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18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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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69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86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86화
마수의 대지 (7)
스킬 링이다.
모양새가 조금 다르긴 했지만, 스킬 링이 분명했다.
헬-라시온에서 몬스터를 사냥하고 얻을 수 있는 스킬 링은 표면에 물결 문양이 음각되어 있는 검은색 링이다.
그런데 마수의 사체에서 나온 스킬 링은 검푸른 색이었고 문양 또한 없었다.
대신 붉은 색의 큐빅과도 같은 것은 정체 모를 보석이 한 알 박혀 있었다.
잔뜩 기대를 갖고 무혁은 재빨리 감정을 해봤다.
“감정!”
[‘해바투나의 소환 링’이 감정되었습니다.]
[감정, 스킬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스킬 링이 아니었어? 소환 링?”
감정 결과는 무혁의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당연히 스킬 링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해바투나의 소환 링|
· 마수 해바투나를 소환할 수 있다.
· 소환된 해바투나는 적아를 가리지 않고 주변의 모든 생명체를 공격한다.
· 해바투나가 소멸할 경우, 더 이상 소환할 수 없다.
· 역소환 할 경우 3시간 내에 재소환할 수 없다.
· 역소환 된 해바투나는 모든 상태 이상과 상처를 회복한다.
“죽어버리면 그걸로 끝이라고?”
해바투나가 죽어 버리면 더 이상 소환이 안 된다는 소리에 무혁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상황에 따라선 1회성 소환으로 끝날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가 적아를 가리지 않고 주변의 모든 생명체를 공격한다는 설명은 김빠진 콜라를 먹은 것처럼 기분이 찝찝하기까지 했다.
“차라리 스킬 링이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물론, 쓸모없는 스킬 링 따윌 원하는 게 아니다. 적어도 마수를 잡아서 나오는 스킬 링이라면 충분히 가치가 높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아쉬움을 드러내며 무혁은 손에 든 해바투나의 소환 링을 어떤 상황에 써먹어야 할지 생각을 해봤다.
“사용하기가 쉽지 않네.”
문제는 역시 아군까지도 공격한다는 사실이다.
위기의 상황에 소환했다가는 도리어 해바투나에게 당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전문용어로 ‘팀 킬’이라고 할 수 있겠다.
“몰이사냥에나 사용하면 되려나?”
당장 무혁의 머릿속에 생각난 건 역시 해바투나를 이용해서 다른 마수들을 사냥하는 방법뿐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해바투나가 상당히 강한 축에 속한다는 점이다.
등급까지는 자세하게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지금까지 무혁이 상대를 해왔던 마수들 중 가장 상대하기가 까다로웠기에 어지간한 마수는 해바투나만으로도 충분히 상대가 가능했다.
“좋아, 우선은 해바투나를 이용해서 몰이사냥을 한번 해보자.”
마수들을 몇 마리 모아놓고 해바투나를 소환해서 상대하도록 한다.
해바투나가 마수들을 모두 잡으면 그걸로도 좋고, 그렇지 못한다 하더라도 상당 부분 힘을 빼놓을 것은 분명했으니 그 이후에 무혁이 힘 빠진 마수들을 잡으면 될 것 같았다.
“뒤에서 합공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고.”
그렇게 해바투나의 소환 링을 어떻게 사용할지 생각을 정리하는 동안, 히포가 사체 조각 일부를 무혁의 발아래로 내뱉었다.
역시나 혈청이 눈에 들어왔다.
마수들의 마정은 모두 검은색으로 동일했지만, 혈청은 모두 그 색이 달랐다.
흰색도 있었고, 붉은색, 녹색, 파란색, 갈색 등등 마수들마다 제각각이었다.
해바투나의 혈청은 진한 노란색이었다.
무혁이 혈청을 끄집어내기도 전에 통통이가 알아서 마수의 사체와 함께 혈청을 꿀떡- 삼켜 버렸다.
“혈청을 먹으면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되는 건지.”
통통이에게 마수의 혈청이 과연 어떤 효과를 지녔는지 알 수 없으니 무혁으로서는 답답했지만, 어쨌든 저토록 간절하게 원하니 우선은 그저 두고 보는 것 밖에 방법이 없었다.
잠시 후, 히포가 해바투나의 사체를 모조리 뱃속으로 집어넣고 나서야 무혁은 안장에 올랐다.
우선은 적당하게 2마리부터 시작하면서 소환된 해바투나의 힘을 측정해보기로 했다.
“가자! 히포!”
아무리 많은 마수의 사체를 먹여도 여전히 공복이라고 정보가 뜨고 있었지만, 확실히 마수의 대지에 들어오고 난 이후 히포는 활기가 넘쳐흘렀다.
꾸득! 꾸득! 꾸드드득!
히포가 어느 때보다도 힘차게 울음을 토해내며 땅을 박차며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그리고 그 뒤를 통통이가 전혀 뒤처지지 않고 따라붙었다.
#
크라라라라라!
즈롸아아아아-!
