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20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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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1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06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06화
호수 위의 사막 (1)
푸확-!
새빨간 핏물이 허공에서 꽃을 피우듯 화려하게 폈다가 사라졌다.
심장이 찢겨버리자 동력을 잃은 거대한 몸뚱이가 기울어지며 바닥에 쓰러졌다.
“후- 하!”
막혔던 숨구멍이 이제야 뚫렸다는 듯 무혁이 크게 숨을 토해냈다.
다소 거칠게 숨을 쉬며 호흡을 다듬은 무혁은 눈앞에 쓰러져 있는 거대한 크기의 몬스터 사체 두 구를 바라봤다.
5미터에 육박할 정도로 커다란 크기를 자랑하는 킹콩을 닮은 몬스터, 정식 명칭은 ‘코우랄로타’로 무려 2등급 몬스터다.
코우랄로타는 2등급 몬스터답게 무척이나 빠르고, 강력한 힘을 갖고 있었다.
특히, 바닥에 깔려 있는 모래를 제 마음대로 가지고 놀며 공격과 방어를 해대는 통에 무혁조차도 한 마리라면 모를까, 두 마리를 상대하려면 진땀 꽤나 쏟아야만 했다.
문제는 코우랄로타가 암수 한 쌍이 항상 함께 움직인다는 점이다.
그러니 무혁으로선 선택의 여지없이 무조건 두 마리를 사냥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이놈들에게 그게 있어도 그것 나름대로 또 골치인데, 그렇다고 이놈들에게도 없으면 그것도 또 문제고…….”
무혁은 갈팡질팡 하는 마음을 얼굴로 드러내며 통통이를 바라봤다.
“아부우!”
통통이가 기합성 비슷한 소리를 내지르며 쓰러진 코우랄로타의 사체로 날아갔다.
“…있는 거야?”
무혁의 얼굴이 웃는 것 같으면서도 울 것 같은 표정을 만들어냈다.
무혁이 어떠한 표정을 만들건 통통이는 코우랄로타의 사체에 앙증맞은 오른손을 맞대었다.
곧바로 코우랄로타의 사체가 유심히 바라보지 않으면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희미하게 반짝였다.
그렇게 통통이가 두 마리의 코우랄로타 사체에 손을 대고, 빛이 반짝이길 반복했다.
곧장 무혁에게로 날아온 통통이가 자신의 앙증맞은 손에 들린 두 개의 검은 빛의 환, 마정을 내밀었다.
“…있었네.”
그토록 찾았던 것을 찾았다는 사실에도 무혁은 마냥 기뻐할 수가 없었다.
“감정!”
[‘2등급 마정 찌꺼기’가 감정되었습니다.]
[감정, 스킬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2등급 마정 찌꺼기|
· 2등급 마정 찌꺼기로 불완전하다.
· 고유 능력 중 단 하나의 정밀 수치를 영구적으로 상승시킨다.
· 등급 차이에 따라 상승 수치가 달라진다.
· 불완전한 마정 찌꺼기를 완전한 하나의 마정으로 완성시켜야만 한다.
· 완전한 마정이 되기 위해선 10개의 불완전한 마정 찌꺼기가 필요하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2등급 마정 찌꺼기였다.
무혁은 자신의 손에 들린 두 개의 2등급 마정 찌꺼기를 복잡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이제야 갈 길을 제대로 찾았지만, 마음은 영 편하지가 않았다.
“이왕이면 혼자 다니는 놈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암수 두 마리의 코우랄로타를 상대하는 것은 결코 쉽지가 않다.
하지만, 지금까지 여러 몬스터를 잡았지만 마정 찌꺼기를 추출해 낼 수 있는 ‘핵’을 보유한 몬스터가 없었다.
무혁으로서는 싫다 하더라도 무조건 코우랄로타만을 중점적으로 사냥 해야 했다.
현재 무혁이 홀로 사냥을 하는 곳은 ‘호수 위의 사막’이라 불리는 곳이다.
호수 위의 사막은 헬-라시온 내에서도 미개척지로 유명하다.
거대한 호수 위에 외로이 떠 있는 섬.
