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207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7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07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07화
호수 위의 사막 (2)
|2등급 마정|
· 고유 능력 중 단 하나의 정밀 수치를 영구적으로 상승시킨다.
· 등급 차이에 따라 상승 수치가 달라진다.
· 동일 등급 마정 100개로 ‘불완전한 1등급 마정’을 만들 수 있다.
· 동일 등급 마정 50개로 ‘2등급 마정 씨앗’을 만들 수 있다.
열 개의 2등급 마정 찌꺼기로 만들어 낸 2등급 마정.
무혁은 손에 쥔 2등급 마정을 가만히 바라보다 일말의 고민도 없이 입속에 털어 넣었다.
“꿀꺽!”
[2등급 마정을 섭취했습니다.]
[영구적으로 마력이 15% 상승합니다.]
[블랙 본의 영향으로 마력의 상승 수치가 100% 추가됩니다.]
[영구적으로 마력이 15% 상승합니다.]
순식간에 마력이 30퍼센트나 상승했다.
헬-라시온의 다른 인간들이 알게 된다면 눈이 뒤집혀 그대로 졸도를 하거나, 부들부들- 떨며 이건 명백한 사기요, 언밸런스한 생태계 파괴라며 입에 거품까지 물고 강력하게 항의를 할 일이었다.
“내가 생각해도 이건 좀… 개사기지.”
누누이 말하지만,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하질 않던가?
“억울하면 지들도 마정의 의지를 깨워서 통통이처럼 마정을 만들 수 있도록 하던가.”
낄낄- 웃으며 무혁은 그렇게 홀로 즐거워했다.
어차피 이 세상, 아니 전 우주 어딜 가더라도 평등이라는 단어만큼 무의미한 건 없다.
애초부터 모든 사람, 아니 마족도, 마수도, 그리고 신이라 불리는 이들도 태어날 때부터 불평등하게 태어난다.
권력자의 자식, 자산가의 자식, 가꾸지 않아도 빛나는 외모, 노력하지 않아도 척척- 모든 걸 깨우치는 지능, 남들과 비교를 불허하는 신체나 그 외의 재능까지.
본래부터 태어날 때 모든 것은 불공평하게 시작이 된다.
애초부터 모두가 평등하게 태어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니까.
“복제품들도 아니고 평등은 개뿔.”
그러니 누군가 무혁에게 너만 왜 불공평하게 성장하냐고 따져 묻는 건 세상 물정 모르는 멍청한 질시일 뿐이었다.
무혁은 호수 위의 사막에 들어와서도 여전히 급성장을 해나가고 있었다.
게임을 하더라도 보통 저레벨과 고레벨의 레벨업 속도는 차이가 나는 법이다.
당연히 레벨이 낮을수록 레벨업 속도가 빠르고, 반대로 레벨이 높을수록 레벨업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
시스템이 그럴 수밖에 없으니까.
레벨 격차와는 상관없이 똑같은 속도로 레벨을 올릴 수 있다면 한 번 고레벨은 영원한 고레벨로 저레벨들에게 따라잡히는 일이 없을 것 아닌가?
헬-라시온 세상에서도 마찬가지다.
레벨은 아니지만, 고유 능력이라는 것 또한 냉정하게 따져보면 레벨과 같은 시스템이라고 볼 수도 있다.
당연히 7등급에서 6등급으로 올리는 건 그렇게까지 어렵지 않지만, 무혁처럼 3등급에서 2등급으로 올리는 건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어마어마한 노력과 비용이 들어가는 일이다.
그런데 무혁은 오히려 성장 속도가 더욱더 빨라지는 기상천외한 케이스였다.
“어차피 나한테 이제 1등급은 무의미하고 진짜 문제는 초월적 등급인데…….”
다른 헬-라시온의 식민들은 알지도 못하는 전혀 다른 등급.
마족과도 동등하게 맞설 수 있는 초월적 등급의 존재를 알고 있는 무혁에게 고유 능력 1등급은 더 이상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하찮은 저레벨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이 낮은 저레벨 구간을 최대한 빠르게 성장한다.
어차피 무혁에게 있어서 같은 인간들은 더 이상 경쟁자가 되지 못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도시 길드와 연금술회와 정면으로 충돌이 일어날 것을 근심 걱정했던 무혁이었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막말로 마음만 먹는다면 도시 길드건 연금술회건 무혁 혼자서도 얼마든지 박살을 낼 자신이 있었다.
물론, 지금 당장은 어려운 일이고, 일정 기간의 시간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은 걸리지 않을 것이고 분명한 것은 도시 길드와 연금술회가 어떠한 짓을 하더라도 무혁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누구든 무혁을 막으려면 지금 당장 움직여야만 한다.
이 순간에도 무혁은 계속해서 강해지고 있었기에 조금이라도 약한 지금이 그들에게는 유일한 기회인 셈이었다.
“우선은 나부터 강해지고, 그 다음은 구름이.”
무혁은 호수 위의 사막으로 오기 전 방구름과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지금부터 형이 하는 말 잘 들어.’