두 마리의 마수, 즈브란(두 개의 얼굴을 앞뒤로 붙여 놓은 거인형 마수)과 코우라우(거대한 칠면조를 닮은 마수)를 동시에 상대하면서도 해바투나는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해바라기를 닮은 머리통을 빙글빙글- 돌려가며 종유석을 미사일처럼 퍼붓기 시작하자 두 마수가 크고 작은 상처를 입으며 비명을 질러댔다.
특히, 땅을 뚫고 솟아 오른 뿌리가 두 마수의 발을 단단하게 부여잡고 있었기에 완벽하게 발이 묶여 속수무책으로 해바투나의 공격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즈브란이 괴력을 이용해서 몇 번이나 해바투나의 뿌리를 끓었고, 코우라우 역시 창날처럼 날카로운 부리로 뿌리를 뜯어냈지만, 그럴 때마다 더 많은 뿌리들이 땅을 뚫고 솟아나며 두 마수의 하체를 꽁꽁- 감싸버렸다.
“저거 한 번 걸리면 진짜 짜증나지.”
무혁도 해바투나와 처음으로 싸울 때, 저 뿌리 공격에 여러 번 곤혹을 치러야만 했었다.
다행스럽게도 무혁은 두 마수들처럼 몸집이 크지 않았기에 피하는 것이 조금 더 수월했고, 뿌리에 걸리더라도 각종 마력 스킬을 정신없이 날리며 해바투나를 괴롭혔기에 빠져나올 수가 있었다.
무혁과 다르게 두 마수는 해바투나의 뿌리를 벗어나지 못했고, 끝내 온몸에 종유석이 빼곡하게 박히며 쓰러지고 말았다.
“역시 강하네.”
충분히 예상을 했던 결과였다.
해바투나는 그만큼 강했으니까.
상대를 모두 쓰러트린 해바투나는 높은 괴음을 내지르며 포효했다.
“역소환!”
시끄럽다는 듯 무혁이 해바투나를 역소환했다.
손가락에 낀 소환 링의 붉은 보석이 한 차례 빛났고, 해바투나는 거짓말처럼 연기가 되어 사라져 버렸다.
“3시간 뒤에는 세 놈 아니, 네 놈이랑 붙여야겠네.”
무혁은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고약한 악취를 풍기고 있는 두 마수의 사체와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통통이를 기다렸다.
통통이는 기다렸다는 듯 두 마수의 마정을 수거해왔다.
붉은 시선으로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히포에게 코우라우의 마정을 던져줬고, 즈브란의 마정은 공간 주머니에 넣었다.
두 개 중 하나를 먹었음에도 아쉽다는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히포의 모습에 무혁은 가볍게 주먹을 들어 올렸다.
꾸득!
불만스럽다는 듯 짧은 울음을 토해내고 히포가 두 마수의 사체를 뜯어먹기 시작했다.
히포의 정보를 확인하면 충성, 굴복, 체념이라는 상태가 분명하게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뭔가 툴툴- 거리는 듯한 행동을 하고 있으니 무혁으로서는 여간 걸리적거리는 게 아니었다.
“…저게 진짜 죽기 전까지 맞아야 정신을 차리려나?”
무혁은 뱃속에 거지가 있는 것마냥 마수의 사체를 정신없이 뜯어먹는 히포를 바라보며 정말 날 한번 제대로 잡아야 하나 싶기만 했다.
사체를 뜯어먹으며 두 마수의 혈청을 히포가 뱉어냈고, 그것을 통통이가 삼켰다.
히포가 사체를 모두 뜯어 먹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무혁은 다시 마수 사냥에 나섰다.
“좀 천천히 가자.”
무혁은 공간 주머니에서 샌드위치 하나를 꺼내 입에 물었다.
마수의 대지는 겉으로만 봐서는 딱히 특별할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저 평평하기만 한 평야였기에 산이나, 강, 심지어 호수조차도 아직까지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무혁은 자신이 발견을 하지 못했을 뿐, 분명 모든 마수가 육지에만 존재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괜찮은 놈들이 있으면 포획을 시도해봐야 하는데… 쩝쩝! 꿀꺽!”
마수의 대지에 오면서부터 무혁은 히포 외에 또 다른 마수들을 길들여볼 생각이었는데, 아쉽게도 지금까지는 길들일 만한 마수가 단 한 마리도 없었다.
죄다 진짜 괴물처럼 생겼기에 히포의 외모가 정말 준수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외모로만 본다면 히포는 마수계의 연예인이나 다름없었다.
하마 같은 외모에 퉁퉁한 몸매, 치명적인 짧은 다리를 가진 히포가 준수하다 못해 잘생기고 멋지다는 생각을 갖게 될 줄이야.
무혁은 샌드위치를 먹으며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그런 무혁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눈앞에 새로운 마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새카만 피부에 매끈하고도 우아하게 빠진 몸매, 길쭉한 네 개의 다리와 윤기가 흐르는 길고 탐스러운 꼬리털, 이마 정중앙에 뾰족 솟아나 있는 굵직한 뿔까지.
“…유, 유니콘? 대박!”
상상 속의 존재, 유니콘의 모습을 고스란히 빼다 박은 마수였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짙은 검은색이라는 것과, 붉은 눈동자가 굉장히 포악스럽게 보였다.
푸르르륵!
