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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166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8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66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66화

얼음 바위 산 (12)

 

고통은 끔찍했다.

‘이건 마치… 드래곤 뼈를 이식 할 때와 같아!’

드래곤 뼈를 이식할 때의 고통이 저절로 떠올랐다.

물론, 고통의 크기를 따지자면 이성적인 판단이 어려울 정도로 정신을 잃었던 드래곤 뼈 이식이 더욱더 클 수밖에 없었다.

오죽했으면 정신을 잃었을까.

하지만, 그때는 말 그대로 너무 고통스러워 정신줄을 놓아버렸기에 직접적인 고통의 크기를 느껴보지 못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온전한 정신으로 고통을 느껴야만 하니 당연히 그때보다 더 고통스럽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살갗을 모조리 태우는 고통.

살갗을 모조리 얼리는 고통.

온몸의 근육과 조직 세포가 모조리 태워지고, 얼려지는 고통.

무혁은 철저하게 냉동이 된 상태에서 몸속 내부적으로만 느껴야 하는 이 처참한 고통에 정신이 점점 더 파괴되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차단, 스킬이 내부 저항을 시작합니다.]

[차단, 스킬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차단 스킬이 열심히 내부 저항을 하며 무혁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지만, 아쉽게도 고통의 강도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차단, 스킬의 등급이 2등급으로 상승합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이틀째가 되자 웬만해선 등급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여겼던 차단 스킬의 등급이 올랐다.

얼마나 끔찍한 통증을 느끼는 중인지를 단적으로 알려주는 증거였다.

등급 상승으로 인해 무혁이 느껴야만 하는 고통의 크기가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정신이 파괴되기 직전까지 몰렸던 무혁은 그제야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여전히 뜨거움과 차가움에 대한 통증이 온몸을 괴롭히고 있었지만, 이전과 비교하면 충분히 견딜 수 있을 정도였다.

고통의 강도가 약화되자 무혁은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차분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여유마저 부릴 수 있게 되었다.

첫 번째로 갑자기 이런 일이 벌어진 이유를 유추해 봤다.

뜨거움과 차가움의 고통은 모래 태양과 얼음 구슬이 원인이다.

잠을 자다가 들은 소리였지만, 적응력이 어쩌고 했던 게 기억났다.

‘적응력이 최대치라고 했던가?’

하필이면 잠을 자던 와중에 들려왔던 알림이라 명확하지가 않았다.

제대로 기억나지 않으니 다음으로 넘어간다.

태양의 씨앗과 얼음의 결정을 흡수하기 시작한다고 했다.

이건 똑똑히 기억했다.

태양의 씨앗은 모래 태양이 품고 있는 힘의 근원이다.

태양의 씨앗을 흡수하지 못하면 모래 태양은 자연 소멸되어 다시 모래성으로 돌아간다.

이 때문에 무혁은 얼음 구슬이 태양의 씨앗을 흡수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여겨 얼음 바위 산을 찾은 것이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태양의 씨앗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무혁이 달성하고자 했던 목표는 아주 긍정적인 결과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얼음의 결정이라면 얼음 구슬이 품고 있는 힘의 근원이겠지?’

그런데 우습게도 얼음 구슬을 만져보지도 못한 상황에서 무혁은 얼음의 결정까지 한꺼번에 흡수를 하고 있었다.

왜?

어떻게 된 일이기에?

‘소유자 인식 과정도 거치지 않았는데….’

이 부분이 무혁의 이해를 가로 막고 있었다.

모래 태양만 하더라도 소유자 인식을 마쳐야만 완전하게 소유권이 보장되고, 그로 인해 300일이라는 기간이 설정되는 것이다.

그런데 얼음 구슬은 무혁이 제대로 살펴본 적도 없는 물건이다.

그런 상황에서 얼음의 결정인가를 흡수하기 시작했다는 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소유자 인식과 근원적인 힘을 흡수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인가?’

지금으로서는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지금의 상황을 설명할 길이 없었으니까.

‘혹시, 본래 둘이 한 쌍이라서 그런 건가?’

무혁은 제법 그럴싸한 추리라고 생각했다.

음과 양, 플러스와 마이너스는 언제나 한 세트다.

각기 따로 놀기도 하지만 둘이 하나가 되었을 때의 시너지는 더욱더 증폭된다.

마치 본래 하나였던 것들이 따로 떨어져 있는 것처럼.

태양의 씨앗과 얼음의 결정 또한 그러할지 모르고, 힘을 흡수하려면 자연스럽게 두 가지를 모두 한 공간에 가지고 있어야 한다면, 지금의 상황이 어느 정도는 수긍이 갔다.

‘내 생각이 맞다면… 다른 신물들도 상극 혹은 반쪽을 함께 소유해야 한다는 건가?’

하지만 그러자니 남아 있는 신물들의 관계가 애매했다.

