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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180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5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80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80화

마수의 대지 (1)

 

“이거 뭐야?”

필립은 무혁이 내놓은 스킬 링들을 바라보며 표정을 찌푸렸다.

“염치는 있어야죠.”

송정민도 그렇고 방구름도 그렇고 어쨌든 무혁으로서는 자신이 달고 온 혹들이다.

물론, 그 진정한 가치가 밝혀진다면 혹이 아닌 금덩어리로 변모하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두 사람 모두 당장으로서는 킬 라시온의 본부에서 머물게 되었으니 그들의 보호자나 다름없는 무혁은 기본적인 숙식에 대한 값은 치루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정도의 계산은 해둬야 무혁으로서도 빚을 졌다는 기분을 털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수십 개의 스킬 링들은 모두 얼음 바위 산에서 무혁이 얻었던 것들로 어차피 모두 처분을 해야 할 것들이었으니 이런 식으로 사용하는 것이 더 가치 있기도 했다.

“다시 넣어.”

필립이 딱딱한 어조로 그렇게 말했다.

“이렇게 해야 제 마음이 편해요.”

웃는 얼굴로 말을 하는 무혁에게 필립이 눈을 찌푸렸다.

“내 마음은 불편해도 되고?”

“어차피 길드 운영자금도 필요할 것 아니에요? 설마 그걸 형이 혼자 다 감당해요?”

“길드 운영자금은 공동 사냥을 통해서 충분할 정도로 확보하고 있어. 그러니까 이건 넣어.”

필요 없다고 딱! 잘라서 말을 하는 필립이었지만, 무혁도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길드를 위한 제 성의라고 생각해요. 나도 그렇게 궁한 편은 아니라서 이 정도는 얼마든지 쾌척할 수 있어요.”

무혁의 단호한 태도에 필립은 한참 동안이나 말을 잇지 못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은 받아두마.”

길게 말싸움을 하고 싶지 않다는 듯, 필립은 언제든 다시 돌려주겠다는 식으로 그렇게 말했다.

무혁으로서는 과연 다시 돌려달라고 할 일이 있을까 싶었다.

무혁이 건넨 스킬 링들을 한쪽으로 대충 밀어두고 필립이 그를 부른 이유를 꺼내기 시작했다.

“대충 정리도 끝난 것 같으니까 이제 무혁이 네게 부탁 좀 해야겠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며칠이 지났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만큼 방구름과 송정민도 킬 라시온에 어느 정도 적응해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무혁 역시도 슬슬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마음만 같아서는 다음 신물을 확보하고 싶었지만, 그러자니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으니 강제 사냥 때문에 섣부르게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강제 사냥 전까지 차선책으로 선택한 것이 마정 작업이었다.

목표는 4등급 마정으로, 방구름의 성장을 위해 쓰일 것들이다.

2-3일 이내로 움직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필립이 부탁을 해오니 마냥 거절할 수가 없어 우선은 들어보기로 했다.

“무슨 부탁인데요?”

“조만간 사냥을 갈 생각이다. 그런데 쉬운 곳이 아니야. 사냥을 갈 멤버는 나를 비롯해서 무혁이 너, 실비아, 르케임, 미첼, 아르케니아, 레오, 방적삼 형님이다.”

사실상 방구름과 송정민을 제외한 현재 남아 있는 모든 킬 라시온 멤버들이 참여하는 사냥이란 소리다.

무엇보다도 하이 랭커인 필립이 직접 참여하는 사냥이다.

쉬운 곳이 아니라는 말이 그냥 한 소리가 아니었다.

무혁은 ‘부탁’이라는 단어를 다시 한 번 신중하게 생각해봤다.

필립과 무혁을 제외한 사냥을 갈 멤버들의 면면을 살펴보자면, 레오가 6년차로 헬-라시온에서의 경력은 가장 길었다.

그 외에 실비아, 미첼, 르케임이 5년차였으며, 아르케니아와 방적삼이 4년차였다.

