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156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2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56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56화
얼음 바위 산 (2)
몰아치는 눈보라 속을 무혁은 어떠한 장애물 하나 없이 편안하게 내달렸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기 전에 거대한 빙산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가 얼음 바위 산?”
무혁은 자신의 눈앞에 자리한 어마어마한 크기의 얼음 바위 산을 바라보며 담배를 꺼내 물었다.
담배 연기를 길게 뿜어내며 무혁은 부디 모래 태양을 얻을 때와 같은 개고생만 면하자는 바람을 가졌다.
“그래, 그때보다는 낫겠지.”
모래 위에 세워진 모래성은 지하 10층까지 이루어져 있었다.
반면, 얼음 바위 산은 고작 6개의 봉우리뿐이었다.
같은 난이도라 하더라도 얼음 바위 산은 모래성에 비해 돌파해야 할 곳이 4곳이나 적었다.
“문제는 등급인데…….”
모래성은 6등급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등급 부적격 판정을 받고 있는 곳이고, 얼음 바위 산은 4등급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모래성도 4등급 정도라고 보면 되려나?”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현재 무혁의 실력이라 하더라도 모래성 9층을 정면으로 돌파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어쩌면 이제 진입을 시도해야 하는 얼음 바위 산 역시도 4등급이라 알려져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그 이상의 등급일지도 모른다 여기니 무혁은 괜히 입에 문 담배 맛이 쓰게 느껴졌다.
“가보면 알겠지.”
어차피 입구에 서서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야 의미 없었다.
직접 눈으로 보고, 몸으로 부딪혀봐야 확실하게 견적이 나오는 법.
무혁은 질겅질겅- 씹고 있던 담배를 퉤- 뱉어버리고는 기합을 터트렸다.
“아자! 아자! 아자!”
스스로에게 힘을 북돋운 무혁은 그 높이만 하더라도 아찔한 얼음 바위 산의 입구로 보이는 빙판으로 걸음을 내딛었다.
[얼음 바위 산, 첫 번째 봉우리로 이동합니다.]
후와아아아앙-!
머릿속의 울림과 동시에 눈을 시리게 만들 정도로 차가운 바람이 무혁의 몸을 휘감았다.
“……!”
바람은 곧바로 강력한 소용돌이처럼 변하더니 무혁의 몸을 붕- 떠오르게 만들었다.
갑작스런 상황에 무혁이 저항을 하려다가 이내 얼음 바위 산으로 입장하기 위한 장치임을 깨닫고는 가만히 그 바람에 몸을 맡겼다.
콰자자자작!
발밑의 빙판이 산산조각 나며 허공으로 떠오른 빙판 조각들과 함께 무혁의 몸 또한 그대로 하늘로 솟구쳐서 사라져버렸다.
#
“얼음 바위 산?”
“예. 모래 태양이 있는 모래성은 현재 리셋 중입니다.”
면도를 깔끔하게 한 말끔한 정장 차림의 신사가 가만히 자신에게 대답을 하는 남자를 바라봤다.
“리셋이라면 누군가 모래 태양을 가져갔다는 소리겠군? 아! 혹시 탐사대인가? 얼음 칼날 숲 탐사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가장 필요한 건 역시 모래 태양이겠지. 아쉽지만, 그놈들이라면 어쩔 수 없겠군.”
“그렇지 않아도 확인을 해봤습니다만, 탐사대는 아닌 듯싶습니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모래 태양을 확보하기 위해 엑소더스 길드에서 가장 먼저 움직였지만, 그들도 이미 한발 늦었으며, 모래 태양을 가져간 자를 찾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엑소더스가 한발 늦었다고? 마르윈 그 능구렁이가?”
신사는 믿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비웃음을 지었다.
“팔머가 이끄는 레드 팀이 직접 투입되고도 허탕을 쳤다고 하니 분명 사실인 듯싶습니다. 그리고 현재 엑소더스 길드와 로만 가문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합니다.”
“그 두 놈이 앙숙인 건 다 아는 사실이고.”
서로 치고받으며 싸우든 말든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듯 신사는 더 이상 그 이야기에 대해선 말하지 말라며 손을 내저었다.
신사로서는 직접 신경 써야 할 일만 하더라도 여기저기 산재해 있는데, 남의 밥그릇 싸움에까지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지금 우리가 확보할 수 있는 건 얼음 구슬 밖에 없다는 거지?”
“예. 모래 태양과 얼음 구슬을 대상으로 준비를 했기에 모래 태양을 누가 가져갔는지 알 수 없는 이상 저희가 확보를 할 수 있는 신물은 얼음 구슬뿐입니다.”
“모래 태양에 대해서는 신경 꺼. 어차피 나중에 다시 가지러 가면 되는 일이니까.”
남자 역시 모래 태양이야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라는 걸 알기에 그러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얼음 바위 산으로 공략대를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남자의 말에 신사는 그렇게 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알아서 하도록 하고. 흔적을 찾았다면서?”
신사의 물음에 남자가 곧장 대답했다.
“확실해졌습니다. 총 39명 중 3명이 빠져 있었으며, 그중 두 명의 신원을 확보했습니다.”
