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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182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7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82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82화

마수의 대지 (3)

 

킬 라시온 멤버들이 씨노버 마을을 벗어나고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서 중앙 탑에서 3남 1녀가 걸어 나왔다.

“이제야 제대로 된 일을 하는 기분이네! 안 그래?”

“이번만큼은 나도 네 말에 동감. 그동안 우리가 좀 어울리지 않는 임무를 해오긴 했지.”

짙은 스모키 화장을 한 로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대꾸했다.

“오! 로사 네가 웬일이야? 내 말에 다 동의를 하고? 이거 이번에는 느낌이 좋은데?”

굵은 웨이브의 파란 머리카락 소유자인 에디가 로사를 바라보며 윙크까지 해 보였다.

“웩-!”

로사는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구역질이 나올 것 같다며 혀를 길게 내밀었다.

그 모습에 에디가 손뼉까지 치며 좋아했고, 로사는 저런 인간하고는 역시 말을 섞는 게 아니라며 투덜거렸다.

“이번 임무가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모두 잘 알거라고 믿는다.”

리더, 팔머의 진중한 말에 에디와 로사의 눈빛이 한 순간에 바뀌었다.

레드 팀은 기본적으로 엑소더스 길드 내에서 자부심이 높기로 유명하다.

많고 많은 엑소더스 길드원들 중 실질적인 에이스들만을 모아놓은 곳이 레드 팀이었으니 그들의 콧대가 높은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런 레드 팀들 중에서도 팔머가 이끌고 있는 팀이 그동안 불패로 임무를 완수해왔기에 굉장히 유명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레드 팀들보다 길드장인 마스터의 신임이 두터웠고, 그만큼 다른 이들에게도 선망 혹은 질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 들어서는 그런 팔머의 팀 입지가 요즘 흔들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 시작점은 모래 태양의 임무였다.

모래성에 입장도 해보기 전에 모래 태양을 누군가 가지고 가버렸다는 건 팔머의 팀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후 누가 모래 태양을 가지고 갔는지, 어디로 갔는지 등을 알아내지 못한 팔머의 팀은 그들의 경쟁자들의 조롱거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옐로 팀원이 살해를 당하고, 그 범인을 쫓다가 로만 가문과 충돌이 일어나는 등 그 파장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가버렸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이 일의 책임이 팔머의 팀에 있다는 억지 주장이 제기되면서 졸지에 그들의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팔머의 팀으로서는 황당한 주장이고, 억울하다 못해 미치고 팔짝 뛸 일이었지만 사방에서 흠집을 내겠다며 달려드니 버틸 재간이 없었다.

덕분에 팔머의 팀은 예전 같은 중요한 임무보다는 자잘한 임무에 투입되면서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해버렸다.

그러던 와중에 마스터가 은밀하게 이번 임무를 맡긴 것이었다.

마수의 대지를 탐색하고 가능한 최대한 많은 정보를 모아 올 것을 지시한 것이다.

“누가 먼저 마수의 대지를 선점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헬-라시온의 판도가 바뀔 거다. 우리는 그 중차대한 임무를 부여 받은 것이니 이번에 확실하게 우리의 실력을 보여줘야만 한다.”

마수는 그 아직 어느 길드나 가문도 제대로 정복하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다.

몬스터보다 한 단계 위에 존재하는 존재였기에 자연스럽게 마수를 먼저 정복하는 곳이야 말로 진정한 헬-라시온의 최강자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로만 가문에서도 탐사 팀을 보내겠지?”

에디가 눈에 살기를 뿌려대며 그렇게 말했다.

로만 가문에서 옐로 팀원을 살해한 놈을 받아주지만 않았어도 팔머의 팀이 이렇게까지 곤란한 상황에 처하진 않았을 거라 생각했기에 그들에 대한 에디의 적개심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상태였다.

“물론. 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길드와 가문에서 최소한의 인원으로 이루어진 탐사 팀을 마수의 대지로 보낼 거다.”

