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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177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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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77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77화

킬 라시온 (7)

 

다음에 만날 때는 코가 삐뚤어 질 때까지 마시자는 말과 함께 필립은 길드원들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형님, 어떻게 하시려고요?”

방구름의 물음에도 무혁은 킬 라시온 멤버들이 중앙탑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기만 했다.

한참만에야 무혁이 방구름에게 말을 건넸다.

“구름이 네가 보기엔 어떤 것 같아?”

“제가 뭘 알기나 하나요.”

“그래도 느낌이라는 게 있잖아.”

“느낌이라면….”

방구름은 잠시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더니 이윽고 조심스럽게 좋은 사람들 같다고 말했다.

“믿어도 좋을 만큼? 나만큼?”

“믿어도 좋을 것 같기는 한데 그렇다고 형님하고 비교할 순 없습니다.”

혹시라도 자신의 진심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을까 방구름은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자식.”

언제나 자신에게 굳건한 신뢰를 보내는 방구름이 모습에 무혁은 기분 좋게 웃으며 그의 머리를 헝클었다.

“너나 내가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선생님의 의견도 중요하니까 우선은 상의를 해봐야겠다.”

“아무래도 선생님이라면 우리보다 더 많은 걸 알고 계시겠죠.”

방구름은 논의를 하는 자리에 자신이 함께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아쉽기만 했다.

“확실하게 결정이 나기 전까지 구름이 너는 소도시 식민으로 신분 상승할 준비나 하고 있어. 이건 확정된 일이니까 여기에 머물 생각하지 말고.”

“형님, 저는….”

“마정은 형이 구할 테니까 걱정 말고.”

“…예.”

이번만큼은 네 의견을 들어줄 수 없다는 무혁의 확고한 어투에 방구름도 더 이상은 버틸 수가 없었다. 

‘그래, 형님도 목숨을 걸어가며 성장을 하시는 중인데… 나만 편안하게 갈 순 없지.’

방구름도 깨끗하게 마을 식민에 대한 미련을 털어 내버렸다.

“저기가 좋겠다. 저기서 며칠만 지내고 있어.”

무혁이 가리킨 곳은 일일 숙박 업소였다.

일일 숙박업소는 부락과 마을에도 아주 드물게 존재했다.

보통 주변에 인기 높은 사냥터가 있는 곳에만 존재했는데, 거주민들은 물론, 잠시 쉬었다가는 이들에게도 꽤나 유용한 곳이었다.

요금이 조금 비싸다는 것이 유일한 단점이었지만, 현재 방구름에게는 신경 쓸 부분이 아니었기에 확실하게 거주지가 정해지기 전까지 머물기에 딱 알맞았다.

방구름과 헤어진 무혁은 곧장 중앙 탑을 이용해서 커스틸로 향했다.

흑룡 길드 등과의 전투, 그리고 필립과의 만남 등으로 인해 시간이 꽤 흘렀기에 자신의 원룸으로 돌아가는 무혁의 발걸음이 꽤나 급했다.

“선생님, 늦었습니다.”

“일이 많았던 거냐?”

송정민 또한 생각보다 늦어지는 무혁으로 인해 내심 걱정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사실은….”

무혁은 자신이 겪은 일들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알려주었다.

“그놈들은 결코 쉽게 물러나지 않을 거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던 건 알지만… 이번에도 네가 너무 일을 크게 벌였다.”

“죄송합니다.”

“상황이 그러했다니 널 자책하는 건 아니다.”

다만,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을 했다면 이렇게까지 상황을 키우지는 않았을 거라고 속으로만 아쉬워하는 송정민이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송정민은 필립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헬-라시온에서 평판만 놓고 본다면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로 믿을만한 인물이 필립 제르키다.”

“선생님의 평가는 어떻습니까?”

“우연찮게 두어 번 정도 만났는데, 호감 가는 사내였다.”

웬만해선 타인에 대한 평가가 그리 후하지 않은 송정민조차 호감이 갈 정도였다니 무혁은 내심 자신의 느낌이 틀리지는 않았다고 안심했다.

송정민은 필립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냈다.

나이로 따지면 송정민보다 필립이 10살이나 어리지만, 헬-라시온에서의 경력은 필립이 1년 더 많았다.

즉, 필립은 3차 지구인이었고, 송정민은 그 이듬해에 헬-라시온에 끌려온 4차 지구인이었다.

송정민이 4차 지구인들 중 주목 받는 루키였다면, 필립은 초창기 그리 눈에 띄는 인물은 아니었다.

“하이 랭커가 된 것도 내가 더 먼저였다.”

자부심이 아니라, 송정민과 필립은 그만큼 서로 추구하는 목표가 달랐다는 소리다.

송정민은 처음부터 강해지겠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헬-라시온에서 굴렀다.

투왕이라는 별명을 얻은 것만 보더라도 송정민이 걸어온 길은 예사롭지 않은 ‘피의 길’이었다.

독불장군처럼 어느 누구도 쉽게 믿지 않았기에 그만큼 적도 많았다.

