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18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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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68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83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83화
마수의 대지 (4)
“그런데 궁금한 게 있는데, 마수의 대지라는 이름도 그렇고 헬-라시온의 지명은 원래 존재하는 건가?”
무혁의 물음에 방적삼이 곧바로 대답해주었다.
“이런 부분에서 확실히 우리 무혁 동생의 경력이 드러나는 군. 헬-라시온의 지명은 기본적으로 도시와 마을, 부족은 마족들에 의해 처음부터 정해져 있던 곳이고, 강제 사냥의 사냥터 이름도 그렇지. 그 외엔 모두 최초 발견자에 의해서 정해져왔어. 그래서 가끔 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지명을 가진 사냥터가 있기도 하지.”
“예를 들자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화염의 땅’과 같은 곳을 말하는 거지.”
르케임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냥 ‘화염의 땅’이라거나, ‘용암의 땅’ 정도로 간단하게 정해두면 될 것을 가지고 구태여 ‘부글부글 끓어오르는’이라는 불필요한 표현을 붙인 것이다.
“똥을 싸지른 악취의 호수도 최악이지.”
“봉긋 솟은 두 개의 언덕이라는 변태 같은 지명을 지은 놈이야 말로 최악이지.”
레오와 실비아도 자신들이 생각하는 최악의 지명을 언급하며 인상을 썼다.
부연 설명을 하자면, 지명은 최초 발견자가 중앙 탑으로 돌아가서 발견 지역을 등록하며 지명을 짓는다.
가끔 ‘접근금지’, ‘여기는 나의 제국’ 등의 정신병자처럼 이상한 이름을 지명으로 갖다 붙이는 경우도 있는데, 그때는 마족들이 강력하게 경고함으로써 최소한 이름만으로도 지명의 특징이 드러나도록 변경을 하도록 강권했다.
“오빠도 잘 알겠지만, 여기서 정상적인 인간을 찾는 건 어렵죠. 물론, 오빠랑 나는 빼고.”
미첼의 말에 무혁은 과연 네가 정상처럼 보이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오려는 걸 억지로 삼켜버렸다.
“저기 있는 장막의 결계를 넘어가면 그때부터 마수의 대지다.”
필립이 가리키는 곳은 옅은 검은 장막이 쳐져 있는 뒤쪽 대지였다.
“저게 결계인가 보네요? 그런데 왜 저렇게 출렁거려?”
르케임의 말처럼 하늘과 땅을 잇고 있는 검은 장막은 한눈에 보더라도 불안할 정도로 출렁- 거리고 있었다.
“결계가 불안정해서 그렇다고 하더라. 저쪽에 생겨난 틈 보이지?”
필립은 넓게 쫙- 펼쳐진 결계의 장막 중 멀지 않은 곳에 생겨난 틈을 가리켰다.
“저 틈을 통해서만 결계를 넘어갈 수 있다.”
“들어가는 건 알겠는데 나오는 건 어떻게 하지?”
방적삼의 물음에 필립이 그건 걱정하지 말라는 듯 대답했다.
“결계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걸 차단하는 장치지, 내부에서 외부로 나가는 건 상관없다고 하더군요.”
들어가는 것에만 금제가 있고, 언제든 마수의 대지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니 킬 라시온 멤버들은 큰 걱정거리 하나를 덜은 듯한 표정이었다.
사실, 마수의 대지라는 미지의 영역에서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졌을 때, 곧바로 빠져나오지도 못한다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각자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제 틈이 벌어지길 기다렸다가 들어가면 되니까 마지막 점검들 해.”
필립의 말에 킬 라시온 멤버들은 각자 마수의 대지에 들어갈 준비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레오는 자신의 눈앞에 있던 검은 장막의 한쪽이 일그러지며 틈이 만들어지자 모두에게 소리쳤다.
“여기! 틈이 벌어진다!”
틈은 제법 컸기에 히포마저도 손쉽게 통과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틈이 벌어지자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히포!”
무혁의 곁에 내내 얌전하게 서 있던 히포가 돌연 빠른 속도로 마수의 대지 안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다.