‘예.’
‘앞으로 나는 마족을 잡을 거다.’
‘예… 예? 예에?’
‘뭘 그렇게 놀라? 그럼 평생 여기서 마족들 말이나 고분고분 들으면서 살 줄 알았어?’
‘그런 게 아니라 마족이라니요? 그들은 하이 랭커라 하더라도 상대할 수 없는 괴물들이라고요!’
‘야야, 뭘 그렇게 정신 나간 놈 쳐다보듯 보는 거야? 내가 설마하니 지금 당장 마족들을 잡겠다고 하는 거겠어? 당연히 승산이 있을 때 시작할 싸움이야. 지금은 그 승산을 내 쪽으로 가져오기 위해 무조건 성장을 해야 할 시기이고.’
‘미리 죄송합니다, 형님. 솔직히 형님을 존경하고 그 누구보다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마족은 아무리 형님이라 하더라도 상대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마족과 싸우겠다는 건…….’
‘뭐? 내가 자살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보여? 어쭈? 대답 안 하는 거 보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이네?’
‘솔직히 형님이 갑자기 너무 터무니없는 말을 하셔서…….’
‘그래, 뭐 네 입장에서는 내가 미친 소리를 지껄이는 것처럼 들리지도 모르겠네.’
‘조금은 그렇습니다.’
‘조금은?’
‘솔직히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이요. 죄송해요.’
‘죄송할 건 없어. 다른 사람이 들어도 내가 단단히 미친놈이라고 여겼을 테니까. 그런데 어쩌냐? 난 이미 제대로 미친 짓을 해버렸는데?’
‘예? 그게 무슨?’
‘벌써 마족을 받아버렸거든.’
커스틸 도시의 관리 마족인 커웨인을 상대로 대형 사고를 쳐버렸다는 무혁의 말에 방구름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버릴 정도로 놀랐다.
동시에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있느냐는 의심의 눈초리로 무혁을 바라봤다.
설마 자신에게 뻥을 치는 것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의 눈빛이 방구름의 얼굴 전체에서 엿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무혁이 어찌나 웃었던지 눈물까지 찔끔- 흘렸을 정도였다.
자신의 말을 믿게 하기 위해 무혁은 통통이의 진화된 모습을 보여주었고, 자신이 어떤 근거를 바탕으로 마족에게 대항을 하려고 하는지 상세하게 알려주었다.
‘이건 선생님을 제외하면 너만 아는 일이다.’
‘필립 형님은요?’
‘나중에. 조금 더 내가 생각이 정리되면 그때 말을 하려고.’
‘…왜 제게는 알려주시는 거예요? 제가 형님께 무슨 도움이 된다고. 차라리 도움이 되려면 필립 형님과 다른 멤버들에게…….’
‘내가 가장 신뢰하는 사람은 여전히 구름이 너니까. 그리고 앞으로도 너여야만 하고.’
‘…형님.’
‘지금부터 나와 너는 최단기간 내에 1등급으로 올라선다. 내가 그렇게 만들 거니까 구름이 너도 마음 단단히 먹어.’
일방 통보였다.
더 이상 뒤에서 주눅들지 말라는 무혁의 경고이기도 했다.
방구름은 분명 전투에 대한 재능이 없다.
선천적으로 방구름은 누군가와 치열하게 싸움을 해서 승리를 쟁취할 정도의 투지나 끈기, 오기가 부족하다.
좋게 말하면 평화주의자였고, 나쁘게 말하면 그냥 싸움 병신이다.
물론, 필립의 말에 의하면 방구름은 마력 스킬에 대한 재능만큼은 나쁘지 않다고 했다.
자신과 비교했을 때, 방구름의 마력 스킬 운용 능력이 워낙 뒤떨어졌다고 생각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무혁의 수준이 너무 높았기에 비교가 되었을 뿐이었다.
일반적으로 방구름의 마력 스킬에 대한 재능은 꽤 괜찮은 편이다.
그 말은 방구름의 능력이 향상할수록 어느 정도는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설령,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무혁은 애초부터 방구름과 함께 전투를 할 생각이 없었기에 실망할 이유도 없었다.
방구름은 무혁에게 가족 같은 존재였고, 연금술이라는 특별한 재능을 갖고 있기에 그 부분에서의 도움만을 바랄 뿐이었다.
“혹시 또 알아? 구름이가 초월적 등급의 열쇠를 풀어버릴 지도 모르는 거고.”
초월적 등급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아직 아무것도 없다.
그야 말로 굳게 닫혀 있는 비밀 상자와도 같았다.
때문에 무혁은 자신을 제외한 누구라도 초월적 등급에 대한 비밀을 풀어 줄 가능성을 열어둘 수밖에 없었다.
도움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그러려니 하면 될 뿐이었다.
“초월적 등급이라…….”
무혁은 초월적 등급에 대한 생각을 하다 보니 습관적으로 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퐁!
지포라이터로 불을 붙이고 폐 깊은 곳까지 담배를 쭉- 빨아 당겼다.