송정민이 몬스터를 사냥하고, 자신을 위협하는 적들과 사투를 벌여가며 가파르게 성장한 반면에 필립은 그보다 1년 빨리 헬-라시온에 끌려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름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을 정도로 평범한 길을 걸었다.

“필립 제르키는 사람 좋아하고, 남들 도와주길 좋아하는 사내였지.”

당시의 송정민으로서는 필립을 이해할 수도, 이해하기도 싫은 모습이었다.

“지금처럼 거대 길드와 가문들이 헬-라시온을 주름잡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배신은 밥 먹듯이 일어났다. 우습게도 길드와 가문들이 서로의 영역을 지배하고, 자신들의 권익을 챙기기 시작하면서부터 배신행위가 줄어들었다고 봐야 한다.”

소위 질서가 잡혔다고 봐야 했다.

자신들의 울타리에 들어선 이들에 대한 절대적인 보호가 시작되면서 배신행위가 때론 거대 집단에 대한 도전행위로 비춰질 수 있었고, 그에 따른 철저한 응징이 질서를 세우기 시작한 것이다.

어쨌든 그런 질서가 갖춰지기 이전부터 필립은 배신을 당하고, 자신이 손해를 보면서도 주변 사람들을 챙기는 걸 멈추지 않았다.

“바보 같은 사람이군요.”

무혁이 조소를 짓자, 송정민도 피식- 웃었다.

“많은 사람들이 무혁이 네가 한 말처럼 그를 비웃었다. 그런데도 필립은 여전히 사람들과 어울리길 좋아하고 그들을 믿었다. 딱히 두각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헬-라시온에서 버티고 살았다는 건 그만큼 재능과 실력이 뛰어나다는 이야기였지.”

그래서 필립은 초창기 거대 길드와 가문들의 열렬한 구애를 받았었다.

단점보다 장점이 압도적으로 많은 매력적인 인물이었으니 가만히 두는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그런데 필립은 오히려 길드와 가문에게 역으로 제안을 했다.”

“제안이요?”

“모두 하나가 되자. 서로 반목하는 것이야 말로 마족들이 바라는 일이니 그들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지 말자는 거였지. 함께 힘을 모아서 서로를 믿으며 이곳에서 살아나가자는 주장이었다.”

뜻은 좋으나, 현실성 제로에 가까운 주장을 내세우는 필립을 두고 사람들은 몽상가라고 불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립은 여전히 한결같이 행동했다.

“그러다 한 6년 전인가? 필립에게 큰 사건이 벌어졌다.”

“사건이요?”

“초창기부터 필립과 함께 했던 이들이 모두 죽은 거지.”

“어쩌다가요?”

“지금은 없지만, ‘블랙독’이라는 길드가 있었다. 굉장히 난폭하고, 무자비한 놈들이었지. 한 마디로 무법자들이라고나 할까? 당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던 놈들인데 그놈들과의 사소한 시비가 발달이라고 들었다.”

마을에서 시비가 벌어졌는데, 의외로 필립과 그의 친구들이 상당한 명성을 쌓고 있던 블랙독의 간부진들을 쓰러트린 것이다.

당연히 싸움에서 이긴 필립과 그의 친구들은 명성이 높아졌지만, 반대로 블랙독은 자존심에 커다란 상처를 입고, 명성에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무법자처럼 행동하던 놈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주변의 시선이다. 자신들을 두려워하고, 기피해야 그들의 행동이 더욱더 제약이 없어지니까. 그런데 필립 무리에게 깨졌으니 소문이 어떻게 났겠냐? 당연히 별것 아닌 놈들로 이미지가 완전히 추락해 버린 것이지.”

“보복을 했겠군요.”

송정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블랙독이 보복을 시작하자 필립 무리는 난처한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었지. 블랙독은 상당한 인원이 모인 집단이고, 필립 무리는 고작해야 10여 명에 불과했으니까. 그때 몇몇 길드와 가문에서 필립에게 손을 내밀었다고 들었는데, 그걸 거부했다고 하더군. 그 결과 블랙독에게 필립은 모든 걸 잃고 말았다.”

“그럼 그때….”

 

‘그들에게서 언제까지 지킬 수 있을 것 같은데? 애초부터 나는 네 실력을 의심하진 않았어. 저 친구의 안전을 얘기한 거였지.’

‘그건 내가 알아서 할 문제니까 신경 끄지?’

‘그렇게 말하고 소중한 사람들을 허무하게 잃은 자들을 수도 없이 봤다. 내 눈에는 너도 마찬가지야. 지킬 수 있다고? 나랑 내기할까? 분명 이번 연차가 마지막이 될 거다.’

 

필립이 했던 말이 무혁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필립은 무혁에게서 자신의 과거를 본 것이었다.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된 겁니까?”

