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234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3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34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34화
하이 랭커 (23)
“후우- 하아-!”
케일테자만은 오랜만에 느껴보는 강력한 마기에 힘이 용솟음치는 걸 느꼈다.
새카맣게 변해버린 피부색과 이마 정중앙에 불뚝- 튀어나온 작은 돌기와 같은 뿔은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무엇이든 파괴해버릴 수 있을 것만 같은 강력한 힘이 몸 전체에 가득 담겨져 있는 기분은 형용할 수 없을 쾌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마족의 힘.”
케일테자만은 자신의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한낱 인간 따위는 감히 넘볼 수 없는 차원이 다른 거대한 힘이다.
머리통 하나는 더 커진 케일테자만이 차가운 시선으로 무혁을 내려다봤다.
어디서 저런 놈이 튀어나온 걸까?
헬-라시온에서 어지간한 정보는 모두 손에 쥐고 있다고 자부해왔던 케일테자만도 무혁이라는 인간에 대한 정보는 굉장히 적었으며, 단편적이기만 했다.
한 마디로 자신의 존재감을 철저하게 숨기며 살았다는 뜻이다.
쿠에토를 잡았기에 하이 랭커라고는 생각했으나, 그래봐야 필립의 아래라고만 여겼다.
하지만, 직접 싸워본 케일테자만은 무혁이 절대 필립의 아래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최소한 열 명의 자리를 노려볼 만한 실력자!’
열 명의 자리.
쉽게 말해 하이 랭커 최상위 10위 안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실력자라는 뜻이다.
어째서 겨우 그 정도의 수준으로만 보느냐고 묻는다면 케일테자만은 지금의 자신을 생각하라고 말해줄 것이다.
마족의 인장이라는 비장의 한 수를 숨기고 있는 자신처럼 다른 최상위 하이 랭커들 또한 마찬가지로 쉽게 드러낸 적 없는 힘을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만약, 무혁에게도 그러한 힘이 있다면?
‘…그럴 리가 없지!’
케일테자만이 얼굴을 굳히며 고개를 저었다.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일이었기에 그는 그럴 리가 없다고 여기며 무혁을 노려봤다.
여기서 죽여야만 하는 놈이다.
무혁에게 더 많은 시간이 주어진다면 얼마나 더 강해질지 알 수 없었다.
물론, 아무리 강해진다 한들 마족의 인장이라는 차원이 다른 힘을 가진 자신에 비할 순 없겠지만, 놈으로 인해 귀찮고 성가신 일들이 많이 생길 수 있었으니 이 자리에서 그 싹을 깔끔하게 제거해야만 한다고 케일테자만은 생각했다.
“먹을 만한 포션도 많을 텐데 마족의 인장부터 사용하는 거 보면 내가 무섭긴 꽤나 무섭나보네?”
무혁이 이죽거리자 케일테자만이 예상외로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 예상을 크게 벗어날 정도로 강하다는 걸 인정하지.”
“그래서 나와 같이 죽기라도 하겠다고?”
“죽는 건 네놈뿐이다.”
“마족의 인장 그거 한낱 인간 따위가 사용할 수 있는 힘이 아니라는 거 알아. 내가 아는 어떤 놈도 제 목숨을 버려가면서 사용했었고.”
팔머를 떠올리며 무혁은 그렇게 말했다.
커웨인 역시 분명히 말했었다.
마기를 다루지 못하면 스스로 자멸을 할 수밖에 없는 힘이라는 점과 마기를 다룰 수 있어야만 진정한 인장 속에 담긴 마족의 힘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마족의 인장에 대해서 제법 알고 있는 모양이군.”
“알만큼은 알지. 그래서 네놈이 그 힘을 사용하는 대가로 죽게 될 거란 것도 알고.”
무혁의 말에 케일테자만이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내가 죽는다고? 과연 그럴까?”
말을 마치고 케일테자만은 공간 주머니에서 커다란 푸른색의 액체가 담긴 병을 꺼냈고, 곧바로 그걸 꿀꺽꿀꺽- 삼켰다.
