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2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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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1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14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14화
하이 랭커 (3)
“그러니까 정리를 하면, 케일테자만이 구름이의 정체를 알게 되면 반드시 죽이려고 한다는 소리네.”
필립의 말에 방구름은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을 보고 필립이 얼굴을 구겼다.
“구름아, 고개 들어. 네가 우리 앞에서 고개를 숙일 이유도 죄송하다고 사과를 할 필요도 없는 일이야.”
“당연하지! 케일테자만 그 욕망으로 똘똘 뭉친 놈이 문제라고!”
방적삼이 맞장구를 치자, 다른 멤버들 또한 한마디씩 거들었다.
방구름의 처지를 알게 되자 모두 하나 같이 그를 측은하게 여기지 않을 수 없었다.
동시에 그런 상황 속에서도 홀로 꿋꿋하게 버티면서 헬-라시온에서 살아남은 방구름을 무척이나 대견하게 봤다.
솔직한 이야기로 무혁의 그늘에 숨었기에 그저 돌봐야만 하는 나약하고 손 많이 가는 어린아이처럼 여겼는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방구름의 새로운 모습이자, 진정한 실체를 확인하자 멤버들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어디 우리 구름이가 만든 포션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한번 확인해볼까? 괜찮지?”
엘리엇이 먼저 나서서 그렇게 말하자 방구름이 쑥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까득!
알약 형태의 방구름 포션, ‘초록초록’을 복용한 엘리엇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순발력의 정밀 수치를 10퍼센트나 상승시키다니!”
“예?”
모두가 놀란 눈으로 엘리엇과 방구름을 번갈아봤다.
그것도 그럴 것이 연금술회에서 비싼 가격에 판매를 하고 있는 고유 능력 정밀 수치 상승 물약의 경우 그 상승 수치가 15퍼센트에 불과했다.
그 말인 즉, 헬-라시온에서 방귀깨나 뀐다 하는 연금술사들이 모두 모인 연금술회에서조차 15퍼센트가 전부인 상황에서 방구름은 홀로 10퍼센트나 되는 정밀 수치를 상승 시킬 수 있는 포션을 만들었으니 어느 누가 보더라도 그를 천재라 여기지 않을 수 없었다.
“제가 혼자 한 일이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선생님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겁니다.”
방구름은 온전히 자신의 노력만으로 이룩한 성과가 아니라는 듯 재빨리 손을 내저었다.
하지만, 아무리 곁에서 누가 도왔다 하더라도 연금술이라는 특수 분야에서 이만한 성과를 냈다는 건 기본적으로 방구름의 재능과 능력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반증이었기에 킬 라시온 멤버들은 더욱더 새삼스러운 시선으로 그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 멤버들의 모습에 무혁이 괜히 으쓱해져서 말을 보탰다.
“구름이는 순발력뿐만 아니라 체력, 근력, 지구력까지 정마력을 제외한 기본 고유 능력을 모두 각기 따로 올릴 수 있도록 알약을 만들었죠.”
무혁의 말에 멤버들은 대단하다며 저마다 탄성을 내질렀다.
“다, 다른 분들에 비하면 별로 대단한 것도 아닙니다.”
갑작스럽게 자신을 천재 취급하는 멤버들의 모습에 방구름은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무슨 소리야! 이건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르케임의 말에 실비아도 곧바로 맞장구를 쳤다.
“당연하지! 무식하게 싸움질만 할 줄 아는 빡대가리 새끼들하고 구름이 넌 차원이 다른 사람이라고! 역시 이래서 사람은 똑똑해야 한다니까!”
실비아의 말에 르케임이 셀프 디스를 하는 거냐며 낄낄- 웃었고, 다른 멤버들 또한 마찬가지로 웃음을 터트렸다.
“넌 나중에 나 좀 보자.”
실비아가 두 눈을 부라리자 르케임은 자신이 너무 상황에 취해 실언을 했다는 걸 깨닫고 후회를 했다.
모두가 웃고 떠드는 동안에도 필립은 조금도 웃지 않았다.
아니, 웃을 수가 없었다.
방구름이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을지 생각하니 그가 너무 안쓰러웠던 것이다.
“구름아, 이제부터는 이 형도 널 지켜줄 수 있는 든든한 가족이 되어주마.”
필립이 방구름을 향해 그렇게 말하자 다른 멤버들 또한 너나 할 것 없이 외쳤다.
“그래! 까짓것 연금술회든 뭐든 다 덤비라고 해!”