“찾았다 이거지?”
처음으로 신사의 눈빛이 서늘하게 번뜩였다.
“한 명은 흑인으로 ‘케저번’이라는 4년 차 남자입니다. 카운이라는 소도시에서 거주 중인 것으로 확인이 됐습니다. 나머지 한 명은 ‘티샤’라는 백인 여자로 마찬가지로 4년 차며, 작년까지 마슈아 마을에서 거주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현재 거주지를 추적 중에 있으니 길어봐야 두 달 안으로 알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둘은 됐고. 남은 한 놈은?”
“둘을 잡으면 자연스럽게 확인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어떤 일보다도 확실하게 처리하도록 해.”
“예. 알겠습니다.”
“철저하게 처리해.”
재차 당부를 하는 신사의 모습에 남자가 무슨 일이라도 있냐는 듯 조심스럽게 물었다.
신사가 얼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요즘 자꾸만 꿈에 나와.”
“예? 꿈 말입니까?”
“그래. 꿈에 나와서 날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가는데… 느낌이 영 좋질 않아.”
“자신의 흔적이 모두 지워지는 걸 두려워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안심하라는 듯한 남자의 말에 그나마 신사의 표정이 조금씩 풀어졌다.
“그래, 그렇겠지. 놈과의 지긋지긋한 악연… 내 손으로 직접 모두 끊어 주마, 하즈머.”
#
“이런 X발…….”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무혁의 입에서 절로 욕이 튀어나왔다.
얼음 바위 산, 그 첫 번째 봉우리로 이동이 된다는 소리에 가만히 몸을 맡겼더니 이런 봉변을 당하고 말았다.
“젠장.”
헬-라시온의 세상이 그렇듯 하여간에 마음에 드는 구석이라고는 한 점도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머릿속으로 새기는 무혁이었다.
온몸에 덕지덕지- 달라붙은 눈들을 털어내며 무혁은 주변을 돌아봤다.
눈앞에 제법 큼지막한 빙산이 떡- 하니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리고 무혁의 위치는 그 산을 올라가기 위한 초입이었다.
그 곁에는 모래성에서 봤던 것처럼 검은 광채를 발산하고 있는 성인 몸통만 한 바위, 엑시 스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견적이 나온다.
봉우리니 어쩌니 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이건 등산이다.
높이가 얼마나 될지 모르는 제법 큰 산의 정상까지 올라가야만 다음 봉우리로 향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무혁은 등산을 좋아하지 않았다.
어차피 내려와야 할 산을 왜 부득부득- 올라가려고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
여름에는 덥고, 온갖 벌레들이 달려들어서 싫었고, 겨울에는 춥고, 위험하니 싫었다. 그렇다고 봄이나 가을에 산을 찾지도 않았다.
그냥 무혁은 태생적으로 등산과는 친분이 없었고, 친해지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팔자에도 없는 등산이라니…….”
한탄스럽다는 듯 한숨을 푹푹- 내쉬며 무혁은 친절하게도 정상으로 향하는 길을 알려주고 있는 등산로를 따라 얼음 바위 산, 첫 번째 봉우리를 오르기 시작했다.
“이거 도대체 얼마나 높은 거야? 웬만한 뒷산 수준이 아닌데… 설마, 점점 더 봉우리의 높이가 높아지는 건 아니겠지?”
무혁은 자신의 바람이 부질없을 것이라는 걸 직감했다.
어쩌면 마지막 여섯 번째 봉우리는 올려다보는 것이 힘들 정도로 까마득한 높이를 자랑하는 거대한 산, 아니 엄청나게 거대한 산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훅- 밀려들었다.
“여긴 엄홍길 대장님이 왔어야 했어.”
동네 뒷산도 제대로 올라가 본 적이 없는 무혁에게 얼음 바위 산은 최악의 상대였다.
등산로를 따라서 걷던 무혁의 의욕이 빠른 속도로 꺾여 나갈 때였다.
콰드득! 콰드득! 콰드득!
얼음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무혁의 좌우에서 주먹만 한 크기의 얼음 조각들이 날아왔다.
얼핏 보더라도 맞는 순간 피부가 찢어지고, 뼈가 부서질 것처럼 단단해 보이는 얼음 조각들은 살인적인 예기와 파괴력을 엿보이고 있었다.
“파이어 실드!”
무혁은 알라바바 상회에서 구입한 파이어 실드 스킬을 펼쳤다.
화르르르륵!
성인 남자의 몸통만 한 사각 형태의 불덩어리가 무혁을 보호하듯 좌우로 생겨났다.
날아오는 얼음 조각들을 막아내려고 했지만, 아쉽게도 고작 7등급에 불과한 파이어 실드로는 얼음 조각을 막을 수 없는지 곧바로 수증기를 뿌려대며 빠른 속도로 크기가 작아졌다.
“아이스 실드!”
파이어 실드를 뚫고 날아오는 얼음 조각들을 막기 위해 무혁은 같은 얼음으로 된 방패를 만들었다.
콰작- 퍽! 콰작! 퍽퍽!
