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240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5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40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40화
변화의 시작 (5)
시체의 호수.
헤드위 도시에서 서쪽으로 120킬로미터 떨어진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 호수의 표면 위에는 각종 시체들이 둥둥- 떠 있었는데, 그 모습은 실로 보지 않고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 있는 거대한 쓰레기 더미처럼, 호수 전체에 시체가 가득해서 물 표면이 드문드문 보일 정도로 시체의 호수라는 이름이 딱 맞았다.
“큭! 냄새 엄청나네.”
시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지독한 악취와 고여 있는 호수의 특성상, 물의 썩은 냄새와 물비린내는 아무리 비위가 좋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구역질을 참을 수가 없을 정도로 심각했다.
“저 더러운 곳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거야?”
냄새를 차단하기 위해 코를 막고 말을 하는 무혁의 얼굴엔 짜증이 가득했다.
손끝에 물기가 닿는 것조차 치가 떨릴 정도로 시체의 호수는 끔찍했다.
그런데 저 호수 안으로 잠수를 해서 들어가야 한다니 무혁으로서는 아무래도 자신이 잘 못 찾아온 것만 같았다.
이럴 줄 알았다면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이었는데.
“접근을 차단하기 위한 눈속임일 뿐이니까 얼른 들어가세요.”
로드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그렇게 말했다.
“넌 네 공간으로 들어가 버릴 거지?”
“구태여 저까지 저 물에 몸을 담글 필요는 없으니까요.”
“…불효자식!”
무혁의 말에도 로드는 유유히 허공에 공간을 찢으며 그 속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졸지에 홀로 남은 무혁은 저 더럽고 역겨운 호수에 어떻게 들어가나 한숨만 나왔다.
하지만, 아무리 고민을 하고 다른 방법을 찾아봐도 소용이 없었다.
시체의 호수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은 오직 그것밖에 없었으니까.
“그래, 가자. 가.”
무혁은 체념한 얼굴로 시체의 호수로 걸어갔다.
물가에 가까워질수록 악취는 더 심해졌고, 멀리서는 보이지 않았던 물 표면에 둥둥- 떠 있는 각종 사체들의 썩은 조각들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장기들, 기름기와 핏물까지 뒤엉킨 모습은 또 한 번 구역질을 하게끔 만들었다.
“…그냥 돌아갈까?”
심각하게 고민을 하던 무혁은 이내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송정민을 위해 하루라도 빨리 움직여야 한다는 걸 생각하면 이제와 다른 곳을 찾아가기엔 시간이 촉박했다.
그리고 언제고 한 번은 여길 와야 했으니 이대로 돌아가는 건, 결국 해야 할 일을 미루는 것밖에 되질 않았다.
“빌어먹을!”
웩웩- 거리면서도 무혁은 두 눈을 질끈- 감고 시체의 호수 안으로 몸을 내던졌다.
풍- 덩!
뜨뜻미지근한 물의 온도마저도 무혁의 기분을 더럽게 만들었다.
그리고 더 충격적인 사실은 호수의 표면 위뿐만 아니라 물속까지도 시체로 가득했다.
시체의 호수 입구는 가장 밑바닥에 있었기에 무혁으로서는 물속 시체들을 일일이 피하고, 밀쳐내며 이동해야 했는데, 그것부터가 지독한 고역이었다.
‘젠장! 여긴 무조건 이번에 끝낸다! 두 번 다시는 오고 싶지 않아!’
주어진 시간은 한 달 가량.
모래성과 얼음 바위산을 공략했었던 때를 생각하면 터무니없을 정도로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무혁은 그때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진 자신의 실력을 믿었기에 분명히 스스로 정한 시간 내에 물 수정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
“선생님,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방구름은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는 송정민의 모습에 조심스레 옆으로 다가가 앉았다.
