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18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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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68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85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85화
마수의 대지 (6)
콰득! 콰득! 콰드드득!
무혁은 히포가 마수의 사체를 뜯어먹는 모습을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성장에 가장 중요한 열쇠나 다름없는 마수의 마정을 도둑질해서 삼켜버린 히포였다.
그래서 마수의 사체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히포를 잘 모르는 무혁의 성급한 판단이었다.
히포는 마수의 사체 곁을 떠날 줄 몰랐고, 먹어도 된다는 허락을 하자 기다렸다는 듯 게걸스럽게 마수의 사체를 뜯어먹었다.
눈앞에서 사자가 갓 잡은 먹이를 뜯어먹는 모습이랄까?
정말 눈 뜨고 못 볼 꼴이었다.
그러던 중 히포가 마수의 사체 중 일부를 씹다가 갑작스럽게 무혁의 앞으로 툭- 뱉어냈다.
“이 새끼가 먹던 걸 어디다 뱉어!”
무혁이 인상을 찌푸렸지만, 히포는 마수의 사체를 뜯어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저건 진짜 얼마나 맞아야 정신을… 응?”
자신의 발아래 떨어져 있는 마수의 사체 조각을 바라보던 무혁의 눈에 이질적인 것이 보였다.
히포의 침으로 범벅이 되어 있는 마수 고깃덩어리 사이에 녹색의 구슬 같은 이질적인 물체가 눈에 들어온 것이다.
“저게 뭐야?”
무혁은 손을 뻗어서 녹색의 구슬을 손으로 끄집어냈다.
정말 잘 만들어 놓은 매끈한 구슬이었고, 촉감도 굉장히 미끄러워서 조금만 부주의하면 떨어트려 깨져버릴 것만 같았다.
심상찮았기에 무혁은 감정이 될지도 모른다며 감정 스킬을 사용했다.
“감정!”
[‘코르세크의 혈청’이 감정되었습니다.]
[감정, 스킬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코르세크의 혈청?”
무혁은 전혀 의외의 감정 결과에 고개를 갸웃거리다 정보를 확인했다.
|코르세크의 혈청|
· 마수 코르세크의 혈청이다.
“이게 끝이야?”
감정 결과에 무혁은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어디에 사용해야 하는지, 어떤 효과가 있는지 등 자세한 설명을 빼놓은 불친절한 정보에 무혁은 이걸로 뭘 하라는 건지 그저 황당하기만 했다.
자신에게 쓸모가 있는 건가 고민을 하는 무혁에게 통통이가 다가와 빠르게 뛰었다.
마치, 히포가 마수의 사체를 앞에 두고 흥분했던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설마… 이걸 달라고?”
무혁의 물음에 통통이가 더욱더 빠르게 뛰었다.
‘통통이에게 필요한 물건인가?’
지금까지 통통이가 필요로 했던 물건은 딱 하나였다.
바로 ‘마수의 인장’이었다.
통통이는 몬스터에게서 추출해내는 마정에도 관심이 없었고, 마수의 마정 역시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스킬 링이나, 보석 등을 바란 적도 없었다.
그런데 코르세크의 혈청, 그러니까 마수의 혈청에는 관심을 드러내고 있었다.
통통이의 행동으로 봤을 때, 무혁이 주지 않으면 히포가 그랬던 것처럼 약탈을 해버릴 것이 분명해보였다.
“그러고 보니까 이놈들이 날 아주 호구로….”
텁-!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겠다는 듯 통통이가 무혁의 손에 쥐어져 있던 코르세크의 혈청을 대뜸 삼켜 버렸다.
처음으로 마수를 잡았지만, 무혁은 마정도 혈청도 모두 빼앗기고 말았다.
아무래도 앞으로 마수를 잡는다 하더라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만 같았다.
“…이놈들이 날 셔틀로 생각하는 거 아냐?”