헬-라시온에서 연차가 전부는 아니지만, 그만큼 강함의 척도가 될 순 있었다.

실제로도 현재 사냥을 가기로 한 멤버들의 무력 순위를 따지자면 필립 다음은 무혁이었고, 그 다음이 레오, 그리고 실비아였다.

나머지는 거의 비슷비슷한 수준이었기에 구태여 순위를 매길 필요도 없었다.

중요한 건, 필립 다음이 무혁이라는 사실이다.

‘보호자의 역할이 필요한 건가? 아니면… 현재 사냥을 나갈 수 있는 인원이 제한적이라 어쩔 수 없이 내게 부탁을 하는 건가?’

아직 서로 대면한 적은 없지만, 무혁보다 강한 길드원들도 있다. 다만, 그들은 현재 진행 중인 일이 있어서 참여를 못했기에 필립이 부탁이라는 단어까지 써가며 무혁에게 말을 꺼낸 것이었다.

“대충 예상은 했겠지만, 나 혼자서는 조금 위험이 따를 지도 몰라서 무혁이 네게 서포트를 부탁을 하는 거다. 뭐, 원하지 않는다면 굳이 강제로 참여할 필요는 없어. 분명히 말해두지만, 이건 길드 전체 사냥이 아니라서 빠져도 괜찮아.”

“제가 빠지면 사냥은 어떻게 되죠?”

“다음 기회로 미뤄야겠지.”

괜찮다는 듯 말을 하지만, 필립의 얼굴에 아쉬움이 짙게 묻어 나왔다.

그 아쉬움의 감정이 무혁의 호기심에 불을 지폈다.

“다음 기회가 언제죠?”

“어쩌면… 내년쯤?”

“1년을 기다려야 한다고요?”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럴 가능성이 있어.”

“도대체 어딘데 1년이나 기다려야 한다는 거죠?”

무혁의 물음에 필립이 공간 주머니에서 캔 커피 두 개를 꺼냈다.

하나는 자신이, 나머지 하나는 무혁에게 건네고 필립이 캔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

“마수의 대지라고 들어봤어?”

무혁은 처음 들어보는 곳이었다.

필립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었다.

“아마도 이건 송 고문님도 모를 거다.”

“선생님도 모른다고요?”

“마수의 대지는 작년에 처음으로 발견이 됐거든.”

무혁은 뭔가 중대한 비밀의 문 앞에 선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수의 대지.

따지고 본다면 헬-라시온에 존재하는 많고 많은 미개척지 중 한 곳이나 다름없다.

미개척지라면 기본적으로 생태 환경이 어떤 곳인지, 어떤 몬스터가 서식하고 있는지, 얻을 수 있는 부산물들은 무엇인지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곳을 말한다.

보통 대다수의 미개척지들은 어지간한 실력으로는 탐사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한 환경이거나, 서식 몬스터들의 위험도가 높았다.

마수의 대지가 바로 그런 곳 중 하나로 이번에 새롭게 발견이 된 것이다.

“마수라고요?”

무혁은 자연스럽게 자신이 펫, 히포가 떠올랐다.

가장 최하급의 7등급이지만, 마수는 몬스터와 확연하게 다르다.

그런 마수들만이 서식하고 있는 특별한 대지, 그곳이 바로 마수의 대지였다.

필립의 설명에 따르면 마수의 대지는 아주 우연찮게 한 탐험가에 의해서 발견이 되었는데, 놀랍게도 언제든 접근이 가능한 다른 미개척지들과는 다르게 결계로 가로 막혀 있다고 했다.

그러던 중 며칠 만에 결계가 풀렸는데, 그게 바로 5월 15일부터 18일까지였다.

“확실한 건 아니야. 다만, 작년의 경우 이 3일 동안에만 결계가 풀리고 지금까지 여전히 진입을 할 수가 없어서 어쩌면 올해도 비슷하지 않을까 추측만 하고 있을 뿐이지.”

