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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241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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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41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41화

변화의 시작 (6)

 

모래성의 모래 태양, 얼음 바위 산의 얼음 구슬이 가지고 있는 하나의 공통점은 딱 하나다.

바로 대대로 신물을 수호하며 살아가는, 이성을 지닌 몬스터가 있다는 점이다.

모래 태양을 수호했던 모래 해골왕, 카이모레노 6세.

얼음 구슬을 수호했던 얼음 여왕, 엘사르노 3세.

이 정도 되면 눈치가 아예 없거나, 완전한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바로 물 수정 또한 그것을 수호하고 있을 몬스터가 반드시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짐작대로 무혁은 물 수정을 수호하고 있는, 이성을 지닌 몬스터와 마주 서 있었다.

“나, 오라크레노도 2세가 있는 이상 그 어느 누구도 물 수정을 빼앗을 수 없도다!”

“설마 이 구역질나는 곳까지 와서 물 수정을 획득했었던 인간이 있었다는 소리야?”

분명히 ‘2세’라고 했다.

즉, 선대가 있었다는 의미.

설마하니 몬스터가 나이를 먹어서 자연사를 하지는 않았을 터, 고로 누군가 시체의 호수를 공략해서 물 수정을 손에 넣었었다는 의미다.

무혁으로서는 참 독한 놈들 많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만큼 시체의 호수는 지금까지 무혁이 다녔던 그 어떤 곳보다도 최악이었다.

호수의 밑바닥에 존재하는 입구를 통해 본격적으로 들어선 시체의 호수는 정말 역겨움의 연속이었다.

세상 모든 오물과 시체 더미에서 튀어나오는 썩은 형태의 몬스터들과의 전투도 고역이었고, 인간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것만 같았던 더러운 지형과 각종 함정들은 수십 차례나 무혁의 발걸음을 돌리게 만들 정도였다.

로드가 중간에 잡아주지 않았다면 무혁은 정말로 다음에 다시 만반의 준비를 해서 찾아올 생각까지 했었다.

그만큼 시체의 호수는 모래성이나 얼음 바위산에서 겪었던 고생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고역을 선사하며 무혁을 괴롭혔다.

‘옛말 틀린 거 하나 없어. 몸이 힘든 게 낫지, 정신적으로 힘든 건 정말 견디기 힘들어!’

무혁은 머리를 좌우로 강하게 흔들며 눈앞의 마지막 장애물을 바라봤다.

뭐라고 해야 할까?

물 수정을 지키고 있는 오라크레노도 2세는 인간 형태의 모래 해골왕과 얼음 여왕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전체적인 형상을 말하자면 썩어 곪아 터진 문어라고나 할까?

바다도 아닌 호수에 왜 바다 생물인 문어를 닮은 몬스터가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차피 헬-라시온에서 상식을 기대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었기에 무혁은 대충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열두 개의 다리가 잠시도 쉬지 않고 흐물흐물- 움직여대는 오라크레노도 2세의 목에는 아이 주먹만한 크기의 투명한 수정구가 자랑스럽게 걸려 있었다.

“돼지 목의 진주 이후로 정말 최악의 조합이다.”

무척이나 어울리지 않는 그 모습에 혀를 차며, 무혁은 물 수정으로 예상되는 투명한 수정구를 유심히 바라봤다.

정말 맑고 깨끗해보였다.

어떻게 저렇게 맑고 깨끗한 물 수정이, 이런 시궁창보다도 더 역겹고 더러운 곳에 있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였다.

“아버지, 어서 끝내고 돌아가시죠.”

로드가 서둘러 달라는 듯 무혁을 재촉했다.

무혁처럼 불평불만을 계속해서 터트리지는 않았지만, 로드 역시 시체의 호수가 마음에 들지 않기는 마찬가지였기에, 1분 1초라도 빨리 볼일을 마치고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그래야지. 얼른 끝내고 돌아가자.”

무혁은 거침없이 걸음을 내딛었다.

모래 태양과 얼음 여왕을 홀로 상대해봤던 무혁이었기에, 썩어 곪아 터진 문어 한 마리 상대하는 것이 뭐 어려울까 싶었다.