호수라고 하지만 실제로 보면 바다에 가깝다는 감상평이 나올 정도로 거대한 규모를 자랑했고, 섬의 전체적인 크기 또한 어지간한 도시는 갖다 붙일 수도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면적이었다.
중요한 것은, 섬 전체에 뜨거운 열기가 작렬하는 사막이라는 사실이다.
사막의 열기는 섬의 가장자리부터 중심부로 이동할수록 강해진다.
가장 가장자리 즉, 사막의 진입부의 열기만 하더라도 지금은 무혁으로 인해 사라져버린 던전형 사냥터인 ‘모래 위에 세워진 모래성’ 6층 이상일 정도였다.
사막 한가운데 중심부의 열기는 9층 이상일 정도로 뜨겁다는 것이 세간의 평가다. 즉, 지독한 열기가 들끓는 곳이라는 사실이다.
여기에 더해서 호수 위의 사막은 사막이라는 지형이 갖고 있는 특징까지도 고스란히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막의 특징, 바로 일교차다.
사막의 일교차는 재앙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낮에는 엄청난 열기로 모든 생명체를 말라 죽일 듯이 괴롭히지만, 밤이 되면 다르다.
뜨거웠던 열기가 혹독한 추위로 돌변하기 때문에 사막에서 저체온증으로 죽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이 발생한다.
사막에서 저체온증으로 죽다니!
사막의 환경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에겐 생소한 일일 수도 있으나, 엄연한 현실이었다.
설령, 저체온증이 아니더라도 극단적으로 바뀌는 일교차는 모든 생명체의 건강에 엄청난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호수 위의 사막이 미개척지로 남은 이유가 바로 이 혹독한 일교차 덕분일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그런 일교차를 가볍게 무시하는 이가 있었으니, 그게 바로 무혁이다.
태양의 씨앗과 얼음의 결정의 힘을 고스란히 흡수한 무혁에게 일교차는 사실상 아무런 문젯거리도 될 수 없었다.
하지만, 일교차를 극복했다고 호수 위의 사막이 만만한 사냥터가 되는 것은 아니다.
호수 위의 사막의 일교차는 진입 장벽에 불과했으니까.
한 마디로 호수 위의 사막을 거닐 수 있는 자격만 갖춘 셈이라 할 수 있다.
사막에 서식하는 몬스터들은 무혁과 동등한 자격을 갖추었기에 그만큼 강력하다.
최하 4등급, 최고 1등급 몬스터까지 서식하고 있는 호수 위의 사막은 제아무리 마족조차 긴장하게 만드는 무혁이라 하더라도 제 멋대로 활보를 할 수 없었다.
제한 시간 내에 극단적으로 힘을 끌어 올리지 않는다면 평소 무혁의 무력으로는 3등급 몬스터가 딱 어울리는 사냥감이었고, 조금만 더 무리를 한다면 2등급까지 사냥이 가능했다.
그렇기 때문에 강제 사냥이 있기 전까지 본격적으로 마정 수집을 하기로 마음먹은 무혁에게 모래 위의 사막은 딱 알맞은 사냥터일 수밖에 없었다.
미개척지로 분류되는 만큼 찾아오는 이들이 없기에 무혁이 사냥을 하는 데 있어서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쓸 필요도 없었으며, 등급에 맞는 사냥감들이 넘쳤으니 ‘핵’을 보유하고 있는 사냥감만 찾는다면 말 그대로 높은 등급의 마정을 쓸어 담을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인 셈이다.
이런 모래 위의 사막을 마정 수급 장소로 선택한 배경에는 송정민이 있었다.
공식적으로는 미개척지로 불리지만, 비공식적으로 탐사에 성공한 사람이 있었고 그중 한 명이 송정민이었기에 무혁으로서는 다른 사냥터보다는 보다 많은 정보를 제공 받아 수월하게 사냥을 할 수 있는 곳이었던 것이다.
“1등급 몬스터는 사막 중앙에 모여 있다고 했었지?”
송정민이 알려준 정보대로라면 모래 위의 사막을 지배하고 있는 1등급 몬스터는 거대한 선인장 형태의 식물형 몬스터라고 했다.
