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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217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66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17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17화

하이 랭커 (6)

 

“내 이름은 홍천방. 천인회 천살대의 대주다.”

“미야오 히데키. 무사시 가문의 특살조 조장이다.”

천인회 천살대와 무사시 가문의 특살조.

결코 가볍게 무시하고 넘길 만한 조직이 아니다.

천살대와 특살조는 천인회와 무사시 가문 내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무력이 뛰어난 조직이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정예 중의 정예 조직이었고, 그런 조직의 하부 조직원도 아닌 수장인 홍천방과 미야오 히데키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충분히 짐작이 갔다.

‘최소한… 엘리엇 누님과 마크 형님 수준이다.’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고 무혁은 잠정적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그만큼 풍기는 분위기만 하더라도 이전에 상대했던 이들을 잔챙이로 만들 만큼 확연하게 달랐다.

이런 실력자들을 전면으로 내세웠다는 것은 천인회와 무사시 가문에서도 더 이상의 망신은 피하겠다는 확고한 의지인 셈이다.

무혁은 남은 한 사람, 고민석에게 시선을 줬다.

그래도 한 길드에서 어깨에 힘깨나 주고 다니던 사람이니 이름 정도는 들어줄 용의가 있다는 무혁의 뜻이었지만, 문제는 고민석이 그런 것에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필립은 어디에 있지?”

고민석은 무혁과 그 뒤에 줄지어 서 있는 킬 라시온 멤버들의 면면을 아무리 확인해 봐도 필립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못마땅한 표정을 드러냈다.

“목적이 나인데 다른 사람은 왜 찾아?”

무혁의 대꾸에 고민석이 피식- 웃으며 답했다.

“딴소리가 나올 것을 예방하고자 하는 거다. 여기서 네놈이 죽을 텐데 혹시라도 그걸 빌미로 필립이 헛소리를 한다거나, 어깃장을 놓으면 우리로서도 곤란하니까.”

고민석의 입장에서야 틀린 소리가 아니었지만, 듣는 무혁과 킬 라시온 멤버들로서는 쓸데없는 걱정일 뿐이었다.

“풉!”

현재 무혁의 수준이 얼마나 높은지 짐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을 고민석이었기에 듣고 있던 미첼이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더불어 다른 킬 라시온 멤버들도 얼굴 가득 웃음기를 머금고 있었다.

그 모습에 고민석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지만,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다시 필립의 행방을 물었다.

“필립 형님은 없어. 그리고 그쪽이 생각하는 그런 일은 벌어질 가능성이 단 1퍼센트도 없으니까 신경 쓰지 말고.”

무혁의 말에 고민석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필립이 없다니?

이건 계획에 없던 일이다. 아니, 필립이 없어서는 안 되는 계획이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필립이지, 고작 실력 좀 있다고 천둥벌거숭이처럼 날뛰고 있는 무혁이 아니었으니까.

‘필립이 왜…….’

고민석은 필립이 없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자신들이 분명 도발을 해올 것을 알고 있었을 테니 무조건 무혁의 지척에서 그를 지키려할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필립의 성격이라면 의심할 여지가 없었기에 고민석은 단 한 번도 필립의 부재를 의심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필립이 없다.

‘빌어먹을!’

처음부터 뭔가 꼬였다는 사실에 고민석은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자신의 그런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혁은 언제 시작할 거냐며 빈정댔다.

홍천방과 미야오 히데키 역시도 필립의 부재에 눈을 찌푸리고 있었지만, 그게 전부였다.

어차피 오늘의 일을 계획하고 준비한 건 고민석이었으니 지금의 돌발 상황도 그가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으로 한발 물러나 있었다.

“후우…….”

낮게 숨을 토해내며 고민석은 빠르게 머리를 회전시켰다.

필립의 부재가 완벽했던 고민석의 계획을 깨트려버리긴 했지만, 이제 와서 갑작스레 물러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고민석은 계획을 변경하기로 했다.

‘킬 라시온 전체를 잡는다!’