“저 새끼가!”
무혁 역시 다급하게 틈 안으로 몸을 밀어 넣었고, 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에도 필립은 나머지 멤버들을 진정시키며 차례차례 마수의 대지 안으로 첫 발을 내딛었다.
그렇게 마수의 대지 안으로 들어서기가 무섭게 모두가 얼어붙었다.
[순수한 마기에 신체 능력이 저하됩니다.]
[순수한 마기의 영향으로 체력, 근력, 순발력, 지구력의 등급이 대폭 하락합니다.]
[순수한 마기의 영향으로 모든 스킬의 위력이 대폭 하락합니다.]
[지속적으로 순수한 마기에 노출 될 경우 영구적으로 신체 능력이 하락합니다.]
“이게 뭐야?”
“맙소사! 고유 능력의 등급이 한 단계나 떨어졌어!”
“젠장! 마기라는 게 이렇게 지독하다고?”
“이거… 아무래도 우리가 들어오지 말아야 할 곳에 온 것 같은데?”
“푸흝흝흝흝… 재밌는 곳이네.”
멤버들의 반응만큼이나 필립 또한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고유 능력이 6등급인 사람이 7등급으로 떨어지는 것과 2등급인 사람이 3등급으로 떨어지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몇 십 배나 더 큰 페널티를 받는 것과 같았기에 필립으로서도 지금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고민스러웠다.
가장 큰 고민은 이런 상황 속에서 자신이 과연 멤버들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을까 였다.
능력이 대폭 감소된 현재 상황은 필립에게 가장 치명적인 문제일 수밖에 없었다.
“저기.”
모두가 놀라고 당황스러워하던 때에 아르케니아가 한곳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무혁과 히포가 서로를 노려보며 대치하고 있었다.
“마수의 대지에 오니까 반항하고 싶은 마음이라도 생긴 건가?”
무혁을 적대시하고 있는 히포의 모습에 르케임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보통 펫들은 한 번 길들임을 당하면 어지간해선 쉽게 반항심을 드러내지 않는다.
“어쩌면 마수라서 그럴지도 모르지.”
“애초부터 마수를 펫으로 길들인다는 것 자체가 위험한 생각이겠지.”
“좋다 말았네.”
킬 라시온 멤버들은 자신의 주인인 무혁을 적대하는 히포의 모습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마수의 대지에서 자신에게 어울리는 마수를 펫으로 길들여 타고 다니면서 주변의 부러움을 받으려고 했던 부푼 꿈이 산산조각이 났기 때문이다.
마음만 같아서는 건방지게 반항하는 거냐- 라며 히포의 머리통이라도 후려쳐서 버르장머리를 고쳐주고 싶었지만, 히포의 몸 주변으로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새카만 아지랑이는 한눈에 봐도 심상찮아 보였다.
마기로 인해 능력 하락이라는 페널티까지 받은 지금, 섣부르게 히포를 상대로 싸움을 벌이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위험 요소가 너무 많았다.
힘 조절에 실패해서 히포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지도 모르고, 히포가 도주라도 해버린다면 그 빠른 속도를 어떻게 쫓아갈지 방법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말로 잘 풀었으면 좋겠…!”
르케임은 그렇게 말하다 인상을 썼다.
마수에게 말이 통할 리도 없겠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무혁이 대뜸 히포의 머리통을 후려쳤기 때문이다.
쾅!
얼마나 강하게 후려쳤는지 히포가 휘청-거리기까지 했다.
“일 났군! 일 났어!”
“저 빡대가리 새끼! 일을 왜 더 크게 만들어서는!”
모든 킬 라시온 멤버들이 성급했던 무혁의 행동을 비난하는 사이, 당사자는 버릇없는 펫에게 ‘참교육’을 시키겠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
“자고로 주인에게 이를 드러내는 개는 복날이라 생각하고 패버려야 해!”
무혁은 히포를 향해서 사정없이 주먹을 휘둘렀다.
쾅! 쾅! 쾅! 쾅! 쾅!