‘바람 깃털, 물 수정, 뿌리 대지, 자갈 벼락… 모래 태양과 얼음 구슬처럼 뭔가 단짝의 느낌이 드는 게 없는데?’

실제로 그랬다.

바람, 물, 벼락, 그리고 땅을 상징하는 대지까지.

어떤 식으로든 상성을 이루는 조합을 명확하게 찾기가 어려웠다.

무혁은 모르고 있었지만, 이 때문에 연금술회에서도 고민이 깊었다.

각 신물마다 상성이 존재하다고 예측하면서도 모래 태양과 얼음 구슬을 제외한 나머지 신물들의 상성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우선적으로 모래 태양과 얼음 구슬을 통해 신물의 힘을 흡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그 과정을 통해 나머지 신물들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물론, 이제는 무혁으로 인해서 완전히 망해버렸지만 말이다.

‘연관성을 찾아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무혁은 도저히 파악할 수가 없었다.

‘모르겠다, 모르겠어! 하아- 돌아버리겠네!’

담배가 간절하게 생각나는 무혁이었다.

 

시간이 계속해서 흐르면서 무혁은 뜨거움과 차가움을 통해 느끼는 고통마저 내성이 생겨났는지 이제는 크게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차단 스킬의 숙련도가 얼마나 오르고 있는지 알 수도 없었다.

꽤나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딱히 특별한 알림이 없는 것으로 봐서는 아마도 미미하게 숙련도가 오르고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하긴, 지금까지 고통의 크기에 따라 차단 스킬의 숙련도가 큰 폭으로 올랐으니까.’

그렇다면 지금 충분히 견딜 만한 고통을 받고 있는 무혁의 입장에서는 차단 스킬의 내부 저항도 그리 크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또 하나.

‘흡수는 도대체 언제 끝나는 거야?’

무혁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많은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며칠이 될 수도 있고, 십일 이상이 되었을 지도 몰랐다.

그럼에도 여전히 고통이 느껴지는 것으로 봐선 아직까지도 흡수가 진행 중인 듯싶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냉동이 되고나서부터 공복감은 없다는 사실이다.

‘하긴, 신체가 완전히 정지해버렸는데 배가 고프다면 그게 이상한 거지. 이런 상황에서 배까지 고팠다면 아마 난 고통이 문제가 아니라 굶어서 죽었겠지?’

냉동된 상태로 굶어 죽는 걸 생각하니 정말 비참하다는 생각에 저절로 낄낄- 웃음이 나왔다.

‘이젠 나도 모르겠다. 뭐든 어떻게든 되겠지.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없는데… 잠이나 자자.’

무혁은 고통 속에서도, 두 눈을 부릅뜬 상태로 잠을 자겠다고 마음먹었다.

몸도 그렇지만, 정신도 서서히 보통의 인간 상태를 서서히 뛰어넘기 시작한 무혁이었다.

 

#

 

“조금만 참아! 견디라고!”

아무리 포션을 쏟아 부어도 소용이 없었다.

알렉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쿨럭- 거리며 피를 게워내는 헬라인의 모습에 그녀를 되살릴 방법이 없다는 걸 받아들여야만 했다.

툭-.

끝내 헬라인의 고개가 옆으로 힘없이 기울어졌다.

완전히 감지 못한 그녀의 두 눈을 알렉이 감겨주었다.

“미안하다. 모두 내 잘못이다.”

대원의 죽음은 결국 대장의 책임이라 여기는 알렉이었기에 헬라인의 죽음은 그에게 있어 커다란 상처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누구도 대장을 탓하지 않습니다.”

“맞아요! 이건 헬라인이 운이 없었던 것뿐이라고요!”

“너무 책임감 갖지 마요.”

대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알렉을 다독였다.

그런 격려 때문인지, 이대로 헬라인의 죽음에 대한 애도만 하고 있을 수 없다 여겼기 때문인지 알렉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모두 고생들 많았다.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한다.”

네 번째 봉우리를 정복한 공략대다.

비록, 처음으로 희생자가 생기긴 했지만, 한 사람밖에 죽지 않았다는 점은 지금까지 얼음 바위 산의 네 번째 봉우리를 정복했던 그 어떤 공략대도 해내지 못한 대단한 성과였다.

“모두 너무 지쳤으니 이틀 동안 여기서 머문다.”

장장 17일 동안이나 사투를 벌였다.

빙벽을 기어오르며, 알루카를 사냥했고, 손발이 얼어붙을 것만 같은 추위를 견뎌냈다.

실제로 몇몇 대원들은 손과 발에 심각한 동상을 입기도 했지만, 정상에 오른 이후 1등급 포션으로 증상을 완전히 치료한 상태였다.

연금술회가 다른 거대 길드나 가문보다 압도적으로 사냥 효율이 높은 이유는 바로 웬만한 상처는 그 즉시 치료를 할 수 있는 1등급 포션을 항상 넉넉하게 구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1등급 포션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단체였으니 적어도 연금술회의 임무를 위해 싸운다면 최소한 부상에 대한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었다.