필립 이후에 킬 라시온을 잡으려고 했지만, 상황이 바뀌었으니 선후를 바꾸는 수밖에.

‘요주의 인물은 마크와 엘리엇 정도인가?’

필립 한 사람만도 못한 두 명을 바라보며 고민석은 저도 모르게 비웃음을 지었다.

이렇게 놓고 보면 킬 라시온에서 필립이라는 인간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얼마나 극단적으로 높은지를 알 수 있었다.

막말로 킬 라시온에서 필립을 제외하면 그들이 과연 지금처럼 거대 길드조차 충돌하길 꺼려하는 길드가 되었을 가능성은 전무했다.

‘두 명 정도만 남겨두면 되겠군.’

혹시라도 모든 길드원들이 죽었다는 소식에 필립이 눈이 뒤집혀 날뛰면 그 역시 상당한 골칫거리가 될 수 있었다.

필립은 이미 단독을 하나의 단체를 박살낸 전력이 있다.

그때 보여주었던 필립의 게릴라전 능력은 가공할 정도였기에 고민석으로서는 그런 상황을 원천 봉쇄해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선 인질을 남겨두고, 함정을 파놓는 것만큼 확실하고 깔끔한 방법이 없었다.

고민석은 필립을 함정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두 명 정도의 인질만을 남겨두면 될 거라고 생각을 마쳤다.

‘그리고 이왕이면…….’

고민석의 뱀처럼 징그러운 눈동자가 실비아와 미첼을 훑어봤다.

그 모습에 무혁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한 발 앞으로 나섰다.

“뭐하는 새낀데 자꾸 눈깔만 이리저리 돌려가면서 잔대가리를 굴리는 거야? 너 싸우러 온 거야 아니면 주딩이 질만 하면서 간만 보려고 온 거야?”

무혁의 말에 고민석이 쯧- 혀를 찼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그렇게 죽고 싶다면 죽여줘야겠지.”

고민석이 홍천방과 미야오 히데키를 바라보며 눈짓을 했다.

이제 너희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하라는 신호에 가장 먼저 나선 건 미야오 히데키였다.

따각- 따각- 따각!

미야오 히데키가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딱딱한 나막신 소리가 났고, 복장 또한 전형적으로 일본 사무라이를 그대로 흉내 내고 있었다.

왼쪽 허리춤에 세 자루의 일본도를 착용하고 두 팔을 다른 쪽 소매 안으로 깊숙하게 집어넣은 미야오 히데키가 무혁의 앞에 정면으로 마주 섰다.

천천히 팔짱을 풀며 미야오 히데키가 무혁에게 말했다.

“단 한 번의 공격으로 네놈을 베어버리겠다.”

남들이 보기엔 어디서 저런 자신감이 나오는 것인지, 흡사 중2병에라도 걸린 한심스러운 인간으로 보일지 몰라도 무혁의 생각은 달랐다.

미야오 히데키의 몸에서 풍겨져 나오는 응축되어 있는 날카롭고도 폭발적인 살기는 단순하게 겉멋만 부리는 사무라이 오타쿠라고 보기엔 너무 강렬했으니까.

하지만.

“번지수가 틀렸어.”

최소 마크와 엘리엇 수준의 실력자라는 건 인정하지만, 아쉽게도 오늘은 상대를 잘 못 골랐다.

무혁의 말을 무시하며 미야오 히데키가 제 말만 했다.

“무기를 들어라.”

최소한 무기도 들지 않은 무혁을 상대로 검을 뽑고 싶지 않다는 듯, 미야오 히데키가 그렇게 종용했다.

“원한다면.”

무혁은 곧바로 오른손에 블랙 본 장검을 만들어냈다.

그 모습에 작게 고개를 끄덕인 미야오 히데키가 천천히 오른손을 왼쪽 허리춤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보는 이들이 답답할 정도로 느린 움직임이었지만, 순간 반전이 일어났다.

“발(發)!”

번- 쩍!

모든 이들이 생각했다.

빛의 폭발이라고.