길게 담배 연기를 내뱉으며 무혁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이제는 담배도 별로 안 땡기네.”
하위 식민일 때에는 정말 입에 달고 살았던 담배였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조금씩 멀어지고 있었다.
그저 습관적으로 담배를 종종 입에 물었을 뿐이었다.
“별로 맛도 없고… 이제는 그냥 끊어버려도 별로 생각이 나질 않을 것 같기도 하네.”
잠시 고민하던 무혁은 이윽고 툭- 담배를 바닥에 던지며 발로 비벼서 껐다.
“끊어보고 땡기면 다시 피우지 뭐.”
무혁이 헬-라시온에서 즐길 수 있었던 유일한 사치 생활이었던 담배를 끊는 순간이었다.
“초월적 등급은 초월적 등급이고, 우선은 1등급부터 최대한 빨리 올라가자. 통통아, 가자!”
잠시의 휴식을 마치고 다시 몸을 일으킨 무혁은 통통이와 함께 또다시 정신없는 사냥을 시작했다.
#
“동선이 겹치는 놈이 있다고?”
케일테자만의 눈빛이 서늘하게 변했다.
한두 번 본 눈빛이 아니었음에도 보고를 하는 월터는 숨이 막히는 기분에 애써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대답했다.
“여러 번 확인을 한 결과 지금으로서는 유일하게 저희의 이동 경로와 동선이 겹치는 자가 딱 한 명 발견되었습니다.”
“그게 누구지?”
뜸들이지 말고 대답을 하라는 케일테자만의 말에 월터가 곧장 대답했다.
“무혁이라는 아시아인입니다.”
“무혁?”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생소한 이름에 케일테자만이 눈살을 찌푸렸다.
연금술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지능이 받쳐줘야만 가능한 분야다.
그 말인 즉, 케일테자만은 상당히 뛰어난 지능을 갖추고 있었기에 기억력 또한 비상한 편이라는 소리다.
한 번 들었던 자들의 이름까지 모조리 기억하고 있을 정도로 대단한 천재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자신에게 득이 될 자, 해가 될 자, 경계를 해야 할 자 정도에 대한 신상 정도는 충분히 숙지를 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무혁’이라는 이름은 케일테자만의 기억에 전혀 들어가 있지 않아서 낯설기만 했다.
“처음 듣는 이름이실 겁니다.”
“그런 것 같군.”
“일전에 킬 라시온에서 흑룡 길드, 천인회, 무사시 가문과 충돌을 일으켰던 자를 멤버로 받아들였다고 보고를 드렸던 적이 있습니다.”
“기억난다. 그게 무혁이라는 놈인가?”
“그렇습니다.”
“그런데?”
속 시원하게 한꺼번에 말을 하라는 듯 케일테자만이 재촉하자 월터가 곧장 준비했던 말들을 한꺼번에 꺼내놓았다.
“얼음 바위 산 공략대가 에텔 도시에 도착하기 전에 무혁이라는 자가 먼저 도착했었다는 증언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인상착의만 대충 들었었는데, 나중에 혹시나 싶어서 확인 차 무혁이라는 자의 얼굴을 설원 늑대 조련사에게 보여주니 확실하다며 증언을 해주었습니다.”
“조련사 따위의 말을 믿을 수 있어?”
“보통 에텔로 넘어오는 이들은 열이면 열 예외 없이 설원 늑대를 구입하는데, 무혁이라는 자는 비싸다며 투덜거리고는 혼자 도시 밖으로 나갔다고 했습니다. 며칠 내로 낭패한 꼴이 되어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했던 조련사는 한 달이 훌쩍 지나서 너무나도 멀쩡한 모습으로 돌아온 그의 모습을 분명히 기억한다고 했답니다.”
“으음.”
케일테자만도 그 정도라면 충분히 기억할만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회장님께서도 아시다시피 킬 라시온은 이번에 마수의 대지를 탐사했습니다. 그리고 그 탐사 인원 중에는 무혁이라는 자 또한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우리와 동선이 겹치기는 하지만…….”
그 정도만으로는 부족하지 않겠냐는 케일테자만이었다.
더욱이 무혁이 킬 라시온이 멤버라면 섣부르게 접근을 할 수 없다는 것 또한 문제였다.
무엇보다도 킬 라시온의 필립의 성격상 먼저 자신에게 도발을 해올 정도로 생각이 없는 인물이 아니었기에 케일테자만은 월터의 보고를 회의적으로 받아들였다.
케일테자만은 솔직히 얼음 바위 산 공략대와 마수의 대지 탐사대가 전멸을 한 원인은 누군가의 소행이라기보다 그들의 실력이 부족했기에 벌어진 참사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결론을 짓고 있는 중이기도 했다.
그 말을 반대로 말하자면, 헬-라시온에서 연금술회를 상대로 칼을 휘두를 곳은 없다는 케일테자만의 지나친 자신감이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가능성은 언제나 열어둬야 하는 법.
“밀착 감시해.”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연금술회가 무혁을 주시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