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23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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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66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38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38화
변화의 시작 (3)
“그러니까 그게 마그마 골렘의 이동법이라고?”
무혁의 설명에 킬 라시온 멤버들은 무슨 해괴한 소리를 하는 거냐며 그를 바라봤다.
“이동법이라… 그렇군! 바로 보법이야!”
멤버들 중 유일하게 방적삼이 무엇인지 알겠다는 듯 그렇게 말하며 짝- 소리가 나도록 손뼉을 쳤다.
“적삼 아저씨가 잘 아네요.”
무혁의 말에 방적삼이 자신이 강호무림 세계의 근원지인 중국 본토인 아니냐며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영화나 무협 소설에나 나올 법한 강호무림을 들먹이는 방적삼이었지만, 무혁은 맞다며 연신 그의 기분을 맞춰주었다.
“그럼 그 보법이라는 걸 배우면 우리도 무혁이 너처럼 될 수 있다는 거야?”
르케임이 두 눈에 욕망을 내비췄다.
강해지고 싶다는 갈망에는 끝이 없으니 어느 누구도 르케임을 탓하지 않았다.
물음을 건넨 르케임뿐만 아니라 다른 멤버들 또한 무혁의 대답을 상당히 기대에 찬 눈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누구든 노력 여하에 따라 충분히 가능하죠.”
자신이 특별해서 혼자만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무혁은 킬 라시온 멤버들 누구라도 배우고 익히면 충분히 자신과 같은 결과를 갖게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렇다면 배워야지!”
“보법이야 말로 모든 무공의 기초지!”
“아저씨 무공이 뭐야? 오버 하지 마!”
“나도 배울래.”
기다렸다는 듯 킬 라시온 멤버들 모두 보법을 배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으니까. 바로 보여주죠!”
무혁은 자신이 아는 걸 가르쳐주는 것이 뭐 어렵겠냐는 듯 곧바로 일어나서 시범까지 보여주었다.
“왼발이든 오른발이든 중요하지 않으니까 여기서부터 이렇게…….”
무혁은 상세하게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을 하나도 감추지 않고 멤버들에게 모두 알려주었다.
처음 무혁을 따라서 발을 놀리던 멤버들은 하나, 둘 몸이 꼬이고, 발이 뒤엉키며 꼴사납게 넘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게 정말 되는 게 맞아?”
“여기서 발을 어떻게 그렇게 내딛을 수 있는 거야?”
“제자리에서 몸을 꼬아야 하는 건가?”
“오빠! 이거 좀 이상한 거 아니에요?”
도저히 무혁이 알려준 순서대로 발을 내딛을 수가 없었던 멤버들이 하나, 둘 투정처럼 불만을 토로했다.
그 모습에 무혁 또한 겪었던 일이었기에 웃으며 대답했다.
“처음에는 다 그래요. 나도 그랬으니까. 발의 움직임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발을 내디디면서 몸의 균형까지도 잘 생각해봐야 해요. 이렇게.”
상체의 움직임을 억제하고 무작정 발만 따라 움직이려던 멤버들과 다르게 무혁은 말 그대로 온몸을 이용해서 발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그렇게 발을 내디딜 때마다 물이 흐르듯 아주 자연스러운 모습에 멤버들 또한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듯 곧바로 다시 도전을 했다.
“오오! 된다!”
“여기서는 이렇게 움직이라 이거지?”
“확실히 상체의 균형을 움직이니까 훨씬 편해졌어!”
“무혁아! 여기서 나는 이렇게 균형을 잡는 게 편한데 상관없겠지?”
킬 라시온 멤버들은 각자의 느낌을 유지한 상태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법 수련에 매진했다.
그렇게 같은 사냥터에 머물면서도 2달 만에 재회를 한 무혁과 킬 라시온 멤버들이었지만, 첫날부터 그 다음 날까지도 보법만 익히느라 정신이 없었다.
“어떻게 마그마 골렘의 움직임을 따라 할 생각을 한 거야?”
멤버들이 보법을 수련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무혁에게 필립이 다가왔다.