한 순간 눈을 의심할 정도로 미야오 히데키의 허리춤에서 빛이 폭발 하듯 번쩍- 거렸다.

빛의 폭발과 함께 순식간에 검이 뽑혀져 나왔고, 빛줄기가 시공간을 관통하듯 무혁을 향해 최단거리로 질주를 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빛줄기가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세 개.

정확하게 세 개의 빛줄기가 무혁의 머리, 가슴, 배를 노렸다.

극강의 스피드를 자랑하는 미야오 히데키의 발검술에 킬 라시온 멤버들조차 눈을 부릅떴다.

그나마 순간적으로 대응을 해볼 수 있는 사람은 마크와 엘리엇뿐이었지만, 두 사람조차 미야오 히데키의 발검술을 완벽하게 막을 수 있다고는 장담하기 힘들 정도였다.

쾅쾅쾅!

빛줄기가 무혁의 몸을 스치듯 관통하고 나서야 뒤늦게 폭음이 터져 나왔다.

이어서 무혁의 몸이 뒤로 빠르게 밀려났다.

“무혁아!”

“오빠!”

르케임과 미첼 등이 놀란 음성으로 무혁을 불렀다.

무혁의 실력을 누구보다 믿고 있었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미야오 히데키의 실력에 불안감이 엄습했다.

“…X발, 깜짝이야.”

다섯 발자국이나 뒷걸음질을 치던 무혁이 인상을 찌푸리며 그렇게 말했다.

타격을 전혀 받지 않은 듯한 무혁의 모습에 킬 라시온 멤버들은 다행이라는 듯 뒤늦게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반면, 자신의 발검술을 정면으로 맞아놓고도 멀쩡해 보이는 모습에 미야오 히데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멀쩡하다고?’

지금까지 자신의 발검술을 정면으로 맞고도 멀쩡했던 인간은 없었다.

그만큼 미야오 히데키가 가장 자신하는 완벽에 가까운 필살의 공격법이었다.

“이제 내 차례지? 어디 나도 한번 해볼까?”

무혁은 블랙 본 장검을 왼쪽 허리춤으로 돌려놓고 엉거주춤하게 허리를 숙였다.

누가 봐도 대놓고 미야오 히데키를 놀리는 듯한 발검술 자세를 취하는 무혁이었다.

“단 한 번의 공격으로 네놈을 베어버리겠다.”

뒤이어 무혁은 미야오 히데키가 했던 말을 고스란히 돌려주었다.

“미친놈이 어디서…….”

발검술이라는 건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고급 기술이다.

더욱이 누가 봐도 해본 적 없어 보이는 무혁의 엉거주춤한 자세는 발검술을 비웃는 것으로밖에 보이질 않았다.

“보석 도마뱀의 위장.”

작게 중얼거린 스킬 보너스 수치 10퍼센트를 순발력에 집중시켰다.

1등급 10퍼센트의 순발력 수치를 믿고 무혁은 미야오 히데키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왼쪽 허리춤 뒤로 돌려놓았던 블랙 본 장검을 최대한 빠른 속도로 휘둘렀다.

츄- 아아악!

퍼퍼퍽!

한 순간에 빛이 폭발하며 무혁의 몸을 관통했던 미야오 히데키의 발검술과 비교하면 확실히 느렸다.

하지만, 파괴력이 전혀 달랐다.

“…마, 말도 안 되는…….”

무혁과 다르게 제자리를 지킨 미야오 히데키가 떨리는 음성으로 그렇게 말을 내뱉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왼쪽 뺨에 가느다랗게 실선이 그려지며 붉은 핏물이 주륵- 흘러내렸다.

툭. 툭!

뒤이어 손에 들고 있던 검이 세 조각이 나며 바닥으로 허무하게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쩍- 하고 가슴이 벌어졌고, 허리가 비스듬하게 비틀리더니 상체가 하체로부터 미끄러져 내렸다.

“……!”

장난스럽게 내뱉었던 한 번에 베어버리겠다는 말을 현실로 만들어 버린 무혁의 가공스러운 실력에 주변은 충격과 경악에 빠지고 말았다.