확실하지 않은 일 때문에 다른 멤버들까지도 무작정 대기를 시킬 수가 없었기에 필립은 올해는 그저 확인만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필립이 인정할 만한 실력자인 무혁이 나타났다.

“무혁이 네 실력이라면 최악의 상황만큼은 피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가볍게 탐사만 해보려고 했지.”

사냥이라고 말을 꺼내긴 했으나, 필립은 기본적으로 길드원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겼기에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탐사만 해 볼 계획이 있었다.

이건 순전히 필립의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한 일이었기에 무혁에게 강제할 수가 없었다.

솔직히 마수라는 존재 자체가 일반적인 몬스터와는 전혀 달랐기에 함부로 접근을 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마수라….”

무혁은 굉장한 호기심이 생겼다.

몬스터와 다르게 마수는 쉽게 볼 수가 없었으니까.

헬-라시온에서 가장 유명한 마수를 꼽자면, ‘어둠이 내려앉은 숲’의 지배자나 다름없는 ‘켈로나’이다.

그 외에도 몇몇 마수들이 있기는 했지만, 하나 같이 그 모습을 쉽사리 드러내지 않을 정도로 희귀했기에 마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높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거절하면 형은 혼자서 갈 생각이죠?”

무혁의 물음에 필립은 대답 없이 웃기만 했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무혁은 피식- 웃었다.

“길드의 수장이 너무 가볍게 행동하는 거 아니에요?”

“실력이 되잖아.”

뻔뻔하지만, 반박할 수 없는 필립의 대꾸였다.

“그런데 막상 가보면 결계가 풀린다는 보장도 없어서 어쩌면 헛걸음만 하게 될지도 몰라.”

다만, 그 헛걸음을 하려고 상당히 많은 이들이 몰릴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가죠.”

무혁도 이런 기회를 놓칠 이유가 없었다.

결계가 풀리지 않으면 계획했던 것처럼 4등급 마정을 구하기 위해 움직이면 될 일이었다.

마수에 대한 걱정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하이 랭커인 필립이 있는데 설마 큰일이야 있을까 싶기도 했다.

그리고 무혁은 남들과 다르다.

‘잘 됐지. 이 기회에 정말로 마수들에게 블랙 본과 통통이가 어느 정도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확인도 할 수 있으니까.’

히포를 단숨에 굴복시켰었던 기억이 있는 무혁이었기에 내심 기대도 됐다.

물론, 히포가 7등급의 최하급 마수라서 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때문에 무혁은 제대로 확인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히포도 데리고 가야겠네.’

지금쯤 히포의 전용 갑주도 모두 완성이 되었을 것이니 시기적으로도 딱 좋았다.

“3일 뒤에 출발 할 거니까 본부로 와.”

필립은 무혁이 함께 하겠다고 하니 무척이나 기쁜 듯 웃음을 지으며 들뜬 모습을 감추지 않았다.

 

#

 

“어떤가?”

오들의 말을 무시하며 무혁은 자신의 눈앞에 서 있는 히포를 바라봤다.

하마를 닮은, 아니 하마의 외형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히포는 현재 새카만 갑주를 착용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성난 코뿔소를 연상시켰다.

무혁은 히포의 모습을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멋지게 보일 수 있을까- 고민을 했고, 그 결과 자연스럽게 코뿔소를 떠올렸다.

하마의 체형이나, 코뿔소의 체형이나 큰 차이가 없다 여긴 무혁으로서는 최대한 전투적인 코뿔소의 외형을 갖춘 갑주를 원했고, 오들은 상당한 보석을 요구한 만큼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만들어낸 것이다.

“좋네요.”

“허허!”

자신의 실력을 인정해주는 무혁의 대답에 오들은 한껏 광대가 승천했다.

스스로 생각해도 확실히 현재 히포의 모습은 본래의 모습이 제대로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감쪽같이 변해있었다.