“제가 가진 재주가 없으니까요. 예전에 모래성에서 모래 해골 기사를 상대로 검을 쓰는 법을 따라서 배웠을 때에도 그랬어요. 가진 재주가 없으니 상대가 몬스터라 하더라도 배울 건 배우자. 뭐, 친절하지 않아서 꽤나 고생을 하기는 했지만요.”
과거를 회상하며 웃음을 짓는 무혁의 모습에 필립은 진심으로 놀랍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무혁이 네가 검술을 배웠다고? 그것도 몬스터에게?”
“지금은 저 때문에 없어졌지만, 모래성에 있던 모래 해골 기사가 검을 정말 기가 막히게 썼거든요. 그때 전 그냥 단순 무식하게 마구 휘둘러대는 수준이었고. 그래서 그때 느꼈죠. 이게 아니구나. 이런 식으로 힘에만 의지하면 나보다 힘이 강한 상대 앞에서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가 없겠구나. 그래서 배웠죠.”
필립은 보기 드물게 입까지 벌리고 있었다.
어떤 사람이 몬스터에게 배울 생각을 할까?
그 발상 자체부터가 무혁은 남들과는 달랐다.
한참 만에야 필립이 말을 했다.
“내가 여러 사람을 만나봤지만 무혁이 너처럼 독특한 사람도 참 처음이다.”
“그런가요?”
좋게 표현하면 기발하고, 독특하다고 할 수 있었지만, 과격하게 표현하면 미친놈인 셈이었다.
하지만, 필립이 생각하는 미친놈이라는 건 결코 나쁜 표현이 아니었다. 오히려 존경스러울 정도였으니까.
무혁의 곁에 서서 마그마 골렘의 보법을 수련하는 킬 라시온 멤버들을 가만히 바라보던 필립이 조용히 물었다.
“1등급 마정도 필요한 만큼은 충분히 구한 것 같은데 이제 슬슬 돌아가는 게 어떨까?”
원하는 목적을 달성했으니 필립은 돌아갔으면 싶었다.
마음만 같아서야 필립 역시도 마그마 골렘의 보법을 완벽하게 깨우치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당장 도시로 돌아가면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기에 그걸 처리하려면 하루라도 빨리 돌아가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입장을 내세우며 강요를 하기 보다는 무혁의 의견을 최우선적으로 묻는 필립이었다.
그만큼 필립이 무혁에게 의지하는 바가 크다는 뜻이기도 했다.
“예. 저도 형 의견에 동의해요. 이제 여기서 우리가 뭘 더 얻을 건 없으니까요. 수련이야 어차피 어디서든 할 수 있는 거고요.”
무혁은 순순히 필립의 말에 동의했다.
그 역시 이제 움직이는 돌섬을 떠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유 능력의 등급을 1등급의 끝까지 올린 무혁은 혹시나 싶은 마음에 1등급 마정을 몇 번이나 추가로 섭취해봤으나, 아쉽게도 초월적 등급으로 고유 능력 등급이 변하지 않았다.
즉, 몬스터를 사냥해서 얻을 수 있는 마정으로는 한계에 부딪힌 것이었다.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할 때였다.
“돌아가면 앞으로 뭘 할 생각이야?”
필립의 말에는 여러 가지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지금의 킬 라시온이 돌아가면 헬-라시온은 뒤집어질 것이 분명하다.
거짓말 조금 보태면 킬 라시온은 헬-라시온의 모든 도시 길드와 가문들을 쓰러트릴 수 있는 힘을 가졌다.
고작 11명뿐이라고 하지만 멤버들 모두 최상위 하이 랭커 수준의 무력을 갖추었고, 연금술회와 흑룡 길드 등과의 전쟁을 통해 확보한 자금력도 두둑했으니 막말로 기존의 썩어빠진 세력 구조를 뒤엎어 버리겠다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필립이 권력 욕심을 부려서 많은 이들과 반목을 하며 전쟁을 일으킬 생각은 아니었지만, 주변에서 킬 라시온을 흔들기 시작하면 어떠한 상황이 벌어질지는 그 자신으로서도 쉽사리 짐작을 할 수가 없었다.