무혁이 보여준 일검의 충격에 고민석 또한 머릿속의 모든 사고가 정지되어 버렸다.

이제까지 무혁이 쓰러트렸던 이들은 얼마든지 무시하고 넘어갈 수 있었지만, 미야오 히데키는 달랐으니까.

‘이, 이게 무슨…….’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고민석이 두 눈만 껌뻑- 거리는 동안에도 무혁은 할 일을 해야겠다는 듯 천인회의 실력자, 홍천방을 향해 걸어갔다.

“재밌네. 한 번 더 해보자고.”

무혁은 홍천방을 앞에 두고 또다시 엉거주춤하게 발도술을 준비했다.

자신을 노리는 무혁의 모습에 홍천방은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는 공간 주머니에서 커다란 언월도를 꺼내들었다.

삼국지의 관우가 애용을 했던 대도의 한 종류인 언월도는 어지간한 힘으로는 사용이 쉽지 않을 정도로 파괴력이 강한 무기였다.

휘리리리릭!

홍천방은 어설프게 보이나 그 위력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무혁의 발검술을 경계하며 언월도를 머리 위에서 풍차처럼 휘돌렸다.

‘먼저 친다!’

홍천방은 곧바로 땅이라도 쪼갤 듯이 언월도를 일직선으로 내리그으며 힘껏 바닥을 찍었다.

“일월참(日月斬)!”

언월도에서 새파랗고 굵직한 검기와도 같은 기류가 반월의 형태로 무혁을 향해 날아왔다.

말 그대로 해와 달마저 베어버린다는 홍천방의 주요 스킬 중 하나로 파괴력만 놓고 본다면 어디 가서도 뒤처지지 않는다고 자부할 정도로 자신의 공격에 자신감이 강했다.

무혁은 자신을 반으로 쪼갤 듯이 땅에 착- 달라붙어서 날아오는 홍천방의 공격에 맞춰서 블랙 본 장검을 빠른 속도로 마주 휘둘렀다.

콰가가강!

커다란 폭음과 함께 자신이 날렸던 새파란 기류가 와해됐음에도 불구하고 홍천방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 땅을 박차고 크게 도약하더니 허공에서 언월도를 빠르게 휘둘러대기 시작했다.

“십자폭렬참(十姿爆裂斬)!”

언월도가 휘둘러질 때마다 새파란 기류가 반월의 형태로 무혁을 향해 벼락처럼 쏟아져 내렸다.

사실상 홍천방이 펼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공격이었기에 그는 이번 공격으로 무혁에게 적지 않은 피해를 입힐 것이라고 확신에 차 있었다.

분명 홍천방의 공격은 위력적이었고 무혁의 주변까지도 초토화시키기에 충분했지만, 미야오 히데키가 그랬듯이 역시 번지수가 틀렸다.

“실드!”

블랙홀을 연상시키는 세 개의 실드가 무혁의 주변을 막아내며 홍천방의 새파란 기류를 철저하게 차단했다.

설령, 실드를 비켜 들어오는 공격이 있다 하더라도 무혁이 휘두르는 블랙 본 장검에 의해 깔끔하게 박살이 나며 허공에서 와해되길 반복했다.

화려하고 위력적인 공격을 펼치는 홍천방이었지만, 누가 봐도 완벽하게 방어를 해내는 무혁이 한 수, 아니 두 수 이상의 실력자임이 명백하게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실력의 차이를 증명하듯, 힘이 빠져 더 이상 언월도를 휘두르지 못하고 허공에서 하강하는 홍천방을 향해 무혁은 몸을 솟구치고는 그대로 블랙 본 장검을 상대의 복부에 찔러 넣었다.

푸- 확!

“…컥!”

미야오 히데키에 이어서 홍천방 마저도 너무나도 손쉽게 쓰러트린 무혁을 더 이상 얕잡아 보는 이는 그 누구도 없었다.

“이제 네가 마지막이다.”

무혁은 마지막 남은 고민석을 향해 블랙 본 장검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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