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20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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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2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02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02화
커스틸 도시 (10)
통통이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사그라지지 않았다.
처음에는 눈이 부실 정도로 밝은 빛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새카만 어둠보다도 짙은 빛이 주변을 먹어치우고 있었다.
“흐으음- 좋구나.”
밝은 빛이 사방을 비출 때만 하더라도 온갖 인상을 찌푸리던 커웨인은 검은 빛이 나오면서부터는 아주 기분 좋은 미소, 한편으로는 황홀감에 젖은 듯한 얼굴로 양팔까지 벌려가며 기뻐했다.
당연히 무혁의 입장에서는 좋을 리가 없는 모습이었다.
마족에게 기쁨을 주고 있으니 당연히 통통이의 변화에 대해서도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이쯤 되니 무혁의 가슴 속에서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너희 인간들이 말하는 천사. 그것이 순백의 영혼이다.’
통통이는 본래 천사가 되어야 할 고귀하면서도 순결한 영혼이다.
천계에서 스스로 각성 과정을 거쳐 천사가 되어야 할 통통이가 마신 라시온에 의해 강제로 헬-라시온으로 왔고, 마기로 인해 강제 타락해버렸다.
거기에 더해서 인간인 무혁의 손에 의해 억지로 자아까지 각성을 하고 말았다.
말 그대로 통통이 입장에서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더 과격하고도 저렴한 표현을 빌리자면…….
“개빡치는 상황인 거지.”
무혁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통통이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했다.
그래, 따지고 보면 통통이는 정말 불운만을 타고 난 존재인 것이다.
천계를 지탱해야 하는 천사로서의 고결한 사명감 따윈 진즉에 퇴색되어 버렸고, 몬스터의 사체나 삼켜대면서 마정이나 추출하는 노역자가 되었으며, 마수의 혈청 따위나 탐내는 타락해버린 부정한 존재가 되어버렸으니까.
이 얼마나 기구한 운명이란 말인가?
‘설마… 이상한 괴물이라도 되는 건 아니겠지?’
‘순백의 영혼이다. 본래대로라면 천사가 되어야 할 존재가 마기에 물들었고, 타락했으며, 부정한 방법으로 깨어났다. 지금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갈 것이다. 그때 인간인 네가 감당할 수 없는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너를 가장 먼저 잡아먹을지도 모르지.’
라미엘이 했던 경고가 무혁의 머릿속에서 왱왱- 거리는 성가신 모기의 날갯짓 소리마냥 맴돌았다.
통통이가 정말 이상한, 그리고 무시무시한 괴물이라도 된다면?
어쩌면 마수보다 더 끔찍한 아니, 마족보다도 더한 존재가 될지도 몰랐다.
불안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갈수록 무혁의 심장이 더욱더 세차게 뛰었다.
‘마족의 인장은 나중에 줬어야 했나? 아… 젠장!’
이대로 통통이가 감당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을 때를 생각하니 무혁은 자신이 너무 성급하게 마족의 인장을 넘겨줬나 싶은 후회마저 들었다.
앞으로도 통통이가 해줘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가?
몬스터의 마정도 추출해야 하고, 마수의 마정 또한 통통이가 아니면 추출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런 독보적인 능력만으로도 통통이의 존재 가치는 헬-라시온의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고 단언할 수 있었다.
그런 통통이가 자신의 곁을 떠난다?
생각만으로도 무혁은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고, 신체 일부가 뜯겨져 나가는 듯한 크나큰 상실감이 들었다.
“제발… 제발…….”
이제는 더 성장한 모습 따윈 바라지도 않게 된 무혁이었다.
영원히 지금처럼 통통이로 남아줬으면 하는 바람마저 들었다.
그런 무혁의 바람과는 다르게 통통이는 길었던 변화의 과정을 끝마쳐가고 있었다.
번- 쩍!
마지막이라는 듯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렬한 빛이 사방으로 폭사되었다.
그리고 길었던 통통이의 변화가 끝났다.
“흐음…….”
두 눈을 질끈- 감고 있는 무혁의 귓가로 커웨인의 감상평이 들렸다.
뜨뜻미지근하다고나 할까?
커웨인의 평가에 무혁은 자신이 상상했던 최악의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마냥 좋아할 수도 없었다.
무혁이 바라는 모습이었다면 커웨인이 조금은 더 과격한 혹은 불쾌함이 가득한 평가가 나왔어야 했으니까.
더 이상은 외면을 할 수 없었기에 무혁은 작게 숨을 토해내며 눈을 떴다.
‘제발… 괴물, 마수, 마족만 되어 있지 말아라!’
간절하게 바라며 무혁의 시선이 통통이가 있던 자리에 머물렀다.
그리고 그곳에는 놀랍게도…….