“내 일생의 역작이지! 헬-라시온 그 어디에도 나만한 실력을 가진 갑주 제작자는 없을 걸세! 허허허!”

오들은 그렇게 자찬했고, 무혁 역시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며 동의했다.

보통 펫을 길들여 다니는 이들은 ‘멋’이라는 걸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펫이라 함은 기본적으로 이동 수단으로서의 역할이 가장 크지만, 그에 못지않게 자신의 펫을 얼마나 멋지게 꾸미느냐에 따른 주인의 과시욕을 드러내는 대상이기도 했다.

그렇다 보니 보통 펫 전용 갑주를 만드는 이들은 최대한 화려하고도 멋있게 만들길 원한다.

전투적인 펫을 소유한 극히 일부 사람들만이 화려함보다는 실용성을 찾지만, 지금까지 오들이 제작을 했던 수많은 갑주들 중 히포처럼 멋과 실용성을 동시에 갖춘 케이스는 거의 없었다.

가능하다면 전시라도 해놓고 싶을 정도로 오들은 자신의 작품에 만족했다.

“펫 공간 오픈!”

무혁의 외침에 히포의 앞에 공간이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공간 주머니와 비슷하지만, 오로지 펫만 들어갈 수 있는 전용 공간으로 중앙 탑에서 자그마치 500만 포인트를 지불해야만 구매할 수 있었다.

“들어가.”

무혁의 명령에 히포는 잠시 머뭇거렸지만, 이내 맥없이 균열을 일으킨 공간 안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마수인 카칸을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다는 건 여전히 놀랍군.”

오들은 별다른 행동도 없이 말만으로도 히포를 손쉽게 다루는 무혁이 놀랍기만 했다.

“저만의 특기죠.”

무혁은 그렇게 말하며 낄낄- 웃었다.

“어쨌든 수고하셨어요. 이거 AS 보증 기간은 몇 년이죠?”

뻔뻔스럽게 묻는 무혁의 모습에 오들이 얼굴을 굳혔다.

“…무상 수리를 말하는 거라면 꿈 깨게.”

“이게 얼마짜리 갑주인데 최소 3년 무상 수리는 해주셔야죠.”

눈을 치켜뜨며 따지듯 묻는 무혁에게 오들이 침을 튀겨가며 반박했다.

“자네 너무 양심이 없는 것 아닌가? 그깟 꼬리털 좀 만지게 해주고 가격을 후려쳐놓고, 이제는 뭐? 3년 무상 수리? 어림도 없네!”

“꼬리털을 만지면서 제작 가격을 깎아주겠다고 하신 건 영감님이죠.”

“그렇다고 제작 가격을 30퍼센트나 후려친 건 너무 심한 횡포였어!”

“어쨌든 서로 합의한 건 사실이죠.”

자신에게는 잘못이 없다는 듯 무혁이 그렇게 말을 하자 오들이 입가를 부들부들- 떨어댔다.

“지독한 놈! 내가 말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제작 가격보다 원가가 더 들었어! 거기에 노동력까지 더하면 내가 완전히 손해를 보면서 만든 거라고! 어쨌든 무상 수리 따윈 없으니까 그렇게 알게!”

협상은 없다는 듯, 오들이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정말 그렇게 나오실 거죠?”

“흥!”

네깟 놈이 무슨 말을 해도 자신의 결심은 변함이 없다는 오들의 태도에 무혁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마수 몇 마리 잡으면 당연히 영감님께 갑주 제작을 맡길 생각이었는데, 그렇게 나오신다니 어쩔 수 없죠. 다른 조련소를 찾아가도록 하죠. 그럼, 잘 지내세요, 영감님.”

다시는 발걸음을 하지 않겠다는 듯 무혁이 냉정하게 돌아서자 오들이 한참을 망설이다 외쳤다.

“3년은 안 돼! 1년! 딱 1년만 무상 수리를 해줌세!”

“2년으로 하시죠.”

아니면 그냥 가겠다는 무혁의 태도에 오들은 분했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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