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15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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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1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57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57화
얼음 바위 산 (3)
무혁은 사방에서 쉬지 않고 날아오는 얼음 조각들을 무표정하게 바라봤다.
무려 5시간 동안 지속되고 있는 공격이었다.
“어디보자….”
무혁은 6겹의 방어벽을 단단하게 유지하면서도 능숙하게 스킬 숙련도를 확인했다.
얼음 바위 산, 첫 번째 봉우리에서 처음 사용한 파이어 실드가 어느덧 48퍼센트를 넘어서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다이아몬드 방패, 진흙 방패, 라이트닝 실드 역시도 동일하게 숙련도가 오르고 있는 중이었다.
이전부터 사용을 했었던 아이스 실드와 윈드 실드만이 각각 56, 53퍼센트로 조금 더 높은 상태였다.
무혁은 고개를 들어 첫 번째 봉우리의 끝을 바라봤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오른다면 앞으로 2시간 정도면 정상에 닿는다.
지금까지 5시간에 걸쳐 빠른 속도로 이곳까지 올라왔지만, 계속해서 이동을 할 수 있었던 건 아니었다.
중간에 한 번 마력 스킬들을 사용하지 않고 방패를 꺼내 제자리에서 얼음 나무들의 공격을 받아내야만 했었다.
마력 스킬로 방어를 할 때는 날듯이 이동을 할 수 있었지만, 방패로 얼음 공격을 막으려고 하니 사방에서 날아드는 얼음 공격을 막느라 한 발자국을 떼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때 느꼈다.
마력 스킬이 아니었다면 제아무리 무혁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했더라도 절대 혼자서는 첫 번째 봉우리조차 오를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다 보니 마력 스킬에 대한 적응력이 제아무리 뛰어난 무혁이라 하더라도 5시간 내내 마력 스킬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면서 이동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7등급 스킬이기에 사용하기에 부담이 덜한 건 사실이지만, 그만큼 등급이 낮기 때문에 내구성이 뛰어나지 못해 수시로 스킬을 반복해야만 했다.
물론, 6겹의 방어벽을 형성해서 내구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긴 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높은 등급의 제대로 된 방어 스킬과 비교할 순 없었다.
“역시 이것저것 많아봐야 제대로 된 하나만도 못하다니까.”
쉽게 깨져버리는 6겹의 방어벽들을 바라보며 무혁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덕분에 하나의 목표가 새로 생겼다.
바로 제대로 된 하나의 방어 스킬을 새롭게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현재 사용하고 있는 6겹의 방어 스킬들을 모두 6등급으로 올려놓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안되겠어. 여기서 빡세게 한 번 굴러보자.”
무혁은 이곳만큼 자신을 단련시키기 좋은 곳이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얼음 나무는 말 그대로 쉬지 않고 계속해서 얼음 조각을 날려대니 그걸 막는 것만으로도 무혁으로서는 수련의 방법으로 삼을 수 있었다.
“겸사겸사 스킬 숙련도도 올리고.”
앞으로 정상까지 남은 거리는 2시간.
지금으로서는 그 정도는 버틸 수 있었다.
중간에 한 차례 30분 정도 마력 스킬을 중단하긴 했지만, 그 정도로 몸의 부담을 완전히 해소할 순 없었다.
최소한 4시간 이상은 완전히 휴식을 가져야만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올 것 같았다.
지금까지 무혁이 마력 스킬을 사용해온 것만 하더라도 놀라고 경악할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혁은 만족스러움을 느끼지 못했다.
포지션 트레이닝 당시 다이아 방울뱀을 상대로 마력 스킬만을 집중적으로 사용하며 몸을 적응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무혁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남들이 자신의 모습을 보고 놀라든 말든 무혁 스스로는 고작 7등급 마력 스킬만으로도 이렇게 부담을 느끼는 자신의 상태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서 구르기로 했다.
결정을 내린 무혁은 거침없이 정상을 향해 걸었다.
예상했던 것처럼 2시간만에 무혁은 첫 번째 봉우리 정상에 도착했다.
봉우리 정상에는 두 번째 봉우리로 향하는 입구와도 같은 빙판이 중앙에 자리를 잡고 있었고, 그 주변은 새하얀 눈밭이었다.
“든든하게 배부터 채우고 한 숨 푹- 자고 일어나면 되겠네.”
무혁은 곧바로 한쪽 공간에 위장 텐트를 쳤다.
“뭘 먹을까?”
그 앞에서 공간 주머니에 미리 넣어뒀던 음식들을 확인했다.
“라면?”
알프스에서 먹는 라면이 그렇게 맛있다고 했던 어느 연예인의 말이 갑작스럽게 떠오른 무혁은 두 번 고민할 것 없이 메뉴로 라면을 선택했다.
비록 알프스는 아니지만,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산의 정상에서 먹는 라면 맛은 일품이었다.
“식도락이 뭐 별건가.”
낄낄- 웃으며 라면 국물을 마시던 무혁은 밥까지 꺼내서 야무지게 말아먹었다.