“앞으로 우리 구름이 건드리는 놈 있으면 내가 가서 박살을 내주겠어!”
“이 참에 그냥 깨끗하게 연금술회를 뒤집어 볼까?”
“구름아! 이 누나 품에 있으면 가장 안전한데? 올래?”
“엘리엇 누님! 너무 그러지 마요! 구름이 저 녀석 완전 순진하다고요! 저것 봐요! 귀까지 빨갛게 변했잖아요!”
가장 까다롭고도 상대하기 어려울지 모를 연금술회를 두고 위축되거나, 방구름을 배척하려는 기색을 보이지 않는 킬 라시온 멤버들이었다.
그 모습에 무혁은 역시 이제라도 비밀을 털어놓은 것이 현명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방구름의 비밀을 속 시원하게 밝혔으니 이제는 무혁 자신의 차례였다.
“아직 우리 이야기는 다 끝나지 않았어요.”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무혁이 짐짓 무거운 음성으로 그렇게 말했다.
“다른 게 또 있어?”
실비아가 뭐가 그렇게 할 말이 많냐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오빠, 오빠도 설마 연금술사예요?”
괜히 무혁이 무게를 잡자, 장난삼아 그냥 해본 미첼의 물음이었다.
“연금술사라…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네.”
무혁이 피식- 웃고는 탁자 위에 올려놓았던 2등급 마정을 다시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공간 주머니에서 여덟 개의 2등급 마정을 더 꺼냈다.
“모두 하나씩 먹어봐요.”
무혁은 방구름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에게 2등급 마정을 나눠줬다.
“이거 마정이라면서? 마기 개방하고 나서는 별로 큰 효력이 없는 것 같던데?”
“효력이 없기는 왜 없었어? 정밀 수치가 올랐었는데!”
“정밀 수치가 오르긴 했지만, 그래봐야 고작 4, 5퍼센트였잖아?”
“그걸 무시하는 거냐?”
“그건 아니지만…….”
티격태격하는 멤버들과 다르게 아르케니아가 가장 먼저 2등급 마정을 섭취하고는 놀란 음성으로 소리쳤다.
“맙소사! 정마력이 20퍼센트나 상승했어!”
“뭐?”
“정마력이 20퍼센트나?”
“무슨 말도 안 되는……!”
“헉! 무, 무혁 동생! 도, 도대체 이게 뭐야? 난 방금 지구력이 4등급으로 상승을 해버렸어! 유일하게 지구력만 5등급이었는데 방금 무혁 동생이 준 마정을 먹으니까 정밀 수치가 한꺼번에 뛰어 오르면서 등급 상승이 됐다고!”
아르케니아를 따라 2등급 마정을 섭취한 방적삼마저 흥분한 모습으로 그렇게 소리치자 다른 멤버들 또한 재빨리 손에 들린 2등급 마정을 섭취했다.
그리고 그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미, 미친! 체력이 40퍼센트… 3등급이 됐다!”
사냥꾼 포지션인 실비아는 2배 상승 보정까지 받아서 단숨에 체력이 3등급이 되었다.
미첼은 정마력이 20퍼센트나 올랐고, 르케임 또한 근력이 20퍼센트가 올랐다.
레오는 지구력이 20퍼센트, 엘리엇과 마크는 체력이 15퍼센트씩 올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10퍼센트…….”
근력이 10퍼센트나 오른 필립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무혁을 바라봤다.
방구름이 연금술사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에도 놀랐지만, 2등급 마정이 가져다 준 마법과도 같은 효과에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포인트로 환산을 한다 하더라도 천문학적이었으며, 중앙탑 내에서도 이만한 수치를 한꺼번에 올려 주는 물약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년 차에 불과한 내가 왜 불가사의할 정도로 강한지 그 해답으로 이만하면 훌륭한 것 같은데… 얼굴들을 보니 부족해 보이네요.”
무혁은 아무래도 더 긴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았기에 말하기에 앞서 공간 주머니에서 맥주 한 캔을 꺼냈다.
“맥주 있는 사람들은 한 잔씩 하면서 대화를 나누죠.”
아쉽게도 무혁의 제안대로 맥주를 꺼내 마시는 이는 없었다.
지금 상황은 결코 술이나 마셔가며 들을 이야기가 아니었으니까.
“그럼 뭐.”
홀로 맥주를 들이키는 무혁은 그 누구보다 시원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그걸 지켜보는 다른 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심한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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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작! 와작! 와작!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나올 것 같은 녹색의 진액이 흘러내리는 고깃덩어리와 뼈를 사내는 아무렇지도 않게 입속으로 집어넣었고, 기계적으로 꼭꼭- 씹어가며 위장 안으로 넘겼다.