“…천사? 아니… 악마?”
작은 아기 천사, 아니 아기 악마?
잿빛으로 물든 아기가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무혁이 흔하게 알고 있는 깜찍하고, 귀여운 아기 천사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순백이어야 할 아기 천사가 탁한 잿빛이었고, 새하얀 깃털로 이루어져야 할 등 뒤의 날개 역시 어둠처럼 새카맣다.
무엇보다도 이마 정중앙에 불룩- 솟아나 있는 하나의 뿔.
그 뿔은 도저히 천사의 이미지와는 전혀 어울리지가 않았다.
마치… 마족들이 모두 공통으로 가진 뿔과 매우 흡사하다 못해 빼다 박은 듯 했다.
“통통이니?”
무혁의 물음에 아기 천사, 아니 잿빛 아기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무혁의 주변을 기쁘다는 듯 빙글빙글- 맴돌며 날아다녔다.
밝은 얼굴, 반짝이는 눈동자는 그나마 무혁의 마음을 안도하게 만들었다.
“마나와 마기를 동시에 지니고 있는 존재라… 혼돈스러운 존재군.”
커웨인이 침묵을 깨고 그렇게 중얼거렸다.
“통통이가 마나와 마기를 지니고 있다고?”
“느낌상 그렇다. 천계의 놈들이나 지니고 있어야 할 마나의 향기가 난다. 그리고 나와 같은 마기의 느낌도 있고. 두 가지의 상반된 기운을 품고 있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뭔가 껄끄럽다는 듯 통통이를 바라보는 커웨인의 표정은 결코 좋지 않았다.
“마정의 의지가 깨어나서 마족의 인장을 삼키면 이런 혼돈스러운 존재가 되는 건가?”
커웨인으로서도 처음 보는 존재였기에 호기심이 짙었다.
그러다 갑자기 커웨인이 통통이를 향해 손을 쭉- 뻗었다.
“무슨 짓이야!”
고무줄처럼 길게 늘어난 커웨인의 손이 통통이의 목줄기를 움켜잡으려는 모습에 무혁이 버럭- 소리를 내지르며 블랙 본 장검을 만들어내는 순간.
통통이의 몸이 희미하게 변하더니 마치 유령마냥 커웨인의 손을 그대로 통과시켜버렸다.
“…헬락시스의 능력?”
커웨인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뻗었던 손을 다시 거둬들였다.
기다렸다는 듯 통통이의 몸도 다시 원상태로 돌아왔다.
“헬락시스의 힘을 고스란히 흡수한 건가?”
커웨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통통이가 앙증맞은 두 손을 좌우로 펼쳤다.
통통이의 두 손에서 꾸물꾸물- 검은 그림자들이 실타래처럼 풀어져 나오더니 곧바로 바닥과 허공으로 커웨인을 향해 빠르게 몰려나갔다.
“나랑 해보겠다?”
커웨인이 한쪽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왼손으로 작게 원을 그렸다.
자신의 가슴 앞에서 그린 작은 원이 순식간에 커웨인을 집어 삼킬 정도로 거대해지면서 돔 형태의 방어벽을 만들어냈다.
콰자자자자자자작!
방어벽을 뚫기 위해 검은 그림자들이 사정없이 부딪혔다.
커웨인이 만들어 낸 방어벽이 쉽사리 뚫리지 않을 것 같자 통통이는 움켜쥔 작은 주먹을 머리위로 들어 올렸다가 아래로 내리쳤다.
그러자 커웨인의 머리 위에서 거대한 주먹의 형상을 그대로 닮은 검은 그림자가 벼락처럼 떨어져 내렸다.
콰아아앙-!
우지지직!
“감히!”
방어벽이 깨져버릴 것처럼 위태로워지자, 커웨인이 두 눈에 살기를 뿌려대며 오른손으로 원을 그렸다.
화아아악-!
검은 불길이 마치 광선포처럼 통통이를 향해 날아갔다.
통통이가 재빨리 양손을 펼쳐서 앞으로 내밀었고, 검은 그림자들이 바닥에서부터 빠른 속도로 생성되며 하나의 벽을 만들어냈다.
“막겠다고?”
커웨인은 자신의 검은 불길을 한낱 그림자 따위로 막을 수 있겠냐는 듯 비웃음을 지었다.
그러한 커웨인의 자신감처럼 검은 불길은 빠른 속도로 통통이가 만들어 낸 그림자의 벽을 허물어트렸다.
그림자의 벽이 허물어지자 통통이가 얼굴을 찌푸렸고, 그의 몸이 희미하게 변했다.
당연히 이번에도 검은 불길이 그대로 통통이의 몸을 통과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과거 헬락시스는 내 앞에서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
차디찬 말과 함께 커웨인이 오른손을 꽉- 움켜쥐었다.