무혁은 라면에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고 나서야 텐트 안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
“첫 번째 봉우리를 돌파하는데 평균적으로 10일 정도가 소요된다. 하지만, 우리는 8일! 평균적인 돌파 날짜보다 이틀을 앞당긴다!”
얼음 바위 산 공략대의 총책임을 맡은 알렉이 대원들을 모아놓고 그렇게 말했다.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닙니까? 제가 알기로 얼음 바위 산의 첫 번째 봉우리를 무리 없이 오르기 위해선 기본 네 명으로 이루어진 가디언들이 4등급 이상의 방패로 무장을 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가디언이 둘 뿐입니다.”
두 명의 가디언이 방어에만 치중하기엔 체력적인 부담이 너무 컸고, 이동 속도 또한 제대로 낼 수가 없다는 뜻이었다.
여기에 각종 실드 스킬을 보유한 이들도 최소 4명 이상은 되어야만 했다.
얼음 조각의 위력은 굉장히 막강했기에 1차적으로 실드 스킬을 이용해서 위력을 떨어트려놓지 않으면 몸으로 직접 막았을 경우 데미지가 쌓이는 걸 피하기란 불가능했다.
1초에도 수십 차례나 되는 얼음 조각을 아무리 튼튼한 방패를 들어 막아낸다 하더라도 데미지가 쌓이고, 쌓이면 결국엔 첫 번째 봉우리에서 가디언의 체력이 완전 방전이 될 가능성이 컸다.
그렇다보니 많은 이들이 얼음 바위 산의 첫 번째 봉우리에서 포기를 하는 일이 많았다.
어떠한 꼼수도 통하지 않고, 오로지 묵묵하게 정면 돌파를 해야만 했기에 얼음 바위 산은 첫 번째 봉우리를 정복하는 일조차 쉽지가 않은 것이었다.
“도미닉, 그런 건 걱정할 필요 없다. 이번에 우리 연구진들이 오랜 시간 공을 들였던 골렘 개발에 1차 목표에 도달했고, 회장님께서 우리에게 그걸 시험해볼 권한을 주셨다.”
“맙소사! 정말입니까? 그럼 골렘을 방패막이로 사용하는 것입니까?”
“그렇다! 20기의 골렘을 지원 받았으니 첫 번째 봉우리는 큰 장애물이 되지 않으리라 본다!”
“그렇다면 8일이 아니라, 5일만에도 오를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자신감 넘치는 로크의 말에 알렉은 진정하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20기의 골렘을 최대한 보존해서 돌아와야 하는 것 또한 우리에게 내려진 임무다.”
알렉의 말에 로크와 다른 대원들 또한 그 뜻을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첫 번째 봉우리는 더 이상 걱정할 것 없겠지만… 두 번째 봉우리가 문제로군요.”
누군가의 말에 알렉도 그건 직접 몸으로 부딪혀서 이겨내는 수밖에 없다고 대답했다.
“어차피 시간은 우리의 편이니 걱정할 것 없다. 차근차근 얼음 바위 산의 모든 봉우리를 점령하고 우리의 목표인 얼음 구슬을 확보하면 된다!”
얼음 바위 산을 공략하기 위해선 충분한 인적, 물적 자원을 확보하고 있는 거대 길드나 가문에서 공략대를 파견해야만 한다.
다행스럽게도 현재 얼음 바위 산에 공략대를 보낸 곳은 없었다.
설령, 준비를 하고 있다 하더라도 연금술회에서 공략대를 먼저 출발시킨 이상 그들이 공략에 성공하든, 실패하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진행을 멈춰야만 한다.
제아무리 헬-라시온에서 손에 꼽히는 길드와 가문이라 하더라도 연금술회와 척을 져서 좋을 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 이틀 후 얼음 바위 산 공략을 위해 이동할 것이니 그때까지 모든 준비를 마치도록 한다! 단, 서두를 필요는 없으니 빠짐없이 완벽하게 정비를 갖추도록! 이상, 해산!”
알렉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미 그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은 한 인간이 첫 번째 봉우리를 제 집 앞마당처럼 휘젓고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
[파이어 실드, 스킬의 등급이 6등급으로 상승합니다.]
파이어 실드를 시작으로 다이아몬드 방패, 진흙 방패, 라이트닝 실드까지 순차적으로 등급이 상승했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난 무혁은 다시 정상에서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묵묵하게 마력 스킬을 시전하면서 얼음 나무들의 공격을 받아냈다.
그 결과 3시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원하던 모든 방어 스킬들의 등급을 6등급으로 올릴 수 있었다.
다시 정상으로 돌아온 무혁은 곧바로 스킬 조합을 시도했다.
[스킬 조합을 시작합니다.]
[아이스 실드, 파이어 실드, 윈드 실드, 라이트닝 실드, 다이아몬드 방패, 진흙 방패, 스킬을 조합합니다.]
[스킬 조합에 성공합니다.]
[새로운 스킬의 이름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임의적으로 새로운 스킬의 이름을 등록합니다.]
[통합 실드, 스킬이 등록됩니다.]
[통합 실드, 스킬의 이름은 한 차례 변경 가능합니다.]
