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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209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5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09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09화

호수 위의 사막 (4)

 

“저, 저게 뭐야?”

무혁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태어나 처음 접한 엄청난 크기의 모래 폭풍은 마치 재난 영화에서나 봐왔던 거대한 토네이도를 연상시켰다.

집이며, 차며 한번 휩쓸리면 모조리 부숴버리고, 산산조각을 내서 제 몸집을 불리듯 빨아들이는 괴물!

“…큭!”

무혁은 모래 폭풍과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느껴지는 압력과 모래 바람의 위력에 눈을 찌푸리며 손을 들어 올렸다.

피하기엔 모래 폭풍이 너무 빠르다.

크기 또한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였기에 과연 피할 곳이 있을지나 의문이었다.

투두두두두둑!

회오리치듯 사방으로 휘몰아치는 모래알들이 무혁의 전신을 때려댔다.

작은 모래알임에도 불구하고 제법 따끔했다.

“…이거 장난이 아니잖아?”

상당한 거리가 떨어져 있음에도 이 정도인데, 모래 폭풍과 직접적으로 맞닿았을 때에는 어느 정도의 위력으로 자신의 몸을 때려댈지 벌써부터 걱정스러워지는 무혁이었다.

“젠장! 하필 왜…….”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모래 폭풍에 무혁은 이를 악물며, 온몸을 보호하기 시작했다.

실드를 이용해서 벽을 치고, 각종 보호 스킬로 몸을 감쌌다.

“통통아! 너도 피해있어!”

“아부우우우!”

통통이가 어떻게 혼자서만 갈 수 있겠냐는 듯 머뭇거렸다.

“난 괜찮으니까 어서 피해있어!”

무혁의 재촉에 하는 수 없다는 듯 공간을 찢고 그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빌어먹을… 역시 너무 운빨이 좋다 싶었다.”

호사다마라고 좋은 일이 있으면 항상 방해되는 일이 발생한다더니.

무혁은 어김없이 호수 위의 사막 사냥터에서도 자신을 시기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여겼다.

“그래, 언제 내가 편한 길만 간 적이 있었냐? 젠장!”

나름 최선을 다해서 모래 폭풍과 맞설 준비를 마친 무혁은 어느새 온몸을 뒤덮기 시작한 모래알에 겨우 눈만 가느다랗게 떴다.

쿠콰가가가가가가가가-!

가장 먼저 고막을 찢다 못해 터트려 버릴 것만 같은 굉음이 무혁을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두 번째로는 어지간해선 그 어떤 공격이라도 굳건하게 막아주었던 실드가 속절없이 소멸되었다.

무혁이 가장 믿었던 실드가 형편없이 사라져버렸으니 모래로 만들어 놓은 방패 따윈 진즉에 산산조각이 났고, 오히려 모래 폭풍의 일부가 되어 무혁의 몸을 할퀴어대며 워 엔트의 견고한 외피까지도 조각조각 깨트렸다.

1등급 방어구들로 무장을 했지만 빠른 속도로 무혁의 몸에 상처가 생겨났다.

그저 모래일 뿐이었다.

별것 아닌 정말 아무것도 아닌 모래!

그런데 그 모래들이 폭풍을 일으켜서 무혁의 몸을 할퀴어대니 그 위력이 어마어마했다.

피부가 쭉쭉- 찢어졌고, 방어구들까지도 찢겨지고, 뜯겨졌다.

“크으으…….”

이게 바로 자연의 힘이다.

무혁이 제아무리 인간의 힘을 벗어나는 존재가 되었다 하더라도 거대한 자연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젠장! 무슨 이런 개 같은 경우가……!’

호수 위의 사막에 이런 무시무시한 모래 폭풍이 생길 줄이야.

이 정도의 위력이라면 마족이라 하더라도 당장 꽁무니를 빼고 줄행랑을 칠 것만 같았다.

차라리 온 힘을 다해서 모래 폭풍의 사정권에서 어떻게든 벗어나야만 했다.

벗어날 수 없다 하더라도 버텨보겠다며 모래 폭풍을 정면으로 맞서는 건 정말 최악의 선택이었고, 멍청한 짓이었다는 걸 무혁은 뒤늦게야 깨달았다.

‘블랙 본의 광기 스킬이라도 써야 하나?’

하지만, 과연 소용이 있을까?

이런 위력의 모래 폭풍을 고유 능력을 상승시킨다고 견뎌낼 수 있을까?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다.

반면, 1등급에 올라선 상태에서 블랙 본의 광기 스킬을 사용한다면 과연 초월적 등급으로 상승할까 하는 호기심도 들었다.

‘호기심 때문에 페널티를 감수할 순 없지.’

블랙 본의 광기 스킬은 지금 상황에서 의미가 없었으니 다른 방법을 떠올렸다.

‘그거라면 지금 상황을 모면할 수 있을지도.’

몸의 상처가 점점 늘어나 더 이상은 견디기 힘들어진 무혁은 유일하다 생각되는 방법을 시도하기로 했다.