“건방진 인간이로다!”

오라크레노도 2세는 자신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 무혁의 모습에 크게 분노한 얼굴로 크게 소리쳤다.

하지만, 오라크레노도 2세는 무혁을 경시하지 않았다.

자신의 왕국에 멋대로 쳐들어와서 모든 관문을 산산조각내기까지 무혁이 보여주었던 실력은 결코 가볍게 볼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네놈의 시체를 곁에 두고 영원토록 썩게 하겠도다!”

오라크레노도 2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목에 걸려 있던 물 수정이 강렬한 파란 빛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썩어 곪아 터진 문어 따위야 무서울 것 하나 없었지만, 물 수정만큼은 조각 난 신의 힘이었기에 무혁으로서도 잠시 멈춰 서서 상황을 주시했다.

촤아아아아아아아아-!

밑바닥에서부터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엄청난 속도로 순식간에 발목을 넘어 무릎, 허리, 가슴까지 빠르게 물이 차올랐다.

문제는.

“이, 이런… X발! 똥물이잖아!”

코를 마비시키다 못해 후각을 잃게 만들 정도의 어마어마한 악취가 진동하는 물이었다.

실제로 물속에 둥둥- 떠다니는 온갖 부유물들은 각종 시체와 더러운 오물들로 무혁의 입장에서는 눈이 뒤집힐 노릇이었다.

“아버지, 제가 곁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로드가 황급히 공간을 찢고 들어가 버렸다.

“…저 불효막심한 새끼.”

무혁은 온전히 자신만 똥물을 뒤집어쓰라는 로드의 모습에 치를 떨다가 재빨리 호흡을 멈췄다.

설마하니 물속에서 문어와 싸우게 될 줄이야!

악취나고 더러운 똥물은 이제 문젯거리도 아니었다.

당장 호흡도 문제였고, 수중 생물인 문어와 다르게 무혁은 수중에서의 움직임이 육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기에 제대로 싸울 수나 있을지 걱정스러웠다.

‘빌어먹을! 이럴 줄 알았다면 수중 호흡기하고 물안경, 납 정도는 준비했을 것 아냐!’

그 온갖 역겨움을 극복하고 마지막까지 왔는데 이런 난관에 부딪히게 될 줄이야!

무혁으로서는 정말이지 낭패가 아닐 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공간이 물속으로 바뀌자 오라크레노도 2세가 제 세상을 만난 것처럼 자유롭게 유영을 하며, 양팔과 다리를 허우적거리며 어떻게든 균형을 잡으려는 무혁을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싸워봐야 승산이…….’

지금이라도 후퇴를 하고 준비를 철저하게 해서 다시 도전을 해야 하나를 심각하게 고민하던 찰나, 무혁은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놈의 주변이 얼어붙는다면?’

아무리 뜨거운 열기라 하더라도 이 많은 물을 증발시킬 순 없으니, 방법은 얼리는 것뿐이다.

강추위 앞에서는 강이건, 바다건 얼어붙는다.

다행스럽게도 무혁은 얼음의 결정을 흡수하면서, 얼음 관련 마력 스킬의 위력이 대단히 높았다.

‘혹시 모르니까 태양의 증폭 스킬까지 사용한다면?’

마력 등급이 초월적 등급이 되고, 덤으로 10분 동안 마력 스킬의 위력이 폭발적으로 증폭하니 잘만 하면 제 세상인 양 헤엄을 치고 있는 문어 대가리를 궁지로 몰아 넣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어차피 별다른 방법도 없으니 해볼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

호흡 때문에라도 더 이상 다른 방법을 생각할 수가 없었던 무혁은 곧장 스킬을 준비했다.

반면, 발버둥을 치던 무혁이 모든 것을 포기한 것 마냥 얌전해지자 오라크레노도 2세는 입가에 승자의 미소를 지었다.

“크하하하하! 너희 하찮은 인간 따위가 감히 나, 물의 왕에게 도전을 한 대가로다! 나의 왕국을 침범하는 또 다른 어리석은 인간들에게 네놈의 썩어 가는 시체를 본보기로 삼으리라!”