어쩌면 무혁에게 있어서 가장 사기적인 스킬은 2등급의 스킬 조합일지도 몰랐다.
다른 이들에게 스킬 조합은 말 그대로 대박은커녕, 본전도 제대로 건지기 힘든 극악한 확률의 도박에 가까웠지만, 무혁에게는 딴 나라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역시나 이번에도 무혁은 아주 손쉽게 스킬 조합에 성공했다.
|통합 실드 - 고유 : 7등급(00.00%)|
· 6가지의 실드가 하나로 통합되어 막강한 방어력을 자랑한다.
· 공격을 막아냈을 경우 통합된 고유 속성을 10% 확률로 흡수한다.
· 공격을 막아냈을 경우 10% 확률로 반사한다.
· 정마력 등급에 따라 방어력, 흡수력, 반사력이 상승한다.
· 등급이 올라갈수록 개수가 증가한다.
· 드래곤 카오네이트의 일부인 블랙 본은 모든 마력 스킬을 변형, 증폭시킨다.
· 스킬 조합이 불가능하다.
“…대박이지?”
무혁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두 번 보고, 세 번을 봐도 새롭게 조합된 ‘통합 실드’의 위력은 대박이었다.
“통합 실드!”
마력 스킬을 전개하자 곧바로 성인 남자 몸통만한 크기의 둥그런 검은 막이 생겨났는데, 놀랍게도 블랙홀마냥 무언가를 빨아들일 것처럼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이것저것 섞여서 색깔이 검은 건가? 아니면, 블랙 본 영향인가?”
이유야 알 수 없지만 뭔가 일반적인 실드의 느낌과는 거리가 좀 멀어 보였으며, 내부적으로도 쉬지 않고 회전을 하는 모양새가 꽤나 인상적인 느낌을 주고 있었다.
겉모습을 확인했으니 이제는 위력을 시험해볼 차례였다.
무혁은 서둘러 정상에서 내려왔다.
콰드득! 콰드득! 콰드득!
무혁이 등장하기가 무섭게 좌우의 얼음나무들이 몸을 떨어대며 얼음 조각을 날렸다.
무혁은 재빨리 미리 만들어 놓은 통합 실드를 우측으로 이동시키고는 좌측에 또 하나의 통합 실드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퍼퍼퍼퍼퍼퍼퍼퍽!
“으윽!”
좌측에 통합 실드를 만들어내자 우측으로 이동시켜놓았던 것이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덕분에 무혁은 수십 개의 얼음 조각세례를 온몸으로 고스란히 받아내고 말았다.
여전히 쉬지 않고 날아오는 얼음 조각을 보며 무혁은 다급히 정상으로 올라왔다.
[차단, 스킬이 내부 저항을 시작합니다.]
[차단, 스킬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몸속으로 빠르게 침투하던 차디찬 한기가 차단되어 사라졌다.
4등급 방어구가 아니었다면 꽤나 큰 타격을 입었을 상황이었다.
“…젠장. 그래 너무 좋다 싶었다.”
고작 하나 밖에 만들어내지 못하는 통합 실드에 무혁의 미간이 잔뜩 일그러졌다.
다른 실드들은 7등급일 때부터 최소 3개 이상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그런데 통합 실드는 고작 하나 밖에 만들어내지 못했으니 무혁으로서는 최소 통합 실드를 2개 이상을 만들어내기 전까지는 두 번째 봉우리로 올라갈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어차피 구를 생각이었는데 잘 됐지 뭐!”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무혁의 표정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그로부터 이틀 뒤.
[실드, 스킬의 등급이 6등급으로 상승합니다.]
“숙련도 진짜… 지랄 같네.”
이를 바득바득- 갈아붙이는 무혁은 드디어 두 개의 실드를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다.
통합 실드의 이름은 간단하게 ‘실드’로 변경했고, 그 위력은 예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뛰어났다.
다만, 하나 밖에 만들어 내지 못한다는 점과 엄청나게 느리게 올라가는 숙련도로 인해 무혁은 몇 번이나 스킬 숙련도 알약을 꺼냈다 넣었는지 모른다.
고작 7등급짜리 스킬에 사용할 스킬 숙련도 알약이 아니었기에 무혁은 참고 견디며 실드의 등급을 올렸고, 동시에 마력 스킬에 대한 적응력도 한층 더 향상시킬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두 번째 봉우리로 향할 때였다.
“두 번은 안 당하지.”
첫 번째 봉우리로 입장을 하면서 당했던 봉변을 떠올리며 무혁은 빙판을 지그시 밟았다.
[얼음 바위 산, 두 번째 봉우리로 이동합니다.]
후우우아아아앙-!
차디찬 바람이 무혁의 몸을 휘감았다.
무혁이 얼음 바위 산의 두 번째 봉우리로 이동하는 그 시각, 연금술회의 공략대가 에텔에 도착했다.
곧바로 얼음 바위 산으로 향하려던 알렉은 하필이면 현재 기상 상황이 최악이라는 소리에 어쩔 수 없이 하루를 도시에서 머물러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