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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231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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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31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31화

하이 랭커 (20)

 

‘하이 랭커를 막아?’

도혜미는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이맛살을 가볍게 찌푸렸다.

전쟁이 벌어진 직후부터는 킬 라시온의 전력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잘 파악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도혜미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겁도 없이 하이 랭커 앞을 막아선 레오, 아르케니아, 미첼의 모습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상대는 그저 그런 용병 따위가 아니다.

많고 많은 인간들 중 100명 안에 들어간다는 초 강자, 하이 랭커들이다.

공식 순위로만 따지면 모로타가 84위, 다니엘이 89위, 알렝이 91위였다.

다시 말하면 겨우 100위에 턱걸이 하고 있는 하이 랭커가 아니라는 뜻이다.

특히, 모로타의 경우 공식 랭킹으로는 82위였던 쿠에토를 라이벌로 여겼다. 그래서 쿠에토를 쓰러트린 무혁에 대한 호승심이 컸던 것이다.

‘그런데 혼자서 모로타를 상대하겠다고? 미쳤군.’

도혜미는 냉정하게 평가를 내렸다.

레오의 실력이 나쁘지 않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래봐야 하이 랭커 앞에서는 어린아이 수준에 불과했다.

이건 정말 객관적으로 사심 따위는 하나도 넣지 않은 냉정한 평가였다.

뿐만 아니라, 레오보다도 실력이 떨어지는 아르케니아와 미첼까지 각각 다니엘과 알렝을 상대하겠다고 자세를 잡고 있으니, 도혜미로서는 킬 라시온 놈들이 완전히 제정신이 아니라고 밖에 볼 수 없었다.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보겠다는 계획이겠지만… 무의미한 희생일 뿐이지.’

무혁이 아무리 강하다 한들 필립을 구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다.

현재 필립을 상대하고 있는 하이 랭커가 둘, 거기에 흑룡 길드와 천인회, 무사시 가문의 수장들까지 자리하고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일시적으로는 헬-라시온 최강일지도 모르는 케일테자만이 있는 이상 무혁이라는 자가 아무리 강하다 한들 필립을 구해낼 확률은 제로야.’

케일테자만은 측정이 불가능한 힘을 숨기고 있는 인간이다.

연금술이라는 독점적 권한을 손에 쥐고 막대한 부를 쌓았고, 그 부를 자신의 힘을 높이기 위해 쏟아 부음으로써 헬-라시온에서 그 누구보다 단기간에 막강한 힘을 손에 넣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을 뿐, 케일테자만의 고유 능력은 모두 1등급이야. 실전 경험이 적다는 것이 유일한 흠이라지만, 피지컬만 놓고 본다면 헬-라시온 최강의 인간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순 없어.’

그러니 도혜미로서는 무혁이 케일테자만이라는 거대한 벽을 넘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생각할 필요도 없다 여겼다.

‘나였다면…….’

필립을 구하기보다는 차라리 어디론가 숨어서 언제고 찾아올 기회를 노렸을 거라 생각하는 도혜미였다.

그녀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세 명의 하이 랭커와 레오, 아르케니아, 미첼의 싸움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이런 경우를 뭐라고 해야 하는 거야, 알렝?”

모로타가 자신의 앞을 막아선 레오를 완전히 무시하듯, 시선조차 주지 않으며 대머리 알렝을 바라봤다.

“글쎄, 나도 이런 황당한 경험은 처음이라서 말이야.”

알렝은 자신의 대머리를 커다란 손으로 슥슥- 문지르며 황당하다는 듯 헛웃음을 지어보였다.

“다니엘, 너는 어떻게 생각해? 우리가 이런 핏덩어리들을 상대해야 한다고 봐?”

다니엘은 자신의 앞에서 태연스럽게 주스나 쪽쪽- 빨아대고 있는 작은 계집, 아르케니아를 바라봤다.

자존심이 상했다는 생각조차도 들지 않았다. 정말 황당하고 어처구니가 없어서 헛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부랄 달린 새끼들이 무슨 말들이 그렇게 많아? 니들 정력은 주둥이로 다 몰렸냐?”

무혁이 없는 자리에서 미첼은 제 성질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말과 다르게 얼굴로는 생글생글- 웃고 있는 미첼의 모습에 알렝이 재밌다는 듯 크하하핫-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킬 라시온에 또라이 같은 계집이 둘 있다고 하던데 그 중 하나가 너구나. 얼굴도 반반하고 몸매도 그 정도면 훌륭하니 그냥 죽이기에는 좀 아까운데?”

알렝이 두 눈으로 더러운 욕망을 뚝뚝- 떨어트리며 미첼의 몸을 징그럽게 훑었다.

다른 여자들이었다면 치욕과 모멸감에 치를 떨었겠지만, 미첼이 어디 보통 여자였던가?

“내가 평생 그 짓을 못한다 하더라도 너 같은 문어 대가리 같은 새끼하고는 절대 안 해. 그러니까 헛꿈 꾸지 말고 그 못생긴 문어 대가리나 내밀어. 누나가 해머로 예쁘게 짓이겨 줄 테니까.”