빵 셔틀, 가방 셔틀, 숙제 셔틀, 라면 셔틀 등등 각종 셔틀에 대해서는 들어봤지만, 무혁은 자신이 인간도 아닌 놈들에게 마정과 혈청을 갖다 바치는 셔틀 노릇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기에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어쩌랴?
무한 봉사를 자청하고 있는 통통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외면할 수도 없었고, 성장이 가능한 마수 히포를 이대로 방치할 수도 없었으니 무혁으로서도 두 놈들이 원하는 걸 최대한 열심히 모아보는 수밖에.
“그래, 어디 최대한 모아보자.”
무혁은 어느새 마수의 사체를 모조리 먹어치우고 포만감을…….
“이제 보니까 하마가 아니라 돼지네. 돼지야.”
제 몸보다 훨씬 큰 마수, 코르세크의 사체를 모조리 뜯어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복’ 중인 정보에 무혁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본격적으로 마수 사냥을 해보자.”
무혁은 히포의 안장에 가볍게 올라탔다.
통통이는 마수의 대지가 마음에 드는지 가죽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서둘러 마수의 혈청을 구해줄 것을 종용하듯 옆에서 통통- 뛰고 있었다.
“따라올 수 있겠어? 보기엔 이래도 굉장히 빠른데?”
무혁은 혹시라도 통통이가 히포의 속도를 따라오지 못할까 걱정스러웠지만, 통통이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가볍게 뛰기만 했다.
아무래도 가죽 주머니 속으로는 들어올 것 같지가 않았기에 무혁은 한숨을 푹- 내뱉으며 중얼거렸다.
“이놈이 착한 통통이까지 물들이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퍽!
꾸득!
왜 때리냐는 듯 항변하는 히포의 모습에 무혁은 역시 매가 부족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
무혁이 본격적으로 마수 사냥을 시작하고 있을 그때, 필립과 킬 라시온 멤버들은 홀로 마수의 대지를 탐사하고 다닐 무혁을 걱정하고 있었다.
“우리 오빠 혼자 괜찮을까?”
미첼은 아무리 생각해도 무혁 혼자 보내는 건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생각했다.
일반적인 몬스터도 아닌 마수였고, 아무리 무혁이 강하다 한들 경험 면에서는 부족함이 많았기에 순간적인 대처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무혁이라면 괜찮을 거야. 알잖아? 어떤 놈인지?”
2년차 주제에 겁 없이 5년차들과 포지션 트레이닝 경쟁을 벌였던 무혁이다.
무엇보다도 무혁은 5년차들을 모조리 바보로 만들 정도로 압도적인 성적으로 포지션 트레이닝 1위를 달성했다.
단순히 실력만 뛰어나서는 이룰 수 없는 결과물이라며 르케임은 무혁에 대한 걱정을 최대한 덜어내려고 했다.
“그래, 그 새끼 모자란 구석이 좀 있기는 하지만 이런 곳에서 허무하게 죽을 정도는 아니니까 걱정 마.”
실비아 역시도 무혁에게 어떠한 위기가 있어도 목숨을 잃는 일은 없을 거라 믿었다.
“그래도 마수라는 것들이 몬스터와는 분명 다를 텐데….”
“하긴, 몬스터와 인간을 상대로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다 하더라도 마수라는 미지의 존재에게 섣부르게 덤벼드는 건 위험한 일이지.”
무혁의 실력을 눈앞에서 본 적이 없는 방적삼과 레오는 우려를 나타냈다.
결계의 근처에서만 움직여서인지 마수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질 않았다.
어쩌면 마수들은 결계 근처로는 접근조차 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히포가 결계의 틈이 벌어지기가 무섭게 마수의 대지 안으로 뛰어 들어간 모습만 놓고 보더라도, 마수들에게 있어 마수의 대지 안과 밖은 엄청난 차이가 있음이 분명했다.
“이렇게 주변만 살펴보는 건 무의미한 일 아닐까요?”
르케임이 필립에게 그렇게 말했다.
사실, 다른 멤버들 역시도 머릿속에 내내 그 생각이 맴돌고 있는 중이었다.