사람의 일을 미리 예견하고 대처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필립은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지만, 특히나 무혁의 행보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었다.
“제가 무슨 짓이라도 할까봐 걱정이 돼요?”
무혁이 장난스럽게 물었지만, 필립은 의외로 진지하게 대답했다.
“솔직히 무혁이 너는 무슨 짓을 하더라도 할 것 같아서.”
마족에게도 들이받았던 무혁이니 필립이 걱정하는 것도 당연했다.
무혁도 스스로 한 짓이 있기에 멋쩍게 웃었다.
“걱정 마요. 난 당분간 혼자서 해야 할 일이 있어서 한동안은 보기 힘들 거예요.”
“해야 할 일이라니? 그리고 무슨 일이기에 한동안 보기 힘들다는 거야?”
필립은 혹시라도 무혁이 위험한 일을 하려는 것이 아닌가 싶어 눈을 찌푸렸다.
어떤 일이지 모르지만, 위험한 일이라면 마땅히 자신과 그리고 킬 라시온의 모든 멤버들이 도와야 한다고 여겼기에 혼자서만 감당하려는 무혁의 생각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위험한 일은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요. 그저 시간이 좀 걸리는 일일 뿐이에요.”
“그러니까 그게 뭔데?”
필립은 반드시 대답을 들어야겠다는 듯 무혁을 빤히 바라봤다.
잠시 머뭇거리던 무혁은 이내 필립과 킬 라시온 멤버들에게 더 이상 숨기는 일은 없는 것이 좋다 여겼기에 솔직하게 자신의 계획을 털어놓았다.
“조각 난 신의 힘을 모으려고요.”
“조각 난 신의 힘?”
따로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이미 무혁은 필립과 킬 라시온 멤버들에게 자신이 태양의 씨앗과 얼음의 결정을 흡수했다는 사실을 말했었다. 그리고 그것이 어떤 효능을 가지고 있는지도 숨김없이 알려주었다.
솔직히 다른 멤버들이 남은 조각 난 신의 힘을 탐내면 어쩌나 걱정이 들기도 했지만, 예상외로 멤버들은 자신들이 얻을 수 있을 만한 힘이 아니라는 걸 알고는 깨끗하게 포기해서 무혁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주었다.
“그것들을 흡수하면 초월적 등급에 올라갈 수 있는 거야?”
“확실하지는 않아요. 다만, 가능성이 가장 높지 않을까 여기고 있을 뿐이죠.”
필립의 물음에 무혁은 솔직히 지금으로서는 조각 난 신의 힘을 제외하곤 어떤 방법으로도 온전하게 초월적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물론,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생각 드는 방법이 딱! 한 가지가 더 있긴 했다.
바로 마족을 죽이고 그들의 힘을 흡수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방법은 오로지 무혁의 추측일 뿐이었다.
마족의 인장이라는 것이 있으니 어떤 식으로든 마족의 힘을 추출해 낼 수 있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할 뿐이었기에 지금으로서는 아무리 겁 없는 무혁이라 하더라도 함부로 시도해볼 만한 방법이 아니었다.
때문에 조각 난 신의 힘을 흡수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도와줄게.”
필립의 말에 무혁은 아니라는 듯 손사래를 쳤다.
“이건 지극히 제 개인적인 일이니까 제가 스스로 해결하고 싶어요. 그렇다고 서운하게 생각하지 마요. 저는 제 나름대로 초월적 존재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거니까, 형하고 다른 멤버들은 각자 또 다른 방법이 있는지 알아보는 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해요.”
무혁의 말이 온전히 마음에 들지는 않았으나, 필립은 그 또한 나름 타당한 의견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절대 다치지 마라.”
“이미 두 개나 흡수한 몸이에요. 그럴 거였다면 진즉에 그랬을 거예요.”
걱정할 것 없다는 무혁의 말에 필립은 믿는다며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주었다.
그것으로 결정이 났다.