눈웃음을 치며 해머를 붕붕- 돌리는 미첼의 모습에 알렝은 더 귀여워 죽겠다는 듯 입가에 미소를 한껏 지어보였다.

“정말 마음에 들어! 내가 원래 변태 기질이 좀 있어서 너 같이 반항하는 년들이 더 좋더라고! 분명히 말하지만 이년은 내가 실컷 데리고 놀 거니까 모로타, 다니엘 니들은 관심 꺼!”

알렝이 징그럽게 히죽- 웃으며 미첼을 바라봤다.

“변태 문어 대가리 새끼가 뭐래?”

미첼은 더 이상 시간을 끌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듯 알렝과의 거리를 좁히고 들어가서 해머를 힘껏 휘둘렀다.

“얼마나 거친 년인지 한 번 볼까?”

알렝은, 미첼이 순식간에 자신과의 거리를 좁히고 들어와서는 해머를 휘둘렀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주먹을 마주 휘둘렀다.

꽝-!

“이것 봐라?”

자신이 휘두른 주먹에 전혀 밀리지 않는 해머의 위력에, 알렝이 의외라는 듯 미첼을 놀란 눈으로 바라봤다.

“뭘 그렇게 놀라? 이제 시작인데!”

놀라는 알렝과 다르게 미첼은 충분히 해볼만 하다는 자신감이 생긴 듯 연달아 해머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알렝과 미첼이 가장 먼저 싸움을 시작하자, 그 모습을 슬쩍- 바라보던 다니엘은 머리 위에서 느껴지는 강한 압력감에 재빨리 오른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쿠- 웅!

다니엘이 서 있던 자리에, 땅이 1미터 넘게 움푹- 들어갈 정도의 강력한 윈드 해머가 떨어져 내렸다.

다니엘이 눈을 찌푸리며 자신에게 기습적으로 선제공격을 가한 상대, 아르케니아를 노려봤다.

다니엘이 노려보거나 말거나 아르케니아는 한 손에 짧은 지팡이를 쥐고 서서 가타부타 말도 없이 두 번째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겁을 상실했구나.”

깡마른 체형만큼이나 인상 또한 매마른 다니엘이 오싹하게 들릴 정도로, 냉정한 음성으로 그렇게 말을 했다.

이어서 다니엘은 공간 주머니에서 날렵하게 생긴 한 자루의 검을 꺼내 들었다.

사자는 토끼를 사냥할 때에도 최선을 다한다는 말을 항상 가슴에 담고 있는 다니엘이었기에, 그에게 있어서 아르케니아가 제 아무리 작고 귀여운 소녀 같은 외모라 하더라도 봐주거나 방심할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깔끔하게 죽여주마.”

다니엘이 아르케니아를 향해 달려들었다.

“윈드 월!”

아르케니아는 다니엘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바람의 장벽을 만들어 놓고 곧바로 공격까지 감행했다.

“윈드 스피어 더블!”

다니엘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수십 발의 바람 창을 바라보면서도 침착하게 검을 휘둘러 붉은 검기를 날리기 시작했고, 그 모습에 아르케니아 역시 세 번째 공격을 준비했다.

다니엘과 아르케니아의 대결이 시작되면서 모로타도 더 이상은 기다릴 수 없다는 듯 자신의 무기를 꺼내들었다.

모로타의 무기는 50센티미터 가량의 짧은 모닝 스타 두 자루였다.

캉- 캉!

두 자루의 모닝 스타를 부딪치며 모로타가 잔인하게 웃었다.

“네놈을 죽이고 가라고 했지? 죽는 게 소원이라면 그래주지!”

세 명의 하이 랭커들 중 유일하게 먼저 선제공격에 펼치는 모로타였다.

그는 눈앞의 레오를 1초라도 빨리 죽여 놓고, 자신을 피해서 도망간 무혁을 쫓아갈 생각 밖에 머릿속에 없는 듯 보였다.

그래서인지 모로타의 공격은 거침이 없었고, 그만큼 위력을 담고 있었으나 빈틈 또한 컸다.

물론, 상대가 그의 공격을 피할 수 있거나, 막아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노려볼 수 있는 빈틈이었다.

후웅- 후웅!

머리와 허리를 동시에 노리던 모로타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낸 레오가 두 눈을 매섭게 치켜뜨며 오른손으로 허공에 짧은 궤적을 그렸다.

스- 악!

“……!”

옆구리가 길게 찢어지며 불에 덴 듯한 화끈한 통증이 느껴지자 모로타가 손에 쥔 모닝 스타를 좌우로 크게 휘두르며 레오와의 거리를 벌여놓고는 상처를 매만졌다.

그리 큰 상처는 아니었지만, 별 것도 아닌 놈에게 상처를 입었다는 사실이 그의 자존심을 크게 건드렸다.

“후우… 너, 편히 죽을 생각 따윈 하지 마. 아주 처참하게!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끔찍한 고통 속에서 죽여 줄 테니까!”

모로타의 기세가 급변했고, 그걸 정면으로 마주하는 레오는 손에 쥔 단검을 더욱더 강하게 움켜쥐었다.

 

#

 

“저쪽이다!”