한마디로 이번 마수의 대지는 각 길드와 가문의 각축장이 된다는 소리다.

“그 개자식들 발견하는 즉시 모조리 다 잿더미로 만들어 버리겠어.”

잔인하게 미소를 짓는 에디를 말리기는커녕, 다른 이들 또한 차가운 살기를 머금고 있었다.

“가자.”

팔머가 앞장서고 그 뒤를 나머지 세 사람이 따랐다.

 

#

 

“우와! 이게 뭐야?”

르케임은 무혁의 펫, 히포를 보곤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새카만 갑주를 걸친 히포는 확실히 보는 것만으로도 남다른 위용을 자랑했다.

“히포.”

“히포? 하마라고?”

누가봐도 코뿔소의 형태를 갖추고 있었기에 무혁의 말에 킬 라시온 멤버들은 저마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혁은 갑주 속에 가려진 히포의 진정한 모습이 보잘 것 없는 하마라는 걸 굳이 말해줄 필요는 없다 여겨 더 이상의 대답은 하지 않았다.

“오빠! 정말 멋있어요! 나도 오빠랑 같이 타고 가도 되죠?”

미첼이 무혁의 팔에 찰싹- 달라붙어서 그렇게 물었다.

“그러고 싶지만, 히포는 1인용이라서 미안해.”

실제로 히포의 안장은 딱 한 사람만 탑승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아무리 가녀린 미첼이라 하더라도 동승하기가 힘들었다.

“오빠가 날 품에 안고 타면….”

“미친년아, 헛소리 작작하고 이쪽으로 와.”

르케임의 핀잔에 미첼은 그를 죽일 듯 노려보다 이내 무혁에게 애원의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그런다고 미첼의 말 같지도 않는 요구를 들어줄 무혁이 아니었다.

“치!”

삐쳤다는 듯 미첼이 몸을 홱- 돌리고는 필립이 오늘을 위해 새로 길들인 펫, 거대 왕지네의 많은 관절 부위 중 한 곳에 올라탔다.

“무혁아, 속도는 빠른 편이야?”

필립이 살짝- 걱정스럽다는 듯 무혁에게 물었다.

거대 왕지네는 수백 개의 발을 가진 외형만큼이나 굉장히 빨랐다.

오죽했으면 최고 속도로 달릴 때는 다리가 보이지 않아 붕- 떠서 이동하는 것만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렇다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비행 가능한 펫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웬만한 육지 펫 중에서는 손에 꼽힐 정도로 빠른 속도를 자랑했다.

“시간을 지체해서 좋을 건 없으니까 괜찮다면 그냥 여기 같이 타고 가는 게 어때?”

거대 왕지네는 킬 라시온 멤버들이 모두 탑승하고도 여유자리가 넉넉하게 남을 정도였기에 필립은 조금도 빨라 보이지 않는 히포의 모습에 괜한 시간 낭비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다 싶으면 그렇게 하죠.”

무혁으로서도 솔직히 히포가 과연 거대 왕지네의 속도를 따라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시도도 해보지 않고 포기할 순 없었다.

“그러자 그럼.”

필립도 더 이상 다른 말을 하진 않았다.

“그럼 출발한다.”

필립이 거대 왕지네의 더듬이를 양손으로 움켜쥐고 잡아당겼다.

키게게게게게게-!

소름끼칠 정도로 역겨운 울음을 토해내며 몸의 절반을 일으켜 세웠던 거대 왕지네가 곧바로 수백 개의 발을 빠르게 움직이며 땅에 쫙- 달라붙어서 질주하기 시작했다.

엄청난 속도로 달려 나가는 거대 왕지네의 모습에 무혁은 더욱더 불안해졌다.

“빠르긴 X나 빠르네.”

무혁은 히포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다 이내 거대 왕지네보다 좀 느리면 어떠냐는 듯 마음을 놓아버렸다.

