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2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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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69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12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12화
하이 랭커 (1)
“뭐가 이렇게 어수선해?”
호수 위의 사막에서의 사냥을 마무리하고 킬 라시온 본부가 있는 소도시 예르마로 돌아온 무혁은 사방에서 느껴지는 어수선함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소도시 예르마는 킬 라시온이 꽉- 잡고 있었기에 굉장히 평화로운 곳이었다.
어설프게 패악질을 벌이려고 했다가는 킬 라시온 멤버들에게 호되게 응징을 당할 수밖에 없었기에 이렇다 할 소속이 없는 이들에게 있어 예르마는 정말 마음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소도시 중 하나였다.
그런데 오늘따라 예르마의 분위기가 심상찮았다.
특히.
“흑룡 길드? 저것들은 천인회고… 무사시 가문까지?”
무혁은 잊을 수 없는 그들의 복장을 확인하고는 눈가를 매섭게 만들어냈다.
앞서 말했다시피 예르마는 킬 라시온이 평정을 해놓은 소도시다.
규모가 작아서 그렇지 킬 라시온의 힘은 절대 무시하지 못할 정도였기에 어지간한 길드는 예르마에 진출하길 꺼려한다.
어설프게 작은 것을 탐하려다가 킬 라시온과 충돌이라도 일어나면 손해가 더욱더 크기 때문이다.
중소도시 정도만 됐어도 떨어질 콩고물이 많으니 계산기라도 한 번 두들겨 보겠지만, 소도시는 계산을 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손해만 크게 난다.
킬 라시온의 본부를 소도시에 마련한 것은 멤버들이 쉽게 다닐 수 있기 위함이기도 했지만, 필립의 이러한 계산이 깔려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흑룡 길드, 천인회, 무사시 가문.
이들 셋은 무혁에게 자존심을 구겼다.
필립의 입김이 들어갔다 하더라도 솔직히 그들 셋이 한꺼번에 침묵으로 일관할 것이라고는 무혁 스스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하나도 아닌 셋이었으니까.
“이제야 올 게 온 건가?”
무혁은 어느 순간부터 자신을 주시하기 시작하며 대놓고 뒤를 따르기 시작한 세 무리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보란 듯이, 대놓고 비웃는 무혁의 행동에 몇몇 놈들이 얼굴을 굳히거나, 욱- 하는 얼굴을 드러냈다.
그러거나 말거나 무혁은 태연스럽게 킬 라시온의 본부로 향했다.
“당장 안 꺼져! 전부다 다 뒈지고 싶어?”
실비아의 고성이 쩌렁쩌렁- 하게 울렸다.
그러자 실비아와 마주 선 남자가 진정하라는 듯 달래듯 말을 했다.
“뭘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는 겁니까? 우리 입장을 생각해줘야 할 것 아닙니까?”
하지만, 상대는 달랜다고 달래질 사람이 아니었다.
“입장? 무슨 입장? 니들 같은 양아치 새끼들이 무슨 입장이 있어!”
실비아가 대놓고 그렇게 소리치자 남자는 정말 말이 안 통한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저었고, 곁에 있던 다른 덩치 좋은 남자가 눈알을 부라리며 입을 열었다.
“함부로 지껄이지 마라!”
“이 빡대가리 새끼야! 내가 내 입으로 지껄이겠다는데 네가 무슨 상관이야? 왜? 꼬와? 그럼 한판 붙던지! 그건 또 못하겠지? 이렇게 몰려와서 어깨에 힘주면 우리가 겁이라도 먹을 것 같았어? 네 가랑이 사이에 달린 불알이 아깝다! 너 같은 겁쟁이 새끼가 자식으로 태어나면 참 좋기도 하겠다!”
“이 썅년이!”
덩치의 남자가 얼굴을 벌겋게 물들이며 솥뚜껑만 한 손을 들어 올리자 곁에 있던 남자가 황급히 말렸다.
“풍 형! 우리는 사내답게 신사적으로 해결을 하기 위해서 온 겁니다. 저들의 도발에 휘말리면 진짜 상황이 악화될 수도 있습니다.”
“젠장! 빌어먹을! 이깟 놈들 그냥 다 쓸어버리면 될 것을!”
“어이, 덩치. 정말 할 수 있어? 나부터 한 번 쓰러트려볼래?”
레오가 눈을 사납게 번들거리며 그렇게 말하자 덩치의 남자가 입가를 비틀어 올리며 대꾸했다.
“그래, 어디 한번 해보자. 니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내가 직접 한번 경험해보자!”
당장이라도 레오와 덩치의 남자가 맞붙으려고 할 때였다.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무혁이었다.
“무혁아!”
“무혁 동생!”
“오빠!”
킬 라시온 멤버들은 갑작스럽게 나타난 무혁의 모습에 당황한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당사자가 없으면 실랑이 좀 하다가 끝날 일이었기에 무혁이 나타난 건 최악의 상황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실비아 등과 대치를 하고 있던 이들이 무혁을 향해 몸을 돌렸다.