좌측에서 우르르- 몰려오는 적들의 모습을 보고 무혁은 망설이지 않고 파이어 볼 4개를 날려버렸다.

콰아아앙-!

“으아악!”

거대한 폭음이 연달아 울리고는 붉은 불길이 주변을 집어 삼켰다.

“놈들을 막아!”

좌측이 불바다가 된 모습을 보면서도 우측에서 적들이 겁 없이 달려들었다.

이번에는 라이트닝 볼이 날아갔다.

파지지지지직!

“끄으으윽!”

강력한 전격의 힘 앞에서 적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꼬꾸라졌다.

실비아와 르케임은 자신들의 눈앞에만 보이는 검은 색 선을 따라 내달리는 것에만 집중했고, 무혁은 그런 두 사람을 완벽하게 보호하며 적들이 접근조차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필립을 구하기 위해 제 목숨마저 내놓은 레오 등을 생각할수록 무혁의 마음도 더욱더 차갑게 얼어버렸다.

“킬 라시온 놈들이다!”

“저놈들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지?”

“더 이상 갈 수 없도록 막아!”

이전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의 적들이 앞을 구름처럼 막아서고 있었다.

“저 너머에 있어!”

실비아와 르케임은 자신들의 앞을 막아서고 있는, 백여 명이 훌쩍 넘는 적들의 뒤쪽에 분명히 필립과 엘리엇, 마크가 있다고 확신했다.

“우리가 길을 뚫을 테니까 무혁이 네가 먼저 가!”

실비아가 검을 들어 올렸고, 르케임 역시 창을 세웠다.

“아니, 내가 뚫는 게 더 빨라!”

무혁은 실비아와 르케임이 움직이기 전에 먼저 레드 문을 들고 적들을 향해 뛰어들었다.

“마, 막아!”

“으아아악!”

구름처럼 모여 있는 적들을 향해 뛰어든 무혁은 앞으로 쭉쭉- 나아가며 길을 열었다.

사방에서 마력 스킬이 날아들고, 각종 무기들이 위협적으로 다가왔지만 실드로 몸을 보호하며 레드 문을 휘두르니 어떠한 공격도 무혁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폭음과 비명, 고함 소리가 더욱더 커지고 많아질수록 길이 빠르게 열렸다.

무혁이 선두에 서서 길을 뚫으면, 중간에서 르케임이 길을 유지했고, 실비아는 후미에 서서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놈들을 가차 없이 쓰러트렸다.

그렇게 무혁이 정신없이 적들을 베어 넘길 때였다.

“모두 물러나!”

거친 고성이 터지자 무혁의 앞을 막아서고 있던 이들이 다급하게 좌우로 물러났다.

그렇지 않아도 막기 벅찬 상대였기에 물러나라는 외침은 구원의 소리나 다름없었다.

목소리만으로 사람들을 좌우로 물러나게 만든 남자가 무혁의 시야에 들어왔다.

흑룡 길드의 염태수였다.

“네놈이 무혁이라는 놈이군. 멍청한 놈, 죽을 자리인지도 모르고 제 발로 찾아오다니.”

염태수의 말에 무혁은 뭐라고 말을 하려다 이내 그의 뒤쪽에 무릎을 꿇고 있는 피투성이 남자를 발견하고는 곧장 그에게 달려갔다.

“형!”

피투성이의 남자, 필립은 감기려는 눈을 가까스로 뜨며 무혁을 바라봤다.

“오빠!”

“필립 형님!”

실비아와 르케임 또한 당장이라도 죽을 것처럼 보이는, 위태로운 필립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차오르는 걸 억지로 참아냈다.

“너희… 왜… 쿨럭! 쿨럭!”

가장 바라지 않았던 상황에 필립은 호흡마저 떨렸고, 기침을 할 때마다 입에서 시커멓게 죽은 핏덩어리가 울컥울컥- 토해져 나왔다.

“마크 형님! 엘리엇 누나!”

르케임은 필립의 뒤쪽에 쓰러져 있는 마크와 엘리엇을 확인하고는 이를 악물었다.

두 사람 모두 얼마나 혹독한 싸움을 해왔는지 온 몸에 상처가 가득했다.

“당장 포션부터 먹여!”

실비아가 엘리엇에게 포션을 먹이며 그렇게 외치자, 르케임은 또한 서둘러 마크에게 포션을 먹이기 시작했다.

다행스럽게도 포션의 효과는 금방 나타났다.

포션의 회복 능력 덕분에 엘리엇과 마크의 상태는 당장 숨이 끊어지는 것을 막을 수는 있었지만, 역시 완벽한 회복을 위해서는 중앙탑으로 서둘러 돌아가야만 했다.

하지만 당장 필립의 상태는 포션 몇 병으로 목숨을 유지할 정도가 아니었다.

“무혁아!”

무혁은 르케임에게 걱정 말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필립을 향해 오른손을 내밀었다.

“리커버리!”

외침과 동시에 무혁의 오른손에서 새하얀 빛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커스틸 강제 사냥에서 얻은 최고의 회복 스킬, 리커버리가 최초로 헬-라시온에서 사용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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