무혁을 발견한 유니콘을 닮은 마수가 말처럼 투레질을 하며 적개심을 드러냈다.
“바로 저놈이다! 저놈을 길들여야 해!”
볼품없는 히포와는 차원이 다른 외모를 지닌 마수의 등장에 무혁의 가슴이 흥분으로 마구 요동쳤다.
도도하게 걸어가는 저놈의 등 위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모든 이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을 것만 같았다.
무혁은 히포의 등에서 내려와 자신을 향해 강력한 살기를 뿌려대는 마수를 바라보며 웃었다.
“괜히 서로 힘 빼지 말고 쉽게…!”
무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마수가 땅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파지지직!
유니콘을 닮은 마수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그의 몸에서 새카만 전류가 사방으로 퍼져나갔고, 순식간에 무혁의 코앞까지 도달했다.
빠르기로 비교를 하자면 히포 못지않았다.
오히려 몸에서 새카만 전류까지 뿌려대고 있었기에 시각적인 임펙트는 훨씬 더 강렬했다.
“실드!”
콰앙! 파지지지직!
이마에 솟아난 검은 뿔로 실드를 들이 박자, 실드가 크게 흔들렸다.
“…이거 장난 아닌데?”
달려들 때와 마찬가지로 유니콘을 닮은 마수는 빠른 속도로 뒤로 물러났다가 다시 땅을 박차고 실드를 들이 박았다.
콰아앙! 파지지지지직!
더욱더 커다란 충격음과 함께 실드가 흔들렸다.
푸후-! 푸후-!
자신의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유니콘을 닮은 마수가 콧김을 뿜어내며 분노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고는 뒤로 물러나서는 제자리에서 땅을 세 차례 파헤치고는 앞발을 수직에 가까울 정도로 들어 올렸다가 내리며 달려들었다.
콰- 앙! 파지지지지직!
차아- 앙!
“……!”
무혁은 그 어떤 공격도 굳건하게 막아냈던 실드가 깨지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렇게 실드를 깨트린 마수는 그대로 무혁의 가슴을 뿔로 들이 박았다.
퍼- 억!
#
츄아아악!
새파란 빛줄기가 악어를 닮은 마수, 코르세크의 머리를 깨끗하게 자르고 지나갔다.
머리가 잘린 코르세크는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고 그대로 축- 늘어지고 말았다.
“마수라고 해서 긴장 좀 했는데, 생각보다 별 거 아니군. 핫핫핫!”
방적삼이 죽은 코르세크의 사체를 자세히 살펴보며 커다랗게 웃었다.
“아저씨가 한 게 뭐 있다고 그래? 필립 오빠가 잡았는데.”
미첼의 말에 방적삼은 자신도 충분히 잡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마수와 첫 대면을 했을 때, 킬 라시온 멤버들의 안전을 위해 필립이 성급하게 나선 건 사실이다.
코르세크가 얼마나 강한 마수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직접 상대 해 본 결과 킬 라시온 멤버들 중 상대를 하지 못할 사람은 없다는 게 필립의 냉정한 판단이었다.
물론, 멤버들 개인마다의 전투 시간은 다를 것이다.
레오와 실비아라면 10분 이내에 승리를 장담할 수 있었지만, 나머지 멤버들은 최소 20분, 혹은 그 이상까지도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이 정도면 되겠지?”
실비아가 어느새 코르세크의 사체를 완전히 분해하다시피 조각을 내놓았다.
“충분해. 수고했어.”
르케임은 실비아가 조각낸 코르세크의 사체를 분류하기 시작했다.
각종 장기는 장기대로, 근육과 힘줄, 가죽, 그리고 뼈까지 르케임은 미리 준비했던 자루에 빠짐없이 담았다.
어떤 것이 쓸모가 있는지 알 수 없으니 우선은 모두 가지고 중앙탑으로 가는 수밖에 없었다.
거기서 어떤 부위가 판매가 될지, 그리고 그 가격은 얼마나 될지 확인을 해놓으면 다음부터는 그 품목만 챙기면 되기 때문이다.
1년에 한 번밖에 올 수 없는 곳이 마수의 대지였지만, 어쨌든 일반적인 몬스터가 아닌 마수의 사체였기에 분명 이 중에 예상하지 못했던 대박이 들어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르케임이 코르세크의 사체를 모두 공간 주머니에 넣고 나자 필립이 미첼에게 다시 움직이자고 말했다.
“이 새끼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실비아는 앞장서서 달리고 있는 미첼을 뒤따르며 그렇게 투덜거렸다.
벌써 2시간이 넘도록 무혁을 쫓고 있는 킬 라시온 멤버들이었다.
꽤나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었지만, 무혁의 모습은 머리카락조차 발견이 되지 않고 있었다.
“마수다!”
레오가 자신들의 앞을 막아서듯 서 있는 거인형 마수, 즈브란을 발견하고는 공간 주머니에서 두 자루의 단검을 꺼내들었다.
“이제부터 마수들이 계속 나올 것 같으니까 모두 확실하게 경계하도록 하자.”
필립의 말에 멤버들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했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마수 사냥을 시작한 킬 라시온 멤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