“네가 차무혁이냐?”
덩치의 남자가 대뜸 반말로 툭- 내뱉으며 무혁을 도발했다.
“그렇다면?”
무혁은 우선 뭐라고 하는지 들어보겠다는 듯 덩치의 남자를 정면으로 마주 봤다.
“아스펠 마을에서의 일을 갚아주려고 왔다.”
“어떻게?”
방법이나 들어보자는 듯 무혁이 되묻자, 덩치의 남자가 징그럽게 웃었다.
“우리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힘으로 힘을 제압하라. 네놈이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는 우리가 힘으로 너를 제압할 것이다. 네놈도 당당한 사내라면 피하지는 않겠지?”
“무혁아! 대꾸할 필요도 없는…….”
무혁은 르케임의 말을 손을 들어 막았다.
“힘으로 힘을 제압하라? 좋네. 그래서 힘으로 나를 제압할 인원은 이게 다야?”
무혁의 말에 덩치의 남자가 무슨 헛소리냐는 듯 푸핫- 하고 웃었다.
“우리 셋이 차례대로 돌아가며 네놈과 싸울 것이다. 마음만 같아서는 도시 밖에서 네놈과 생사결을 치르고 싶지만…….”
“그렇게 죽고 싶으면 해.”
무혁이 이죽거리자 덩치의 남자가 굵직한 눈썹을 꿈틀거렸다.
“지금 심정만 같아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네놈의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놓고 싶을 정도다!”
“그건 실력이 있었을 때나 가능한 일이고. 어떻게? 자신 있겠어? 고작 셋이나 날 상대하는 거? 원한다면 여기 끌고 온 다른 놈들도 다 덤벼도 되고.”
긴장감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귀까지 후비며 말을 하는 무혁의 태도에 덩치의 남자는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콧김을 씩씩- 뿜어냈다.
말은 하지 않고 있었지만, 덩치의 남자와 함께 무혁을 상대하겠다며 곁에 나란히 서 있는 두 명의 남자들 또한 얼굴을 딱딱하게 굳히고 있었다.
“내가 좀 피곤해서 그러는데 지금 나갈까?”
무혁은 진심으로 피곤하다는 듯 하품까지 해댔고, 그것이 더 이상 덩치의 남자를 참을 수 없게 만들었다.
“죽여 버리겠다!”
성난 들소가 달려들 듯 덩치의 남자가 온몸으로 무혁을 향해 달려들었다.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부딪히는 것만으로도 뼈마디가 부러질 정도로 강력한 돌진이었지만, 무혁에게는 조금의 위협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성난 돌진은 무혁에게 닿을 수가 없었다.
턱!
“풍 형! 놈은 애초부터 여기서 우리와 적당히 싸우다가 말 생각인 듯싶습니다. 녀석의 의도대로 따라 줄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다. 여기서 우리가 먼저 손을 쓰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흑룡 길드의 남자에 이어서 무사시 가문의 남자까지도 그렇게 만류하자 천인회의 남자가 알겠다는 듯 흥분했던 마음을 가라앉혔다.
“당장 나가자! 네놈이 원하는 대로 도시 밖에서 네놈을 짓뭉개주마!”
천인회 남자는 더 이상 무혁과 마주하고 있다가는 혈압이 올라서 죽어버릴 것만 같다는 듯 서둘러 몸을 돌려버렸다.
“설마 이제 와서 몸을 뺄 생각은 아니겠지?”
무사시 가문 남자의 말에 무혁은 그럴 리가 있겠냐는 듯 앞장서서 천인회 남자의 뒤를 따르기 위해 발을 내딛었다.
“무혁아!”
르케임이 재빨리 무혁의 곁으로 다가와 그의 팔을 잡았다.
“괜찮아요. 알잖아요? 내가 저딴 놈들에게 쉽게 쓰러질 리가 없다는 거.”
“알지! 그런데 이건 시작에 불과해! 놈들은 계속해서 너를 집중적으로 노리고 도발을 해올 거야. 이런 식으로 네가 저들의 도발을 받아주면 필립 형님 입장도 난처해 질 수밖에 없다고.”
“그래, 우선은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레오까지 다가와 그렇게 말했지만, 무혁은 고개를 저었다.
“내가 벌인 일이니 이제라도 내가 정리해야죠.”
“오빠! 이건 더 이상 오빠만의 문제가 아니라니까요!”
“그래! 이 빡대가리 새끼야! 네가 그렇게 독단적으로 행동하면 우리 처지가 곤란해진다고!”
“무혁 동생, 지금 일은 그 어느 때보다도 냉정해야 할 문제야.”
방적삼까지도 무혁의 행동을 무모하다 여기고 있었다.
사실, 지금 무혁의 행동은 멤버들의 말처럼 무모했다.
이성적으로 생각을 했을 때 무혁은 필립이 어떠한 지시를 내리기 전까지는 무조건 몸을 빼야만 하는 게 맞는 상황이다.