“네가 상대한 놈이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그런 멍청한 놈과 나를 똑같이 보면 곤란하지. 나는 케일테자만이니까.”
자부심 가득한 케일테자만의 얼굴을 바라보며 무혁은 대충 무엇을 마셨는지 알 것 같았다.
“누가 약쟁이 아니랄까봐 아주 약빨로 목숨까지 연명하는 군.”
마기 침투 현상을 억제하는 해독제일 것이 분명했다.
그것도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고, 판매하지도 않았을 오로지 케일테자만 자신만을 위한 최고의 해독제일 가능성이 컸다.
케일테자만이라면 아무리 포션으로 돈을 번다하더라도 다른 이들, 특히나 자신의 경쟁자나 다름없는 이들이 마족의 인장까지 안전하게 사용하는 걸 허용할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마기 침투 현상을 억제할 수 있을 정도의 해독제를 만들었다는 사실에 무혁은 케일테자만이 이쪽으로는 참 대단한 인간인 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가진 또 다른 힘일 뿐이지.”
자랑스럽게 웃는 케일테자만을 보며 무혁 역시 쿨하게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인정. 그런데 반쪽짜리 힘으로 뭘 할 수 있겠어?”
“반쪽짜리?”
“그런 게 있어.”
마기를 다스려야만 진정한 마족의 인장의 힘을 사용할 수 있었기에 무혁은 해답은 스스로 알아보라는 듯 공간 주머니에서 방구름이 만든 포션들을 꺼내서 씹으려다 이내 생각을 고쳐먹었다.
“나 역시 최선을 다해주지.”
케일테자만은 마족의 인장까지 사용하며 자신이 가진 가장 큰 패를 사용했다.
현재 케일테자만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는 초월적 존재 등급의 바로 밑이라고 할 정도로 강력했다.
그러니 무혁이 포션을 먹고, 많은 스킬들로 고유 능력을 뻥튀기 시키더라도 겨우 비등비등한 상태밖에 되지 않았다.
지지부진한 싸움을 할 필요가 없었기에 무혁 역시 자신이 가진 강력한 패 중 하나를 사용하기로 했다.
‘2등급 마정도 아직까지는 여유가 좀 있고 어차피 이번 전쟁이 끝나면 다시 마정을 모아야 하기도 하니까 아낄 필요가 없지.’
생각을 마친 무혁은 케일테자만을 바라보며 웃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블랙 본의 광기!”
케일테자만과는 조금 다른 성질의 새카만 기운이 폭발적으로 솟구쳐 나왔다.
“네… 네놈도 설마?”
하지만, 케일테자만으로서는 마기와는 다른 성질의 차이를 명확하게 파악할 만한 눈이 없었기에 그저 자신과 똑같은 마족의 인장을 소유하고 있다고만 여겼다.
[스킬, 블랙 본의 광기 효과로 30분 동안 모든 고유 능력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이제부터 내가 똑똑히 보여줄게. 진짜 힘이 무엇인지!”
콰드득!
땅이 뒤집혀 올라올 정도로 무혁은 엄청난 추진력을 자랑하며 케일테자만을 향해 돌진했다.
자신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아니 솔직하게 말하면 온몸에 압박감이 느껴질 정도로 무혁의 기세가 강렬했기에 케일테자만은 정신이 혼란스러울 정도였다.
콰작!
“…컥!”
복부가 뚫리는 듯한 고통에 케일테자만이 신음을 흘리며 허리를 꺾었다.
빠각!
케일테자만이 고개를 숙이자 무혁은 망설임 없이 무릎을 찍어 올렸다.
강력한 타격에 케일테자만의 몸이 붕- 떠오르자 무혁은 거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움켜잡으며 그대로 바닥에 뒤통수를 내리 꽂았다.
콰앙!
“쿨럭! 쿨럭!”
깊숙하게 머리가 땅에 꽂혀버린 케일테자만이 기침을 하며 고통스러워했지만, 무혁은 가만히 두지 않았다.
퍽! 퍽! 퍽! 퍽! 퍽! 퍽!
사정없이 무혁은 양주먹을 내리꽂아서 케일테자만의 안면을 후려팼다.