“생각은 무슨.”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대답을 회피하고 있지만, 송정민의 얼굴에 드러난 표정들은 그가 대충 무슨 생각에 빠져 있는지 방구름도 쉽게 유추해볼 수 있었다.
“반드시 회복되실 겁니다.”
방구름의 말에 송정민의 몸이 살짝- 떨렸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정곡을 찔렸으며, 그런 감정을 타인에게 노출할 정도로 자신의 심리적 동요가 크다는 사실에 송정민도 더 이상은 억지로 포커페이스를 유지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티끌만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싶지도 않았다.
“회복된다고 무슨 의미가 있겠어. 다 부질없는 짓이야.”
송정민은 쓸데없는 소리라는 듯 일부러 더욱더 냉정하게 말했다.
“형님께서는 분명…….”
“됐다.”
더 이상 말하지 말라는 송정민의 차가운 음성에 방구름도 입을 다물고 말았다.
솔직히 송정민 역시 사람이었기에 작은 기대감을 가슴 속에 품고 있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그걸 타인에게 내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기대감을 충족할 확률이 희박한 도박이나 다름없었으니까.
만에 하나라도 일이 틀어졌을 때, 자신이 느껴야 할 절망감도 감당하기 쉽지 않겠지만, 다른 이들이 자신을 더욱더 동정어린 시선으로 보게 될 것을 생각하면 송정민은 참을 수가 없었고, 한 편으로는 두렵기까지 했다.
그러니 자신이 품고 있는 기대감은 어느 누구에게도 내보일 수 없었다.
또한, 다른 이들 역시도 희망만을 품게 둬선 안 되는 일이었다.
차라리 되면 좋고, 아니면 말라는 식이어야만 했다.
‘선생님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을 확보했습니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
‘리커버리라는 엄청난 회복 능력을 가진 스킬을 익혔습니다. 필립 형을 상대로 이미 그 효과도 확실하게 검증을 했습니다. 다만, 재사용 시간이 너무 길어서 한 달 이상 기다리셔야 합니다. 그러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
‘선생님?’
‘정말 나를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물론입니다! 뿌리 나무의 회복 스킬과는 차원이 다른 회복 능력을 가진 최강의 회복 스킬입니다. 아마 중앙탑에서 받을 수 있는 회복 재생 능력과 동등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필립 형 역시도 거의 다 죽어가던 상황에서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왔으니 선생님도 충분히 예전의 건강했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예전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다고?’
‘예! 저는 분명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악마의 표식은 마족들이 저희를 통제하기 위한 족쇄일 뿐이지 않습니까? 리커버리 스킬로 선생님이 다시 정상이 된다면 그때는 과거의 힘을 모두 되찾을 수 있을 겁니다.’
‘과거의 힘…….’
들뜬 얼굴로 자신을 회복시킬 수 있다고 자신했던 무혁의 얼굴을 떠올린 송정민은 저도 모르게 한쪽 밖에 남지 않은 눈에 힘을 줬다.
스스로 실망하지 않기 위해 기대감을 버리려고 했지만, 온통 머릿속에는 다시 과거의 힘을 되찾았을 때의 생각만이 빙빙- 맴돌았다.
무혁의 말대로 악마의 표식은 마족들이 인간들을 통제하기 위한 족쇄에 불과했다.
이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자신의 고유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편리한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으며, 헬-라시온에서 통용되는 포인트라는 화폐를 담아 둘 수 있는 자동 지갑과도 같은 기능도 있었지만 마족의 통제를 벗어날 수만 있다면 그깟 것들 없어도 그만이었다.
문제는 따로 있었다.
‘과연 코어도 회복이 될까?’
바로 ‘코어’다.
이 코어라는 단어는 헬-라시온에서도 아는 사람들만 알았다.
코어는 말 그대로 ‘핵’ 혹은 ‘근원’이라고 보면 된다.
헬-라시온에 표식만 뜯겨져서 살아가는 이들은 생각보다 적지 않다.