어차피 히포는 마수이지 않은가?

거대 왕지네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존재였기에 무혁은 그거 하나에 위안을 삼았다.

“너도 달려 봐. 있는 힘을 다해서!”

무혁이 히포의 등에 올라타서 그렇게 외쳤다.

꾸득! 꾸득! 꾸드드득!

히포가 특유의 울음을 내뱉기 시작했다.

새빨간 눈동자가 더욱더 생기 있는 빛을 뿌렸고, 아주 살짝 히포의 몸이 지면과 가까워진다 싶은 순간!

투- 왕!

“…헉!”

히포는 달리지 않았다.

그저 땅을 박차고 튀어 나갔다.

짧은 네 개의 다리로 땅을 딛고, 폭발적인 힘으로 땅을 뒤로 밀어내며 앞으로 쏘아져 나가는 모습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그런 뜀박질, 아니 이동 모습이었다.

어느새 하나의 점으로 변해 버렸던 거대 왕지네와의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졌다.

“뭐, 뭐야?”

“맙소사!”

“저, 저런 말도 안 되는!”

거대 왕지네의 등 위에서 무혁이 과연 따라올 수 있을까 걱정을 하던 킬 라시온 멤버들은 흡사 총알이 발사된 것마냥 빠른 속도로 자신들과의 거리를 좁히는 히포의 모습에 입을 쩍- 벌리며 경악했다.

“먼저 가요! 천천히들….”

무혁이 거대 왕지네를 스쳐 지나가며 그렇게 말했지만, 그마저도 킬 라시온 멤버들은 모두 들을 수가 없었다.

어느새 새카만 점으로 변해버린 무혁이었다.

보고도 믿지 못할 광경에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저게 도대체 뭐야? 저런 펫이 있었어?”

르케임의 물음에 명확하게 답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은 어느 누구도 없었다.

심지어 필립조차도 난생 처음 보는 광경에 당황스러운 얼굴이었다.

“무혁은 도대체 정체가 뭐야? 2년차 주제에 뭐가 저렇게 죄다 사기적이냐고!”

진심으로 부러워서 소리치는 르케임만큼이나 다른 이들 또한 같은 생각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게 바로 아시아인의 진정한 능력이지! 핫핫핫!”

백인 우월주의에 대한 방적삼의 개인적인 적개심이 은근슬쩍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이 새끼는 발만 많았지 쓸모도 없네!”

괜히 실비아가 열심히 달리고 있는 거대 왕지네의 등짝을 손바닥으로 후려쳤다.

키에에에에-!

어찌나 세게 후려쳤는지 거대 왕지네가 한 차례 몸을 꿈틀- 거리며 비명을 내질렀다.

“그런데 말이야.”

레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모두가 레오를 바라보자 그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무혁이는 목적지를 제대로 알고 가는 거야?”

“…….”

순간 어느 누구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

마수의 대지로 향하는 길은 오로지 필립만이 알고 있었으니까.

히포가 얼마나 빠른지 무혁의 모습조차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저기 온다.”

아르케니아가 멀리서 빠르게 확대되듯 다가오는 무혁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마수의 대지가 어디죠?”

무혁의 외침에 실비아가 혀를 찼다.

“저 새끼도 가만히 보면 빡대가리 새끼라니까.”

실비아의 냉정한 비판에 어느 누구도 토를 달지 않았다.

사실 그들 또한 무혁이 은근 모자란 구석이 많다는 걸 눈치 채고 있었기 때문이다.

 

#

 

마수의 대지로 향하는 길은 순조로웠다.

히포가 느리면 어쩌나 걱정을 했지만, 오히려 너무 빨라서 그 속도를 맞추느라 거대 왕지네의 탈진을 걱정해야만 했다.

그렇게 하루 하고도 반나절을 내리 달려서야 목적지 근처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제부터는 모두 행동에 조심하도록 해.”