사방으로 먼지 구름이 풀풀- 날 정도로 거친 무혁의 공격을 지켜보던 이들이 모두 입을 쩍- 벌리며 놀라워했다.
“마, 마족의 인장이라며?”
“저, 저… 분은 뭐지?”
이제는 ‘놈’이라는 말조차 함부로 꺼내지 못할 정도로 무혁에 대한 공포와 존경심이 주변으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었다.
헬-라시온 최강을 논할 정도로 강한 힘을 소유했던 케일테자만을 궁지로 몰아넣은 것도 모자라, 마족의 인장까지 사용한 그를 개처럼 후려패고 있으니 당연한 모습이기도 했다.
쉬지 않고 케일테자만을 후려패던 무혁은 자신의 좌우에서 날아드는 새카만 창, 다크 스피어를 보고 훌쩍- 뒤로 물러났다.
“쿨럭! 쿨럭! 빌어먹을! 으아아아아아아!”
안면이 형편없이 박살나버린 케일테자만이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키더니 짐승마냥 괴성을 내질렀다.
“다크 파이어! 다크 스피어! 다크 라이트닝!”
모두 새카맣게 물든 마력 스킬들이 무혁을 향해 날아갔다.
하나, 하나 파괴적인 위력을 담고 있는 공격들이었지만, 무혁은 대수롭지 않다는 얼굴로 가볍게 손을 휘저으며 일일이 방어를 해냈다.
“마력탄!”
그것도 고작 마력탄 세 발로 깔끔하게 막아내 버리며 지켜보는 케일테자만의 눈을 뒤집히게 만들었다.
“다크 스톰!”
주변의 공간마저 찢어버릴 정도로 강력한 검은 폭풍에 무혁도 이번만큼은 가볍게 대응할 수 없다는 듯 실드를 연달아 만들어냈다.
콰가가가가가가!
실드가 하나, 둘 깨져나가자 무혁의 눈썹이 살짝- 일그러졌다.
하지만, 마지막 실드 앞에서 다크 스톰 또한 힘이 다 빠진 듯 위력이 현저히 약해졌고, 파이어 볼 세 방으로 무혁은 케일테자만의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냈다.
“…이, 이…….”
케일테자만은 마족의 인장을 사용함으로써 발휘할 수 있는 위력적인 공격들이 무혁에게 하나도 통하지 않자 온몸을 부들부들- 떨어댔다.
헬-라시온에서 연금술회가 제대로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무력감이었다.
도대체 놈이 사용하는 힘의 원천이 무엇인지 궁금하면서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 힘은 인간의 한계를 아득히 초월해버렸거늘!’
마족의 힘이다.
인간으로서 결코 가질 수 없는 절대적인 힘!
그런데 그런 자신의 힘보다 더 강한 힘을 소유하고 있는 무혁의 모습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케일테자만이 무혁의 힘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바라보는 동안, 그는 핏물에 담궜다가 꺼낸 듯한 레드 문을 들고 달려오고 있었다.
“이, 이럴 순 없어! 이럴 수 없다고!”
케일테자만은 발악에 가까울 정도로 정신없이 마력 스킬을 퍼부었다.
아무리 마족의 인장을 사용하고 있다 하더라도 한계가 있기 마련인데, 케일테자만은 까맣게 잊은 듯 한계 이상의 힘을 과도할 정도로 소모해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혁은 침착하고도 여유 있는 모습으로 레드 문을 휘두르며 케일테자만의 공격을 모조리 분쇄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누가 봐도 압도적인 힘의 차이였다.
서걱!
“크윽!”
붉은 빛줄기마냥 허리를 스치고 지나가버린 레드 문으로 인해 케일테자만은 신음을 흘리며 비틀거렸다.
레드 문에 깃들어 있는 피의 저주는 마족의 인장을 사용하고 있다 하더라도 피할 수 없었다.
다시 말하면, 마족에게도 레드 문이 통한다는 사실에 무혁은 남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지어보였다.