물론, 헬라인처럼 심각한 부상을 입고 오랜 시간 방치를 하게 되면 제 아무리 1등급 포션이라 하더라도 무용지물이 되겠지만.

대원들이 야영을 위한 준비를 하는 동안 알렉은 헬라인의 시체를 가만히 바라봤다.

본래 연금술회의 규칙대로라면 그녀의 소지품을 모두 수거하고, 가슴이 표식까지도 도려내야만 한다.

죽은 이에 대한 애도도 중요하지만, 소유했던 것들을 모두 연금술회로 귀속시키는 것이야 말로 연금술회를 더욱더 강하게 만드는 길이라는 여겼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따진다면야 현실적이면서도 이성적인 판단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함께 싸우다 죽은 동료의 표식까지 거둔다는 건 여러모로 쉽게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었다.

알렉은 공략대를 이끄는 책임자로서 이런 부분까지도 직접 챙겨야만 했다.

“후우우-!”

죽은 헬라인의 시신을 훼손해야 한다는 사실에 알렉은 깊은 한숨 밖에 나오질 않았다.

정확하게 이틀 동안 휴식을 취하고 난 후에야 공략대는 다섯 번째 봉우리로 향했다.

“…진심 미쳤네.”

까마득한 높이의 봉우리.

거대한 먹구름마냥 새카맣게 하늘을 점령하고 있는 알루카 떼.

등산로 좌우의 빼곡하게 보이는 얼음 나무와 얼음 병사들.

봉우리 정상에서부터 굴러 떨어지는 얼음 바위까지.

공략대의 어느 누구도 다섯 번째 봉우리의 상태를 보곤 농담조차 할 수가 없었다.

“우리 저걸 뚫고 올라가야 하는 거 맞지?”

넬이 혹시나 다른 방법이 있나 싶어 그렇게 물었다.

자신의 물음이 정말 바보스럽다는 걸 알면서도 넬은 현실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뿐이었다.

“차근차근 전진하면 된다. 무리해서 나아갈 필요도 없다. 우선은 등산로 가장 아래쪽에서부터 알루카를 상대한다.”

누가 봐도 가장 까다로운 상대는 알루카였다.

알렉의 말에 대원들 또한 같은 생각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저 많은 알루카를 언제 상대하나 싶어 저절로 한숨부터 나왔다.

하지만, 곧바로 대원들의 표정에 해볼만하다는 자신감이 덧씌워졌다.

쿠오오오오오오-!

골렘 15기가 비틀린 공간을 통해서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크기만 하더라도 20미터를 훌쩍- 넘었으며, 온몸이 강철로 이루어져 있었고, 양손에는 거대한 강철검과 강철 방패를 장착한 골렘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든든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꺄아아아아아-!

침입자를 향해 맹렬하게 날아오는 엄청난 수의 알루카 떼를 향해 공략대는 골렘을 앞세우고 다섯 번째 봉우리를 정복하기 위한 전투를 시작했다.

공략대의 전투는 치열했고, 처절했다.

전투가 벌어지고 6일째 되는 날, 하늘에서 기회만 엿보던 한 마리의 알루카가 벼락처럼 하강해서 한 인간의 머리를 강력한 발톱으로 움켜쥐곤 하늘로 솟구쳐 올라갔다.

“모와이-!”

아주 잠깐, 정말 순간의 빈틈을 노출했고, 그걸 파고든 알루카의 기습적인 공격에 모와이를 잃고 말았다.

“모두 정신 똑바로 차려!”

또 한 명의 희생자가 발생하자 알렉의 표정이 악귀마냥 일그러졌다.

전투 14일째 되는 날, 얼음 병사의 창에 켄델이 목이 꿰뚫리고 말았다.

세 번째 희생자였고, 지속된 전투의 피로로 긴장감이 느슨해져가던 대원들에겐 혹독한 질책이 되었다.

전투를 시작한 지 23일째 되는 날, 기어이 마지막까지 버티던 최후의 골렘마저 쓰러지고 말았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알렉은 멀지 않은 거리의 정상을 가리키며 대원들의 동요를 잠재웠다.

정상을 코앞에 둔 25일째 되는 날에는 체력이 한계에 달한 마오가 알루카의 습격을 피하지 못하고 머리가 참혹하게 뜯겨져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젠장! 젠장! 으아아아아-!”

마오의 뇌수를 잔뜩 묻히고 하늘로 달아나버리는 알루카의 모습에 알렉은 참고 참았던 분노를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대장, 이제 정상이야.”

다섯 번째 봉우리에서만 세 명의 동료를 잃었지만, 끝내 공략대는 정상에 올라설 수 있었다.

이제 공략대에게 남은 건 마지막 여섯 번째 봉우리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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