얼음 방패와 얼음 조각이 충돌하며 요란스러운 소음을 만들어냈다.
얼음 파편들도 사방으로 흩날렸다.
흩날리는 얼음 파편들 속에서 무혁은 도대체 누가 얼음 조각을 날리는 것인지 그 주인공부터 찾았다.
언제까지 공격을 받고만 있을 수 없었으니, 그걸 날리는 놈을 잡는 것이 순서였다.
하지만, 곧바로 무혁의 두 눈동자가 황당함으로 물들었다.
얼음 조각은 등산로 좌우로 빽빽한 얼음 나무숲에서 쉬지 않고 날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얼음 조각을 날리는 건 놀랍게도.
“나무?”
분명했다.
무혁에게 얼음 조각을 날리는 주체는 어처구니없게도 좌우로 가득 서 있는 얼음 나무였다.
얼음 나무가 몸을 부르르- 떨어댈 때마다 가지를 이루고 있는 얼음 조각들이 나무에서 떨어져 나오고 있었다.
“…꼭대기까지 올라가려면 저 얼음 조각 공격을 계속 받아야 한다고?”
무혁으로서는 뭐 이런 황당한 일이 다 있나 싶었다.
이건 뭐 숫제 방어만 하라는 소리였다.
“첫 번째 봉우리부터 아주 가관이구만.”
무혁으로서는 지금 이 상황이 기가 막혔지만, 그렇다고 첫 번째 봉우리 전체나 다름없는 얼음 나무들을 모조리 파괴시키지 못하는 이상 묵묵하게 얼음 조각 공격을 견뎌내는 수밖에 없었다.
방법을 찾고자 한다면 없는 것도 아니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모래 태양을 이용하면 된다.
하지만, 무혁은 모래 태양으로 편하게 통과하는 것보단 이 기회마저도 자신의 성장의 발판으로 삼기로 했다.
“그래, 어차피 스킬 숙련도도 올려야 하는데 잘 됐네.”
그렇게 말을 내뱉은 무혁은 곧장 자신이 펼칠 수 있는 방어 스킬을 한꺼번에 전개했다.
“파이어 실드! 아이스 실드! 윈드 실드! 다이아몬드 방패! 진흙 방패! 라이트닝 실드!”
무려 6개나 되는 방어벽이 겹겹으로 무혁의 몸을 중심으로 펼쳐졌다.
다른 이들이 보면 놀라서 입이 떡! 벌어질 일이었다.
그 화려한 방어벽 속에서 무혁이 얼음 나무들을 향해 비웃듯 말했다.
“뚫을 수 있으면 뚫어봐.”
무혁의 도발에 분노한 듯 얼음 나무들이 좌우에서 미친 듯이 요동을 쳤고, 그로 인해 얼음 조각들 또한 세 배 이상 늘어나서 날아들었다.
콰작! 퍽퍽! 파지직! 쩡쩡-!
말 그대로 장관이 펼쳐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수백 발의 얼음 조각들이 날아드는 상황 속에서도 무혁은 태연스럽게 등산로를 따라서 정상을 향해 걸어 나갔다.
“다이아몬드 방패! 윈드 실드!”
자신이 펼친 방어벽이 깨지거나 위태로울 때마다 무혁은 곧바로 다시 방어벽을 쌓았다.
놀랍게도 무혁은 6개나 되는 마력 스킬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의 부담도 느끼지 않는다는 듯 평온한 표정이었다.
기본적으로 모든 방어 스킬들의 등급이 7등급이라는 점도 있었지만, 마력 스킬에 대한 적응력이 크게 향상된 데다 포지션 트레이닝을 통해 정마력 등급이 4등급으로 오른 점이 주효했다.
덕분에 무혁은 7등급 마력 스킬이라면 6개가 아닌 10개를 동시에 퍼붓는다 해도 너끈하게 버틸 정도로 완벽한 몸과 정신으로 탈바꿈이 된 상태였다.
“이게 전부라면 첫 번째 봉우리는 별거 없네.”
긴장했던 것만큼 크게 걱정할 것도 없어보였다.
무혁의 비웃음에 얼음 나무들이 발악을 하듯이 몸을 떨어댔다.
콰득! 콰드득! 콰득콰득! 콰드드득!
셀 수 없을 정도의 얼음 조각들이 얼음 나무에서 떨어져 나왔고, 무혁을 향해 맹렬하게 날아갔다.
하지만, 모두 무용지물이었다.
무혁이 만들어 낸 6개의 방어벽은 하나하나 보면 별거 아니었지만, 6개가 겹겹이 쌓이자 그 방어력은 결코 얼음 조각이 뚫을 수 있을 정도로 얄팍하지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음 나무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무혁을 공격했다.
무혁 또한 방어벽이 깨져나갈 때마다 새롭게 만들길 반복했다.
지금까지 얼음 바위 산에 도전했던 수많은 도전자들 중 첫 번째 봉우리를 이렇게 쉽게 등반한 인간이 있었던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러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는 무혁은 4등급 얼음 바위 산의 첫 번째 봉우리가 참 별거 없다고 여길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