이미 승리한 것 마냥 기고만장한 오라크레노도 2세의 모습에 무혁은 언제까지 그렇게 웃을 수 있을지 두고 보자는 듯 재빨리 스킬을 사용했다.

‘태양의 증폭!’

 

[스킬, 태양의 증폭 효과로 1시간 동안 마력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스킬의 도움으로 마력 등급이 한시적으로 초월적 등급이 되었다.

무혁은 곧바로 자신의 오른손으로 가장 기초 마력 스킬이나 다름없는 ‘아이스’ 마력 스킬을 사용해봤다.

쩌저저저적-!

순식간에 오른손 주변의 물들이 빠르게 얼어붙기 시작했다.

“……!”

그 모습을 지켜보던 오라크레노도 2세가 두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부릅떴다.

물속에서 물을 얼려버릴 인간이 있을 줄은 상상조차 못했다는 표정이었다.

‘됐어! 그럼, 장애물부터 만들어 볼까? 아이스! 아이스! 아이스! 아이스!’

무혁은 마구잡이로 헤엄을 치면서 자신의 주변을 온통 꽝꽝- 얼리기 시작했다.

오라크레노도 2세의 방이었기에 공간 자체가 그리 크지 않았다.

최대한 넓게 잡는다 하더라도 폭이 50미터를 넘지 못했다.

직사각형 형태였기에 앞뒤의 간격은 그보다 좁았고, 바닥에서 천장까지의 높이 역시 10미터 내외였으니 무혁이 빠른 속도로 물을 얼리기 시작하자 생각보다 금방 곳곳에 얼음 덩어리의 장애물들이 만들어졌다.

더불어 각종 시체 조각들 또한 얼거나, 얼음과 엉겨 붙으면서 무혁에게 커다란 도움이 되어주었다.

“저, 저게 무슨 짓…….”

오라크레노도 2세가 무혁의 행동을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사이, 무혁은 적당하게 얼음 장애물로 만든 거대한 장애물들이 완성되자 본격적인 문어 사냥을 시작했다.

‘마력탄! 암흑 화살!’

아쉽게도 무혁이 물속에서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마력 스킬이라고는 마력탄과 암흑 화살 밖에 없었다.

물속이라 파이어 볼을 사용할 수도 없고, 워터 볼은 통할 것 같지도 않았으며, 위력이 분산 되거나 엉뚱한 곳으로 위력이 전달 될 가능성이 큰 라이트닝 볼과 제대로 제어가 되지 않을 윈드 스피어 등은 모두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비록, 사용할 수 있는 마력 스킬이 제한적이기는 했으나, 위력은 여전했다.

쾅! 퍼억!

“크윽!”

물속에서도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마력탄과 암흑 화살에 공격당한 오라크레노도 2세가 끔찍한 고통에 신음을 흘리며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슈우우우-!

열두 개의 다리를 활짝- 펼쳤다가 오므리며 물러나는 속도가 마치 하늘을 나는 것 마냥 빨랐다.

‘저런 놈을 상대로 근접전은 무리지!’

무혁으로서는 역시 저런 이동능력을 가진 문어와 맨몸으로 싸우는 건 승산이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절감했다.

빠르게 물러나는 오라크레노도 2세를 향해서 무혁은 계속해서 마력탄과 암흑 화살을 날렸고, 동시에 곳곳을 얼리면서 장애물을 더욱더 늘려나갔다.

오라크레노도 2세 역시도 물러나며 무혁에게 공격을 날렸다.

물속에서 만들어낸 물대포, 작은 소용돌이 형태로 강력하게 쏘아져 나오는 물줄기, 공기를 가둬서 날려 보내는 수중 폭발 등등 온갖 물과 공기를 이용한 공격이 무혁을 위협했지만, 아쉽게도 무혁에게는 조금의 상처도 낼 수가 없었다.

무혁의 몸 주변을 보호하고 있는 실드들 덕분이었다.

턱!

“…이, 이런!”

연신 뒤로 물러나던 오라크레노도 2세가 꽝꽝- 얼어붙은 얼음 덩어리에 가로 막히자 그제야 무혁이 무슨 짓을 해놓은 것인지를 깨달았다.

“이, 이런 비겁한!”