기껏 비싼 돈을 들여서 만든 갑주가 형편없이 찌그러졌다.
위풍당당했던, 적대감 가득했던 히포의 붉은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꾸득! 꾸득! 꾸드드득!
여기는 자신의 앞마당이다.
그동안 물먹은 솜처럼 축축- 늘어지던 몸도 마기를 흡수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힘이 넘쳤다.
마음만 같아서는 자신에게 무지막지하게 주먹질을 해대는 주인 놈을 제대로 들이박고 싶었지만, 그가 휘둘러대는 주먹에 맞을 때마다 의지가 팍팍- 꺾여나갔다.
어째서 이곳에서 인간에 불과한 주인은 여전히 힘이 넘치는 걸까?
히포는 그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건 히포를 무자비하게 후려 패는 무혁을 바라보는 킬 라시온 멤버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무혁 동생은 우리와 다르게 멀쩡해 보이지 않아?”
방적삼의 물음에 르케임 역시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우리처럼 마기에 페널티를 받지 않은 건가?”
“그럴 가능성은 없어.”
레오가 단언하듯 그렇게 말했다.
무혁도 인간이고, 자신들과 똑같은 식민이다.
인간으로서 이 지독한 마기에 저항할 수 있다는 건 도저히 설명이 불가능했다.
“역시… 우리 오빠의 저 터프함이란! 정말 반할 수밖에 없다니까!”
이 와중에도 미첼은 무혁의 행동을 미화시키며 눈에 하트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무혁의 몸놀림은… 변화가 없다.’
필립은 무혁이 자신과는 다르다는 걸 한눈에 알아보고 있었다.
어째서?
왜 무혁은 마기의 영향을 받지 않는 걸까?
다른 킬 라시온 멤버들처럼 무혁 역시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히포의 모습에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그는 달랐다.
[순수한 마기에 블랙 본의 ‘마나’가 반응합니다.]
[고유 능력 마나가 개방됩니다.]
[블랙 본의 영향으로 ‘마기’를 깨닫습니다.]
[고유 능력 마기가 개방됩니다.]
[정마력과 마나, 마기가 하나로 통합됩니다.]
[고유 능력 마력이 개방됩니다.]
[마력은 모든 마기와 정마력, 마나를 다스릴 수 있습니다.]
블랙 본.
무혁에게 있어 놀라울 정도로 무수히 많은 혜택을 주고 있는 사기적인 능력이 또다시 무혁에게 커다란 변혁을 가져다줬다.
블랙 본의 근본은 본 드래곤이다.
본 드래곤을 단순하게 해골 드래곤으로만 여긴다는 건 어리석은 생각이다.
멀쩡했던 드래곤을 본 드래곤으로 만들기 위해선 어마어마한 양의 마기를 쏟아 부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아도 드래곤은 마나 즉, 자연의 기운에 특화되어 있는 생명체인데 그런 생명체를 본 드래곤으로 만들기 위해선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한 마기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기존의 마나와 마기가 어우러진 본 드래곤이 무혁의 몸에 이식된 것이다.
그렇다면 왜, 피 무지개 숲에서 마기에 노출되었을 때는 변화가 없었던 것일까?
마수의 대지처럼 순수한 마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마수의 대지에 발을 들이면서 순수한 마기가 본 드래곤의 블랙 본을 자극해버린 것이다.
처음에는 무혁 역시 다른 킬 라이온 멤버들처럼 마기에 고유 능력과 스킬이 하락하는 페널티를 받았지만, 마기가 개방되면서 깨끗하게 모든 페널티가 사라져버린 것이었다.
오히려 정마력, 마기, 마나를 모두 다스릴 수 있는 ‘마력’의 개방은 무혁의 힘을 더욱더 상승시켰다.
“건방지게!”
쾅!
“반항을 해!”
쾅!
“너 같은 놈은 정신이 번쩍 들도록 쳐 맞아야 해!”
쾅! 쾅! 쾅!
여기저기 갑주가 흉물스럽게 찌그러질 때마다 히포의 반항심도 빠른 속도로 수그러들었다.