번- 쩍!
통통이의 몸을 통과하던 검은 불길이 순식간에 사방으로 폭발했고, 그와 동시에 희미했던 통통이의 몸이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며 커다란 충격을 받아 옆으로 날아가 바닥에 처박혔다.
“통통아!”
무혁이 깜짝- 놀라서 통통이를 향해 다가갔다.
고통스럽다는 듯 일그러진 통통이의 얼굴에 무혁이 얼굴을 굳히며 커웨인을 바라봤다.
“그만해.”
“내게 명령을 하는 거냐?”
“명령이든 부탁이든 뭐든! 그만 해!”
“죽고 싶은 거냐? 라시온 님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내가 널 죽이지 못할 거라 생각하는 거냐?”
커웨인의 표정이, 그리고 두 눈동자가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침입자를 노려보는 맹수마냥 사납게 번들거렸다.
방금 커웨인과 통통이의 대결은 제 아무리 능력이 상승한 무혁이라 하더라도 함부로 끼어들 수 없을 정도로 힘의 크기가 달랐다.
그렇기에 커웨인과 싸운다는 건 무혁에게 있어서 스스로 죽여 달라고 덤벼대는 꼴 밖에 되지 않았다.
이전까지는 자신의 힘이 너무 보잘 것 없기에 마족에게 대항해볼 생각조차 할 수 없었지만, 현재의 무혁은 내심 하이 랭커와도 붙어볼 수 있다 여겼던 자신감이 끝없이 추락하는 기분이었다.
‘…아, 압박감이 달라!’
어째서 하이 랭커들조차 마족 앞에서는 고개조차 들지 못하는지 알 것 같았다.
현재 커웨인이 무혁을 짓누르는 압박감과 위압감은 손가락 하나 까딱-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그렇다고 이대로 통통이를 내버려 둘 순 없었다.
‘빌어먹을!’
당장이라도 머리를 박고 살려달라고 빌고 싶을 정도였지만, 무혁은 억지로 눈을 부릅떴고, 이를 악물었다.
“죽여달라 이거군.”
쥐를 구석으로 몰아넣고 어떻게 삼켜버릴까 고민을 하는 뱀처럼 커웨인이 무혁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내딛었다.
그때, 자신을 보호하듯 서 있는 무혁을 향해 통통이가 희미하게 변하더니 그의 몸으로 스르르- 스며들었다.
[초월적 존재가 융합을 시도합니다.]
[초월적 존재와 융합하기 위해서는 마나와 마기를 깨달아야 합니다.]
[초월적 존재와의 융합에 성공합니다.]
[초월적 존재와의 융합으로 모든 고유 능력이 초월적 등급으로 상승합니다.]
[초월적 존재와의 융합 유지 시간은 30분입니다.]
[초월적 존재와의 융합 유지 시간이 지나면 50일 동안 융합을 할 수 없습니다.]
초월적 존재.
말 그대로 어떠한 한계나, 표준을 뛰어넘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통통이, 그리고 천사, 혹은 마족들은 모두 초월적인 존재라는 의미였다.
그리고 중요한 건.
“나도 이제 그들과 같아졌다는 뜻인가?”
무혁은 서둘러 자신의 정보를 확인해봤다.
|차무혁(13차 지구인)|
· 연차 – 2년 차
· 신분 - 라시온 식민(중소마을 식민)
· 체력 - 초월적 등급(2단계)
· 근력 - 초월적 등급(2단계)
· 순발력 - 초월적 등급(2단계)
· 지구력 - 초월적 등급(2단계)
· 정마력 - 초월적 등급(3단계)
등급 자체가 ‘초월적 등급’으로 바뀌었고, 단계별로 세분화 되어 있었다.
지금으로서는 2단계와 3단계의 차이를 알 수 없었고, 어느 단계부터 시작해서 최종 단계가 어디인지 알지도 못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어마어마한 힘이 무혁으로 하여금 자신감을 갖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느낌이 달라!’
커웨인에게 느껴졌던 압박감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한 번 싸워볼 만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니, 한 편으로는 이길 수도 있을 것만 같기도 했다.
그러한 무혁의 변화를 커웨인 역시 느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커웨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런 커웨인의 얼굴을 보며 무혁이 대꾸했다.
“글쎄?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는 중요한 게 아니지. 지금 중요한 건 더 이상 넌 날 죽이는 게 쉽지 않다는 거야.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해줄까? 지금 어쩌면 내가 널 죽일 지도 몰라.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인간을 상대로 고전을 했다는 게 소문이라도 나면…….”
나머지는 알아서 생각해보라는 듯 무혁이 보란 듯이 웃어 보였다.
그런 무혁을 바라보며 커웨인은 얼굴만 잔뜩 굳히고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