자신을 향해 비겁하다고 소리를 치는 오라크레노도 2세의 모습에 무혁은 속으로 욕을 한바가지 퍼부었다.

마음만 같아서는 육두문자를 친절하게 귓구멍 안으로 내뱉어주고 싶었지만, 점점 호흡이 가빠오고 있었기에 조금도 시간을 지체할 수가 없었다.

“이까짓 얼음 따위 모조리 부숴놓으리라!”

오라크레노도 2세는 자신의 이동을 불편하게 만드는 얼음덩어리들을 단단한 다리로 후려쳤다.

열두 개의 다리를 채찍처럼 휘두르자 얼음덩어리들이 빠른 속도로 박살났다.

콰작! 콰작! 콰작! 콰작!

‘젠장! 다리가 열두 개나 되니까 순식간이네.’

무혁은 빠른 속도로 얼음을 부숴버리는 오라크레노도 2세의 모습에 혀를 차고는 마력탄과 암흑 화살을 각각 3발, 4발을 추가로 날려 보냈다.

“어떻게 인간 따위가 이렇게 강력한 마력 공격을 할 수 있단 말이냐! 네놈은 인간이 아닌 것이냐?”

자신을 노리는 건 마력탄과 암흑 화살이 분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라크레노도 2세는 너무나도 위협적인 무혁의 마력탄과 암흑 화살의 위력에 조금도 소홀하게 대응할 수가 없었다.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마력탄과 암흑 화살을 방어하는 오라크레노도 2세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을 무혁이 아니었다.

‘진짜는 이거지!’

발아래 만들어 놓은 얼음덩어리 하나를 양발로 단단하게 조인 상태로 균형을 똑바로 잡고 선 무혁은 블랙 본 활을 만들어 블랙 본 화살을 팽팽하게 시위에 걸어두고 있었다.

목표는 비정상적으로 거대한 머리통!

마력탄과 암흑 화살을 방어하느라 정신이 없는 오라크레노도 2세의 대가리를 정확하게 노리고 무혁은 블랙 본 활의 시위를 놓았다.

패애애애애애앵-!

물속에서도 블랙 본 화살은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엄청난 속도로 오라크레노도 2세의 머리통을 향해 나아갔다.

뒤늦게 자신의 머리를 노리고 날아오는 블랙 본 화살을 발견한 오라크레노도 2세가 기겁을 하며 방어를 하려고 했지만, 그러기엔 이미 너무 늦어버린 뒤였다.

퍼- 억!

블랙 본 화살이 정확하게 오라크레노도 2세의 머리통을 꿰뚫어버렸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엄청난 고통에 오라크레노도 2세가 끔찍하리만큼 듣기 싫은 비명을 내질러댔다.

블랙 본 화살에 맞은 머리에서는 검푸른 색의 체액이 왈칵왈칵- 쏟아져 나왔는데, 물에 퍼지는 물감마냥 빠른 속도로 주변 물들을 물들여갔다.

‘생명력 하나 끈질기네!’

무혁은 블랙 본 화살에 정확하게 머리통이 뚫렸음에도 불구하고 즉사하지 않고 살아남아 발버둥을 치는 오라크레노도 2세의 모습에 진저리를 치면서도 빠르게 헤엄을 쳐서 접근했다.

“끄아아아아… 혼자 죽지 않으리라!”

자신을 향해 가까이 다가온 무혁의 모습에 오라크레노도 2세가 악귀와도 같은 눈으로 무혁을 노려보며 그렇게 마주 달려들었다.

“……!”

무혁으로서는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가 없을 정도로 오라크레노도 2세의 속도가 빨랐다.

촤라라라라락!

열두 개의 다리로 무혁의 몸을 완전히 꽁꽁- 감싸버리는 오라크레노도 2세.

“이 문어 대가리가!”

무혁이 인상을 쓰며 블랙 본 장검을 만들어 내는 사이, 오라크레노도 2세의 몸이 순식간에 부풀어 오르더니 곧바로 엄청난 폭발을 일으켰다.

콰아아아아아앙-!

오라크레노도 2세의 자폭과 함께 그의 넓은 방 전체가 깨끗하게 산산조각 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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