커다란 덩치의 새카만 피부를 가진 사내는 자신의 옆에 쌓아 놓은 몬스터의 사체들을 빠른 속도로 씹어 먹었다.
“살인 청부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사내의 곁으로 비교가 될 정도로 비쩍 마른 백인 남자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살인 청부?”
사내가 되묻자, 남자가 재빨리 대답했다.
“예르마에서 식민 하나 죽여 달라는 의뢰입니다.”
아작! 아작!
“예르마?”
“하이 랭커 필립의 킬 라시온이 있는 곳입니다. 그리고 청부 대상은 킬 라시온의 멤버라고 합니다.”
“미친놈.”
사내가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이어서 나온 말에 백인 남자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필립이라면 제 길드원들을 끔찍하게 생각하니… 놈을 죽이면 필립도 절대 가만히 있지는 못하겠지?”
즐겁다는 듯 이죽거리는 사내였다.
다른 누구도 아닌 하이 랭커 필립과의 싸움을 무척이나 기대한다는 듯한 태도였다.
“의뢰를 받아들이실 생각이십니까?”
되도록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한 백인 남자였지만, 사내는 단박에 그런 마음을 깨트려버렸다.
“필립이라면 굉장히 재밌는 상대가 될 거야.”
아작!
“의뢰를 받겠다고 전하겠습니다.”
“그런데 의뢰인이 누구지?”
“대리인을 내세웠지만 짐작하기로는 흑룡 길드와 천인회, 그리고 무사시 가문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아! 이번에 망신을 당한 놈들이로군. 큭큭!”
사내는 알겠다며 더 이상 할 말이 없으니 가보라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
“그럼, 준비해놓도록 하겠습니다.”
고개를 깊숙하게 숙이고 백인 남자가 물러났음에도 사내는 시선 한 번 건네지 않고 오로지 몬스터의 사체를 씹어 삼키는 일에만 열중했다.
그렇게 대부분의 몬스터 사체를 뱃속으로 집어넣었을 때였다.
[열 마리의 쿠루우마 사체를 섭취하셨습니다.]
[포식자의 성장, 스킬의 등급이 2등급으로 상승합니다.]
[영구적으로 체력이 1% 상승합니다.]
[모든 스킬의 숙련도가 1% 상승합니다.]
몬스터의 사체를 꾸역꾸역- 씹어 삼키던 사내가 입안에 남아있던 고깃덩어리와 뼈를 거칠게 내뱉었다.
이윽고 기지개를 켜듯 몸을 일으켰다.
“이제 2등급 성장의 길이 열렸군. 큭큭… 크하하하핫!”
사내는 무척이나 기쁘다는 듯 온몸을 들썩거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포식자의 성장.
이는 헬-라시온에서 사내만이 유일하게 습득하고 있는 스킬이었다.
스킬의 효용은 단 한 가지였다.
몬스터의 사체, 그중에서도 뼈와 살을 직접적으로 섭취함으로써 고유 능력의 정밀 수치와 스킬 숙련도가 상승한다는 것이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포식자의 성장 스킬의 등급 이상으로는 고유 능력의 정밀 수치나 스킬 숙련도의 상승이 힘들다는 점이었다.
즉, 스킬 등급부터 올려야만 거기에 맞춰서 고유 능력과 스킬의 숙련도를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정도의 단점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포식자의 성장 스킬은 그저 등급에 맞는 몬스터의 사체만 씹어 삼키면 숙련도가 꾸준하게 오르기 때문이었다.
물론 징그럽고 악취가 진동하는 몬스터의 살과 뼈를 생으로 씹어 먹는다는 것이 보통 고역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만 참고 견뎌내면 남들처럼 천문학적인 포인트를 소모해가며 고유 능력을 올릴 필요가 없었으니 누구라도 마다하지 않을 스킬이었다.
그리고 사내에게는 또 하나의 비밀이 숨어 있었다.
바로 식인을 하면 그 역시 포식자의 성장 스킬의 효과를 그대로 적용받는다는 사실이다.
“필립이라면… 아주 맛있는 사냥감이겠군. 큭큭큭!”
사내는 벌써부터 필립의 뼈와 살을 생으로 씹어 삼킬 생각에 가득 차 있었다.
붉은빛 광기로 물든 두 눈동자는 이미 사내가 더 이상 인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없게끔 만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