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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193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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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93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93화

마수의 대지 (14)

 

“하아아- 암!”

입이 찢어지도록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켠 에디가 눈가에 살짝 묻어 나온 눈물을 손으로 슥- 닦아내며 말을 했다.

“이제 더 이상 사냥감도 없을 것 같은데 우리도 돌아가자!”

지루해서 견딜 수 없다는 듯 에디가 그렇게 말하자, 로사 역시 같은 의견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에디 말처럼 더 이상 마수의 대지에 누가 남아 있겠어? 돌아갈 놈들은 다 돌아갔을 것 같으니까 우리도 이만 철수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팔머?”

로사마저 그렇게 말하며 팔머를 바라보며 묻자, 그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지.”

최종 결정권자인 팔머가 승낙을 하자 에디가 이제야 해방이라는 듯 개운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런데 연금술회가 벌써 돌아갔을까?”

로이의 말에 로사가 그게 무슨 상관이냐는 듯 대꾸했다.

“어차피 연금술회는 우리 사냥감도 아닌데 무슨 상관이야?”

도시 길드인 엑소더스 길드에서도 쉽사리 건드릴 수 없는 집단이 바로 연금술회다.

즉, 사냥감이 아니니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다.

“보나마나 그 약쟁이 놈들 약 빨면서 마수의 대지를 휘젓고 다닐 게 뻔해. 재수 없는 새끼들! 언제 한 번 제대로 걸리기만 해봐. 아주 모조리 잿더미로 만들어 버릴 테니까!”

에디가 생각만 해도 짜증난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연금술을 ‘약빨’이라고 여기는 에디였기에 그 순간의 힘에 기대어 헬-라시온에서 거만을 떨어대는 연금술회는 눈엣가시와 같은 존재였다.

“연금술회와 충돌하면 아마 에디 너부터 위험할 걸?”

로사가 그렇게 비아냥거리자 에디의 얼굴이 더욱더 일그러졌다.

“위험하긴 누가! 솔직히 말해서 케일테자만 없었으면 내 손에 먼저 연금술회가 박살났어! 누가 진짜 케일테자만 모가지만 비틀어라! 그러면 내가 앞장서서 연금술회를 와해시킬 테니까! 이렇게 제대로 된 킬러가 없나?”

“하이 랭커인 케일테자만을 잡을 수 있는 킬러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 소문에는 이미 케일테자만이 타일러보다 강하다는 말도 있어.”

“미친! 개소리야! 개소리!”

타일러는 헬-라시온 공식적인 랭킹 1위, 최강의 하이 랭커라 불리는 인간이다.

그런 타일러가 케일테자만보다 약하다?

에디는 절대 그럴 수 없다는 듯 강하게 부정했다.

“케일테자만 그 새끼는 100퍼센트 약빨이야! 순수하게 붙으면 10초도 못 버텨!”

“에디 네 말대로 케일테자만이 약빨이라 하더라도 어쨌든 타일러를 상대할 수 있다는 게 중요한 거야. 막말로 에디 넌 약빨로라도 타일러를 상대할 수 있어?”

“그건….”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어버리는 에디의 모습에 로사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었다.

“젠장! 빌어먹을 약쟁이 새끼!”

“그것도 다 능력인 거야. 억울하면 너도 지금부터라도 연금술을 시작하던지.”

로사의 말에 에디는 더 이상 그녀와 대화를 나눠봐야 신경질만 난다는 듯 고개를 돌려버리고 말았다.

에디가 말을 안하겠다며 고개를 돌려버리자 로사가 로이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런데 연금술회는 왜?”

“유일하게 마수의 대지를 탐사한 게 연금술회일 텐데 그들에게서 조금이라도 정보가 될 것이 있나 물어보려고. 이대로 길드로 돌아가는 것보다는 어쨌든 도움이 될 만한 최소한의 정보라도 얻어낼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흠….”

팔머 역시 이대로 그냥 돌아가자니 솔직히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물론, 마기 중독 현상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걸 길드 내에서도 충분히 이해하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아무런 소득도 없이 돌아가자니 영 껄끄러운 건 사실이었다.

“그놈들이 알려줄 거라고 생각해?”

에디는 말 같지도 않는 소리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당연히 쉽지는 않겠지.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잖아.”

긍정적인 로이의 모습에 에디는 어휴- 하며 한숨을 내쉬었고, 잠시 갈등하던 팔머는 이내 연금술회를 기다려보자고 결정을 내렸다.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 없을지 알 순 없지만, 미리 포기해버리는 건 아니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금술회가 거만한 건 사실이지만, 엑소더스 길드를 무시할 정도로 사이가 나쁘진 않았기에 적은 정보라도 얻을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해보는 팔머였다.

“젠장!”

또다시 지루하게 시간만 허비하게 생겼다며 에디는 연신 투덜거렸다.

그렇게 팔머의 팀은 마수의 대지에서 씨노버 마을로 돌아가는 길목에 자리를 잡고 연금술회를 기다렸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 사흘이 흘렀다.