검붉은 핏물이 상처에서 폭포수처럼 흘러나오고, 주변 살들이 빠른 속도로 괴사하고 있었기에 케일테자만은 허겁지겁 공간 주머니에서 포션을 꺼내들었다.
하지만, 여유롭게 포션 따윌 먹도록 내버려 둘 무혁이 아니었다.
파파팟-!
핏빛 레이저가 관통하듯 케일테자만은 어깨와 허벅지, 복부에 상처를 입고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뒤로 밀려났다.
츄- 악!
“크아아아아아!”
이어서 케일테자만의 왼손이 깨끗하게 날아가 버렸다.
그렇게 멀찍이 날아가 버린 케일테자만의 왼손에는 포션이 꽉- 쥐어져 있었다.
왼손이 잘려버린 케일테자만의 눈은 반쯤 뒤집혔고, 그렇게 뒤집힌 눈동자에서는 광기마저 엿보였다.
하지만, 아무리 케일테자만이 광기에 사로잡혔다 하더라도 막무가내 식으로 펼쳐지는 공격들은 무혁의 털끝하나 건드릴 수가 없었다.
애초부터 케일테자만은 남들보다 강한 힘만을 믿고 이렇다 할 공방을 주고받기도 전에 상대를 쓰러트렸던 타입이다.
그러다 보니 실질적으로 자신보다 강한 상대에게는 오히려 너무나도 쉽게 쓰러질 정도로 전투적 재능이 부족했다.
“네놈이 가진 힘이 아깝다. 차라리 포션이나 만들면서 착하게 살았으면 많은 이들이 존경이라도 했을 텐데.”
재능 있는 다른 이가 케일테자만의 힘을 가졌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모습을 보였을 것이라고 여기며 무혁은 더 이상 그와의 싸움을 이어나갈 필요성을 찾지 못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처럼, 무혁은 케일테자만이라는 명성이 가진 무게감을 조금도 느끼지 못했기에 한 편으로는 무척이나 실망스러웠다.
“잘 가라.”
사형선고를 내리듯 무혁은 마지막으로 레드 문을 크게 휘둘렀다.
몇 번이나 보여주었던 붉은 궤적이 이번에는 케일테자만의 목을 정확하게 지나쳤다.
툭-!
공포와 무력감, 분노와 광기로 뒤범벅이 된 케일테자만의 얼굴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헬-라시온에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며 도시 길드의 수장들조차 쉽사리 건드리지 못했던 케일테자만을 아무렇지도 않게 쓰러트린 무혁의 모습은 말 그대로 절대자였다.
“나, 난… 더 이상 싸우지 않을 거야.”
누군가 손에 쥐고 있던 무기를 떨어트리곤 무릎을 꿇었다.
시작이 중요한 것이지, 그 이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다른 이들도 하나, 둘 무혁과의 싸움을 포기하며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뭐, 뭣들 하는 거야!”
“이 새끼들아! 정신 차려!”
“빌어먹을!”
염태수와 추치엔, 무사시 쿤은 전의를 상실하고 무혁에게 항복을 해버린 길드원들의 모습을 보며 이를 갈아붙였지만, 그들 역시 케일테자만을 너무나도 쉽게 죽여 버린 그가 두렵기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항복을 빌며 목숨을 구걸하기엔 너무나도 멀리 와버렸으니까.
“크윽!”
얀스가 신음을 흘리며 주저앉았다.
“하이 랭커도 별거 아니네.”
얀스가 검을 높게 들어 올리는 실비아를 바라보며 낄낄- 웃었다.
“재수도 좋은 년, 케일테자만 그 개자식 때문에 네년이 이긴 거야.”
서걱!
억지 부리지 말라는 듯 실비아는 가차 없이 얀스의 목을 날려버렸다.
이제 남은 건 필립과 로베린 뿐이었는데, 그들의 싸움 역시 끝나가고 있었다.
“실비아! 이제 남은 놈들 정리해야지.”
무혁의 말에 실비아가 당연하다는 듯 염태수 등을 바라보며 다시 검을 들었다.
모두가 승산이 희박하다고 평가했던 전쟁을 오히려 완벽한 승리로 장식해가는 무혁과 킬 라시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