필립의 말에 킬 라시온 멤버들도 저마다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만큼은 미첼도 더 이상 무혁에게 치근거리지 않았고, 방적삼이나 르케임도 괜한 소리로 분위기를 흐리지 않았다.

실비아와 레오 또한 팽팽한 긴장감을 세우고 있었다.

그리고 아르케니아는….

‘재는 똑같네.’

여전히 입에 뭘 물고 있는 아르케니아의 모습에 무혁은 픽- 웃고 말았다.

거대 왕지네를 펫 공간으로 돌려보내며 필립이 무혁에게 물었다.

“무혁이 너도 히포를 돌려보내야지.”

펫은 이동 수단 외엔 큰 쓸모가 없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간혹 전투력이 뛰어난 펫이 있기도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일반적인 몬스터를 상대했을 때에나 가능한 소리다.

앞으로 자신들이 발을 들여야 하는 곳은 마수들이 서식하는 곳이니 뛰어난 이동 능력을 가진 히포를 걱정하는 필립의 모습은 일견 당연했다.

“저는 그냥 데리고 다니려고요.”

무혁의 말에 여기저기서 미쳤냐는 듯 반발했다.

이동 속도에 반해버린 킬 라시온 멤버들로서는 자신의 펫이 아니더라도 히포를 소중하게 아껴야 한다는 동질감을 갖고 있었다.

어지간해서는 자신의 말을 받아주지 않을 것 같아 무혁은 하는 수 없이 히포의 정체를 밝혔다.

“마수라고?”

예상했던 것처럼 킬 라시온 멤버들이 턱이 빠질 듯 놀라워했다.

“어쩐지! 일반적이지 않다 싶었어!”

누구보다 히포에게 깊이 빠져 있는 르케임인 그제야 이해가 간다는 듯 히포의 이동력에 수긍했다.

“최하급 마수라 이거지?”

실비아 또한 히포에 대한 강한 소유욕을 드러내고 있었기에 두 눈이 반짝였다.

그 모습만으로도 무혁은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충분히 짐작이 갔다.

마수의 대지에서 괜찮다 싶은 마수를 포획하겠다는 의지인 것이다.

“드디어 나에게 맞는 펫을 구할 수 있게 된 건가? 훗훗!”

레오가 그렇게 말을 하며 웃었고, 방적삼 또한 김칫국을 한 사발 크게 들이켰다.

“내게 딱 어울리는 마수를 구하기만 하면 길들이는 거야 무혁이 도와주겠지? 핫핫핫!”

“이 참에 우리 킬 라시온 멤버 전원이 마수를 펫으로 길들이고 다니면 굉장히 멋있을 것 같고 좋은데요? 그렇죠, 필립 오빠?”

미첼의 말에 믿었던 필립마저 긍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무혁이가 도와준다면야 불가능한 일도 아닌 것 같네.”

은근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필립의 모습에 무혁은 아무래도 자신이 큰 실수를 한 것만 같다는 생각을 지워버릴 수가 없었다.

톡톡.

무혁은 누군가 자신의 옆구리를 찔러대자 고개를 돌렸다.

“이거.”

아르케니아가 오렌지 주스 하나를 내밀었다.

“나보고 또 강매하라고? 됐다. 나도 주스는 많아.”

공간 주머니는 너만 있는 게 아니라는 듯 그렇게 말했지만, 아르케니아는 오렌지 주스를 꾸역꾸역- 무혁의 손에 쥐어주었다.

“내가 잡은 마수만 길들여주면 평생 주스는 공짜로 줄게. 이건 계약 주스.”

“…헐.”

고작 주스 따위로 마수 길들이기를 부탁하는 아르케니아의 뻔뻔스러움에 무혁은 할 말이 없었다.

“자! 가자!”

그러거나 말거나 마수의 대지로 향하는 킬 라시온 멤버들의 발걸음은 굉장히 가볍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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