특히, 길드와 가문 등에서 암암리에 노예로 부리고 있는 이들은 모두 표식이 뜯겨져 있다.
문제는 표식이 뜯기면 누구든 힘을 잃는다는 사실이다.
스킬은 몸으로, 그리고 머리로 습득하는 기술이다.
고유 능력 역시도 신체적인 능력이었기에 고작 표식 하나 뜯겼다고 힘을 잃는다는 건 말이 되질 않았다.
때문에 초창기에는 단순한 통제를 목적으로 새겨 둔 표식을 떼어냈는데 왜 모든 힘을 잃어야만 하는지 이 부분을 연구한 적이 있었는데, 결론은 단 하나였다.
마족들이 어떠한 힘을 이용해서 표식과 코어를 연결해놓고 표식을 잃은 경우 코어까지도 손상되게끔 만들었다는 추측이었다.
이유야 간단했다.
자신들의 통제를 벗어난 인간은 어떠한 형태로든 마족들에게 대항할 수 없도록 그 힘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지인 것이다.
덕분에 송정민 또한 어떠한 스킬도 사용할 수가 없었고, 몸이 불구가 된 것과는 별개로 몸의 힘 자체가 완전히 소실된 것처럼 무력하게 지내야만 했던 것이다.
‘뿌리나무의 회복 스킬로는 가능성이 없었지.’
헬-라시온의 유일한 회복 스킬인 뿌리나무의 회복으로도 코어는 회복되지가 않았다.
당시 뿌리나무의 회복 스킬 등급이 높지 않았기에 효과가 없었던 것 일수도 있지만, 코어에 대한 연구를 했던 이들은 어지간해서는 손상된 코어를 회복시키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을 내렸다.
때문에 송정민은 무혁이 익혔다는 리커버리 스킬에 대한 기대치가 낮을 수밖에 없었다.
만약, 리커버리 스킬이 손상된 코어마저 회복시켜준다면?
‘…엄청난 일이 벌어지겠지!’
송정민의 눈에서 불길이 토해져 나올 것처럼 뜨겁게 타올랐다.
#
“뭐? 난이도를 올리라고?”
쿠네르카가 눈을 찌푸리며 손에 쥐고 있던 와인 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커웨인, 지난번에도 네 부탁으로 갑작스럽게 사냥터를 새롭게 변경하느라 상당히 귀찮았었어. 그런데 이번에도 네 말을 들어달라고?”
신경질 가득한 쿠네르카의 표정에도 커웨인은 태연스럽게 레드 와인을 마시고는 입을 열었다.
“누구보다 쿠네르카 네가 가장 잘 알 것 아냐? 그 건방진 인간 놈의 실력을.”
“실력이야 잘 확인했지. 솔직히 몬스터 왕을 그렇게 단기간에 쓰러트릴 줄은 몰랐으니까. 내 예상보다 딱 두 배는 빠른 속도였어.”
인정할 건 인정하고 간다는 듯 쿠네르카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 수치만으로도 무려 2배나 빨랐다.
헬-라시온이 생기고 커스틸에서 강제 사냥을 진행하면서 쿠네르카가 사냥 결과에 그렇게까지 놀랐던 적이 없었으니 말은 하지 않고 있었지만, 그 역시 무혁이라는 인간에 대한 호기심이 상당한 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웨인의 요구를 삐딱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간단했다.
이미 한 번 자신이 호의를 베풀었으니, 이번에는 마땅한 대가를 요구하겠다는 뜻이다.
커웨인이라고 그걸 모르지 않았기에 그는 길게 이야기 할 것 없다는 듯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내 부탁을 들어주면 나 역시 쿠네르카 네 부탁 하나를 들어주지.”
“계산이 틀렸어.”
쿠네르카가 손가락 두 개를 펴보였다.
지난 번 일까지 더해서 두 가지의 부탁을 들어달라는 쿠네르카의 요구에 커웨인이 눈을 찌푸렸다.
