힘을 얻을 수 있다라….”

무혁은 나머지 신물들을 모두 얻으면 과연 자신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까 궁금해졌다.

어쩌면 정말 신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기가 막힐 만한 일이겠지만, 그렇게만 된다면 무혁은 두 번 고민할 것 없이 이 빌어먹을 세상을 만들고 죄 없는 자신을 여기로 끌고 온 라시온이라는 마신부터 죽여 버릴 것이라고 다짐하는 무혁이었다.

“자신이 만든 세상에서 힘을 얻은 인간에게 죽게 된다면 기분 참 X같을 거야.”

생각만으로도 무혁은 속이 시원하다는 듯 낄낄- 거리며 웃었다.

어쨌든 목표는 확실해졌다.

이제 무혁은 남은 신물들도 모조리 독차지해서 그 힘을 모두 흡수해 거창하게 포장되어 있는 신의 힘이라는 것을 얻는 것이다.

그렇게 무혁이 다음 행선지를 어디로 정할까 고민하는 사이 멀찍이 떨어진 곳에 정신없이 도망가고 있는 공략대의 뒷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빠른 속도로 내달려 대충 거리를 잡은 무혁은 곧바로 블랙 본 활을 만들어 시위에 활을 걸었다.

“우선 하나 보내고.”

활시위를 떠난 3등급의 블랙 본 화살은 빛의 속도로 날아가 리타오의 복부를 정확하게 관통했다.

깜짝- 놀라서 멈춰선 공략대가 몸을 돌려 자신을 바라보자 무혁은 반갑다며 손까지 흔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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