꾸드드드….
끝내 히포가 힘없는 소리를 냈다.
그럼에도 무혁에게 자비란 없었다.
“한 번 반항한 놈이 두 번이라고 없을 것 같아? 반항심의 뿌리까지 모조리 뽑는다!”
쾅쾅쾅쾅쾅-!
히포는 이러다 맞아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도망을 갈 생각을 했다.
“눈깔 돌아가는 소리가 탱크 소리만큼 크다! 도망가려고? 도망 가봐. 아주 마수의 대지를 모조리 뒤져서라도 찾아낸 다음에 철장에 가둬놓고 매일매일 패버릴 라니까!”
광기마저 엿보이는 무혁의 모습에 히포는 도망가겠다는 생각마저 깨끗하게 지워버렸다.
그렇게 히포는 맞고, 또 맞고, 정말 많이 맞았다.
한 순간의 반항심이 불러온 지독한 매질은 히포가 진심으로 눈물까지 흘리며 반성한다는 듯, 바닥에 바짝 엎드리고 나서야 끝이 날 수 있었다.
“저거… 벗겨야 하지 않을까?”
방적삼이 조심스럽게 히포의 흉물스러운 갑주를 바라보며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오늘의 일을 교훈으로 삼으려면 이번 일이 끝날 때까지는 입고 있어야 해요.”
무혁의 냉정한 말투에 방적삼은 물론, 다른 멤버들까지도 모두 정말 지독한 놈이라며 혀를 찼다.
동시에 저런 지독한 성격이 지금의 무혁을 만든 것이 아닐까- 하며 내심 그의 실력의 이유를 수긍하기까지 했다.
히포에게 참교육을 마치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마수의 대지 탐사를 시작했다.
마수의 대지는 마기가 짙게 깔려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크게 다른 구석이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마기에 계속 노출이 되면 영구적으로 능력이 하락한다고 하는데 오래 있어도 될까요?”
르케임은 그렇게 말하며 결계에서 멀어지는 것을 우려했다.
혹시라도 낌새가 이상하다 싶으면 곧바로 마수의 대지를 빠져나가야 했기에 사실상 마수의 대지를 전체적으로 탐사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봤다.
“그렇지 않아도 그게 걱정이긴 하네.”
필립도 이 부분에 있어서는 딱히 방법이 없었다.
마수의 대지에 대한 정보는 극히 미미했고, 부분적이었기에 사실 ‘마기 중독’과 같은 현상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도 못했고, 설령 미리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 해결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돌아보죠.”
무혁이 자신 있게 나섰다.
현재 마기 중독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무혁이 유일했기 때문이다.
“혼자서 괜찮겠어?”
필립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무혁에게 떠넘기는 것만 같아서 마음이 불편했다.
“여기서 멀쩡한 사람은 나 하나밖에 없으니 방법이 없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큰 기대를 안고 마수의 대지를 찾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필립과 다른 멤버들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이 녀석을 타고 다니면 빠르게 움직일 수 있으니까 최소한 위험하더라도 도망가는 건 어렵지 않겠죠.”
히포의 이동 능력에 대해서는 의심할 구석이 없었기에 필립도 더 이상은 그를 만류할 수가 없었다.
“미안하네.”
“미안하긴요.”
오히려 무혁으로서는 필립으로 인해 마수의 대지에 왔고, 그로 인해 새로운 변화를 맞이했으니 고맙다고 해야 할 판이었다.
“그럼 우선 형에게 위치 추적 스킬 좀 걸어둘게요.”
“그래.”
필립으로서도 한곳에서만 가만히 있을 순 없었기에 무혁은 그에게 위치 추적 스킬을 걸어두고 히포의 등에 올라탔다.
“오빠! 조심해요!”
미첼이 당부를 뒤로하고 무혁은 히포를 타고 빠른 속도로 달려 나갔다.
“우리도 결계 주변으로만 탐색을 해보자.”
다소 힘이 빠진 멤버들을 다독이며 필립부터 앞장서서 걸음을 내딛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