마수의 대지에서 해바투나를 통해 식물형 몬스터가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갖고 있는지 잘 알고 있는 무혁이다.
그런 식물형 몬스터가 한 마리도 아닌 수십 마리가 밭을 이루고 있다고 했으니 어지간해서는 사막 중앙으로까지 갈 일이 없길 바랐던 무혁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까다롭긴 하더라도 코우랄로타가 ‘핵’을 보유하고 있다는 건 나름 무혁에게 운이 따른다고 여길 수도 있었다.
“그래, 코우랄로타에게서도 마정 찌꺼기가 나오지 않았다면 점점 더 사막의 중심부로 가야만 했을 테고 그럼 재수 없을 경우 1등급 몬스터를 상대해야 했을지도 모르니까 잘 됐다고 생각하자.”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코우랄로타를 사냥감으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사실을 불편하게 여겼던 무혁은 이내 생각을 고쳐먹었다.
아무리 코우랄로타가 사냥하기 쉽지 않은 몬스터라 하더라도 1등급 몬스터보다는 낫지 않은가?
좋게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지는 법이다.
“사냥 속도를 조금 올리려면 어쩔 수 없이 통통이의 힘을 빌려야겠네.”
이전까지 통통이는 그저 마정을 추출하는 능력 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마족인 커웨인을 공격하고 그의 공격을 방어했을 정도로 수준 높은 무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아직 성장이 부족해서인지 장시간의 전투 능력은 없어 보였지만, 순간순간 자신을 보조하기엔 결코 부족함이 없었기에 무혁은 본격적으로 코우랄로타를 사냥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통통이의 전투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보기로 작전을 짰다.
“통통아, 우리 둘이서 코우랄로타의 씨를 말려보자.”
무혁의 말에 통통이가 앙증맞게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소리쳤다.
“아부우우우!”
무혁은 그 반응에 달걀 귀신마냥 외눈만 깜빡- 거리던 통통이의 진화가 새삼 기쁜 마음이 들었다.
이름하여 ‘코우랄로타 씨 말리기 대작전’이 시작되었다.
암수 두 마리가 항상 함께 다니는 코우랄로타였지만, 무혁과 통통이의 조합은 생각보다 그 힘이 훨씬 더 대단했다.
“통통아! 좌측!”
무혁의 외침에 통통이의 손에서 시작된 검은 그림자들이 코우랄로타 한 마리의 온몸을 속박하기 시작했다.
크와우우우우우!
몸이 속박당하자 코우랄로타는 당황하기보단 커다랗게 포효를 하며 발아래 모래를 일제히 일으켰다.
날카로운 송곳마냥 모래들은 순식간에 검은 그림자들을 투두둑- 끊어버렸다.
모래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코우랄로타의 능력은 확실히 사기적인 수준이었고, 온 바닥이 모래투성인 사막은 최적화 된 환경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제아무리 코우랄로타의 능력이 뛰어나고, 장소 한없이 유리하다 하더라도 통통이의 능력 또한 결코 그에 못지않았다.
자신의 그림자들을 끊어내는 코우랄로타의 행동을 예상했다는 듯 통통이가 오른 주먹을 힘껏- 허공에서 내리쳤다.
거대한 먹구름마냥 검은 그림자가 그대로 코우랄로타의 정수리를 내리 찍었다.
다급하게 코우랄로타가 모래를 머리 위로 끌어 올리면서 방어벽을 형성했지만, 미리 준비를 해두었던 통통이의 공격을 막아내기엔 방어벽이 생각만큼 견고하지 못했다.
콰아아앙!
모래가 사방으로 흩어지며 코우랄로타의 정수리에 검은 그림자가 그대로 내리꽂혔다.
코와 입에서 피를 토하며 코우랄로타가 바닥에 널브러지자 통통이가 환히 웃으며 무혁을 바라봤다.
“마력탄! 마력탄! 마력탄!”
세 개의 마력탄을 날리며 무혁 또한 동시에 움직였다.
오른손에 단단하게 쥐어져 있는 블랙 본 장검에서는 새카만 광채가 번들거리고 있었다.
코우랄로타의 마력 스킬 저항력은 생각보다 굉장히 높은 수준을 자랑했다.