연금술회만이 마수의 대지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여겼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미련한 놈들. 아니다 싶으면 일찍 빠졌어야지. 왜 멍청하게 시간만 끌다가 이 꼴을 당해. 큭큭!”

에디는 눈도 감지 못하고 죽은 이들의 표식을 뜯어내며 그렇게 조롱하듯 웃었다.

마수의 대지에 대한 인간들의 탐구심은 강했고, 그만큼 뭐 하나라도 건져보겠다며 주변을 맴돌다 뒤늦게 포기하고 돌아가다 팔머의 팀에게 사냥을 당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이들은 지난 삼일 동안 3팀이나 되었고, 그 인원수는 스무 명이 넘었다.

“우리가 그런 말할 자격은 없지. 따지고 보면 우리도 마찬가지니까.”

로사의 말에 에디는 낄낄- 거리며 그건 그렇다고 대꾸했다.

“마냥 지루할 줄 알았는데, 그나마 이런 놈들이 남아 있어서 다행이야. 자, 로이!”

에디는 방금 죽인 이들의 표식을 가죽 주머니 하나에 담아서 로이에게 던졌다.

로이는 에디가 던진 가죽 주머니를 받아서 곧바로 공간 주머니에 넣었다.

이번에 사냥을 한 이들의 표식은 모두 로이가 중앙 탑에서 정산을 받아, 공평하게 4등분을 할 것이다.

이전부터 항상 해왔던 일이었다.

“한 바탕 했더니 출출하네. 가볍게 식사라도 할까?”

에디의 말에 다른 이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곧바로 자신의 취향대로 공간 주머니에 저장해둔 음간을 꺼냈다.

에디는 햄버거와 콜라를 마셨고, 로사와 로이는 피자를, 팔머는 핏기가 뚝뚝- 떨어지는 스테이크를 자르지도 않고 통으로 뜯어 먹었다.

“연금술회 놈들 도대체 뭘 얼마나 헤집고 다니기에 이렇게 늦는 걸까?”

에디가 햄버거를 우걱우걱- 씹어 먹으며 그렇게 말했다.

“연금술회에서 키메라 연구도 한다고 하니까 마수들의 샘플을 채취하느라 정신이 없나보지. 그냥 느긋하게 생각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을 거야, 에디.”

“키메라라니… 예전부터 생각을 했던 거지만, 케일테자만은 정말 제대로 미친놈이 분명해.”

에디가 상종도 하고 싶지 않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우리와 생각하는 게 다르긴 하지만 그만큼 능력이 있는 건 사실이지 뭐. 그런데 따지고 보면 우리도 정상은 아니잖아?”

로사의 말에 로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것도 그렇지. 큭큭!”

방금 사람들을 눈도 깜짝하지 않고 죽여 놓고 태연스럽게 햄버거로 배를 채우고 있으니 에디는 스스로 생각해도 제정신은 아니라 여겼다.

“누가 온다.”

마수의 대지 쪽을 바라보며 큼지막한 스테이크를 손으로 들고 뜯어 먹던 팔머가 그렇게 말했다.

에디 등도 고개를 돌려서 멀리서부터 보이기 시작하는 작은 그림자를 바라봤다.

“저 새끼는 뭐지? 왜 혼자야?”

시력을 높이기 위해 미간을 좁히던 에디가 놀랍게도 홀로 걸어오고 있는 한 사람의 모습에 기가 막히다는 듯 그렇게 말했다.

“옆에는 뭐야? 펫인가? 두 마리나 되네?”

로사의 말에 에디가 그게 무슨 상관이겠냐는 듯 남은 햄버거를 입안에 쑤셔 넣고는 몸을 일으켰다.

“내가 가볼게!”

누가 말리기도 전에 에디가 쏜살같이 움직였다.

고작 한 사람이었고, 에디의 실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팔머의 팀이었기에 조금도 걱정스러워하지 않았다.

 

#

 

상당히 오랜 시간 마수의 대지를 누비고 다녔던 무혁이 결계 밖으로 나왔다.

손목에 착용한 시계는 6월 10일을 표시하고 있었다.

결계의 틈이 벌어지는 5월 15일에 마수의 대지에 발을 들였으니, 25일이나 마수의 대지에서 머물었던 것이다.

25일 동안의 성과는 굉장히 컸다.

마기와 마나를 개방시켜서 정마력과 통합된 ‘마력’을 얻음으로써 이전보다 확실히 강해졌다.

양적인 성장이라기보다는 질적인 성장이었고, 무혁은 이 부분에 대해서 크게 만족스러웠다.

“아무렴. 비대하게 근육이 커지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그래도 역시 기존의 근육들이 옹골차지는 게 훨씬 더 이익이지! 이소룡처럼!”

보디빌더처럼 우람한 근육을 자랑하는 남자와 쫙쫙- 갈라지는 마른 근육을 가진 남자 중 어느 쪽이 더 좋으냐고 묻는다면 무혁은 당연히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마력을 얻음으로써 질적 성장을 한 것 외에도 무혁은 수많은 마수들과의 전투를 통해 헬-라시온 그 누구도 얻지 못한 소중한 경험을 쌓았다.