“얼음의 방어!”

쩌저저저저적!

스킬을 시전하자 곧바로 무혁의 온몸을 뒤덮는 얇은 얼음 갑옷이 생겨났다.

동시에 거짓말처럼 모래 폭풍으로 인해 받아야만 했던 타격들이 깨끗하게 사라져버렸다.

“…끝내주네.”

1분 동안 그 어떠한 피해도 받지 않는 얼음 갑옷의 위력은 문자 그대로였다.

대자연의 힘조차도 얼음 갑옷을 어쩌지는 못했다.

조각 난 신의 힘이라더니 역시 다르다고 생각이 드는 무혁이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무혁은 재빨리 모래 폭풍의 뒤쪽으로 내달렸다.

모래 폭풍의 규모로 봐선 1분이 지나도 여전히 무혁의 몸을 두들겨 댈 것 같았기에 최대한 빠른 속도로 모래 폭풍이 지나쳐왔던 곳으로 피하는 것이 안전할 것만 같았다.

“서, 설마 변덕을 부려서 갑자기 방향을 선회하거나 하진 않겠지?”

괜히 불안감이 들기는 했지만, 정말 그런 재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라 믿으며 무혁은 모래 폭풍의 사정권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바닥에 땀이 날 정도로 뛰었다.

그렇게 죽기 살기로 뛰자 무혁은 모래 폭풍의 사정권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동시에 그 어떠한 외부의 충격조차 허용하지 않았던 얼음 갑옷이 수증기로 변해 증발하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마족이랑 붙어도 안전하겠는데?”

새삼 신물의 힘을 흡수한 것이 자신에게 얼마나 커다란 행운이었는지를 깨닫는 무혁이었다.

모래 폭풍을 피하고 나서 한숨을 돌리던 무혁은 곧바로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버리고 말았다.

“…이, 이런 젠장.”

눈앞에 새카맣게 몰려 있는 몬스터들의 모습에 무혁은 두 눈가가 부르르- 떨렸다.

특히 모든 몬스터들이 무혁을 집중적으로 노려보며 살갗을 뚫어버릴 것만 같은 적의와 살기를 뿌려대고 있었다.

한눈에 보더라도 몬스터들 또한 모래 폭풍을 피해 모여든 것이 분명했다.

“저, 저게 도대체 다 몇 마리야?”

몬스터들의 수를 센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까마득했다.

“우, 우리 이성적으로…….”

캬아아아아아-!

크우와아아아아!

키헤에엑! 키헤에에엑!

우우우우우우-!

무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몬스터들이 앞을 다투듯 괴성을 내지르며 달려들었다.

도망갈 수도 없다.

어느새 뒤쪽에서도 모래 폭풍을 피해 몬스터들이 각기 다른 방향에서도 구름처럼 몰려들고 있었으니까.

정말 꼼짝없이 몬스터로 이루어진 거대한 바다에 홀로 빠져버린 꼴이 되어버렸다.

“재수 없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겨우 모래 폭풍을 피해 도망 나왔는데, 이제는 몬스터 폭풍이라니!

자신을 죽이려고 달려드는 몬스터들을 바라보며 무혁은 재빨리 사용 가능한 스킬들을 모조리 사용했다.

통통이도 불렀다.

“…불길하다. 불길해… 아무래도 여기서 페널티 한번 먹을 것 같다. 젠장!”

그렇게 무혁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몬스터들과의 대혈투가 시작되었다.

 

#

 

“우리 오빠는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미첼은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져버린 무혁의 무정함에 입을 삐쭉- 내밀었다.

“무혁이야 어디서 또 열심히 몬스터를 사냥하고 있겠지. 송 고문님께서 그러셨잖아, 쉬는 법이 없는 독종이라고.”

르케임의 말에 미첼은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예쁘게 웃어보였다.

“몬스터 사냥? 역시 우리 오빠는 여기 있는 날라리들하고는 확실히 틀리단 말이야.”

“날라리라니! 나도 어제 돌아왔다고!”

언제나처럼 르케임이 가장 먼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지난 한 달 동안 몬스터 냄새만 맡으며 사냥을 했던 르케임으로서는 미첼의 ‘날라리’ 발언에 발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뒤이어 방적삼 역시도 마수의 대지 탐사 이후, 자신이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를 피력했다.

물론, 그런다고 두 사람의 말을 들어줄 미첼이 아니었다.

“젠장! 무혁이 때문에 우리만 졸지에 놀고먹는 날라리가 되어 버렸군!”

르케임이 인상을 팍- 찌푸리며 그렇게 투덜거렸다.

언제나 항상 무혁이 문제였다.

헬-라시온에 끌려온 지 고작 2년 밖에 되지 않은 핏덩어리 주제에 뭐가 그렇게 열심인지 매번 무혁과 비교가 될 수밖에 없었다.

사실, 노력한 걸로 따지면 킬 라시온의 그 어떤 멤버 역시도 뒤처지지 않았다.