“우선 들어나 보지. 원하는 게 뭐지?”
“명백하게 따지면 내가 원하는 하나는 나를 위한다기 보다는 커웨인 널 위한 부탁이지.”
그러니까 그게 뭐냐는 듯 커웨인이 빨리 말하라는 제스처로 턱짓을 했다.
대답을 재촉하는 커웨인의 모습에도 쿠네르카는 뭐가 그렇게 급하냐는 듯 여유롭게 와인 잔을 들어 올렸다.
빙글빙글- 와인 잔 속에 담긴 레드 와인을 장난스럽게 돌리고는 쭈욱- 한 모금을 입안에 머금고 부드럽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역시 좋군.”
딴 소리를 해대는 쿠네르카의 모습에 커웨인이 더 이상은 기다려 줄 수 없다는 듯 나지막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가득 담은 음성으로 다시 한 번 대답을 재촉했다.
“쿠네르카, 네 부탁이 무엇인지 말해.”
“성격하고는. 좋아, 말하지. 내 부탁은 베울을 이번 사냥터에 강제 참가시키는 거야.”
“베울?”
커웨인의 표정이 돌덩어리처럼 딱딱하게 굳었다.
“왜? 못하겠어? 그럼 나도 네 부탁을 들어 줄 수 없어. 사냥터의 난이도를 올리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 줄 알아?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새로 세팅을 해야 하는 거야. 더군다나 이번 사냥은 해가 바뀌었기 때문에 새로운 식민들도 대거 투입되는 첫 번째 강제 사냥이라고. 이제 와서 커웨인 네가 아무리 부탁을 하더라도 높은 난이도의 새로운 사냥터를 구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야.”
부탁을 들어줄 수 없으면 자신 또한 어쩔 수 없다는 듯 쿠네르카가 선택을 온전히 커웨인에게 넘겨버렸다.
잠시 사납게 쿠네르카를 노려보던 커웨인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베울을 강제 참가 시키면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최악의 경우 강제 사냥에 참가한 인간들 모두가 죽을 수도 있어. 그건 쿠네르카 네게 절대 벌어져서는 안 되는 일 아닌가?”
“설마 내가 베울을 그대로 참가 시키자고 하겠어? 적당하게 손을 써둬야지. 커웨인 너와 내 호기심이 아무리 크다 하더라도 라시온 님의 분노를 살 행동은 할 수 없잖아, 안 그래?”
“…네 말은 베울에게 금제를 가하는 것도 내 몫이라 이거군.”
“역시 말이 잘 통해서 좋단 말이야. 그러니 방법도 스스로 알아서 해결하도록.”
쿠네르카의 뻔뻔스러운 표정에 커웨인은 이를 까득- 갈아붙였다.
마음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고 싶었지만, 자신에게 참을 수 없는 치욕과 모욕을 준 무혁의 얼굴이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떠올랐기에 커웨인은 결국 쿠네르카의 부탁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좋아! 이번에는 아주 재밌는 강제 사냥이 되겠어!”
“두 번째 부탁은 뭐지?”
“그건 차차 생각을 해보지. 우선은 강제 사냥부터 끝내놓고 다시 이야기를 해보자고.”
“원한다면. 그럼 난 베울을 찾으러 가야겠군.”
몸을 일으킨 커웨인은 곧장 방을 나가버렸다.
“도대체 놈과 무슨 일이 있었기에 저러는 건지… 어쨌든 덕분에 베울 그놈에게 받았던 빚을 확실하게 갚을 수 있게 되었군. 인간들에게 사냥 당하는 마족이라… 크하하하! 베울 네놈은 죽어서도 영원히 마족들의 수치로 남을 것이다!”
쿠네르카는 커웨인 덕분에 개인적인 원한을 깨끗하게 해결할 수 있어 그 어느 때보다도 기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