움직이는 돌섬을 나가는 즉시 무혁은 조각 난 신의 힘의 나머지를 확보하기 위한 여정을 떠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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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떠날 거야?”
르케임의 물음에 무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괜한 시간 낭비 할 필요 없으니까요.”
“그래도 하루 정도는 푹- 쉬었다가 가는 게 낫지 않겠어?”
르케임의 제안에 재빨리 미첼이 무혁의 팔을 자신의 가슴으로 끌어안으며 애원하다시피 말했다.
“오빠, 그렇게 해요. 오빠도 사람인데 너무 무리해서 움직이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요? 그러지 말고 우리 다 같이 어디서 하루 정도는 푹- 먹고 마시면서 쉬어요.”
“그래, 무혁 동생. 내일이면 헬-라시온의 마지막 날이기도 하니까 이런 날에는 가족이나 다름없는 우리가 함께 지내야 하지 않겠어?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새해에 새로운 마음과 각오로 움직이라고.”
방적삼의 말대로 내일이면 12월 30일로 무혁에게 있어 헬-라시온의 2년을 꽉! 채우는 마지막 날이 된다.
즉, 내일 모레면 무혁도 3년 차가 되는 것이었다.
‘마지막 날이라…….’
듣고 보니 또 마음이 슬쩍- 흔들렸다.
매년 마지막 날, 그리고 새해 첫 날이 주는 느낌은 사람의 기분을 묘하게 건드렸고, 무혁 역시도 그런 점에서는 다른 이들과 다르지 않았다.
무혁이 곧바로 대답을 하지 못하고 흔들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미첼의 눈치를 받은 멤버들이 하나, 둘 그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끝내 무혁은 멤버들의 설득을 이겨내지 못하고 내일 하루는 푹- 쉬기로 결정 내렸다.
“대신 우리끼리만 있을 수 없으니까 선생님도 함께 모셨으면 해요.”
무혁의 말에 필립이 당연한 소리를 왜 하냐는 듯 웃었다.
“그럼 어디에서 볼까?”
“커스틸이 가장 좋지 않을까? 거기에 정말 분위기 좋은 술집이 있더라고.”
술을 좋아하는 레오가 그렇게 의견을 냈지만, 미첼 등이 무혁의 눈치를 살짝 봤다.
커스틸을 관리하는 마족인 커웨인과 무혁의 관계가 껄끄럽다는 걸 알았기에 괜히 둘이 만났다가 또 무혁이 기분이라도 상해버리면 겨우 만든 단합자리의 분위기가 흐려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자신은 괜찮다고 무혁이 말을 하려고 했지만, 엘리엇이 재빨리 다른 장소를 말해주었다.
“커스틸보다는 라카오지! 헬-라시온 최고의 유흥 도시! 라카오가 커스틸보다는 몇 배는 좋을 거야! 두 말 할 것 없이 모두 라카오로 모여!”
그렇게 목적지가 정해졌다.
“형님, 선생님은 제가 모시고 갈게요.”
무혁을 대신해서 방구름이 그렇게 말했다.
“구름아 괜찮으니까 내가…….”
“왜 보기 싫은 놈을 괜히 보려고 해? 그럴 필요 없으니까 걱정 마. 송 고문님은 구름이와 내가 아주 안전하게 모셔올 테니까.”
르케임이 함께 하겠다는 말에 무혁도 알겠다고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오빠! 우리는 어서 가요!”
미첼은 어지간해서는 놔줄 생각이 없다는 듯 무혁의 팔을 꽉- 붙들고는 중앙탑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무혁을 강제로 끌고 가는 미첼의 모습을 지켜보던 레오와 방적삼이 저희들끼리 낄낄- 거리며 웃었다.
“미첼이 이번에 완전히 작정을 한 것 같지?”
“보나마나 무혁이한테 술을 엄청 먹여서 자빠트겠죠.”
“미첼에게 무혁 동생이 조금 과분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잘 어울리는 한 쌍이 될 거야. 저 둘을 위해서 가장 좋은 방을 잡아줘야겠어! 핫핫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