마기 중독 현상만 받으면서 아무것도 건지는 것 하나 없는 이런 무의미한 일을 지속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모두에게 미안하네. 괜히 여길 오자고 해서.”
필립이 사과하자 멤버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아니라는 듯 손사래를 쳤다.
필립이 개인의 욕심을 위해 행동하는 이기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걸 모두 알기에 마수의 대지에 대한 미지의 두려움을 안고서도 군소리 없이 이번 탐사에 참여한 것이었다.
따지고 보면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것을 필립조차 예측하지 못했으니 그를 탓할 일은 아니라 생각했다.
“오빠.”
어지간해선 말이 없는 아르케니아가 필립의 소매를 슬쩍- 잡아당기며 그를 올려다봤다.
“오빠 잘 못 아니니까 자책하지 말아요.”
그렇게 위로를 하며 아르케니아가 주스를 건넸다.
“고마워, 아르케니아.”
필립은 주스를 받아들며 미소를 지었고, 그 모습에 아르케니아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 모습에 르케임은 한쪽 가슴이 뜯겨져 나가는 아픔이 느껴졌지만, 이내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입을 열었다.
“우리 그냥 마기 중독 현상을 무시하고 조금 안쪽으로 가보는 건 어떨까요?”
르케임의 말에 모두가 난색을 표했다.
아무리 그래도 영구적으로 능력이 하락하는 걸 무시하기는 힘들었기 때문이다.
“아니, 너희는 이대로 외곽을 돌아. 안으로는 나 혼자 간다.”
필립은 내내 무혁에게만 무거운 짐을 지운 것 같아 불편했는데, 르케임이 먼저 말을 꺼내니 그제야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깨달았다.
고유 능력의 하락은 필립에게 가장 치명적이었고, 그것을 두려워해 무혁을 홀로 보냈으니 킬 라시온을 창설했던 마음가짐이 부끄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제라도 킬 라시온의 리더로서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하는 필립이었다.
당연히 멤버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반발을 했다.
죽으나 사나, 필립과 함께 하겠다는 멤버들의 모습에 필립은 더욱더 얼굴이 뜨거워졌고 그럴수록 무혁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커져만 갔다.
‘미안하다, 무혁아.’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을 무혁을 떠올리며 필립은 멤버들을 설득했다.
하지만, 한참이나 설득을 해도 멤버들 또한 필립과 같은 마음이었기에 결코 물러나지 않았다.
“후… 어쩔 수 없지.”
못 말리겠다는 듯 필립이 멤버들을 바라봤다.
말과 다르게 얼굴 표정에 드러난 감정은 고마움과 자랑스러움이었다.
“안쪽으로 향하기 전에 결계 밖으로 한번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죠.”
르케임은 그 동안 쌓였을 마기 중독의 누적 시간을 깨끗하게 털어내는 것이 그나마 최선의 방법이라고 여겼다.
“마침 저쪽에 틈도 벌어져 있으니까 딱 좋네.”
레오의 말처럼 킬 라시온 멤버들이 조금이라도 빠르게 움직일 수 있도록 배려라도 하듯 결계의 틈이 바로 근처에 있었다.
“르케임의 말대로 하자.”
필립의 결정이 떨어지자 멤버들 모두 결계 밖으로 후다닥- 뛰쳐나갔다.
결계 밖으로 나오자 곧바로 마기 중독 현상이 사라졌다는 알림이 울렸다.
“무혁의 위치는….”
“제가 알아요! 오빠한테 위치 추적 스킬을 걸어뒀거든요!”
미첼의 말에 필립은 잘 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혼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무혁에게 가자!”
미첼이 곧바로 무혁과 연결되어 있는 위치 추적 스킬을 펼치고는 결계의 틈을 통해 다시 마수의 대지로 들어섰다.
그 뒤를 필립이 그리고 나머지 멤버들이 하나둘 따랐다.