또 마수인 히포의 성장도 무시할 수 없었고, 아직까지도 어떠한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통통이 역시 무수히 많은 마수의 혈청을 섭취했기에 언제고 그 효과가 분명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믿었다.

마지막으로.

“토빗을 길들였으니 오들 영감하고 얼굴 붉힐 일은 없어졌지.”

끝내 유니콘을 닮은 마수는 더 이상 만날 수 없었다.

하지만, 오늘 오전에 무혁은 운 좋게도 길들일만한 마수를 만날 수 있었다.

달마시안 개의 얼룩덜룩한 가죽을 뒤집어쓰고 있는 듯한 마수.

크기는 대략 1미터 정도 됐으며, 길쭉한 두 개의 귀와 작고 동그란 붉은 눈동자, 그리고 앙증맞게 튀어나와 있는 두 개의 앞니는 마치 토끼를 연상시켰다.

전체적인 체형 역시도 앞발을 들고 앉아 있는 토끼, 혹은 주머니가 없는 캥거루와 비슷했다.

그래서 무혁은 곧바로 고민 없이 이름을 지어주었다.

토끼와 래빗을 더한 토빗!

 

|토빗 (마수)|

· 연령 - 1살

· 마수 분류 - 로우케

· 마수 등급 - 7등급

· 체력 - 7등급

· 근력 - 7등급

· 순발력 - 7등급

· 지구력 - 7등급

· 마기 등급 - 7등급

· 상태 - 흥분, 두려움, 우울, 슬픔.

 

마수로서의 정식 이름은 ‘로우케’였다.

히포와 마찬가지로 가장 최하등급인 7등급 마수로 무혁을 발견하기가 무섭게 싸우기보다는 도망부터 가려고 했던 마수였다.

도망가는 속도가 제법 빨랐지만, 그래봐야 히포를 따돌릴 순 없었다.

전투력도 형편없었기에 길들이는 것 또한 굉장히 쉬웠다.

솔직히 아직까지도 무혁은 토빗이 어디에 쓸모가 있을지 의문스러웠지만, 우선은 마수라는 점 하나만 믿고 무작정 포획해서 데려가는 중이었다.

꾸득!

히포가 토빗을 향해 슬금슬금- 다가가며 작게 울었다.

끼륵!

토빗이 히포를 두려운 눈으로 바라보며 커다란 귀를 축- 늘어트렸다.

그 모습을 보며 히포가 의기양양하게 눈을 빛냈지만.

퍽!

“약한 애를 왜 괴롭혀! 네가 깡패야? 양아치야?”

무혁은 나약한 토빗을 위협하는 히포의 허리를 발로 걷어찼다.

그제야 토빗이 무혁의 곁으로 재빨리 달라붙었다.

본능적으로 히포에게서 자신을 보호해줄 수 있는 게 무혁이라는 걸 안 것이다.

확실히 생김새만 놓고 본다면 그나마 귀여운 축에 들어가는 토빗이었기에 무혁은 다른 건 몰라도 귀여운 걸 좋아하는 여자들에게는 제법 어필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도 마수니까 조심해야지.”

생김새는 이래도 명색이 마수였으니 언제 어떻게 돌변한지 몰라 방심은 금물이었다.

“여기서부터는 토빗을 펫 공간에 넣고 히포를 타고….”

말을 하던 무혁은 먼 거리에 자리를 잡고 있는 네 명의 남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그들은 가장 가까운 씨노버 마을로 가는 길목에 떡- 하니 자리를 잡고 있었기에 모른 척 지나칠 수도 없었다.

“느낌이 좀 쎄한데.”

그들을 발견하는 순간, 무혁은 서늘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 가장 덩치 큰 남자가 무혁을 발견했고, 곧바로 다른 남자가 몸을 일으키더니 빠른 속도로 무혁을 향해 달려왔다.

‘빠르다!’

그것도 굉장히 빨랐다.

무혁으로서는 더욱더 경계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어이-!”

남자의 모습이 어딘가 모르게 낯이 익었다.

“어디서 봤지?”

명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았지만, 분명 어디선가 봤거나, 만난 적이 있는 것만 같은 남자였다.

무혁이 기억을 더듬거리는 사이 남자가 무혁의 앞까지 도착했다.

“이것들은 뭐야? 저렇게 생긴 펫들도 있었어?”

남자가 무혁의 옆에 나란히 서 있는 히포와 토빗을 호기심어린 눈으로 살펴보더니 이윽고 입가를 비틀어 올렸다.

“몬스터가 아닌 것 같은데?”

남자의 눈동자가 미묘하게 일그러졌고, 그 모습에 무혁은 자신이 감지했던 서늘한 기분의 정체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살기!’

무혁이 느낀 건 분명한 살기였다.

적의로 가득 찬 살기가 아닌 맹수가 먹잇감을 앞에 두고 흘리는 살기.

‘이놈들 설마… 인간 사냥꾼?’

무혁은 곧바로 남자, 그리고 저 멀리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남은 이들이 말로만 들어왔던 인간 사냥꾼이 아닌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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