무혁이 만들어 내는 파이어 볼은 헬-라시온 최강이었지만, 그마저도 코우랄로타의 뛰어난 마력 스킬 저항력에 의해 원하는 만큼의 타격을 줄 수가 없었다.
그나마 순수한 마력 덩어리로 이루어진 마력탄만이 코우랄로타에게 먹혀들고 있을 뿐이었다.
펑펑펑!
세 차례나 연달아 마력탄에 얻어맞은 코우랄로타가 고통과 분노로 뒤덮인 괴성을 내지르며 모래로 만든 창을 수십 발이나 무혁에게 날렸다.
“실드!”
무혁이 만들어 낸 세 개의 실드가 전면에 배치되면서 수십 발의 모래 창들을 막아낸다.
그사이 무혁은 코우랄로타에게 바짝- 접근해서 블랙 본 장검을 휘둘렀다.
코우랄로타는 2등급 몬스터답게 물리 저항력 또한 상당한 수준이었지만, 마력 스킬 저항력보다는 떨어졌기에 완벽하게 제압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접근전을 펼쳐야만 했다.
슈슈슈슈슉-!
두껍고 질긴 가죽과 탄탄한 지방층으로 이루어진 코우랄로타의 살갗이 푹푹- 베이며 핏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크우와! 크우와아아아!
끔찍한 고통에 코우랄로타가 울부짖으며 벌겋게 변한 눈동자로 무혁을 향해 마구잡이로 양팔을 휘둘렀고, 동시에 모래 바닥이 기둥처럼 솟구치며 무혁을 위협했다.
처음 코울랄로타를 상대했을 때만 하더라도 크게 당황하며 피하기 급급했던 무혁이었지만, 꽤 많은 전투를 치루면서 이제는 면역이 되었다는 듯 발아래 모래가 꿈틀거리는 순간을 정확하게 포착하고 몸을 회피했다.
특히, 새롭게 장만한 ‘헤이드안 구두(M)’의 회피력과 이동 능력은 그렇지 않아도 회피력이 좋은 무혁에게 있어 날개를 달아준 것마냥 커다란 도움이 되어주었다.
예술에 가까운 몸놀림으로 물리 공격과 모래 공격을 모조리 피한 무혁이 코우랄로타를 향해 기합에 가까운 소리를 버럭- 내질렀다.
움찔!
무혁의 고함에 코우랄로타의 몸이 아주 잠깐 멈칫거렸다.
‘마수 오리올의 흉갑(M)’에서 풍겨져 나오는 마수 오리올의 체취가 그렇지 않아도 적지 않은 상처를 입은 코우랄로타로 하여금 위압감을 제대로 발휘한 것이다.
상처를 입자 생겨난 본능적인 두려움.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무혁은 블랙 본 장검을 있는 힘껏 내질렀다.
푸- 악!
정확하게 심장을 관통한 무혁의 공격에 코우랄로타의 눈동자에서 생명의 빛이 급속도로 꺼져가기 시작했다.
크우우우우우우우-!
자신의 짝인 코우랄로타 수컷이 죽어버리자, 통통이에게 큰 타격을 받아 쓰러져 있던 암컷이 구슬프게 울부짖었다.
“너도 따라 가.”
무혁은 한낱 몬스터 따위에게 보낼 동정 따윈 없다는 듯 곧바로 냉정할 정도로 블랙 본 장검을 휘둘렀다.
콰작-!
두개골이 반으로 쪼개진 암컷 코우랄로타의 죽음으로 길었던 전투가 끝이나자 기다렸다는 듯, 무혁이 제자리에 철퍼덕-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통통아, 마정 찌꺼기.”
힘들다는 듯 숨을 토해내며 무혁이 그렇게 말하자, 통통이가 걱정 말라는 듯 두 마리의 코우랄로타의 사체를 돌며 2등급 마정 찌꺼기를 수거해왔다.
그리고 필드에서는 쉽게 획득할 수 없는 스킬 링 또한 보너스처럼 통통이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스킬 링? 그래, 이 정도의 보답은 있어야지.”
무혁의 입가에 만족의 미소가 내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