그런데 무혁과 비교를 하면 이상하게 노력하지 않고도 여태껏 살아남은 것처럼 보였다.

“말이야 바른 말로 무혁 동생이 돌연변이인 건 사실이지.”

방적삼의 말에 르케임이 고개를 끄덕였다.

“변종이야! 변종! 헬-라시온에서 가장 독특한 변종!”

“그러니까 우리 오빠가 댁들과 다른 거라고. 여자는 항상 노력하고 열심히 사는 남자에게 매력을 느끼기 마련이거든. 하긴, 그걸 알고 있었다면 지금처럼 있지도 않았겠지만.”

그러니 당신들 둘이 여자 한 번 만나지 못하고 노총각 냄새를 풀풀- 풍기는 거라는 듯 미첼이 혀를 찼다.

르케임은 또다시 발끈하려다 입을 꾹- 다물고 말았다.

미첼과 입씨름을 해봐야 자신만 손해라는 걸 알기에 그녀가 무슨 말을 하든 상관하지 말자 마음을 먹은 것이다.

방적삼은 진즉에 미첼과의 말싸움을 포기했다는 듯 실없는 웃음을 짓고 있었다.

“아! 그런데 요즘 주변에 이상한 놈들이 얼쩡거리는 것 같지 않아?”

방적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문을 열고 레오가 들어왔다.

표정은 굳어 있었고, 옷에는 핏물이 더덕더덕- 달라붙어 있었다.

“연금술회 놈들이야.”

그렇게 말을 하고 레오는 공간 주머니에서 맥주를 꺼내 시원하게 들이켰다.

“연금술회라니?”

방적삼이 무슨 뜻이냐는 듯 물었고, 르케임과 미첼 또한 표정이 살짝 굳어 있었다.

“자꾸 신경 쓰이게 지켜보는 놈들이 있는 것 같아서 잡았는데, 연금술회 놈들이더라고요.”

“연금술회에서 왜?”

세 쌍의 눈동자가 자신을 주시하며 의문을 표하자 레오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건 나도 잘 모르지.”

아무리 후려패도 말을 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었다는 뒷말에 르케임이 눈을 찌푸렸다.

“그렇다고 다짜고짜 주먹을 쓰면…….”

“그럼 우릴 감시하는데 가만히 두고 볼래?”

르케임의 말을 자르며 미첼이 그렇게 톡- 쏘아붙였다.

“그래, 그건 미첼 말이 맞아. 그리고 어쨌든 연금술회에서 먼저 우리를 감시했던 건 사실이니까 레오의 행동은 마땅히 정당방위인 셈이고.”

방적삼도 거들고 나서자 르케임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그래도 연금술회인데- 라며 걱정을 보였다.

“그렇게 걱정할 것 없어. 리더도 알고 있으니까.”

“필립 형님도요?”

“나랑 같이 때렸거든. 훗훗!”

레오의 말에 르케임도 그럼 별 문제 없겠다는 듯 굳었던 표정을 풀었다.

“그런데 필립 형님은요?”

“엔자르에 갔어.”

“엔자르라면… 연금술회 본부요?”

“왜 우리를 감시했는지 당연히 따져야지.”

필립의 행동은 당연했다.

아무리 연금술회라 하더라도 자신들을 함부로 감시하는 행위는 명백한 도발이었으니 킬 라시온의 리더로서 필립이 케일테자만을 찾아가 따져 묻는 건 지극히 옳은 행동이었다.

이런 일을 그냥 넘어가면 연금술회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킬 라시온을 가볍게 여길 수 있었으니까, 상대가 누구든 도발 행위에 대해서는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걱정 많은 르케임조차도 별 걱정을 하지 않았다.

다른 누구도 아닌 필립이었으니까.

하지만, 뭔가 이상한 기운이 킬 라시온을 향해 몰려들고 있다는 걸 깨닫는 데는 채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실비아!”

미첼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실비아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서 몸을 일으켰다.

레오와 방적삼, 그리고 르케임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개부랄 새끼들! 필드에서 만나면 사지를 다 찢어버린다!”

엉망으로 헝클어진 머리카락, 아름다운 얼굴에 난 상처들과 옷 군데군데 묻어 있는 혈흔 자국은 일방적으로 연금술회의 감시자들을 폭행하고 돌아온 레오와는 너무나도 차이가 컸다.

“설마 연금술회 놈들과 싸운 거야?”

르케임의 물음에 실비아가 무슨 헛소리냐는 듯 그를 바라봤다.

“연금술회는 또 왜?”

“연금술회 놈들하고 시비가 붙은 거 아냐?”

“아니야. 흑룡 길드하고 천인회, 그리고 무사시 가문 놈들이었어.”

“뭐?”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이들과 시비가 붙었다는 실비아의 말에 다른 멤버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경직되었다.

연금술회의 감시, 그리고 흑룡 길드, 천인회, 무사시 가문과의 충돌.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무언가 심상찮은 분위기가 킬 라시온을 향해 모여들고 있다는 걸 모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르케임이 불안하다는 듯 그렇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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