“내가 듣기로는 그의 친구들의 희생으로 필립만 가까스로 살아남았다고 하더군. 그리고 그렇게 살아남은 필립이 홀로 블랙독과 싸우기 시작했다는 것만 들었다. 당시 나도 그 이야기를 듣고 참 한심한 놈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몇 년에 걸쳐서 필립이 블랙독을 완전히 지워버렸지.”

말을 하며 송정민은 필립이 어쩌면 자신과 비슷한 부류일지도 모른다며 헛웃음을 흘렸다.

“덕분에 필립은 하이 랭커가 됐고,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되는 독종으로 알려졌지. 이후에 길드를 만들었다는 소리를 스치듯 듣기는 했는데 그게 킬 라시온인지 나도 오늘 네게 처음 들었다.”

송정민에게 들은 필립의 과거에 무혁은 더욱더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깊은 고민에 빠진 무혁을 가만히 바라다보던 송정민이 조용히 그의 이름을 불렀다.

“무혁아.”

“예, 선생님.”

“네가 누군가와 함께 하겠다고 마음을 먹는다면 난 필립이 괜찮다고 본다. 적어도 그가 먼저 누군가를 배신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아는 필립과 지금의 필립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는 나도 모른다. 그러니 네가 구름이의 진심을 본 것처럼 그 역시 진심을 조금 더 확인해보고 결정을 내리도록 해라.”

송정민의 말에 무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언 감사합니다, 선생님.”

“조언은 무슨.”

송정민은 말을 많이 해서인지 마른기침을 했고, 그 모습에 무혁은 재빨리 공간 주머니에서 물을 꺼냈다.

“그러고 보니 식사도 못 챙겨드렸네요.”

무혁은 죄송하다며, 재빨리 송정민이 먹을 만한 음식을 차렸다.

식사를 마치고 나자 송정민은 잠이 쏟아지는 듯 눈을 감았다.

갑작스럽게 일이 터지면서 송정민 또한 나름 근심 걱정을 하느라 상당히 피로했던 것이다.

잠을 자는 송정민의 곁에서 무혁은 한참 동안이나 홀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다음날.

무혁은 결심한 듯 송정민에게 말했다.

“필립을 찾아가보겠습니다.”

“마음의 결정을 내린 거냐?”

“선생님 말씀처럼 한 번 더 그를 만나보고 확실하게 결정을 내리려고 합니다.”

“그래.”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무혁은 송정민이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만반의 준비를 해두고 원룸을 나섰다.

 

#

 

소도시 예르마.

이곳에 킬 라시온의 본부가 있다.

하이 랭커인 필립의 거주지는 대도시였지만, 길드원들이 편하게 머물 수 있는 곳으로는 소도시가 제격이었기에 그는 킬 라시온의 본부를 소도시에 마련한 것이다.

다른 거대 길드와 가문들이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대도시, 혹은 중소도시에 본부를 마련하는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생각이 다른 필립이었다.

킬 라시온의 본부는 중앙 탑에서 동쪽에 위치한 파란 지붕의 대저택이었다.

총 3층짜리 대저택 앞에 멈춰선 무혁은 작게 심호흡을 하고는 초인종을 눌렀다.

잠시 기다리자 철컥- 하고 철문이 열리며 누군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누구… 꺄-! 오빠!”

무혁의 모습을 확인하기가 무섭게 몸을 날려 안겨드는 이는 갈색 머리칼의 미녀, 미첼이었다.

갑작스럽게 자신을 껴안는 미첼의 돌발 행동에 무혁은 피하지도 못하고 생각보다 풍만한 가슴을 감촉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반팔을 입고….’

무혁은 중요한 일을 앞두고 이게 무슨 머저리 같은 생각이냐는 듯 스스로를 질책하며 미첼을 떼어냈다.

“그쪽 리더 좀 만나려고 왔는데 지금 있어?”

무혁의 물음에 미첼이 여전이 눈웃음 가득한 얼굴로 밝게 대답했다.

“물론이죠! 그렇지 않아도 오빠가 오늘 쯤 찾아 올 거라며 기다리고 있어요!”

“날 기다리고 있었다고?”

“필립 오빠가 분명히 오빠가 올 거라고 했거든요!”

자신이 찾아올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는 소리에 무혁은 뭔가 시작부터 밀리는 듯한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안내 좀 해줘.”

무혁의 말에 미첼이 걱정하지 말라는 듯 그의 팔짱을 꼈다.

“물론이죠! 제가 안내해 줄게요, 오빠!”

자꾸만 엉겨 붙는 미첼의 행동도 그렇고, 자꾸만 ‘오빠’라는 호칭도 무혁은 영 거슬렸다.

“왜 자꾸 나한테 오빠라는 거야?”

무혁이 물음에 미첼이 대답했다.

“스물둘이니까요. 오빠는 스물넷이라고 했잖아요?”

나이가 어려서 오빠라고 부르겠다는 미첼의 당당한 태도에 무혁은 딱히 반박할 명분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미첼처럼 예쁜 여자가 오빠라고 부르는 걸 마다할 남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싶기도 했다.

“뭐, 그럼 그러던지.”

“예-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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