그렇게 킬 라시온 멤버들이 무혁을 걱정해서 그를 찾아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그는 정신없이 마수들을 때려잡고 있었다.
머리가 세 개나 달린 거대한 뱀, 얼굴이 뒤통수에도 달라붙어 있는 인간형 거인, 공룡이라 불러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마수 등등.
무혁은 눈에 보이는 족족 모든 마수들을 사냥했다.
대부분의 마수들은 손쉽게 처리를 할 수 있었지만, 몇몇 마수들은 조금 까다로웠다.
그중에서도 지금 현재 무혁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마수는 여간 끈질긴 것이 아니었다.
“실드!”
무혁의 전면으로 3개의 블랙홀을 연상시키는 실드가 촘촘하게 펼쳐졌다.
정마력이 마력으로 바뀌면서 실드의 위력 또한 상승했고, 그 크기도 2배가량 커져 있었다.
퍼퍼퍼퍼퍼퍼퍼퍽-!
동굴에서나 볼 법한 종유석과 같은 것들을 무혁이 만들어 낸 실드를 박살낼 것처럼 날아들었다.
“파이어 볼!”
무혁은 방어를 하면서 동시에 반격을 가했다.
위력적인 무혁만의 파이어 볼이 입으로 종유석을 토해내는 거대한 해바라기를 닮은 식물 형태의 마수에게 날아갔다.
입으로 종유석을 토해내던 해바라기 마수가 파이어 볼을 확인하고는 머리를 가볍게 흔들었다.
머리 주변으로 촘촘하게 박혀 있던 꽃잎과도 같은 널찍한 무언가가 후두둑- 떨어지더니 곧바로 빙글빙글- 회전을 하며 파이어 볼과 충돌했다.
콰- 앙!
이미 두 차례나 파이어 볼의 위력을 경험해서인지 해바라기 마수는 순식간에 퍼져나가는 강렬한 불길마저도 어렵지 않게 피해버렸다.
하지만, 무혁의 공격은 거기가 끝이 아니었다.
“그럴 줄 알았다.”
무혁은 팽팽하게 시위를 당겨 놓았던 블랙 본 화살을 날리며 외쳤다.
“뒤져라! 이 꽃 같은 새끼야!”
퍼- 억!
빛과 같은 속도로 날아간 블랙 본 화살이 해바라기 마수의 얼굴 정면을 꿰뚫었다.
키에에에에에에에-!
고막을 찢어 버릴 듯한 괴음을 질러대며 해바라기 마수가 몸을 휘청거리자 무혁은 정말 끈질기다는 듯 혀를 차며 땅을 박차고 내달렸다.
블랙 본 장검을 만들어 낸 무혁은 고통에 몸부림을 치며 사방으로 휘둘러대는 줄기들을 가닥, 가닥 잘라내며 해바라기 마수의 앞까지 도달했다.
“생명력 하나는 정말 인정? 어 인정!”
무혁은 블랙 본 장검을 쉬지 않고 휘둘러 해바라기 마수의 몸부터 조각을 내버렸다.
그렇게 몸이 조각나고 마지막으로 끔찍한 괴물의 얼굴처럼 보이는 한 거대한 머리통도 사정없이 베어버렸다.
“식물이 괴물이 되면 정말… 끔찍하구나.”
무혁은 어지간해서는 해바라기 마수는 피하는 게 낫다고 여기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사이 통통이가 마정을 채취했고, 전투 중에는 멀찍이 떨어져 있었던 히포가 어느새 흥분한 얼굴로 무혁의 앞에 서 있었다.
“내가 분명히 말했지? 한 번 먹었으면 다음번은 안 된다고. 아까 먹었으니까 이건 안 돼! 가서 사체나 먹어.”
무혁의 말에 히포는 여전히 마정을 바라보다 무혁이 냉큼 공간 주머니에 넣어버리자 시무룩해져선 해바라기 마수의 조각난 사체를 뜯어먹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통통이가 마정 외에 또 무언가를 툭- 뱉어냈다.
“이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