그것이 바로 개인이 아닌 단체 생활의 기본이다.
무혁 또한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자신에게 충분한 힘이 있는데 구질구질하게 요리저리 몸을 빼면서 일을 지지부진하게 만들고, 필립과 다른 멤버들의 신경을 쓰게 만드는 건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다.
“모두 미안해요. 내가 분명 냉정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건 알고 있지만, 더 이상은 내 문제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요. 놈들의 도발이 이게 시작이라 하더라도 상관없어요. 오는 족족 전부다 깨부숴버리죠 뭐.”
힘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세상이 헬-라시온이다.
그리고 무혁은 더 이상 타인의 눈치를 볼 정도로 나약하지 않았다.
지금과 같아서는 까짓것 도시 길드라 하더라도 얼마든지 박살을 내버릴 자신이 있었다.
이리저리 피하고, 머리를 굴리고, 상황을 면밀히 계산하는 건 자신 앞에 놓인 벽을 깨부술 힘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의 난 아니지.’
이제는 정면으로 모든 걸 깨부숴버린다.
무혁의 확고한 태도에 멤버들 또한 아무리 말린다 하더라도 소용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후우… 그럼 네가 상대해야 하는 놈들이 누구인지는 알고 가.”
레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렇게 말했지만, 그 역시도 무혁은 들을 가치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저놈들이 하이 랭커라도 돼요?”
“뭐?”
“어차피 피라미들인데 알아서 뭐해요. 형은 영화 볼 때 엑스트라 이름까지 기억해요? 어차피 툭- 치면 찍소리도 못하고 죽을 놈들인데 이름 따위 들어서 뭐해요.”
무혁의 말에 레오는 물론, 다른 멤버들 또한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나올 것 없어요. 갔다 올게요.”
무혁은 그렇게 멤버들에게 손을 휘휘- 흔들고는 걸음을 옮겼다.
“뭔가… 무혁이가 달라진 것 같지 않아?”
르케임의 말에 레오가 확실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무혁의 실력이야 이미 잘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저렇게까지 모든 이들을 아래로 볼 정도로 오만하지도, 자만하지도 않았었다.
물론, 지금 무혁의 모습을 오만하다거나 자만한다고 보기에도 뭔가 좀 껄끄러웠다.
그냥… 자신감이라고나 할까?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수십 명의 적들 속에서도 무혁은 태연스러웠다.
“도대체 무혁 동생이 어딜 갔다 왔는데 저렇게 달라진 거지?”
방적삼의 말에 미첼은 지금 그게 중요하냐는 듯 빽- 소리를 내질렀다.
“오빠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는데 얼른 가요!”
“그, 그래야지.”
미첼을 선두로 킬 라시온 멤버들 또한 도시 밖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도시 밖으로 나온 무혁은 자신을 둥그렇게 감싸고 있는 흑룡 길드와 천인회, 무사시 가문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여전히 입가에 자신만만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내 이름은 풍……!”
“됐어. 네놈 이름 따윈 궁금하지 않으니까. 대화는 아까 충분하다 못해 넘칠 정도로 나눴으니까 본 게임이나 시작하자고. 내가 먼저 갈까? 아님 니들이 먼저 올래?”
무혁의 시건방진 태도에 천인회 남자가 그 주둥아리를 찢어놓겠다고 고함을 치며 달려들었다.
온몸에 새파란 아지랑이를 피어 올리며 돌진을 해오는 천인회 남자의 힘은 어지간한 바위라 하더라도 산산조각을 내버릴 것처럼 위협적이었다.
하지만.
턱!
무혁은 가볍게 손을 뻗어 천인회 남자의 돌진을 막아버렸다.
“……!”
자신의 이마에 손을 대고 있는 무혁의 모습에 천인회 남자는 이게 무슨 황당한 일이냐는 듯 두 눈이 튀어나올 듯 부릅떴다.
4등급 몬스터라 하더라도 쉽게 막지 못할 몸통 박치기는 천인회 남자가 즐겨 사용하는 스킬이기도 했다.
“자 한 놈 먼저 보내고.”
무혁은 그렇게 말을 툭- 내뱉고는 손바닥으로 천인회 남자의 이마를 가볍게 후려쳤다.
퍼어- 억!
천인회 남자의 머리통이 그대로 산산조각이 났다.
“…헉!”
“마, 맙소사!”
“풍 대주님!”
“마, 말도 안 돼!”
이렇다 할 싸움도 없이 천인회 남자의 머리통을 가볍게 부숴버린 무혁의 모습에 그를 둘러싸고 있던 모든 이들이 경악한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누구보다 놀란 건 천인회 남자에 이어서 무혁을 상대해야 할 흑룡 길드와 무사시 가문의 남자들이었다.
“아, 아무래도 우리 정보가 틀린 모양입니다.”
“…동시에 상대를 해야겠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무혁을 이길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는 게 가장 큰 걱정거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